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에 해당되는 글 4건

  1. 김곡+김선=방독피
  2. 비노슈+키아로스타미=<증명서>
  3.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들-1
  4. 장이머우와 <산사나무 아래> (2)
김선은 확신이 있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오만하다거나 경박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방독피>는 중간까지는 미심쩍다. 솔직히 미리 잡아둔 인터뷰를 어떻게 능수능란하게 취소시킬 수 있을까 궁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힘이 가득하다. 종반부에는 서울 거리에 엄청난 묵시록적 풍경이 나온다. 김선이 인용한 오시마 나기사의 말은 매우 멋지다.



전위라고 다 전위가 아니다. 미학의 전위에서 정치적 보수성을 드러내거나 급진적인 정치사상을 고루한 형식에 담아내는 예술가가 부지기수다. 

1978년생 일란성 쌍둥이 형제 김곡·김선은 현재 한국 영화의 최전위에 선 감독들이다. 미학과 정치 양 측면에서 모두 최전위라는 점에서 이들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도 독특한 존재다. <반변증법>(2001), <자본당선언: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2003) 등을 내놓으며 주목받았고, 김곡은 <고갈>(2008)을 따로 공개하기도 했다. 

<방독피(Anti Gas Skin)>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됐으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과 만났다. 
줄거리는 이렇다. 서울시장을 뽑는 투표일, 파란색을 상징으로 쓰는 여당 국회의원 주상근은 아내와 함께 투표소로 향한다. 마침 서울에는 방독면을 쓴 연쇄살인마가 출몰하고 있다. 주상근은 “뽑히면 죽는다”는 협박편지를 받고 불안해한다. 얼굴에 털이 난 늑대소녀는 경찰 간부인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고 믿는다. 
늑대소녀는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하길 원하는 이들을 몰고 다닌다. 주차질서요원 보식은 셔츠 안에 남몰래 슈퍼맨 의상을 입은 뒤 살인범 잡는 날을 꿈꾼다.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백인 미군병사 패트릭은 여자친구가 살해당하자 살인범의 자취를 쫓는다. 




정치 비판, 무의식을 파고드는 성폭력, 성장 위주의 한국 기독교, 소시민의 과대망상,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오리엔탈리즘 등 온갖 소재가 한 영화에 녹아 있다. 혼란스럽게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일찍이 한국 영화가 목격한 적이 없는 묵시록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김선은 관객과의 대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광우병 쇠고기 파동 직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들썩들썩하던 한국의 정치사회, 시민사회에 대해 역사적으로 일갈하고 기록을 남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영감을 얻는 곳은) 세상, 세상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야말로 엄청난 아이디어를 줬어요. 전의를 불태우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할까요. 대단한 세상이에요. 쓰는 데 1주일밖에 안걸렸어요.”

종반부의 편집은 긴박하고 강박적이다. 한 관객은 “너무 강박적이라 지루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선은 “극진한 사랑을 기대하진 않았다. 세상을 잘 재현하자는 마음뿐이었다. 무시무시하게 지루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쉽게 만들 수 없느냐’고 묻자 “어쩔 수 없다. 세상의 신이 그렇게 시킨다. <방독피>는 이 시대에 한 번은 꼭 나와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고갈> <방독피> 등은 이들의 초기작에 비하면 정연한 내러티브를 갖춘 편이다. 김선은 “내러티브가 영화의 이미지 구축에 해가 되는 영화가 있고 도움을 주는 영화가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영화를 다 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조만간 대기업이 투자한 상업영화를 내놓을 것이란 점이다. 그룹 티아라의 함은정, 황우슬혜 등이 출연하는 공포영화 <화이트>다. 지금까지 만든 모든 영화의 제작비를 합쳐도 <화이트>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촬영 막바지 단계라는 <화이트> 때문에 김곡은 부산에 내려오지 못했다. 김선도 <방독피> 상영 다음날 새벽 기차를 타고 귀경해야 했다. “상업영화라서 다른 건 못느끼겠다. 어떤 영화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영화 작업 자체는 똑같다”고 김선은 말했다. 

