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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이명세 감독 감독 이명세의 데뷔작 이 제작된 건 1988년이었다. 사회가 88올림픽의 여흥과 형식적 민주주의에 취한 사이, 영화는 박광수의 , 장선우의 등 뉴웨이브 작품으로 자본주의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었았다. 이같은 상황 속의 은 어느모로 봐도 뜬금없는 영화였다. 스스로 천재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 믿는 삼류 캬바레 개그맨, 영화배우가 꿈인 변두리 이발소 주인, 백수 아가씨가 총을 들고 강도짓을 벌이다 파멸한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여름날 오후 이발소에 누워있던 개그맨의 꿈이다. 개그맨 역을 맡은 안성기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한낱 꿈속의 꿈인가.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것인가.” 개그맨 23년이 흐르는 동안 영화감독 이명세는 8편의 장편 극영화를 내놓았다. (1990)나 (1999) 같은 .. 더보기
보수 중의 보수 독서가,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나는 이런 류의 독서, 특히 고전 가이드를 좋아라 한다. 이런 책은 고전을 읽고 싶게 한다. 고전 문학은 어떻게, 왜 읽는가. 숱한 평론가와 독서 애호가들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미국의 인문학자이자 평론가 해럴드 블룸도 그중 한 사람이다. 문학 비평에 있어서 블룸의 위치는 ‘보수 중의 보수’라 할 만하다. 그는 (원제 How to read and why)에서 고전을 읽는 몇 가지 방식을 제시한다. 그 첫번째가 “머릿속에서 은어를 제거하라”다. 그가 ‘은어’라고 말한 것은 “한 분파나 수상쩍은 비밀 집회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용어”다. 즉 블룸은 역사주의, 페미니즘, 해체론, 마르크스주의 등 근대적 주체를 해체하고 저자를 죽이는 모든 사조에 저항한다. 블룸에 따르면 독서의 즐거움은 사회적이기보다 이기적.. 더보기
연에인의 사생활 '공인'(公人)의 뜻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난 연예인이 공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예인은 타의 모범이 되는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없다. 법을 어겨서는 안되겠지만, 법을 어겼을 때 여느 사람보다 가중처벌받을 이유도 없다. 일부 연예인의 음주운전이나 병역회피 등에 대한 비난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집권 여당 대표가 서류상으로까지 분명한 병역 기피자인데, 그는 MC몽이나 싸이보다 많은 비난을 받았는가. 집권 여당 대표야말로 분명한 공인인데.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떤 연예인은 여느 사람들이 평생 뼈가 삭도록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돈을 순식간에 벌고 그만큼의 사랑도 받는다. 그 돈과 인기에는 연예인에 대한 대중(그리고 연예 매체)의 늑대같은 호기심을 견뎌내는.. 더보기
왜 이 여자를 사랑하는가-<제인 에어> 제인 에어 역의 미아 와시코브스카. 발음하기에 익숙해져야 할 이름. 제인 에어를 사랑하시겠습니까. 가진 돈이 없습니다. 고아입니다. 양육을 맡은 외숙모는 그녀의 성격이 “엉큼하고 반항적”이라고 평합니다. 학교 이사장은 “불길과 유황이 타고 있는 구렁 속”에 떨어질 거짓말쟁이라고 말합니다. 외모도 평범합니다. 심지어 그녀의 연인과 친구들조차 그녀의 외모에서 아무런 매력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관객은 제인 에어가 계속 보고 싶은가봅니다. 20일 개봉한 는 샬럿 브론테 원작의 22번째 영화입니다. 팀 버튼의 에서 앨리스 역을 맡았던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제인 에어, 마이클 파스밴더가 로체스터 역을 맡았습니다. 신예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영화는 에어가 문을 힘껏 열고 뛰쳐나가는 장면에.. 더보기
인권위의 히트 상품-시선 너머 '시선' 시리즈는 인권위의 '히트 상품'이다. 계속 만들어졌으면 한다. 윤성현의 , 강이관의 (위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하는 ‘시선’ 시리즈는 ‘인권’과 ‘영화’의 훌륭한 협업 사례로 꼽힌다. 2003년 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를 통해 인권에 대한 장·단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선보였다. 지금까지 박찬욱, 박광수, 임순례, 류승완, 장진, 김태용 등 유명 감독들이 빠듯한 제작비를 감수하고 참여했다. ‘교육’과 ‘예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시선’ 시리즈는 영화가 돈만 좇는 매체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했다. 는 그 여덟번째 시리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뒤, 28일 극장 개봉을 준비중이다. 강이관, 부지영, 김대승, 윤성현, 신동일 등 다섯 .. 더보기
