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배우를 말한다'에 해당되는 글 42건

  1. 배우가 하면 한다. <페이스메이커>의 김명민 (1)
  2. 이민정이라 쓰고 대세라고 읽는다. <원더풀 라디오>
  3.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 니콜 키드먼과 <래빗홀>
  4. 메릴 스트립의 마거릿 대처, <철의 여인>
  5. 유아인, 장근석, 송중기, 충무로 남우의 세대 교체.
  6. 미쳐주세요. 니콜라스 케이지
  7. 사랑은 공짜입니다. <티끌모아 로맨스>와 송중기 인터뷰 (2)
  8.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돼지의 왕>의 여배우들+<돼지의 왕> 리뷰
  9. 레드카펫은 구리다. <완득이>의 유아인
  10. 바다 같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11. 영리한 전도연
  12. 낙천적인 톰 아저씨, <로맨틱 크라운> (3)
  13. 인생은 짧다-켄 정 인터뷰 (1)
  14. 하지원 찬가 (3)
  15. <퀵>과 <고지전> 사이-고창석
  16. 윤계상은 풍산개
  17. 아빠가 되려는 소년, 조니 뎁
  18. 불량식품 같은 남자, 스티븐 시걸
  19. <수상한 고객들>, 류승범
  20. 가부장의 권위, 로버트 드니로
  21. 위노나 라이더의 잔인한 열연 <블랙 스완> (4)
  22. 탕웨이 인터뷰+<만추> 리뷰
  23. <조선명탕점: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지민 인터뷰
  24. 영화 <글러브>리뷰+유선 인터뷰 (34)
  25. 앤 해서웨이의 해피 엔딩, <러브 앤 드럭스>
  26. 귀신 보는 남자. 차태현.
  27. <김종욱 찾기>, 공유 인터뷰
  28.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 장동건
  29. 평범하기에더 정이 가는 남자
  30. 수애 ‘첫사랑 이미지’ 버리고 악역 해보세요

/강윤중 기자

‘메소드 연기’란 극중 인물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연기 방법을 말한다. 한국의 수많은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추종하지만, 김명민(39)만큼 이 방법론을 철저하게, 심지어 고지식하게 적용하는 배우도 드물 듯하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페이스메이커>에서 김명민은 한물간 마라톤 선수 주만호로 등장한다.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배달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다시 한번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 주만호의 쓰임새는 젊은 금메달 유망주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젊은 선수를 위해 30㎞ 지점까지 안정적으로 속도감 있게 뛴 뒤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다. 평생 자신을 위해선 뛰어본 적이 없는 주만호는 다시 한번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가족, 대표팀 동료의 시선은 탐탁치 않다.

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에게 몸상태부터 물었다. 루게릭병 환자 역을 하겠다며 20㎏ 감량을 한 적이 있는 그는 어느새 ‘자기 혹사의 아이콘’처럼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명민은 명랑했다.

“‘혹사’라는 표현은 ‘왜 불필요한 고생을 하냐’는 말처럼 들려요. ‘왜 힘든 역할만 하냐’는 지인들의 말도 많이 듣고요. 아니에요. 힘든 역할은 없어요. 캐릭터는 배우가 만듭니다. 배우가 하면 하는 거예요.”

"나 힘들어"라고 얼굴에 쓴 김명민, 힘든 연기가 아니라 진짜 힘든듯. 그러나 18년 연하 여성과 함께라면 다른 표정의 김명민.

원래 달리기를 좋아해 2000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경험도 있는 김명민이다. 그러나 영화를 찍다가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친 이후로는 장시간 걷거나 달릴 수 없었다. 그래도 김명민은 <페이스메이커>를 위해 “마라토너가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내가 마라토너처럼 뛰지 않으면 주만호가 내뱉은 말은 다 거짓말로 들리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촬영 두 달여 전부터 실제 마라톤 선수들과 1주에 3~4회씩 훈련했다. 하루 20~30㎞는 뛰었다. 자연스럽게 상체가 마르고, 허벅지와 종아리는 굵어졌다. 100m를 17초에 주파하는 선수들의 보조에 맞추느라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달리기만큼 어려운 것이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었다. 촬영 중간 세팅 시간에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는 건 모든 배우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마라토너 역할은 감정 뿐 아니라 육체의 상태까지 조절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난제였다. 아침 촬영이 있으면 새벽 5시30분부터 현장에 나와 뛰었다. 20㎞ 혹은 30㎞ 지점에 도달한 마라토너의 얼굴과 근육을 미리 만들어놓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식사 시간이라도 끼면 그저 굶어야 했다. 김명민은 “리얼리티는 배우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듯이, 역에 몰입한 배우는 예민해진다. 촬영장에서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신경질을 부리는 배우들에 대한 소문이 횡행하는 이유다. 김명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예민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힘든 장면이 있을 때는 민폐 안끼치려고 촬영장에서 최대한 혼자 있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하루치의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좀처럼 말을 건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명민은 “(말 안거는게) 내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왜 이토록 힘든 역할을 맡았을까. 그는 소개팅의 비유를 들었다. 이성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결혼하자고 말해버렸다. 다음 번에 만나 따져보니 여자는 ‘돌싱’이었고 아이까지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미 결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동받아 역을 맡겠다고 덜컥 말해버렸다. 그 역할을 소화하기가 얼마나 힘들지 계산하는건 그 다음 문제다.

<페이스메이커>에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논하는 대사가 있다. 누군가는 돈이나 명예를 위해 잘하는 것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좋아하는 것을 한다. 김명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난 지금 좋아하는 걸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잘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김명민이 늘 기도하는 주제가 있다. “제 자신을 알게 해달라. 교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에 비해 자신에 대한 평가는 두 단계 정도 박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라톤에 비유하면 이제 반 정도 왔다”고 말했다. 

왠지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낯선 김명민/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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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은 하고 싶은 의도를 명확히 말하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방법을 아는 인터뷰이였다.

/사진 이석우 기자


이민정(29)은 요즘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보며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버스 옆구리에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힌 포스터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만날 첫 한국영화인 <원더풀 라디오>(1월5일 개봉)는 이민정의 첫 타이틀롤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이민정은 왕년의 아이돌 그룹 출신 라디오 DJ 신진아로 등장한다. 이제는 알아보는 이 많지 않은 연예인이지만, 자존심만은 전성기 못지않다. 청취율이 저조해 폐지 위기에 몰린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에 새 PD 이재혁(이정진)이 투입된다.

신진아와 이재혁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 와중에 청취자의 애절한 사연과 노래를 담은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원더풀 라디오’는 전기를 맞는다.

역할을 위해 기타를 배운 이민정. F코드만 빼면 대략 잡는다고.

영화는 최근 2~3년 사이 정상급 스타로 부상한 이민정의 매력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이민정은 연기하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춤춘다. 이승환이 만들고 이민정이 부른 ‘참 쓰다’는 음원 차트에도 올랐다.

1990년대 아이돌 그룹 ‘퍼플’ 시절을 재연하는 장면에선 이제는 아무도 입지 않을 ‘요정’풍의 의상을 소화했다. 그 와중에 머리 절반가량을 뒤덮는 리본까지 달았다. 이민정은 “그 옷 입고 되게 많이 웃었다”고 전했다.

