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 한국영화 베스트5
  2. <퀵>과 <고지전> 사이-고창석
  3. 당신이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고지전> 리뷰
작년엔 베스트10까지 뽑았는데, 올해는 그렇게 뽑을 이유를 못찾겠다. <씨네21>은 2010년 12월 22일 개봉한 <황해>를 올해 넣었던데(아마 설문 취합과 마감 사정 때문에), 난 <황해>를 지난해 리스트에 이미 넣었다. 아래 베스트5는 무순. 

-파수꾼


이런 스토리텔링은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없다. 세부 묘사와 큰 서사와 감정의 울림을 모두 성취한 수작. 윤성현의 다음 영화를 어서 보고 싶다.


-두만강

얼음보다 차가운 엔딩. 지금까지 나온 장률의 최고작. 장률의 스타일은 아직 유효하다.



-고지전

한국전쟁을 다루는 영화가 당분간 <고지전>을 앞설 수 있을까. 난 <마이 웨이>의 전투 장면을 보면서 <고지전>보다 독창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중공군 접근 장면은 압권.


-북촌방향


최근 한국영화에서 만난 가장 미스터리한 공간인 카페 '소설'. 전성기의 장효조는 방망이 거꾸로 들고도 3할을 친다고 했는데, 지금 홍상수는 졸면서 찍어도 베스트 5에 든다. 위의 스틸은 한동안 네 노트북 바탕화면이었다.  


-써니


난 <써니>에 과도할 정도의 야심이 담겼다고 느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중은 그 야심을 여유 있게 소화해 주었다. 결말의 '돈지랄'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고 나도 어느 정도 그 비판에 동의하지만, 영화 전반의 찰기와 캐릭터를 다루는 솜씨, 세심한 프로덕션은 영화의 알쏭달쏭하고 미심쩍은 이데올로기를 상쇄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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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어느 카페에서 만난 고창석/김정근 기자



 
여름 성수기를 노린 대작 <퀵>과 <고지전>이 동시에 개봉한 20일, 얄궃은 운명을 탓한 한 남자가 있었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 고창석(40)이다.

고창석은 의도치 않았다고 하지만, 올해 그의 출연작 목록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말 개봉해 올초까지 상영한 <헬로우 고스트>에서 시작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혈투>를 거쳐 <퀵>과 <고지전>을 지나 촬영을 마친 <미스터 아이돌>과 촬영중인 <미스고 프로젝트>와 <시체가 돌아왔다>까지, 잘 나가도 이렇게 잘 나갈까 싶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고창석은 ‘시기’와 ‘운’을 이야기했다.

“관객이 제 얼굴을 알아보면서 아직 식상해 하지는 않는 시기 아닐까요. 얼굴이 친근하게 생겼다는 플러스 요인도 있겠고요.”

허나 아무리 때가 좋아도 능력, 특색 없는 배우가 인기 있을 리가 없다.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의 영화감독 역으로 관객에게 각인된 이후, 고창석은 출연작마다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명품 조연’이 됐다.

애초 고창석은 <고지전> 촬영 일정 때문에 <퀵>의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나 <퀵>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고지전>의 장훈 감독에게 연락해 “모든 일정을 맞춰줄테니 고창석을 빌려만 달라”고 부탁했다. 일면식도 없는 자신을 특별히 찾아준 윤 감독이나,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 등 자신이 연출한 세 작품을 모두 함께한 장훈 감독이나 고창석에겐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고창석이 북한 출신 국군으로 등장한 <고지전>



 
두 영화의 촬영장은 극과 극이었다. 전쟁영화 <고지전>은 지난해 9월 크랭크인해 혹독한 겨울을 거치며 6개월간 현장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은 모두 신병 교육을 방불케하는 군사훈련을 받았고 실탄 사격도 했다. 대사는 생소한 평안도 사투리였다. 반면 컴퓨터 그래픽이 많은 <퀵>은 대부분 세트장 안의 블루 스크린(특수효과를 덧입히기 위한 장치) 앞에서 연기했다. 대사는 고향인 부산 사투리로 할 수 있었다.