불량식품 같은 남자, 스티븐 시걸 난 스티븐 시걸을 별로 좋아한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쓰다보니 왠지 정이 들었다. 행복한 남자, 스티븐 시걸. 60 노인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스티븐 시걸은 불량식품입니다. 싸고 맛있지만 건강에 나쁩니다. 그러나 불량식품은 그 맛입니다. 액션 스타 스티븐 시걸에 대해 덜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시걸은 일본에서 합기도를 배워 일어를 유창하게 하고,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여러 장의 음반을 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에너지 드링크를 내는 사업가이며, 독실한 불교도입니다. 그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연출과 주연을 겸한 에서는 ‘환경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다국적 기업에 맞서 싸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화팬들이 시걸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한때.. 더보기
<수상한 고객들>, 류승범 김문석 기자 영화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스레를 잘 떨고 크게 웃고 때로 공격적일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만난 류승범은 목소리가 침착했고 뜻을 천천히 설명했으며 때로 예민해 보였다. 형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 에 얼떨결에 출연한 것이 벌써 11년 전이다. “내가 영화배우될지 누가 알았겠나”라고 말하는 그는 어느 새 상업영화의 단독 주인공이 됐다. 신작 에서 류승범은 ‘보험왕’을 꿈꾸는 배병우 역을 맡았다. 높은 실적을 인정받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되기 직전인 그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함부로 가입 받았던 2년전 고객들이 마음에 걸린다. 삶의 벼랑끝에 서있던 그들이 집단으로 자살이라도 한다면 병우의 경력에도 금이 간다. 병우는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삶에 의욕을 갖도록 감언이설을 푼다. “지금도 사라지.. 더보기
너무 늦게 도착한 <상실의 시대> 왜 그런지 홍보사는 기쿠치 린코가 제대로 나온 스틸 사진을 릴리즈하지 않았다. 죄다 옆모습 뿐이다. 물론 기쿠치 린코는 21살처럼 안보이면서 21살이라고 우겼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나오코, '노르웨이의 숲'을 부르는 레이코 여사, 누워있는 와타나베. 영화 중.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출세작 은 1987년 일본에서 처음 발간됐고, 전세계 36개국에서 번역해 1100만부가 팔렸다. 이 책이 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1989년. 역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맥락은 여느 나라와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형식적인 민주화가 이뤄졌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먹기 시작했던 1990년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책은 196.. 더보기
영화감독 추상미 그가 30대 이상의 멋진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아 찎은 장편영화를 보고 싶다. 그는 언젠가 나 체홈의 연극에 출연하고 싶으며, 연극 연출에도 손을 대고 싶다고 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추상미는 ‘준비된 감독’이었다.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경선’에 선보인 은 이를 증명한다. 출품된 301편 중 17편의 본선진출작 중 하나인 은 소재에 대한 탐구, 연기 지도, 기술에 대한 장악력 등에서 빼어난 성취를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추상미의 첫 연출작이다. 여성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신촌에서 추상미를 최근 만났다. -연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있나요. “연기든 연출이든 깊이 들어가면 같아요. 중요한 건 원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느냐겠죠. 배.. 더보기
안동림, 내 마음의 아리아 난 오페라를 잘 모른다. 이번 기회에 들어보기로 하고 컴필레이션 음반을 리핑했다. '부드러운 속삭임이' 후반부에서 마리아 칼라스와 플룻이 경쟁하듯 지저귄다. 안동림 선생은 "절망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안동림 선생은 신간 출판 기념회를 하기 하루 전날인 5일 팔순 생일을 맞았다. 그는 출판 기념회 인사말에서 책을 내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끝으로 지난 일요일 자신이 묻힐 자리를 가봤다는 말을 덧붙였다. 친지들이 많이 잠들어있는 장소 주변의 양지바른 한 곳을 찾았다고, 남들은 기분이 이상하다지만 자신은 날씨도 화창하고 해서 참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책 날개에 적힌 그의 공식 직함은 단 하나다.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 역임.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책을 내면 그 내용으로 평가.. 