<원더풀 라디오> 현장에서 이민정은 순발력 있고 기본기 좋은 배우였다. 극중 신진아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컴퓨터를 많이 다뤄본 적이 없어 독수리 타법으로 작업하는 장면, 방송 중간에 과자 등의 주전부리를 먹는 장면, 매니저(이광수)와 티격태격하는 장면 등은 애초 각본에 없었다.

찐 옥수수를 먹는 장면에서 권칠인 감독은 “들고만 있으라”고 얘기했는데, 소품팀이 ‘지나치게’ 맛있는 옥수수를 구해오는 바람에 2개나 먹어버렸다.

<원더풀 라디오>의 신 스틸러 이광수(오른쪽)

대학 연기예술학부에 진학했지만 이민정은 애초 연출, 제작에 뜻을 품고 있었다. 학기 말 과제로 동료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다 연기의 매력에 빠졌다. 3학년 때 이윤택이 연출한 <서툰 사람들>에 출연한 뒤 ‘이 연극 보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관객의 평을 읽었다. 이민정은 “눈물이 났다.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드는 직업이라면 내가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 뒤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10대 초·중반부터 연예인을 꿈꾸는 소녀들이 즐비한 세상이었다. 출발이 늦었다.

오디션에 떨어진 횟수는 셀 수가 없다. 겨우 캐스팅까지 됐으나 대본 연습 전날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 지금도 이민정은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캐스팅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독립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로 데뷔했고,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민정은 “20대 초반에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해봐서 아쉽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을 ‘자유인’으로 보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치면 ‘여신’이란 수식어와 함께 검색되는 스타지만, 이민정은 그 이전에 욕심 많은 배우였다. <원더풀 라디오>의 애초 시나리오에는 신진아의 추락이 좀 더 극적이고 과격했는데, 각색과 편집 과정에서 순화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상영시간의 제한 때문에 이재혁과의 감정신이 잘려나간 점도 안타깝다.

30대를 눈앞에 둔 이민정은 지금 ‘대세’다. 그러나 이민정을 대세로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닌, 배우 개인의 야심과 준비였다.

/사진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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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44)은 아름답지만 따분한 금발 미녀처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지금 그는 우리를 대신해 영혼의 심연으로 모험을 떠나는 예술가입니다. 

최근 개봉한 <래빗 홀>은 키드먼이 주연을 맡고 제작까지 겸한 작품입니다. 키드먼은 원작 연극을 본 뒤 영화화를 결심했고, 상대 남우 아론 에크하트, 감독 존 카메론 미첼을 끌어들여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영화는 6세 아이를 잃은 지 8개월이 된 부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터에 나가고 가끔 웃지만, 부부는 여전히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 베카는 집안에 남아있는 아이의 흔적을 하나 둘씩 지우지만, 남편 하위는 그런 흔적으로라도 아이를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베카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소년과 우연히 재회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하위는 아이 잃은 부모들의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 마리화나를 나눠 피웁니다. 부부의 관계는 조금씩 악화됩니다.

<래빗 홀>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보여줍니다. 극중 인물의 대사대로, 깊은 상실감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시비(是非)가 아니라 공감입니다. 바다보다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나머지 타인에게까지 상처를 주는 사람이 들어야할 조언은 “너의 행동은 옳지 않아”가 아니라 “얼마나 슬프면 그러겠니”입니다. <래빗 홀>은 교과서 같은 ‘힐링 무비’입니다.

키드먼은 “항상 극단적인 주제를 다루는 시나리오가 흥미롭다”며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 이야기는 내가 다룰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연극 원작자 데이비드 린제이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떠올려봤고, 그것은 바로 아이의 상실, 죽음이라고 생각해 희곡을 썼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키드먼은 <래빗 홀>을 제작하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키드먼은 “아이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고 있었다”고 덧붙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죽은 상황을 상상하며 극을 써내려간 원작자나,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아이 잃은 엄마 역을 연기한 배우나 엄청난 ‘강심장’입니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부모라면 입에조차 올리기 싫은 일입니다. ‘힐링 무비’는 어떤 이에게 백신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영혼에 스스로 상처를 낸 뒤, 흐르는 피의 맛을 보고 표현한 두 대담한 예술가 덕분에 우리는 그런 백신을 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배우는 영혼 대신 육체의 모험을 택합니다.

한때 키드먼의 남편이었던 톰 크루즈는 육체로 관객을 즐겁게 합니다.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크루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의 외벽에 매달려 대역, 컴퓨터 그래픽 없는 액션을 직접 소화했습니다. 크루즈가 이 장면을 찍은 전후 상황을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 부르즈 칼리파 꼭대기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합니다.

영혼과 육체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들 덕분에 우리는 끔찍한 상상을 하거나 몸을 다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엄청난 모험을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대가로 8000원은 큰 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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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유명한 실존 인물을 코스프레하는데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 가끔 예외가 있다. 메릴 스트립의 마거릿 대처 연기도 그렇다. 앤서니 홉킨스의 닉슨 연기에 비견될 수 있을까. <철의 여인>에 자극받은 미국인들이 로널드 레이건에 대한 영화를 만들 것인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링컨>은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 궁금하다.  아래는 관련 보도자료.





<철의 여인>

The Iron Lady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여성,

마가렛 대처로 돌아온 메릴 스트립!

 

타임지 선정 ‘2011 올해의 영화배우’!

76회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에 이어,

68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에 올라 강인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11년간 최장기 재임기록을 남긴 마가렛 대처의 삶을 최초로 그려낸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수입/배급: 필라멘트픽쳐스)2월 말,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대처 그 자체로 완벽하게 변신한 세계적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지난 1129(현지시간) 76회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수상, 타임지가 뽑은 ‘2011 올해의 영화배우에 선정된 데 이어 15(현지시간) 발표된 제68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사상 26번째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Wonderful, Powerful, Iron Lady!

 

메릴 스트립, 전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여배우로 명성 입증!

나의 연기 경력 중, 가장 어려웠던 역할이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영화 <철의 여인>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여성 마가렛 대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영화 <머니볼>브래드 피트와 함께 타임지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배우로 선정되었다. 타임지는 그녀의 연기에 대해 사견을 개입하지 않고 살아있는 기적을 그려냈다. 다우닝가 10번지의 안방주인을 사람들의 연민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여성으로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위대함(grand)의 의미가 훌륭함(great)이다. (Her performance is a miracle of inhabiting, not editorializing; it turns the boss of 10 Downing Street into a woman meriting our sympathy and sadness. This time, grand is great).고 극찬했다. 이외에 타임지는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마이클 파스빈더’, 영화 <헬프>에서 인상적 연기를 펼친 엠마 스톤’, 등 총 10명의 배우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중년의 운명적 사랑을 섬세하게 연기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세계 최고의 패션지 편집장으로 악마 같은 카리스마를 뽐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460만 관객을 돌파, 전세대 관객층에게 아바 열풍을 일으킨 <맘마미아!> 등을 통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메릴 스트립은 이번 작품 <철의 여인>을 통해 실존인물 마가렛 대처전 영국 수상 역을 맡아 또 한번 관객들을 놀라게 할 예정이다. 나의 연기 경력 중 가장 어려웠던 역할이다라고 밝힌 메릴 스트립은 그러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지도자 중 한 명인 대처역을 연기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이미 <맘마미아!>를 통해 완벽한 호흡을 과시했던 필리다 로이드감독에 의해 캐스팅 1순위에 꼽혔던 그녀는 스스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같은 자세로 대처수상의 목소리와 억양을 깊이 연구했다. 또한 분장으로 자연스럽게 만든 코와 가발, 보철을 착용한 메릴 스트립의 모습은 대처수상과 완벽한 일치를 이루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만 26번째 기록!

