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에 해당되는 글 3건

  1. 만세 부르는 하정우 (2)
  2. <황해>, 나홍진 감독 인터뷰 (2)
  3. 개와 개장수와 개판. <황해> 리뷰 (5)
<황해>는 쓰레기같은 영화인데, 내가 영화 리뷰를 쓰고 감독 인터뷰까지 하면서 이 영화의 폭력성을 모호하게 에둘러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애기를 트위터에서 접했다. 일단 난 이 영화가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언론에서 다룰만큼의 화제성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황해>를 재밌게 본 사람은 상종조차 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는 좀 이해하기 힘들다. <황해>를 지지하는 건 히틀러에 투표하는 것과 다른 의미 아닌가.

아무튼 개봉 첫 주 흥행 1위를 한 후, 차츰 흥행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황해> 홍보사에서 또다른 자료를 보내왔다. 이번엔 좀 웃긴 자료다. 하정우가 곳곳의 촬영현장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데, 배우는 현장에서 이러고 있었다니. 지친 현장의 활력소가 되려는 살신성인인가? 천하의 낙천가인가? 아래는 '문제의 사진'과 함께 보내온 보도자료.


장면 별 캐릭터의 감정을 담은 하정우 만세 화제!

액션과 스릴은 물론 밀도높은 드라마까지 차원이 다른 영화적 재미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황해> 하정우의 만세 스틸을 공개했다.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나홍진 감독의 고집과 대한민국 최고 배우, 하정우-김윤석의 열연으로 완성된 <황해>. 촬영 도중 만세를 외치고 있는 하정우의 모습은 300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중국은 물론 대한민국 전역 로케이션을 감행해야 하는 빡빡한 촬영 속에서도 끈끈한 열정으로 뭉친 현장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하정우의 만세는 촬영 장면 구남의 심정이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센스 정우’의 만세는 현장의 활력소!

중국 대련 앞에서 이뤄진 만세는 연락이 끊어진 아내를 기다리며 택시를 운전하며 살아가는 고단함을 담은 무표정으로,

살인자 누명을 쫓기는 상황에 처한 구남의 힘든 도주 여정 촬영에서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는 하정우. 촬영 기간 동안 현장의 활력소 역할을 해준 하정우의 만세는 3시간 반에 걸친 등산으로 겨우 오른 정상에서도 멈추지 않았다고. 특히 긴장감 넘치는 마작 촬영에서는 하정우가 현장 분위기를 풀어주고자 직접 마작 패를 탑처럼 쌓아올리고 만세를 취해 스탭들은 하정우를 센스 정우 불렸다고.

 

마다 영화 속에 다른 재미가 있다는 평을 들으며 재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황해> 가장 영화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로서 ‘황해앓이’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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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쓰지는 않았지만,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영화 줄거리나 디테일에 대한 지엽적인 질문으로 소비했다. 그리고 많은 영화가 그렇겠지만, 이 영화도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계산 아래 만들어졌음을 알았다. 따지자면 난 <추격자>보다는 <황해>를 선호한다.

하정우는 올해의 고생상을 받아 마땅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선 젊은 연인들이 <황해>를 보면서 느낀 건 끝 모를 광기와 절망이었을 터다. 영화판에서는 한없이 늘어난 촬영기간과 그에 따라 치솟은 제작비, 감독의 열정 혹은 집착을 둘러싼 온갖 루머도 나돌았다.

아무튼 <황해>는 세간의 소문, 논란, 호평, 악평을 뒤로 하고 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하고 있다. 역시 숱한 화제를 만든 <추격자>로 데뷔해 두 번째 작품 <황해>를 갓 선보인 나홍진 감독을 28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순수’라는 어휘를 많이 사용했다.

“제가 너무 정직하게 간 것 아닌가 걱정했어요. 너무 순수했던 것도 같고요. 사건을 순수하게 표현하려 했거든요. 저는 만족했지만, 그 순수함을 관객에게 보여드리려 하니 슬슬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 야생의 사내들이 인천공항에 나타나는 순간, 영화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손도끼, 쇠뼈다귀 등을 이용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는 면가(김윤석) 역시 감독의 해석으로는 ‘순수한 남자’다. “너무나 순수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어쩌면 저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고 나 감독은 말했다.