더보기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내가 대단한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동료에게 이 직업에 대해 그럴듯한 충고나 조언을 할 처지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지 오웰이 무려 74년전에 내놓은 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사회주의는 몰락하고 자본주의 역시 몰라볼 정도로 변형됐지만, 1937년이나 2011년이나 중간 계급 이하 사람들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책의 1부는 영국 북부 탄광 지대와 그곳 사람들의 삶에 대한 르포, 2부는 오웰 개인의 사상적 정체성이 형성되기까지의 성장기와 당대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과 지지다. 내 경우 2부보다는 1부가 읽을만했다. 특히 2부 후반부는 당대 사회주의가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라든가, 파시즘의 발흥에 대한 경고.. 더보기
한국영화계의 앙팡 테리블. 윤성현 vs 조성희 윤성현(왼쪽)과 조성희. 권호욱 기자 1990년대 한국영화의 산업적, 미학적 중흥기가 박찬욱·봉준호을 배출했다면, 2000년대 한국영화는 누가 책임을 질까. 젊은 감독들이 백가쟁명하고 있지만 뚜렷한 이름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앞으로 윤성현(29)과 조성희(32)란 이름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이들은 3월 개봉한 과 의 연출자이며, 2009년 졸업한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 연출전공 동기다. 은 개봉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독립영화 흥행의 기준점인 1만명 관객을 넘어섰고,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세밀하고 날카로운 연출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은 최근 독일에 수출됐고,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이보다 더 잘 만든 영화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극찬을 받았다. 조 감독의 전작인 단편 은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 더보기
가부장의 권위, 로버트 드니로 회사 교열을 거치면서 '드니로'가 '데니로'로 바뀌어 나왔다. 그러나 이 블로그에서는 '드니로'를 고집하겠다. 사실 난 벤 스틸러가 더 좋다. 로버트 드니로는 가부장이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있지 않을 때조차 그는 가부장의 권위를 보였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한국 남우들에게 좋아하는 배우를 물으면 절반 정도는 로버트 드니로를 꼽았습니다. , , , 등의 대표작에서 드니로는 갱, 베트남 참전용사, 권투선수 같이 남성적이고 강인한 역을 능란하게 소화했습니다. 한국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있다면 미국엔 장인과 사위의 갈등이 있습니다. 시리즈는 장인·사위 갈등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31일 개봉하는 3편은 그레그(벤 스틸러)가 잭(드니로)의 사위가 된 지 10년째 되는 해에 벌어집니.. 더보기
영화의 길, 법의 길. <고백> 영화 은 형식이 대담하고 소재가 충격적이다. 상업적인 재미와 생각해볼 만한 주제도 있다. 드라마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확장판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에 근심하던 일본 영화계는 의 출현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봄방학을 앞둔 한 중학교의 종업식날. 천방지축 떠들고 있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담임교사 유코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어린 딸이 학교에 왔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었고, 이는 경찰에 의해 사고사로 처리됐으나 사실은 타살이었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범인은 이 학급에 있다고 말한다. 유코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해도 범인은 14세 미만이라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하겠다고 선언한다. 은 동명의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놀랍게도 영화는 초반부 30여분 동안 이어지는 .. 더보기
사람과 사람의 일 교환학생 시절의 일이니 벌써 10여년 전이다. 난 대학원생 및 외국인학생 전용 기숙사에 있었는데, 오리엔테이션에서 기숙사 책임자가 몇 가지 당부사항을 말해주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학생들이 가끔 술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건 마찬가지인 듯한데, 설사 그렇다 해도 화장실을 너무 더럽게 사용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토해놓지 말란 얘기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For the dignity of a custodian" 말하자면 "관리인(환경미화원)의 존엄을 위해"란 뜻이다. 난 충격을 받았다. 공공장소를 더럽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유의 '공중도덕'이야 한국에서도 '바른생활' 시절부터 누누히 가르치는 것이지만, 공중도덕이란 것이 그 뒷처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에도 연관돼 있다고는 결코 생각.. 더보기