아카데미 17번째 노미네이트 및 여우주연상 수상 유력!

이미 <철의 여인>의 열연으로 제76회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네 번째(<소피의 선택>, <어둠 속의 외침>, <줄리 & 줄리아>) 품에 안으며 앞으로의 릴레이 수상 행렬을 예고하고 있는 메릴 스트립의 기록은 놀랍기만 하다. 현재까지 골든글로브 25번째 노미네이트, 7 차례 수상(<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여우조연, <프랑스 중위의 여자>여우주연, <소피의 선택>여우주연, <어댑테이션>여우조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여우주연, tv드라마 <앤젤스 인 아메리카> 여우주연, <줄리 & 줄리아>여우주연)에 이어, 2012115일 열릴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26번째로 지명되며 대배우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과연 그녀가 16번째 노미네이트, 2 차례 수상(<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여우조연, <소피의 선택> 여우주연)의 기록을 갖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이 보유한 역대 최다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17번째 노미네이트 및 여우주연상 수상을 할 수 있을지, 전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철의 여인>12 30일 북미, 113일 전국 와이드 개봉하며 영국에서는 16일 예정이다.

 

역사상 가장 파워풀한 여성으로 손꼽히는, ‘마가렛 대처의 일생을 최초 영화화, ‘메릴 스트립의 독보적인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화제작 <철의 여인>은 오는 2월 말, 국내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 Information

제목 | 철의 여인

원제 | The Iron Lady

수입 /배급 | 필라멘트픽쳐스

감독 | 필리다 로이드 <맘마미아!>

주연 | 메릴 스트립, 짐 브로드벤트

개봉 | 20122월 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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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수도 있겠지만, 최근 젊은 남자 배우 3명을 잇달아 인터뷰했다. 이런 일은 여기자가 했으면 더욱 좋아했을 것 같긴 하지만. 시간순대로 유아인, 장근석, 송중기였는데, 앞의 두 명은 영어로 치면 offbeat했고(한국어로 적합한 표현이 있긴 하지만, 여기 쓰긴 힘들다), 송중기는 normal했다. 이들이 한국영화 남우의 인력풀을 넓히면 좋겠다.

펫처럼 웃고 있는 장근석/권호욱 선임기자

한국영화에 새로운 얼굴과 감성의 남자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이들은 자신의 본격적인 첫 주연작을 내놓거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한국영화 남우의 풀을 넓히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남우는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 등 40대 연기파였다. 이들은 연극 무대에서 연마된 연기력으로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았다. 하정우는 30대지만, 스타성보다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였다. 원빈, 소지섭, 조인성, 강동원 등 빼어난 외모를 가진 30대 스타가 그 뒤를 이었으나 군입대에 따른 공백, 신중한 작품 선택 등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중심에 확고하게 자리잡지는 못했다.

최근 개봉되고 제작중인 한국영화를 보면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얼굴이 등장한다. 유아인(25)의 실질적인 첫 상업영화 주연작 <완득이>는 4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400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장근석(24), 송중기(26)는 나란히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너는 펫>과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톱스타 김하늘, 한예슬과 ‘투 톱’으로 출연했다. 드라마 <드림 하이>로 떠오른 김수현(23)의 차기작은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과 출연하는 영화 <도둑들>이다. 올해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각종 영화제의 신인남우상을 휩쓴 이제훈(27)은 <건축학개론>, <점쟁이들>에 캐스팅됐다.

이런 설정 환영한다/김기남 기자

이들은 일단 준비된 ‘스타’이자 ‘배우’라는 점에서 영화팬과 관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티끌모아 로맨스>의 구정아 프로듀서는 “송중기와 함께 무대 인사를 돌다보면 강동원이 출연한 <늑대의 유혹>을 마지막으로 보기 힘들었던 배우 팬덤이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20대 초·중반 관객을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송중기를 보려는 10대 관객 비중이 의외로 높다는 것이 구 프로듀서의 전언이다.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은 “연기라는 것은 삶의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30대는 돼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유아인, 송중기 등 새로운 세대의 배우들은 젊고 매력적인데다가 연기까지 잘한다”며 “잘생긴 신세대 배우들은 항상 명멸했지만, 이 정도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온 적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들 젊은 배우는 자기 홍보에 적극적이고, 주관이 뚜렷하다. ‘거만해졌다’는 평을 의식해 언제나 ‘겸손’을 염두에 두어야했던 옛 배우들과는 다른 점이다. 김윤석은 유아인과 함께 출연한 <완득이>의 제작보고회에서 “요즘 젊은 배우들은 말을 안 듣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는 젊은 배우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잣대와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완득이>를 홍보한 퍼스트룩 이윤정 대표는 “유아인은 자신의 세계관, 연기관, 배우관이 명확하고 개성있다”며 “우리나라 배우들도 대중에게 끌려가거나 그들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장근석은 스스로를 ‘아시아 프린스’라고 부른다거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 당시 김명민, 이지아에게 대중의 시선이 쏠리자 스스로를 부각시킬 방안을 궁리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송중기는 데뷔작 <쌍화점> 촬영 당시 대사가 없었으나, 유하 감독에게 거듭 부탁해 대사를 얻어낸 일화를 스스로 소개한 적 있다.

이들은 강한 남성성을 과시했던 앞세대 남우들과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너는 펫>에서 장근석은 연상의 직장여성에게 ‘애완동물’처럼 애교를 부린다. <완득이>의 유아인은 킥복싱을 하지만, 소지섭, 권상우처럼 단련된 근육을 선보이진 않는다. <티끌모아 로맨스>의 송중기는 가진 것 없는 백수면서도 마냥 천진난만하다.

강유정 평론가는 “한국영화계에서 잔혹한 스릴러가 유행했던 시절엔 강인한 남성성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 대중은 다시 부드러운 남자를 원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 젊은 남우들이 다음 세대의 한국영화를 이끄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강유정 평론가는 “송중기, 장근석은 모두 연상의 스타 여배우들과 연기하면서 주연으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20대 배우층이 두꺼워지면 캐스팅의 선택지가 많아져 영화 산업이 건강해진다”며 “다만 아직 이들이 배우로서 완전히 자리잡은 것은 아니니만큼 앞으로 한 두 작품 정도를 더 하면서 영화배우로서의 진정성과 아우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중기가 낸 스킨 케어 책은 군인들이 특히 많이 사갔다고/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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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니콜라스'라고 썼지만, 회사의 표기 원칙상 '니컬러스'로 바뀌어 나옴. 미친 감독과 배우도 있어야지, 다들 제정신이면 무슨 재민겨. 다만 내 옆에만 없으면 됨.

'허리 아픈 남자' 연기에 일획을 그은 니컬러스 케이지의 구부정한 자세.



니컬러스 케이지(47)는 추락할 때 멋있고 정상에 있을 때 못났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더욱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하도록 부추겨야 합니다.