<추격자>는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범의 피해자를 상상하며 구상한 작품이었다. <황해> 역시 감독을 따라다닌 한 이미지에서 시작됐다.

“<추격자> 프리프러덕션 과정이었는데, 분식집에 떡볶이를 먹으러 갔어요. 거기서 추레한 작업복 차림의 10살가량 되는 아랍계 아이가 덮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맛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내 몸을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마음만 있는 것 같았어요. 무서웠어요.”

거친 세상 속에서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치는 소년의 이미지가 영화 속 구남(하정우)으로 연결됐다. 한 치의 희망도 없이 비정한 세상은 감독의 세계관일까.

“마지막 컷에서는 영화마저 주인공을 버립니다. 시종일관 그를 쫓아가던 카메라마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몇몇 관객은 이 남자의 운명을 느낄 것 같아요. 냉정하고 꼿꼿하게, 흔들림과 치우침 없이 담아내려 했어요. 살려고 충돌하고 발악하던 사람들이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이후의 이야기, 그 어두운 면을 담으려 했습니다.”

<황해>를 좋지 않게 본 이들도 이 영화 속 자동차 추격 장면의 박력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나 감독은 자동차 하나하나에 ‘인격’을 부여했다고 한다. 이 차는 구남처럼 보여야 하고, 저 차는 면가처럼 보여야 했다. 또 텅 빈 도로에서 ‘그림’을 만드는 게 싫어서 컷마다 보조출연 차량으로 틈을 채워나갔다. 나 감독은 “유상섭 무술감독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는 ‘죽을 각오로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극중 김태원(조성하)이 살인을 교사한 진짜 이유는 영화 막판의 반전에 가깝다. 나 감독은 “무시무시하고 지저분한 사건의 원인이 다시는 쳐다보기 싫을 만큼 천박하고 사소한 이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에서 캐스팅된 듯한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황해>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영화인들의 화제였다. 감독이 완벽주의를 고수하느라 수많은 스태프와 마찰을 일으켰으며, 그 와중에 스태프들이 떠나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나 감독은 “<황해>가 안주가 됐다”며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태프들이 대거 교체된 이유에 대해선 “많은 스태프의 계약 기간이 4개월이었다. 촬영기간이 여느 영화의 2배가 넘는 11개월이다 보니 다음 영화를 위해 그만둬야 하는 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독, 배우, 스태프 모두 <황해>의 기나긴 촬영기간을 견디며 어느 순간 ‘지옥’을 맛봤다. 그러나 영화는 그 어느 분야보다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는 성향이 강하다. 100억원대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황해>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지옥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갓 지옥에서 빠져나온 나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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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를 본 뒤 몇 가지 논쟁이 있었다. 우선 김윤석과 그 일당이 맛있게 먹은 고기가 무엇인가. 돼지설, 개설이 오갔고. 심지어 사람설까지 나왔는데 설마. 아무튼 김윤석은 이 돼지뼈다구인지 개뼈다구를 들고 싸운다. <하몽하몽>에서 돼지 뒷다리 들고 싸우는 장면이 나왔다고 하는데, 아무튼 <황해>의 무기는 독창적이다. 

어떤 장면을 보면 그냥 "미쳤다"는 소리가 나온다.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재미있기는한데, 누군가에게 선뜻 보라고는 말 못하겠다.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봐.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인과 손잡고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영화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 나름 흥미진진하겠다.   

김윤석은 옌벤의 개장수다. 다크 포스가 물씬 풍긴다. 하정우의 표정이 불쌍하다.


<황해>의 등장인물들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개가 적당할 것 같다. 이 개 같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 물고 물리고 죽이고 잡아먹힌다. 때로 개들은 광견병에 걸려 필요 이상 난폭한 짓까지 저지른다.

