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하지원 찬가' 수준이다. 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대단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하지원은 좋은 배우이자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7광구>의 하지원. 고생이 많았음.


 
하지원(33)은 액션 배우입니다. 이렇게 부를 여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데 대해 한국 감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합니다.

그가 주연한 <7광구>가 이번주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망망대해 위 석유시추선에서 벌어지는 대원들과 정체불명 괴수의 싸움을 그립니다.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하지원은 총을 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살아남습니다. 종반부 20여분은 하지원과 괴물 단 둘을 위한 무대와 다름 없습니다. 총제작비만 130억원대가 투입된 3D 블록버스터의 종반부를 홀로 책임질 한국 여배우로는 하지원 이외에는 떠오르는 이가 없습니다.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휴양지를 덮친 ‘메가 쓰나미’를 그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서도 하지원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원은 침체에 빠져있던 윤 감독의 재기작 <1번가의 기적>에서 여자 복서였고, 얼마전 인기를 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스턴트우먼이었으며, 지금 촬영중인 <코리아>에서는 탁구선수 현정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여배우는 없습니다. 스스로 “체력장 특급, 체육 올수”였다고 자랑하는 하지원이지만, 이어지는 ‘몸 쓰는’ 작품이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피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칠 위험까지 있는 액션 영화는 몸이 재산인 여배우에게 그 재산을 탕진시킬 가능성까지 안겨줍니다. 배우들의 ‘링거 투혼’은 남용되는 기사 소재라 신선하지 않지만, 하지원이 그랬다면 진짜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원은 “‘미용’이 아닌 ‘치료’ 개념의 마사지를 받는다” “머리 기를 틈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것은 투정이 아니라 직업적 자부심에서 나온 말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지원은 전도연처럼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는 영예를 누리는 배우는 아닙니다. 심은하나 이영애같은 우아함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김혜수같은 섹시함이나 김태희같은 미의 표준을 과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지원에겐 여름 휴가철 관객의 눈을 즐겁게하는 블록버스터를 홀로 이끌어나갈 힘이 있습니다. 그건 거친 몸동작 속에 섬세한 감정을 담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간혹 물량공세를 펴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고까운 시선도 있습니다만, 영화가 예술인 동시 산업인 한 앞으로도 블록버스터는 극장의 가장 큰 스크린을 차지할 겁니다. 남우의 전유물과 같았던 블록버스터의 주연을 해낸 하지원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원을 능가할 정도로 ‘몸 잘쓰는’ 여배우가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쓰나미에 휩쓸리거나, 펀치를 맞거나, 기름을 뒤집어쓰거나, 멍이 들지 않은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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