지난주 개봉한 <악질경찰>에서 케이지는 오랜만에 제대로 추락했습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형사 맥도나(케이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와중에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사람을 구하다가 큰 부상을 입습니다. 이후 맥도나는 가까스로 경찰직에 복귀하지만, 허리 통증이 심해 마약에 의지하는 신세가 됩니다. 맥도나는 압류하는 마약마다 자기 주머니에 넣고, 불법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고, 직권을 남용해 수사합니다. 경찰 내사과와 갱단이 동시에 맥도나를 압박해 그를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악질경찰>은 아벨 페라라가 연출하고 하비 케이틀이 주연을 맡은 <배드캅>(1992)의 리메이크작입니다. 원작의 폭력성과 케이틀의 열연도 대단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얼리즘에 바탕한 연출, 연기였습니다. 그러나 독일 출신 노장 베르너 헤어조크가 손 댄 리메이크는 원작과 꽤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특히 케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버’로 일관해 사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줍니다.
 

왼쪽의 두툼한 남자는 믿을 수 없게도 발 킬머.

사실 헤어조크와 그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미쳐 있었습니다. <아귀레 신의 분노>(1972) 촬영 당시 주연 클라우스 킨스키가 위험한 장면에서 촬영을 거부하자, 헤어조크가 그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며 “찍을래 죽을래”라고 협박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70대를 바라보는 헤어조크 감독은 인물 내면의 광기를 자극하는 데 여전한 솜씨를 보이고 있으며, 그건 할리우드 톱스타 케이지를 만나서도 마찬가지로 발휘됐습니다.

사실 케이지는 헤어조크를 만나기 이전에도 미치고 타락한 연기에 일가견을 보였습니다. 그는 삶의 정상궤도에서 이탈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이후에도 그저 미친 것처럼 살다 가는 인물을 연기할 때 최고의 광채를 뽐냈습니다. <광란의 사랑>(1990),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그는 “좋은 배우가 된다는 건 범죄자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새 것을 추구하기 위해 규칙을 어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케이지가 그 광기와 반항기를 톱스타의 해골 귀걸이처럼 장식용으로 사용했을 때는 최악이었습니다. 이제 기름진 삶을 누리고 있는 중년 남자가 젊은 시절의 학생 운동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걸 듣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할리우드의 거물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작품에 출연했을 때 바로 그랬습니다.

우리는 <악질경찰>의 타락한 케이지를 환영합니다. 내일의 업무가 무거워, 내년의 계획이 힘겨워 지하철 막차를 향해 뛰고 숙취 해소제를 찾는 우리 관객을 대신해 그는 끝까지 타락합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작가 케이지에게 연인 엘리자베스 슈가 건넨 것은 재활원 티켓이 아닌 예쁜 술병이었습니다. 헤어조크 같이 대단한 또 다른 감독이 케이지를 캐스팅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울고 불고 좌절하는 대신 낄낄대며 술을 마시고 고함치는 호기를 부릴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호기를 아주 멀리서 부러워하기 때문입니다.

왼쪽은 독일의 영원히 미친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오른쪽은 다들 잘아는 에바 멘데스. 70이 다되도록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다니,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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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공짜'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정말 사랑스럽다. 비록 20대의 나는 그런 공짜를 별로 누린 적이 없는 것 같지만. 


나도 저런 셔츠 있는데. /김기남 기자



텔레비전 사극에서 만났던 부잣집 도련님, 품위 있는 왕은 잊어도 좋겠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감독 김정환)에서 송중기(26)는 돈은 없지만 하고 싶은 건 많은 백수 천지웅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노력이나 하면 좋을텐데, 지웅은 미래를 위한 설계는커녕 현재를 위한 대책도 없다. 용돈 떨어지면 집에 손 벌리고 집세 밀리면 집주인에게 사정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20대로서의 신체적 욕구는 여전히 왕성하다.

구질구질한 묘사의 정점은 지웅이 바지 속에 손을 넣고 벅벅 긁어대는 장면.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리허설을 하던 송중기가 이 동작을 시연하자 감독이 실전에서도 그대로
연기하게 했다. 송중기는 “(한)예슬 누나 앞에서 자꾸 그러니까 조금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이른바 ‘88만원(20대 비정규직 임금의 평균치) 세대’ 혹은 ‘삼포(돈이 없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 세대’의 삶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웃음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돼 있지만, 영화가 그리는 20대의 삶은 씁쓸하다. 취직이 안되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연애도 못한다. 갓 유혹한 여자와의 하룻밤을 치르려는 지웅은 돈 50원이 모자라 콘돔을 사지 못하고, “천천히 알아가자”는 문자만 남긴 채 돌아선다. 한예슬이 연기한 구홍실은 어머니 유해를 납골당에 모실 돈이 없어 잘생긴 나무 아래에 뿌린다. 홍실은 종교, 병, 연애는 돈이 들기 때문에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티끌모아 로맨스> 중. 남자의 악기 우쿨렐레.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 이후 송중기에겐 시나리오가 쇄도했다. 격렬한 베드신이 있는 영화부터,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송중기는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년이지만 나중엔 아니잖아요. 다른 이미지로 급하게 변하고 싶지는 않아요.”


영화 속에서 구질구질하고 철없어 보이기 위해 별 세부묘사를 다 첨가했다. 뜬금없이 동물 흉내를 내는가 하면, “똥…똥…”하면서 잠긴 문고리를 잡고 늘어진다. 매사 심각한 홍실과 매사 걱정없는 지웅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송중기는 지웅이 매우 사실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중 남자 관객이 공감할 작품이 많지 않은데, <티끌모아 로맨스>는 남자분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끌모아 로맨스>중. 송중기가 보고 우는 영화는 <겨울나그네>. 감독이 80년대에 성장한 영화팬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

송중기는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서 대중에게 각인됐다. 지난해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부잣집 도련님, 올해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젊은 시절의 세종으로 등장했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에는 단 4회 분량이었지만, 송중기는 주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다른 작품의 주연을 해도 될 시기에 ‘아역’을 맡겠다니 주변에선 모두 말렸지만, 송중기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지금 사극의 매력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송중기의 데뷔작도 사극 <쌍화점>이었다. 그는 “사극은 섹시한 장르”라면서 “영상이 주는 느낌, 대사의 감정, 분위기가 모두 그렇다. 연기 공부 하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차기작은 다음달 촬영에 들어갈 영화 <늑대소년>이다. 박보영과 함께 연기하며, <남매의 집>, <짐승의 끝>으로 주목받은 조성희 감독의 본격적인 상업영화다. 송중기는 “드라마나 영화나 연기는 같지만, 2시간 분량의 연기를 위해 3~4달간 집중해 캐릭터를 유지해야 하는 영화를 찍기가 조금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피부 송중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지/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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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쇼핑몰 본투본 대표 박희본씨, 뮤지컬 배우 김혜나씨, 일본과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는 월드스타 김꽃비씨(왼쪽부터) /강윤중 기자

애니메이션에서 여자 성우가 소년 목소리를 맡는 일이 드물지는 않다. 그러나 세 여배우가 돼지같이 굴욕적이고 개처럼 폭력적인 남자 중학생의 목소리를 연기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서 목소리 연기한 배우 김혜나(31), 박희본(28), 김꽃비(25)를 만났다. 김혜나는 악바리 같은 성격으로 교실 내의 혁명을 주도하는 김철, 박희본은 중산층의 나약한 황경민, 김꽃비는 가난하고 과묵한 정종석 역을 맡았다. 연상호 감독은 변성기 전의 중학생 목소리 연기를 애초부터 전문 성우가 아닌 여배우에게 맡길 생각을 하고, 이들에게 대본을 보냈다고 한다.