대재난 이후의 예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경우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사진) 첫 장면은 무시무시했다. 연쇄 살인마, 귀신, 외계인이 나와서가 아니다. 공포의 대상은 쓰나미였다. 이 영화는 2004년 인도네시아를 덮친 쓰나미 와중에 임사(臨死) 체험을 한 프랑스 여성, 교통사고로 쌍둥이 형을 잃은 영국 소년,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는 미국 영매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 삶에 대한 무력감, 혈육을 잃은 상실감,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고통에 괴로워한다. 정치부 기자이자 방송 앵커로 거리 광고판에까지 등장할 정도의 명성을 누리던 프랑스 여성은 등 뒤에서 다가온 죽음의 냄새를 맡은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여성은 거대한 물결을 피해 한 소녀의 손을 잡고 뛰었는데, 여성은 살고 소녀는 죽었다. 사후세계를 엿봤다고.. 더보기
죽도록 일하는 여자, <굿모닝 에브리원> 이 영화에선 해리슨 포드가 꽤 근사하다. 그의 벌레씹은 듯한 표정과 말하기 싫다는 듯한 말투가 재미있다. 여자는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일해야 합니까. 성공하기 위해선 누구나 죽도록 일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가끔 삼신 할머니가 돈 많고 권세 있는 가문에 점지해줘서 노력 없이도 높은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속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는 남성에 비해서도 훨씬 힘듭니다. 2009년 중앙행정기관 41곳의 고위공무원 1428명중 여성은 40명이었고,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1%대입니다. 의 베키(레이챌 맥아담스)는 지역 방송사의 모닝쇼 프로듀서입니다. 인력 감축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 더보기
보수의 역할-<킹스 스피치> 리뷰 가끔 이런 영화를 볼 필요도 있다. 게다가 난 숙련된 영국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이나 같이 비주류 감성을 가진 영화에 상을 몰아준 적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 영화계의 최대 이벤트 아카데미 시상식은 대체로 보편적 가치관을 보수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는 영화를 선호해왔다. 지난달 말 열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가져간 는 애초 아카데미가 외면하기 힘든 종류의 영화였다. 영화 주인공은 조지 6세(콜린 퍼스)다. 그는 졸지에 왕이 됐다. 형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출신 유부녀 심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에 오른 지 1달만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비록 상징적인 권력만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영제국의 왕이 됐는데 조지 6세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 .. 더보기
최양일을 만나다 최양일은 체구가 당당했다. 싸우면 내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질 것 같았다. 이제 어디서나 60대는 노인도 아니다. 게다가 꽤 직설적이어서 대화가 재미있었다. "지금 관객은 멍청하다"는 말을 어느 감독이 이토록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이석우 기자 은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17세기 일본에서 천민으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닌자가 됐던 소년 카무이가 닌자 집단에서 탈출한 뒤 추격자들에게 쫓기는 과정을 그렸다.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최양일에겐 첫 사극이다. -이 영화는 왜 찍었나. “청소년기에 원작 만화를 보며 자랐다. 어렸을 때 참바라 영화(일본식 칼싸움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과 뒷산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갈아서 자기만의 칼을 만들기도 했다. 내 기존의 세계관에 이어진 작품 말.. 더보기
장률을 만나다 장률 감독을 처음 만난 건 그의 세번쨰 장편 가 개봉한 2007년이었다. 배우들이 거의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카메라는 배우가 움직인 한참 뒤에야 따라가는 '이상한' 영화였다. 신작 은 장률의 영화 중 가장 흥미진진하고 극적이다. 솔직히 그래봐야 대부분의 사람에겐 보기 힘든 영화겠지만. 조선족 소년 창호의 마지막 선택은 다르덴 형제의 이 제기한 도덕적 책무를 연상케했다. 권호욱 기자 은 장률의 여섯 번째 장편이다. 두만강을 넘어 북한 함경도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옌벤 조선족 마을이 배경이다. 조선족 소년 창호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넘나드는 북한 소년 정진과 우정을 나누지만, 이 우정은 어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왜 찍었나. “이런 사건을 보고 들으면 사람의 감정이 .. 더보기
