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장서 물러난 박광수 감독

최근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박광수 감독에 대한 지역 언론의 반응은 그의 동상이라도 세워주겠다는 기세다. 부산영상위의 기틀을 잡고 물러나는 그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칠수와 만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 등 사회성 짙은 리얼리즘 영화로 각광받던 박 감독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영화행정에 발을 내디딘 뒤 99년 부산영상위 출범과 함께 초대 위원장이 됐다. 부산영상위의 주요기능은 촬영지원 및 영화산업 육성이다. 부산영상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269편의 한국 장편영화가 부산에서 촬영됐다. 매년 한국영화의 40%가 부산에서 촬영되는 셈이다. 한국영화에 유독 부산 사람이 많이 나오거나 부산이 촬영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다고 느낀다면, 그건 부산영상위의 활약 덕이다. 이후 한국에는 11개, 일본에는 100여개의 지자체가 부산을 따라 영상위를 세웠다.
 
박 감독은 최근 경향신문과 만나 “ ‘문화불모지’라 불렸던 부산이 이제 ‘영화도시’가 됐다는 것이 가장 보람있다”며 “각박하던 시민들에게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길 막고 촬영하는 데 좋아할 주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건 10년 전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1분 1초를 아껴 쓰는 촬영장 부근에서 소란을 피워 촬영을 방해하는 일이 잦았다. 마약, 조직폭력, 재난 등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 대해선 지역 이미지 나빠질까봐 촬영을 꺼려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부산시와 영상위의 노력이 컸다. 촬영이 끝나고 뒷정리가 되지 않아 민원이 나올까봐 영상위는 아예 용역업체에 촬영장 정리를 맡겼다.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시장은 텔레비전에 나와 홍보했다. 지금 부산은 최적의 촬영지다. 도로를 막고 영화 찍은 것도 부산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부산영상위의 다음 목표를 대형 스튜디오 건립으로 꼽았다. 최근 정부는 해외 영화의 한국 로케이션을 적극 추진하려는 움직임이지만, 박 감독은 “독립영화라면 몰라도 상업영화는 한국 로케이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한국적 특색이 살아 있는 촬영지가 드물고 날씨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의 우수한 스태프들을 활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라면 해외 영화인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광안리 뒤쪽에 확보된 제2 스튜디오 부지에 예정대로 3300㎡(1000평)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가 들어선다면, 부산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영화인들을 위한 촬영지가 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여수 세계엑스포 문화예술준비단장을 맡은 후 올 7월부터는 예술총감독이 됐다. 아울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으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영상위를 물러난 건 3개 직을 함께할 만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조금만 더”라며 붙잡는 이가 많아 물러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덕분에 차기작은 엑스포가 끝나는 2012년 이후에나 생각할 계획이다. 그는 “시나리오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어떤 영화든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