“대본을 받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리 봐도 여자 역할이 없는 거예요. 알고보니 철이 역할을 맡아달라는 거였어요. 하고는 싶은데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어요.”(김혜나)

“전 여자 배역이 없기에 아예 극중 고양이 대사를 미리 연습했어요.”(박희본)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연기를 해온 이들이었지만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는 쉽지 않았다. 김혜나는 “우습게 보고 녹음하러 갔다가 큰 코 다쳤다. 녹음을 하는데 식은 땀이 다 났다”고 말했다. 박희본은 “미리 그려진 그림에 입을 맞추면서 너무 꾸며진 것처럼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위 세사람이 연기한 경민(박희본), 철(김혜나), 종석(김꽃비·위로부터).


극중 인물들은 모멸, 폭력, 비굴, 배신, 가난, 살육으로 점철된 중학 시절을 보낸다. 이 거칠고 속된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에 여배우들이 공감할 수 있었을까. 김꽃비는 “구체적인 폭력의 양상은 다르겠지만, 계급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들은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온 김혜나는 만나는 남자마다 ‘본드 해봤냐’고 물었고, 결국 한 남자 선배로부터 ‘내 친구의 경험’이라는 전제 아래 30분간에 걸쳐 그 느낌을 생생히 들은 뒤 목소리 연기에 참조했다고 한다.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가 함께 녹음한 시간은 단 이틀. 그러나 주거니 받거니 화기애애 이야기하는 셋의 모습에선 풍문으로 전해지는 여배우들의 ‘자존심 싸움’ 대신, 좋은 영화에 출연한 기쁨만이 흘러 나왔다.

이런 장면으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작심을 했다"고 보면 된다.


**<돼지의 왕> 리뷰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리며 극장에 가는 관객은 없어야겠다. 3일 개봉하는 <돼지의 왕>은 피, 약물, 죽음, 그리고 그보다 심한 감정의 굴곡을 그린다. 학창시절의 폭력, 계급 갈등을 그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말죽거리 잔혹사>를 3배쯤 그로테스크하게 만들면 <돼지의 왕>이 될 것 같다.

거실의 식탁에는 목에 굵직한 자국이 난 여성이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다. 샤워실에서는 그의 남편 경민(오정세)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가구와 가전제품에는 압류품임을 뜻하는 빨간 딱지가 온통 붙어 있다. 경영하는 회사가 부도난 경민은 절망적인 현실을 뒤로 한 채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긴 중학 동창 종석(양익준)을 찾아나선다. 15년 만에 만난 경민과 종석은 술잔을 나누며 끔찍했던 중학 시절을 돌이킨다. 중학교는 교사의 사랑, 폭력, 권력을 모두 쥔 소수의 아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경민과 종석은 자신들은 ‘돼지’이고, 그들은 ‘개’라고 여긴다. 그러던 경민과 종석 앞에 무서워하는 것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철이가 등장한다. 철이는 순식간에 ‘돼지의 왕’으로 떠오른다. ‘개’와의 시비 끝에 퇴학을 당한 철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계획한다.

'돼지의 왕' 철이와 그를 방관하는 그냥 돼지들.

<돼지의 왕>이 그리는 남중 교실은 거의 ‘지옥’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성인으로 발디딘 세상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경민은 삶의 궁지에 몰렸고, 작가를 꿈꾸던 종석 역시 대필작업 하나 제대로 못해 편집자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처지다. 중학 시절의 철이는 혁명의 주도자이자 삶의 구원자였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꿀 수 없듯이, 철이 혼자 ‘개와 돼지’의 서열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철이는 1%의 권력자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악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1%는 세상 모든 가치의 주도권까지 쥐고 있었다. 물론 악도 1%가 쥔 가치의 하나다. 영화는 이 한줌 희망 없이 비관적인 관점을 조곤조곤 설득시킨다.

<습지생태보고서>의 최규석 작가가 초기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고, 여러 중·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아온 연상호 감독이 연출 데뷔했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 조합상, 무비꼴라쥬상 등을 받았다.

'왕'이 없으니 지들끼리 싸우는 그냥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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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찐다는 유아인. 체지방이 거의 없어서 한 달만 운동해도 몸이 만들어진다는 유아인.

안녕, 난 유아인이라고 해/김기남 기자



<비트>(1997)의 정우성이 두 손을 놓고 오토바이를 탔을 때, <늑대의 유혹>(2004)의 강동원이 우산 뒤로 감춰졌던 얼굴을 내보였을 때,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권상우가 쌍절곤을 돌렸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청춘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뜸했다. 연기파 중진 배우가 한국영화를 풍요롭게 했지만 스크린을 반짝이게 하면서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는 청춘스타는 없었다.


유아인(25)이 새로운 청춘스타가 될 수 있을까. 20일 개봉하는 <완득이>(감독 이한)를 보면 그럴 수 있을 듯하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청소년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유아인은 고교생 도완득 역을 맡았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는 가출하고 장애인인 아버지는 시골 장터에서 춤을 추며 생계를 잇는다.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완득이는 괴짜 담임 동주(김윤석)와 티격태격하다가 조금씩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다루길 꺼려했던 이주민, 장애인, 변두리 빈자들의 삶이 <완득이>에 담겼다. 그럼에도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를 잃지 않은 건 유아인, 김윤석을 비롯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유아인은 <완득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완득이>를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가치 있는 내용”이라고 소개하며 “좋은 걸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 이번엔 거짓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유아인이 <완득이>에선 평범한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유아인은 “옷을 못 입는 것처럼 보이려는 최선의 스타일링이었다”고 설명했다. 달동네의 가난한 고교생이 입을 법한 외투를 골랐고 가방은 찾다 못해 스태프가 들고 있는 것이 눈에 띄어 가져다 썼다. 교복 바지통도 넓으면 ‘힙합’처럼 보일까봐, 좁으면 ‘노는 아이’처럼 보일까봐 최대한의 ‘노멀 핏’을 선택했다. <완득이>는 “ ‘진짜 같아’가 아니라 ‘가짜 같지 않아’라는 느낌이 중요한 영화”였다는 것이다.


<완득이>는 유아인의 출연작 중 개봉 규모가 가장 큰 영화다. 유아인은 “무섭다”고 말했다.


“뒤에만 있다가 앞으로 나오니 이 일을 어쩌나 싶었어요. 부담을 떨칠 수 있을 때까지 주문을 외웠어요. 미팅, 오디션, 리딩할 때 계속 떨었고 첫 촬영 하는 순간까지 긴장했어요.”


영화 <완득이>의 한 장면.

<완득이>의 일반 시사회장에서는 3분에 한 번씩 웃음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유아인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외 상영을 했을 때도 “콘서트를 보듯 관객이 동시에 웃고 탄성을 질렀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제 필모그래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공보다는 실패에 대한 준비가 훨씬 잘 돼 있다”며 “막상 흥행이 되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우라고 불리기 시작한 지 8년. 유아인은 “배우가 너무너무 좋다. 끝없이 각성하게 해주고 엉덩이 때려 발전하게 해주는 삶”이라고 했다.