부산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그가 서울 영화계에 진입한 계기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였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이영애에게 총을 만들어주는 남자 역을 따냈다. 그러나 영화를 처음 찍는 많은 연극배우가 그렇듯, 사투리가 아니라 대사톤이 문제였다. 작게 낸다고 낸 목소리였는데 촬영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답답해하던 박 감독이 보다 못해 고창석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 “당신 연기 좀 보라”고 말했다. 영화와 연극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수재’ 소리를 듣던 형과 누나를 둔 막내 고창석이었다. 부모님의 속을 크게 썩인 적은 없지만, 집안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 89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 “아무 생각 없이” 탈춤 동아리에 가입해 마당극과 사물놀이를 했다. 연기가 재밌다기보다는 시대 상황과 맞물린 그 치열함에 끌려 들어갔고 93년엔 부총학생회장까지 했다. 이후 졸업장에 의미를 못느껴 학교를 떠난 뒤 민중가요 노래극단 ‘희망새’에 들어갔다. 고창석은 그곳에서 현재의 아내 이정은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둘은 98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늦깎이로 동반 입학했다.

이정은 역시 연극, 영화에서 두루 활약하는 배우다. 서로의 연기에 대해 평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 아내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솔직하게’ 평가했다가 대판 싸운 뒤 다시는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웃음기 많고 사람 좋은 인상의 아저씨 역할을 많이 맡는 고창석. 그러나 20대에는 “못되게 생겼다”는 얘기를 듣는 인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이 웃겠다”고 생각했고, 40대에 들어서자 급기야 “귀엽다”는 소리까지 듣는다고 했다. 

<퀵>과 <고지전>이 같은날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당황했다는 고창석이지만, 영화의 만듦새를 보고는 안심했다고 한다. 그는 “<퀵>은 어린 시절 본 성룡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고지전>은 15살난 여조카가 재미있게 볼 정도로 무게와 재미를 다 갖춘 전쟁영화”라고 자부했다. 두 영화의 승부가 어떻게 나든, 고창석은 이긴다.

<퀵>의 고창석과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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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고 말했다. 20일 개봉한 <고지전>(사진) 역시 그 많은 등장인물을 모조리 죽이고야 끝내겠다는 듯 참혹하고 처절한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프로덕션을 진행했던 장훈 감독은 “지금 이 상황에서 전쟁영화를 찍는 게 맞느냐는 회의” 속에서 작업해야 했다. 회의와 번민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 결과물인 <고지전>은 보여준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25일 일어나 53년 7월27일 휴전협정과 함께 끝났다. 그러나 역사에 굵은 글씨로 남는 사건은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 1·4 후퇴 정도다. 51년 6월 이후 전선이 교착되면서 전쟁 당사자 간의 휴전 협정이 진행됐다. 그 사이 교착된 전선에선 지도 위 1㎜로 표시되는 땅을 빼앗기 위해 남과 북의 군인들이 서로를 죽고 죽였다. 한국전쟁의 총 사망자 400만명 중 그렇게 죽은 사람이 300만명이었다. <고지전>은 그 상황을 그린다.

1953년 2월.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는 남북의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의 악어중대에 배치된다.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되는 등, 아군이 적과 내통한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강 중위는 그곳에서 전쟁 초기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난다. 유약한 이등병이었던 수혁은 그 사이 ‘전쟁기계’를 방불케 하는 베테랑 중위가 돼 있었다. 진통제를 상시로 투약하는 어린 대위 신일영(이제훈), 북한 사투리를 쓰는 상사 양효삼(고창석), 음주가무를 즐기는 중사 오기영(류승수) 등의 사이에서 강은표는 악어중대가 감춘 비밀에 접근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몇가지 대사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다.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죽었다.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 없어서 계속 여기에 살아가는 것 아닐까”, “우리는 빨갱이랑 싸우는 게 아니라 전쟁이랑 싸우는 것 같다” 등의 대사다.


내일이면 다시 빼앗길 고지를 오늘 빼앗기 위해 군인들은 총을 쏜다. 군인들은 장기판의 말이 아니지만, 말처럼 움직여진 뒤 죽는다. 왜 싸우는지, 왜 죽는지라도 알면 다행이겠다. 전쟁 초기 마주쳤던 인민군 중대장 현정윤(류승룡)은 그 이유를 안다고, 알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3년 후 다시 만난 현정윤은 싸우는 이유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머뭇거린다.


총제작비가 13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작으로서의 자랑거리인 스펙터클도 놓칠 수 없다. 실제 화재가 나 민둥산이 된 경남 함양산에서 촬영한 전투 장면이 장관이다. 거대한 전쟁벽화처럼, 미시적 백병전과 거시전 전황이 동시에 그려진다.


<만추>,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찍은 김우형 촬영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제의식,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술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전쟁영화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를 잇달아 성공시켰던 장훈 감독의 세번째 작품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각본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을 쓴 박상연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당신이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관객들 역시 한국 영화계가 내놓는 전쟁영화가 무엇을 어떻게 그리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전쟁영화는 영화 이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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