김선은 근사한 말들을 많이 했다. 때로 독특하게 높은 톤으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극중 주상근 의원이 겪는 불안한 하루를 조르조 아감벤의 ‘예외상태’에 빗대 설명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집에 가고 싶은 어린애” 같다고 해석했다. 영화 속에는 “세상엔 깨끗한 사람과 지지한(지저분한) 사람 사이의 휴전선이 있다. 투표일은 그 경계가 흐릿하게 사라지는 날”이라는 대사가 있다. 

“일본 영화감독 오시마 나기사는 이런 말을 했어요. ‘영화를 만드는 건 죄를 짓는 일이다’. 졸X 맞는 말이죠. 독립영화계는 좀 더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 ‘윗분’들이 보면서 ‘이거 불법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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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비노쉬, 혹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말은 좀 특이하다. 몇 차례 기자회견을 본 적이 있는데 여느 배우와 어법이 다르다. 굉장한 철학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횡설수설, 동문서답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허우샤오시엔,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올리비에 아사야스, 미하엘 하네케, 샹탈 애커만, 크지쉬토프 키에스로스키, 그리고 장 뤽 고다르와 작업했던 배우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통역이 버버버버벅대는 광경이 목격됐다. 수신기를 끼지 않고 그냥 영어로 들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리고 <증명서>가 좋다. '지그재그 3부작'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2010년이니까.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는 미묘하고 중요하다. 마치 연인처럼, 둘은 싸우고 사랑하고 화해하며 인생을 닮은 영화를 만들어간다.

이란 출신의 명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함께한 신작 <증명서>를 들고 부산을 찾아 12일 기자들과 만났다. 비노슈는 <증명서>를 시작한 상황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감독님이 여러 번 테헤란에 초청했어요. 첫날 감독님 집에 가기 전부터 걱정이 컸습니다. 남녀가 단 둘이 집에 있으면 이상한 소문이 돌 수 있고, 특히 아시다시피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가 더 그렇잖아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난 우정을 원한다’. 감독님이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나도 그렇다’고 말하더군요.(웃음)”

이날 둘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우정’을 나눴다고 한다. 특히 키아로스타미는 장시간에 걸쳐 자신이 겪었다는 실화를 들려주었다. 비노슈가 완전히 빠져들어서 듣고 있는데, 이야기를 마친 키아로스타미는 “내 말이 믿어지느냐”고 물었다. 비노슈가 “물론”이라고 말하자, 키아로스타미는 “다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이때부터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오가는 <증명서>의 작업이 시작됐다.

키아로스타미는 “쥘리에트에게 말하기 시작했을 때 이야기는 미완성이었다. 쥘리에트가 관심을 보이자 살을 붙여 설명했다. 쥘리에트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이후 시나리오를 썼다”고 설명했다.

비노슈는 이 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이전에도 베니스, 아카데미 등에서 수상한 적이 있는 상복 많은 배우다.

“학교 다닐 때 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제게 상은 무척 의미가 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걸 잊어버려야 합니다. 마음을 다해서 열심히 하면 상을 받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게 됩니다. 바람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놔두는 거죠.”

비노슈의 상대역은 연기 경험이 없는 바리톤 가수 윌리엄 쉬멜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전문 배우 3명을 차례로 비노슈의 상대역으로 추천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왜 이렇게 나이 많은 남자만 데려오느냐”는 핀잔과 함께였다. 결국 키아로스타미는 오페라 작업을 하다 만난 쉬멜을 점찍었으나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비노슈에게 본심을 얘기하지 않았다. 리허설 직전 키아로스타미는 비노슈에게 쉬멜 캐스팅 소식을 알린 뒤 당부를 곁들였다. “당신이 배우니까 쉬멜 연기 부분을 책임져 달라.”