“배우를 하기 전에는 배우가 되면 거들먹거리면서 살 줄 알았어요. 막상 배우가 되고 보니 웬만큼 염치가 없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거들먹거리는 게 얼마나 촌스러워요. 배우는 촌스러우면 안되잖아요.”


솔직함을 넘어 가끔 직설적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 유아인은 인터뷰 직전 참석한 부산영화제의 ‘레드 카펫’ 행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선배들이 아무도 말씀 안하시니 내가 하겠다. 레드 카펫은 구리다. 권위 있는 영화제에 가는 것이 아니라 패션쇼의 런웨이를 걷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제대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멜로다. 그는 “영화에선 매번 ‘애들 뽀뽀’나 했다. 제 인생에서 멜로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영화에서 멜로를 한 적이 없다. 멜로만큼 사람을 요동치게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멜로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해보고 싶은 멜로 상대 배우는 26년 연상의 이미숙이다. 



안녕하세요. 전 유아인이에요/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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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뒷골목을 고독한 표정으로 걷는 바르뎀. 아디다스 추리닝 색깔 좋다.



하비에르 바르뎀(42)은 바다 같은 배우입니다. 세상의 온갖 강이 바다로 흘러들 듯, 사람들의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의 감정이 바르뎀에게로 흘러듭니다.

13일 개봉한 <비우티풀>로 바르뎀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섬뜩한 악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합니다. 조울증을 앓은 아내와 헤어진 뒤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욱스발(바르뎀). 그는 중국, 세네갈 등지에서 온 불법 이주 노동자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경찰에게 뇌물을 줘 단속을 무마해주는 브로커입니다. 그는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능력도 있어 가끔 영매로 일하기도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간 그는 큰병을 앓고 있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 옛 아내에 대한 연민,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책임감은 욱스발을 자꾸만 붙들어 맵니다.

바르뎀은 역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우디 앨런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러나 두 영화가 바르셀로나를 그리는 방식은 극과 극입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사진 위)에선 대서양 양안의 절세미녀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를 양손에 쥐었다. <비우티풀>에선 표정이 좋지 않다. 


앨런의 바르셀로나가 미국 관광객의 눈에 비친 햇빛 찬란한 거리, 맛있는 음식, 정열의 연애로 표상됐다면, 바르뎀의 바르셀로나는 이주 노동자가 질식해 죽는 지하 공장, 마약 거래상이 판치는 뒷골목입니다. ‘비우티풀’은 욱스발의 딸이 ‘뷰티풀’(아름다운)을 발음나는 대로 적은 것입니다. 이 가난하고 우울한 거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인지, 그럴 수 없음을 표현하는 역설인지 아리송합니다.

욱스발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물입니다.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삶이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평화롭게 죽지도 못하는 자, 이민자들을 법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그 자신은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자”라고 합니다. 또 죽은 자를 달래주지만 그 대가로 산 자에게 돈을 받고,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원시적이고 단순하지만 초현실적 통찰력을 가진 남자라고 표현합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일까요. 바르뎀은 합니다. 이냐리투는 <21그램> <바벨> 등의 전작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결국 하나로 묶는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숀 펜, 베니치오 델 토로, 나오미 왓츠,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이냐리투가 그린 세계의 한 조각에 기꺼이 만족했습니다. 바르뎀은 그 모든 사람의 역할을 혼자 합니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비우티풀>의 바르뎀.

배우란 원래 이번 영화에선 성자가 됐다가 다음 영화에선 연쇄 살인마가 되는 존재입니다.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 배우(俳優)라는 한자가 보여주듯이 사람(人)이 아닐(非) 수도 있는 것, 그러다가 한 작품에 너무 깊이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직업입니다.

바르뎀은 <비우티풀> 한 편에서 수백명의 사람이 됩니다. 아니 사람이었다가 악마가 되고, 또 천사가 됩니다. 관객은 그 커다란 눈과 코와 입술을 보면서, 이마의 깊은 주름을 응시하면서, 굵직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의 모든 감정을 체험합니다. 사건의 바다이자 감정의 저수지인 바르뎀. 그런 의미에서 현재 바르뎀의 배우자이자 함께 아이를 낳은 페넬로페 크루즈는 일처다부제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웃긴 생각도 해봅니다.

세트에 신경 좀 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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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의 완성도에 대해선 이견이 있겠지만, 전도연이 영리하고 좋은 배우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어깨에 저런 뽕을 넣은 옷을 3년 뒤 보면 어떤 느낌일까. 코디는 3년 뒤에도 전도연과 같이 일하고 있을까.



전도연(38)은 신작 <카운트다운>에서 예쁘게 나오기로 작정을 했다. 그는 만나는 남자마다 유혹해 돈을 빌린 뒤 사라지는 '미모의 사기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의 피아노 선생이었던 <밀양>, 부잣집 가사도우미였던 <하녀>와는 완전히 다른 역이다. 전도연을 최근 만났다.


-말라 보인다.
"체중 변동이 없는 편인데, 최근에 1kg~1.5kg 빠졌다. 얼굴 살이 빠지니 더욱 말라 보인다."

-<카운트다운>은 전작들에 비해 대중적인 영화다.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300만 무조건 넘으면 좋겠다. 물론 작품을 선택하는데 흥행을 염두에 두진 않는다. 시나리오를 읽고 재미있으며 인물이 매력 있으면 된다. <카운트다운>은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앞도 뒤도 없이 보이는게 다인 영화다. 지금까지 작품들이 30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난 좋은 작품을 선택했을 뿐, 어려운 작품을 선택한 게 아닌데...작품이 영화제에 나가다 보니까 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관이 생긴 것 같다. 난 시나리오 볼 때 계산을 안한다. 그런데 결정하고 보면 참 할게 많다. <카운트다운>은 올로케이션이라서 더 힘들었다. 계속 이동하면서 찍었다."



좀 안좋게 엮인 두 남녀.

-감독이 신인이다. 
"좀 당황스러운 면이 있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준비를 안하고 나오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허종호 감독은 현장에 나와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까요'라고 물어보는 스타일이었다. 정재영은 그런 작품을 해봤는지 낯설지 않은 눈치였지만 난 당황스럽고 심지어 내 선택으로 인해 영화가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지나고 보면 흥미로웠나, 즐겼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시작과 끝을 정리해 영화를 만든 건 감독이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는 어떤가.
"그러려니 한다.(웃음) 사람들은 그 수식어 때문에 더, 더, 더, 더 기대하면서 내게 만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계속 늘어나는 사람일 수는 없지 않나.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 수식어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얻은 것은 수식어고 기대치다. 잃은 것은 작품이 어렵다는 선입견이다.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줄어들었다."

-지명도에 비해 CF수가 많지 않다.
"광고는 뚜렷한 이미지가 중요하다. 나란 애를 보면 무엇 하나 뚜렷한 이미지가 없지 않나. 그건 배우로서 장,단점이기도 하다."

-<카운트다운>은 언제 결정했나.
"지난해 12월초다. <하녀> 이후 8~9 작품 들어왔고 그 중에 고른 거다. 난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모두 끝까지 직접 읽는다. 그 시나리오를 건네준 사람을 언제 어느 자리에서 만날지 모르는데...거절한다 해도 직접 읽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생매장 직전의 당당한 표정(위). 출소 직후 깔깔이를 입고 부산 롯데백화점의 명품샵에 들어간 차하연. 일본 관광객이 별로 없는지, 줄을 서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다.