실제 <황해>의 도입부에는 영화에서 유일한 내레이션이 나온다. 옌볜의 택시기사 구남(하정우)은 열 한 살 때 ‘개뱅’(개병, 즉 광견병)이 돈 얘기를 전한다. 병에 걸린 개는 제일 먼저 제 어미를 물었고 이후 아가리로 물 수 있는 건 모조리 물어죽였다. 며칠 뒤 삐쩍 마른 꼴로 나타난 그 개는 천천히 드러누워 죽었고, 구남은 개를 묻어줬다. 어른들은 그날 밤 묻힌 개를 꺼내 잡아먹었다. 구남은 다시 “개뱅이 돌고 있다”며 내레이션을 마무리한다.

구남은 절망적이다.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내는 여섯 달째 소식이 없고, 아내의 비자를 받기 위해 빌린 사채빚은 갚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그때 개장수이자 청부살인 브로커인 면가(김윤석)가 접근해 솔깃한 제안을 한다. 한국에 가서 누군가를 죽이고 오면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것이다. 구남은 돈을 벌고 아내도 찾을 겸 한국행 밀항선을 탄다. 그러나 구남이 죽이려는 대상은 눈앞에서 다른 이들에게 살해당한다. 구남은 몰려든 경찰에게 쫓긴다. 청부살인을 의뢰했던 태원(조성하)은 증거인멸을 위해 구남을 없애려하고, 이 과정에서 옌볜에 있던 면가까지 한국으로 넘어온다.

자동차 20대를 완파시키면서 이런 장면을 찍으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

구남은 한국에 가면 찾을 수 있는 돈과 여자, 옌볜에 남은 자식 등 세 가지만을 생각한다. 그 외엔 생각하려야 생각할 수 없이 절박한 처지다. <황해>의 각본가·연출자인 나홍진은 ‘옌볜이 아니라 그 어떤 곳에 있는 남자들도 이 세 가지 욕망을 좀 더 세련되거나 단순한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 듯하다.

나홍진은 역시 하정우·김윤석과 함께한 전작 <추격자>에서 서울 강북 지역 주택가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황해>에선 공간이 확장됐다. 카메라는 옌볜, 동해, 황해, 울산, 부산, 서울을 오간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아저씨>가 태국의 킬러를 초청했다면, <황해>는 옌볜의 살인 브로커를 끌어들인다. 폭력을 다루는 한국의 상업영화는 이제 한국 폭력배를 넘어 범아시아 폭력배까지 불러모으고 있다.

야생으로 살아온 옌볜의 조폭들과 온실에서 지낸 서울의 조폭들이 마주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구남이 홀로 동분서주하는 1시간가량이 지나면, 서울 조폭 태원이 등장하고 이어 옌볜 조폭 면가가 나온다. 서울내기들은 그 야생성에 금세 기가 죽는다. 태원이 애완견 두목이었다면 면가는 들개 두목이다. 들개들이 휘젓자 한국은 금세 개판이 된다.

<황해>는 그 개판을 표현했다. 화면에는 한국의 상업영화가 허용하는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열정 혹은 광기가 넘실댄다. 특히 몇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을 보고 나면 기가 빼앗기는 듯 힘이 든다. 관객이야 즐기면 그만이지만, 내심 스태프나 배우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의 장면이 이어진다.

얼굴에 "힘들다"고 써있다.

하정우는 <황해> 촬영에 대해 “군대 재입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밀항 장면을 찍기 위해 실제 3일간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도입부에 잠시 나온 뒤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김윤석의 연기는 <타짜>의 ‘아귀’급이다.

개는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저 생존하려 할 뿐이다. 개가 될 바엔 살아남는 개가 되려다가 도리어 죽음의 아가리로 기어들어가는 구남을 보면서 관객은 무엇을 생각할까. <황해>는 영혼을 정화하거나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가 아니다. 도리어 세상의 비정함과 악함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한다. 주로 여자들이 토막 살해당한 <추격자>는 밸런타인데이, 남자들이 떼죽음당하는 <황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했다. 감독과 배급사도 참 짓궂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개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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