사랑은 운명이 아니다. <컨트롤러>와 <타이머> 사랑은 운명이 아닙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물론 많은 멜로영화들은 사랑이 운명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말 오후의 데이트에 멜로영화를 본 젊은 남녀들은 영화의 주장을 믿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운명이 아니라는 증거는 도처에 널렸습니다. 치솟는 이혼율, 부부나 연인의 끝없는 다툼, 숱한 불륜은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사랑이 운명이라 하더라도 운명의 상대를 만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세계 인구가 60억명입니다. 운명의 상대를 어떻게 만나고, 만난다 해도 그가 맞는지 어떻게 확신합니까. 이번주 개봉작 는 말도 안되는 기계장치를 소개합니다. 제목 그대로 ‘타이머’란 이름의 이 장치는 손목에 이식돼 운명의 짝을 만날 날까지 남은 시간을 디지털 숫자로 표시합니다. 물론 상대방도 타이머를 이식.. 더보기
임권택 감독의 말+<달빛 길어올리기> 리뷰 임권택 감독의 '말'은 정말 독특했다. 알다시피 그는 어눌하고 느리고 게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말을 구사한다. 말에는 마침표가 없어서 말을 끊지 않는 한 다 듣는데 오래 걸린다. 방송 인터뷰를 하기엔 부적당하고, 신문에서 쓰려면 문어로 각색해야 한다. 이번에 쓴 기자간담회 기사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길고 느리고 종횡하는 말들이 결국 끝까지 들으면 일이관지하는 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말들 사이에 정연한 논리가 서 있고, 전후맥락이 고려돼 있으며, 유머도 잠복해 있다. 동서양 지혜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공자를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제자들을 말로 가르쳤고, 이후의 제자들이 이 말을 불완전한 글로 옮겼다. 어쩌면 임권택 감독의 말은 그런 스승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불륜 비.. 더보기
주목할만한 독립영화. <파수꾼> vs <애니멀 타운> 2011년이 2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은 올해 본 한국영화 중 제일이다. 10개월이 더 지나도 이 영화는 여전히 기억날 것 같다. 은 논쟁적이다. 극 초반엔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실린다. 감독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몹시 불쾌해할 관객도 있겠다. 파수꾼 2011년 한국 독립영화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몇 년 간의 침체를 벗어나 상업영화가 감히 꿈꾸지 못한 방식의 수작들을 내놓고 있다. 3월 들어 잇달아 선보이는 과 에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국내외 각종 영화제를 돌며 상찬받은 뒤 한국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올해의 발견, =2011년이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은 이미 ‘올해의 발견’감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졸업생을 대상으로 장편 프로젝트 제작을.. 더보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이윤기 감독 이윤기 감독의 전작 는 내 2000년대 한국영화 페이버릿 중 하나다. 그 영화가 개봉했던 2008년에는 공교롭게 이 있어, 2008년의 개인적인 리스트에서 는 2위였다. 난 여전히 그 영화가 좋다. 이번에 이윤기 감독을 만나서도 이야기를 한참 했다. 그는 이후 하정우, 수애를 주연으로 찍다가 제작도중 촬영이 중단된 이 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는 잘못 알고 와서 보다가는 화를 내는 관객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반대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우 기자 현빈과 임수정의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성에 혹해 를 보러가려는 팬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춰야겠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함께 살던 부부가 이별을 앞.. 더보기
오늘의 서부영화. <더 브레이브> vs <랭고> 는 쓸쓸하면서도 단호한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코엔 형제가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능력이야 일찌감치 증명된 바고. 는 전체관람가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지는 의문인 애니메이션이다. . 소녀는 기어이 두사내를 따라 나선다. 멜로, 코미디, 공포 등의 장르에는 시간, 장소, 인물의 제약이 없는 반면, 서부영화는 19세기 중후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백인과 북미 원주민이 주로 등장한다. 미국인들에게만 익숙한 설정이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문화 컨텐츠가 됐으니, 서부영화는 할리우드가 획득한 보편성과 자신감의 증거인 셈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초창기인 1920~30년대 등장해 50~60년대 절정기를 맞았고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변종을 경험한 후 서서히 몰락한 서부영화. 그러나 1990년대 , 등의 성공과 함께.. 더보기