-성격은 어떤 편인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게 소극적일 수도 있다. 가질 수 없는 건 욕심을 내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것에는 욕심을 낸다."

-영화에 충분히 예쁘게 나왔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고?(웃음) 예뻐졌다는 말 정말 많이 들었다. 하긴 이 역은 누가 해도 예쁠 수밖에 없는 역이다. '미모의 사기전과범'이지 않은가. 난 물론 예쁘지만 더 예뻐 보이는 거다.(웃음)"

-정재영과는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9년만이다. 
"그떈 서로 어떻다고 느끼기 힘들 정도로 둘 다 신인급이었다. 그저 작품을 같이 했다는 수준에서만 기억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좋은 작품을 하고 사석에서도 만났다. 9년만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얘기해줘서 알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정재영이란 사람이 극중 태건호처럼 무거운 사람이 아니라 실없을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분위기를 잘 만드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현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서 힘든 장면도 넘어갈 수 있었다."

-머리가 짧아졌다.
"중학교 이후 이렇게 짧게 자른 건 처음이다. 감독도 원했던 것 같은데 내게 직접 말은 못하는 눈치였다. 내가 이미지도 바꿀겸 자르겠다고 했다. 자른 뒤 짧은 머리에 스스로 적응하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딸은 뭐라 그러던가.
"미용실 가기 전날 자르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도 다음날 자르고 와서 '엄마 어때?'하고 물으니 '언니 같아'라고 하더라. 아이 낳기 전에는 엄마는 모성애가 100% 충전돼 있는줄 알았다. 낳고 보니 모성애가 가득하기 위해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는건 아니더라."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여주고 싶다. 나도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거 아닌가." 

차하연이 17세에 낳은 뒤 버린 딸. 왠지 실제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고는 선뜻 믿기지 않는다.


-정상을 지키는 힘은 무엇인가.
"지금은 다양한 색깔의 여배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전형적인 미인이 많았다. 난 처음부터 다르게 시작했다. 거기에 불만은 없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난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고집하고 싶은게 없으니까 버릴 줄도 알고, 연기할 때마다 비우고 또 받아들인다. 특정한 이미지를 고집안하고 그때 그때 최선을 다했다. 일 할 때는 전도연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되고 싶다."

-<카운트다운>의 차하연 캐릭터는 어떤가.
"차하연은 나쁜년이지만 관객이 연민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 연약함과 모성애를 모두 보여주고 싶었다. 보여지는 나쁜 면은 누구나 연기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

-비중이 정재영에 비해 적다.
"비중으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멋진 하루>도 병우가 영화를 이끌고 희수는 끝내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사실 여배우가 극을 끌고 가는 작품은 드물다. 나도 그렇고 다른 여배우도 타협하고, 또 가끔 좋은 작품 만나면 하고 그렇다. 여배우의 선택의 폭이 넓거나 다양하지 않다. 주어진 것중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

-지난 영화는 보나.
"창피하고 쑥스러워서 잘 못보겠다."

-영화계에서 연기 말고 다른 분야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없다. 제일 잘하는 건 연기다. 다만 굳이 하라면 프로듀서를 하고 싶다. 내가 꼼꼼하고 부지런해서 잘 할 것 같다."

-드라마는 안찍나.
"몇 편 들어오긴 했고 좋은 작품도 있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다만 사극은 싫다. 잘할 자신이 없다. <스캔들> 때도 엄청 고생했다. 발랄하고 화려한 걸 찍고 싶다."

-어떤 엄마, 어떤 아내, 어떤 여자인가.
"노력하는 엄마, 아내, 여자이고 싶다. 결혼하면 아내, 아이 낳으면 엄마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일도 잘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좋은 아내는 잘 모르겠다.(웃음)"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뭐하나.
"생활인이다. 열심히 잘 산다. 가끔 산에 가고 영화 보러 가는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순간이었는지 느낀다. 지금은 일 끝나도 내가 중심이 될 수 없으니까. 둘째 아이는 지금은 생각 없다. 하나라도 잘 키우고 싶다."


조선족 조폭들. 무섭다기보다는 호구같아서, <황해>의 김윤석과 달리 불쌍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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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도 늙었다. 벌써 50대 중반이다. 하긴 우린 뭐 아닌가.

해군 시절 취사병 경력을 살려 동네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는 톰 행크스.

톰 행크스(55)는 미국식 낙천주의의 화신입니다. 파산하거나 사람이 죽거나 나라가 망해도 톰 행크스가 있는 한 영화는 해피엔딩입니다.

그가 <댓 씽 유 두>(1996)에 이어 두번째로 연출한 영화 <로맨틱 크라운>(원제 래리 크라운)이 18일 개봉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주연도 겸했습니다.


대형 마트의 직원 래리 크라운은 근무시간중 상사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습니다. 성실하고 유쾌한 태도로 ‘이달의 직원’으로만 여덟번 선정된 크라운이었기에, 단지 고졸이라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상태인 그는 세간살이를 내다파는 동시, 학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전문대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이 됩니다. 크라운은 인생의 새 막을 엽니다.  


영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몰락한 미국 중산층 백인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집을 잃고 가족은 해체됩니다. 여느 영화인이 연출하고 출연했다면 지독한 비관, 절망, 한탄, 분노의 드라마가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뼈속까지 낙천적일 듯한 행크스였습니다. 그는 에이즈에 걸리거나(필라델피아) 지능이 떨어져도(포레스트 검프), 우주에서 미아가 돼도(아폴로 13), 중과부적의 적과 맞서 목숨을 잃어도(라이언 일병 구하기)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로맨틱 크라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크라운이 곤경에 빠지는 과정은 초반부에 잠시 묘사될 뿐입니다. 영화는 곧바로 중년 남성이 딸뻘의 생기발랄한 여대생의 도움을 받아 까탈스럽지만 지적인 여교수와 사랑에 빠지는 상황으로 달려갑니다.


로버트 저멕키스, 톰 행크스 콤비의 <포레스트 검프>와 <캐스트 어웨이>. 후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난 사람이 혼자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얼마전 본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는 행크스가 배구공 윌슨과 눈물겨운 이별을 하는 <캐스트 어웨이>의 한 장면이 인용됐다.


그것을 ‘아메리칸 드림’과 이를 대중문화 컨텐츠에 그럴듯하게 녹여넣을 줄 아는 할리우드의 힘이라고 봐야 할까요. 미국의 평자들조차 행크스의 분식(粉飾)이 낯간지럽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로맨틱 크라운>은 안과 바깥이 뒤집힌 영화다. 주변은 그럴싸한데 핵심은 놀랄 정도로 텅 비었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로맨틱 크라운>은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좋은 원안, 다채로운 조연 등을 갖춘 영화다. 그러나 존재의 이유는 없는 영화다”(로저 에버트) 등의 평이 나왔습니다.

비관과 부정은 파괴합니다. 낙천과 긍정은 건설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세계를 유지하는 건 대체로 낙천과 긍정입니다.


그러나 토대 없는 건물은 허약할 뿐입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4년이 흘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제어되지 않은 탐욕에 침식된 구조를 바꾸는 대신, 땜질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이 위기가 지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사라질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긍정입니까, 부정입니까. 행크스의 낙천은 천성입니까, 상황 파악이 안된 무지입니까, 아니면 대중을 기쁘게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의지입니까.