프랑스 여배우지만 비노슈는 허우샤오시엔, 키아로스타미 등 아시아 감독들과도 인연이 많다. 비노슈는 “새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와 최대한 가까워질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 누군가란 바로 감독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영화를 찍겠다는 목적으로 배우 생활을 하지는 않아요. 그건 지루한 일입니다. 연기의 목적은 인생의 경험이죠.”(비노슈)

“전 연출하지 않습니다. 카메라 앞에 삶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관찰합니다. 때로 내가 누구인지를 잊고 관찰만 하는 적도 있습니다.”(키아로스타미)

<증명서>는 키아로스타미의 세번째 해외 로케이션 작품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차기작도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 언어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지만 역시 모국어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재 이란에서 영화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 영화 ‘증명서’

부부행세 하던 남녀, 진짜 부부감정이 싹트는데…


책 홍보차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방문한 작가 밀러(윌리엄 쉬멜)는 자신의 팬이자 갤러리를 운영하는 여자(쥘리에트 비노슈·오른쪽)와 만나 하루 동안의 관광에 나선다. 함께 들른 식당에서 부부로 오인받은 둘은 이후 부부 행세를 하며 다니는 놀이를 한다. 그런데 놀이가 놀이로 끝나지 않는다. 둘의 부부 행세는 행동을 넘어 생각과 감정으로까지 번진다. 어느덧 둘은 실제 부부인양 삶의 고민과 격정, 회한을 털어놓으며 싸우고 사랑하고 이해한다.

원제는 ‘Certified copy’. 사전적으로는 ‘증명서’의 뜻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을 고려하면 이 같은 번역은 충분치 않다. 오히려 ‘인증 사본’ 정도가 적당하겠다.

중년의 두 남녀는 실제 부부로 산 적이 없음에도 어느새 부부의 감정을 갖는다. 세월과 경험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지 않은 이들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가, 누군가의 아버지·스승·아내·자식·상사 등으로 규정되는 정체성은 개인의 본질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고 있는가,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위작인가, 우리의 삶이란 것은 결국 연극 같은 배역 놀이에 불과한 것 아닌가.

티격태격하던 남녀가 조금씩 사랑으로 접근하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외양을 갖고 있으면서도 <증명서>는 이같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소박하지만 진중한 감동을 주는 키아로스타미의 ‘지그재그 3부작’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증명서>의 질문을 낯설어할 수도 있겠다. 오랜 건물 위로 찬란한 햇빛이 부서지는 토스카나의 풍경도 기억에 담아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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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날 와서 지금까지 4일째. 모레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다. 예전처럼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한다.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영화를 하루에 4편씩 보기에는 힘이 부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래도 보려면 보지만 굳이 그렇게 보려고 들지 않는다.

<산사나무 아래>는 '<황후화>에 대한 반성문'과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폐와 향락과 질투와 모반과 불륜과 골육상쟁이 난무했던 <황후화>에 대해선 중국 공산당마저 비판한 적이 있다.
아무리 '국책예술가'의 반열에 든 장이머우의 작품이었다고 해도, 그 '퇴폐'를 받아들이기엔 중국 사회주의의 도덕성이 지극히 올곧았나보다. 그래도 난 <황후화>가 <연인>이나 <영웅>보다는 차라리 좋았다.




솔직히 이라크 전 직후 개봉한 <영웅>을 보고 난 장이머우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산사나무 아래>는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이며, 원숙한 감독의 터치가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영웅>에 나타난 패권주의, 중화주의는 여전히 목 안의 가시처럼 남는다. 그 이전과 이후 어떤 영화를 찍었다 해도 상관없다.


미이케 다카시의 <13인의 자객>.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대사에선 적이 200명쯤 된다고 했는데,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죽어나가는 사람이 200명은 확실히 넘는 것 같다. 하도 많이 죽이니 나중에는 <레지던트 이블>을 연상케 했다. 그래도 즐길만한 상업영화긴 한데,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정신, 희생 등을 얘기하는 대목에선 조금 오금이 저렸다.


<티켓>은 재미있다. 임권택 감독이 훗날 <노는 계집 창>에서 찍었던 것과 비슷한 장면도 있다. 가장 깜짝 놀란 장면은 김지미의 누드 장면이다. 김지미가 애인 박근형의 영감을 위해 나신으로 베란다에 나가 섰다가 살짝 도는 모습이 있다. 그래도 86년작인데, 그 정도의 노출이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오다가다 만난 김지미는 꼿꼿하고 정정했다. 배우답게 늙어가는 것 같았다.