위노나 라이더의 잔인한 열연 <블랙 스완> 딱히 위노나 라이더의 팬이었던 건 아니지만, 대런 아르노프스키는 그녀에게 에서 잔인한 배역을 맡겼다. 또 모르지. 라이더가 오히려 지금 같은 위치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을지도. 의 위노나 라이더. 나탈리 포트먼을 앞에 두고 일장 훈계를 하고 있다. 위노나 라이더는 1990년대 할리우드의 ‘요정’이었습니다. 이제 불혹이 된 요정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번주 개봉작 에서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에는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은 라이더가 아니라 그보다 10살 어린 나탈리 포트먼의 영화기 때문입니다. 니나(포트먼)는 뉴욕 발레단의 전도유망한 발레리나입니다. 예술감독(뱅상 카셀)은 새 시즌의 오프닝 작품으로 를 올리면서, 발레단의 간판스타였던 베스(라이더)를 하차시키고 .. 더보기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리뷰. 근래 지면에 쓰기 위해 읽은 어느 책 중에서도 는 단연 추천도서다. 저자의 주장에 온전히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그 문체와 전개가 흥미로워서 끝까지 읽힌다. 수치에 의지한 분석에서 출발해 윤리학에 기반한 믿음(혹은 의지)으로 나아가며 좌파의 각성을 촉구하는 이 책은 어느 좌파에겐 매우 불편하고 심지어 '꼰대'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꼰대 좌파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토니 주트는 지난해 루게릭병을 앓다가 사망했기 때문에, 이 책은 그의 유작이다. “복지예산은 역대 최고”라고 자화자찬하는 집권자들이나 “사회 따위는 없다. 오직 개인과 가족이 있을 뿐”(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이라고 믿는 보수주의자들은 어차피 이 책에 관심이 없을 것 같다. 는 좌파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저자 토.. 더보기
누가 함께 싸울 것인가. <언노운> 리엄 니슨 넘 멋져. 베를린도 멋져. 어떤 배우는 나이가 들면서 별 연기 안해도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데, 브루노 간츠가 프랭크 란젤라에게 쓰러지는 모습에선 어휴... 오늘 어느 분이 문자로 "뼈속까지 스며드는 싸~한 베를린의 겨울"을 얘기하시던데. 그나저나 현빈은 좋겠다. 이 겨울에 베를린에 가서 맥주도 먹고 슈납스도 먹고. 막강한 적이 눈앞에 있습니다. 힘을 합쳐 싸울 이들은 누구입니까. 은 신분을 빼앗긴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인 마틴 해리스 박사(리엄 니슨)는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학술회의 참석차 독일 베를린에 옵니다. 호텔에 도착한 순간 공항에 가방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해리스는 아내를 남겨둔 채 택시를 타고 돌아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72시간 만.. 더보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뷰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보니 의 이번주 예매율은 5위다. 1위는 , 2위는 이다. 하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순재 볼래 현빈 볼래, 혹은 김수미 볼래 탕웨이 볼래 하면 답은 뻔하긴 하겠다. 주말이 지나면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봉 첫 주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금세 밀려나는 것이 요즘 극장가의 생리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 명색이 상업영화라지만 솔직히 이 영화엔 관객을 끌 요소가 많지 않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것도 형편이 넉넉지 않은 노인 4명의 사랑이야기, 영화화돼서 성공한 적이 없는 강풀의 만화 원작, 제목은 심심하기 짝이 없는 . 심지어 강풀조차 만화를 처음 그릴 때 “이런 만화를 독자들이 좋아할까”라는 의구심을 안고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일단 영화를 보면 대체로 운.. 더보기
탕웨이 인터뷰+<만추> 리뷰 아, 탕웨이. 는 탕웨이의 얼굴에서 시작해 탕웨이의 얼굴로 끝난다. 의 매력은 우연도 아니고 리안의 마술도 아니었다. 인터뷰는 7~8개 언론이 공동으로 50분 가량 진행됐다. 이런저런 질문에 이런저런 답변이 나왔는데,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는 어떤 답변을 리드로 써도 좋을 듯한 좋은 말들이 나왔다. 인터뷰를 한 뒤로 탕웨이가 더 좋아졌다. 인터뷰 전문과 리뷰. 사진 이석우 기자 -한국의 고전영화 리메이크에 중국 여배우가 나왔다. "감정이란 것에는 국경이 없다. 언어라는 것도 감정에 비하면 힘이 없다. 한국 영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처음 출연했는데, 계기나 믿음이 있나.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 좋은 상대 배역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믿음이 확인됐다. 난 현장에서 유일한 중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