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계십니까. 그것이 사랑인 줄 어떻게 압니까.


2일 개봉하는 <페이퍼 하트>는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섞은 영화입니다. 코미디언이자 가수인 샬린 이와 배우 마이클 세라의 연애 과정은 픽션이고, 샬린 이가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 나눈 인터뷰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샬린 이는 사랑에 대해 물으면서 스스로 사랑에 빠집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샬린 이는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주의자로 시작합니다.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그것이 사랑인 줄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다가 마이클 세라와 만나 가벼운 데이트를 즐기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서로에게 장난을 치고 호의적인 말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가벼운 키스를 합니다.


난관은 두 배우가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시작됩니다. 마이클 세라는 개인의 감정과 사생활이 촬영팀에 노출되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운 눈치입니다. 둘은 눈짓으로 신호를 교환한 뒤 카메라를 피해 달아나기도 하고, 감독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감독은 ‘사랑의 도시’인 파리에 갈 경비를 제작자로부터 얻어냈다며, 영화 엔딩을 파리에서 찍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끌려 떠난 데이트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둘의 관계는 위기에 빠집니다.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선남선녀 연예인을 짝지어 준 뒤 둘이 사귄다는 가정 아래 진행됩니다. 이번주엔 둘이 포옹을 했다느니, 어딘가로 여행을 갔다느니 하는 시시콜콜한 사건이 프로그램의 동력입니다.
둘은 방송사의 주선과 작가·프로듀서의 연출에 따라 연애 감정을 흉내내고, 대중은 이 연애가 연기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청합니다. 물론 둘 사이에 연기가 아닌 진짜 감정이 싹틀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방송 대본에 없고 연예인의 소속사에서도 원치 않는 일이겠죠.
<페이퍼 하트>는 카메라 앞 연애의 거짓을 폭로하는 지점까지 이르니, <우리 결혼했어요>보다는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은 스스로를 의식하는 순간 허약해집니다. 호흡을 의식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물을 의식하면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 헤엄치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단편 <나날의 봄>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천천히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을 천천히 인정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천천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역시 불가능한 것 같다.”


야구 선수인 동시에 해설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선수는 공을 열심히 치고, 해설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둬야 합니다. 연애에 대한 해설일랑 친구나 가족에게 맡겨두고, 당사자는 연애에 몰두하는 편이 좋습니다.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인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인가, 이 감정은 사랑인가, 이 사랑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처음 사랑하는 사람에겐 좋지 않은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