<방독피>는 김곡, 김선 감독의 신작이다. 베니스에서 먼저 상영했다. 중반부까지는 관람이 쉽지 않은데, 종반부 강력한 펀치가 숨어있다. 엄청나게 힘이 넘치는 장면들이 잇달아 나온다. 서울을 그렇게 묵시록적으로 그린 이미지의 한국영화는 지금가지 없었던 것 같다.
상영후 GV가 있었고 김선 감독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곡 감독은 <화이트> 촬영이 있어 오지 못했고, 김선 감독도 다음날 새벽차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듣던 대로 유쾌한 사람이었다.


<바람과 모래>는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왕빙의 첫 극영화다. 부산에서 지금까지 본 영화중 <바람과 모래>는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가 좋지 않았다.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힘은 대단했으나, 후반부부터 미심쩍어지기 시작했다.
우익인사, 자본주의자로 몰려 '재교육'을 받고 있는 중국인들이 주인공인데, 이들의 처참한 삶을 매우 정직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죽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아내의 울음을 거의 40분 정도 들려준다.

물론 계속 우는 건 아니고 중간중간 울지만, 난 이 울음을 참기 어려웠다. 인물의 고통을 관객에게 전이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런 식의 전이가 옳은 방법인가, 영화에서 정직과 직설은 반드시 좋은 것인가. 너무 노골적인 것은 아닌가, 그래서 선정적인 창작 태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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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장이머우 감독의 행보는 ‘물량’과 ‘중화’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영웅>(2002), <연인>(2004), <황후화>(2007) 등 중국의 화려했던 옛 시절을 뽐내는 대작 사극과 초창기의 소박한 리얼리즘 드라마 사이에는 심연이 놓여 있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연출과 함께 장이머우의 경력은 절정에 오른 듯했다.

그러나 장이머우의 행보에 대한 반발도 없지 않았다. 특히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다는 당 황실을 배경으로 황제와 황후, 그 자식 간의 암투, 음모, 불륜을 그린 <황후화>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산사나무 아래>는 <황후화>와 대척점에 놓인 작품이다. 마치 <황후화>에 대한 반성문이라도 쓰는 느낌이다. 영화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출신 성분이 다른 두 젊은 남녀의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그린다. 주연을 맡은 여우 저우동위, 남우 두오샤오는 연기 경력이 거의 없다.

7일 <산사나무 아래> 언론시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이머우는 “우연히 감동적인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로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문화혁명 기간을 배경으로 한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투옥되고 어머니마저 투병 중인 징치우(저우동위)는 정식 교사가 돼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도시 학생들을 농촌에서 의무적으로 교육받도록 하는 제도에 따라 징치우는 농촌에 한동안 체류하는데, 여기서 지질탐험대원으로 내려온 라오산(두오샤오)과 서로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사소한 소문에도 흠이 잡혀 출셋길에 발목이 잡힐까봐 전전긍긍하던 시대, 둘의 자유연애는 순조롭지 않다. 징치우와 라오산은 도시로 돌아온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지만, 라오산의 몸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난다.

두 연인은 한 침대에 누워서도 서로의 몸을 지켜줄 만큼 고전적인 사랑을 나눈다. 이야기만 보면 ‘신파’에 가깝지만, 장이머우는 신분 차이, 불치병 등 자극적인 소재를 최대한 담담하게 연출했다. 장이머우는 궁리, 장쯔이 등 훗날의 스타 여배우를 발탁하는 데 탁월한 안목을 발휘해 왔는데, <산사나무 아래>의 저우동위도 향후 중국영화에서 자주 만날 듯한 외모와 연기력을 보인다.

장이머우는 16~26살의 성장기에 문화혁명을 직접 겪었다. 그는 “비극적이고 아픈 기억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문화혁명이라는 소재를 멀리 하고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수천명을 카메라테스트 한 뒤 뽑은 두 젊은 배우에 대해서는 “영화 배경이 두 배우가 살았던 시대가 아니어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연기해달라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저우동위는 “너무나 유명한 감독님과 작업해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장이머우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며 “감독님은 연기뿐 아니라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장이머우의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는 제4회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장이머우로서는 11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셈이다. 그는 “당시(1999년) 느낌이 좋아 부산영화제가 더욱 발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예상대로 아시아 최대·최고의 영화제로 성장했다”며 “중국 영화팬들도 매우 오고 싶어하는 영화제고,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떠나는 마지막 해에 오게 돼서 큰 영광이고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는 이날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영화제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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