90년대를 주름잡은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톰 행크스. 그런데 이상하게 둘은 전성기에 같이 연기한 적이 없다. 2007년작 <찰리 윌슨의 전쟁>이 첫번째, 이번의 <로맨틱 크라운>이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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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배우를 인터뷰해보면, 어쩔 수 없는 '클래스의 차이'를 느낄 때가 있다. 켄 정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행오버>의 감초 조연 정도지만, 그의 말은 조리있고 풍부했다. 영어로 이루어지 인터뷰였지만, 한국어 인터뷰보다도 알아듣기 쉬웠다. 




 

<행오버> 시리즈는 ‘미친’ 코미디다. 결혼식을 앞두고 연 ‘총각 파티’에서 인사불성이 된 세 남자들이 정신을 차린 뒤 간밤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미국의 술취한 남자들이 벌일 수 있는 황당한 행동들이 상상을 뛰어 넘어 재현된다. 2009년 1편이 개봉해 제작비의 10배 가까운 3억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2편 역시 인기를 끌었다.

켄 정(한국명 정강조·42)은 <행오버>로 유명세를 얻은 한국계 배우다. 이 영화에 그는 트렁크 안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알몸으로 뛰쳐나와 주인공 3명을 차례로 때려눕히는 아시아계 마피아 두목 ‘미스터 차우’로 등장했다. 이 장면은 MTV 영화제의 ‘최고 황당한 순간상‘을 받기도 했다. 전편의 인기를 업고 <행오버2>에 출연한 켄 정이 영화 홍보차 방한해 16일 기자들과 만났다. <행오버2>에서 켄 정은 만취해 벌거벗은 채 잠을 자고, 마약을 상용하고, 방콕의 거리를 모조리 때려부수겠다는 듯이 자동차를 몰고, 불법적인 금전 거래에 연루돼 있다.


그의 현실은 영화 속 ‘과격한’ 삶과는 정반대다. 그는 이민자 가정의 성공한 2세였다. 고교를 월반해 졸업하고, 듀크대 의대 역시 조기졸업할 정도의 수재였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내과의사가 됐고, 역시 의사인 베트남계 여성과 결혼을 했다.


고교 시절엔 내성적이지만 친한 사람을 만나면 즐겁게 해주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 대학 시절이었다. 호기심에 수강한 연기 수업이 “자연스럽고 흥미로웠다”. 이후 연기 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기도 했지만, 의학 대학원에 진학하느라 일단 꿈을 접었다. 의사가 된 뒤에도 취미로 연기 활동을 계속 했다. 개인 레슨을 받았고, 지역 코미디 대회에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낮에는 메스를 잡고 밤에는 코미디 무대에 서는 생활이 이어졌다.




전업배우가 된 건 2007년 <사고친 후에>에 출연한 뒤였다. 아내가 먼저 독려했다. 아내는 “당신은 배우로 훨씬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켄 정으로선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아버지 역시 “가족이 중요하다. 네가 뭘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며느리가 좋다면 아버지도 좋다는 뜻이었다.

<행오버>의 누드 장면은 켄 정이 직접 제안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팬티를 입은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켄 정은 “<행오버>는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코미디다. 관객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당시 켄 정의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다. 아내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방사선 치료중이었다. 켄 정은 “인생은 짧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볼 시간은 없다. 누드는 위험하지만 아내가 처한 상황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켄 정은 감정이 시키는대로 충격적이고 미친 듯한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 포복절도시키는 코미디 <행오버>는 켄 정과 그의 아내에게는 치유적인 영화가 됐다. 켄 정은 유명세를, 아내는 완치 판정을 얻어냈다.


그는 전업배우의 길을 택한만큼 코미디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여름 개봉해 흥행한 <트랜스포머3>에는 디셉티콘과 내통하는 지구인으로, 미국에서 방영중인 시트콤 <커뮤니티>에는 괴짜 스페인어 강사로 출연했다. 그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한국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장르와 상관없이 국가, 감정, 문화, 영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미(美)는 대사가 아니라 느낌,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오버2>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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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하지원 찬가' 수준이다. 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대단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하지원은 좋은 배우이자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7광구>의 하지원. 고생이 많았음.


 
하지원(33)은 액션 배우입니다. 이렇게 부를 여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데 대해 한국 감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합니다.

그가 주연한 <7광구>가 이번주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망망대해 위 석유시추선에서 벌어지는 대원들과 정체불명 괴수의 싸움을 그립니다.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하지원은 총을 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살아남습니다. 종반부 20여분은 하지원과 괴물 단 둘을 위한 무대와 다름 없습니다. 총제작비만 130억원대가 투입된 3D 블록버스터의 종반부를 홀로 책임질 한국 여배우로는 하지원 이외에는 떠오르는 이가 없습니다.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휴양지를 덮친 ‘메가 쓰나미’를 그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서도 하지원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원은 침체에 빠져있던 윤 감독의 재기작 <1번가의 기적>에서 여자 복서였고, 얼마전 인기를 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스턴트우먼이었으며, 지금 촬영중인 <코리아>에서는 탁구선수 현정화 역할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여배우는 없습니다. 스스로 “체력장 특급, 체육 올수”였다고 자랑하는 하지원이지만, 이어지는 ‘몸 쓰는’ 작품이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피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칠 위험까지 있는 액션 영화는 몸이 재산인 여배우에게 그 재산을 탕진시킬 가능성까지 안겨줍니다. 배우들의 ‘링거 투혼’은 남용되는 기사 소재라 신선하지 않지만, 하지원이 그랬다면 진짜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원은 “‘미용’이 아닌 ‘치료’ 개념의 마사지를 받는다” “머리 기를 틈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것은 투정이 아니라 직업적 자부심에서 나온 말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지원은 전도연처럼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는 영예를 누리는 배우는 아닙니다. 심은하나 이영애같은 우아함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김혜수같은 섹시함이나 김태희같은 미의 표준을 과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지원에겐 여름 휴가철 관객의 눈을 즐겁게하는 블록버스터를 홀로 이끌어나갈 힘이 있습니다. 그건 거친 몸동작 속에 섬세한 감정을 담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간혹 물량공세를 펴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고까운 시선도 있습니다만, 영화가 예술인 동시 산업인 한 앞으로도 블록버스터는 극장의 가장 큰 스크린을 차지할 겁니다. 남우의 전유물과 같았던 블록버스터의 주연을 해낸 하지원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원을 능가할 정도로 ‘몸 잘쓰는’ 여배우가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쓰나미에 휩쓸리거나, 펀치를 맞거나, 기름을 뒤집어쓰거나, 멍이 들지 않은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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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어느 카페에서 만난 고창석/김정근 기자



 
여름 성수기를 노린 대작 <퀵>과 <고지전>이 동시에 개봉한 20일, 얄궃은 운명을 탓한 한 남자가 있었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 고창석(40)이다.

고창석은 의도치 않았다고 하지만, 올해 그의 출연작 목록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말 개봉해 올초까지 상영한 <헬로우 고스트>에서 시작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혈투>를 거쳐 <퀵>과 <고지전>을 지나 촬영을 마친 <미스터 아이돌>과 촬영중인 <미스고 프로젝트>와 <시체가 돌아왔다>까지, 잘 나가도 이렇게 잘 나갈까 싶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고창석은 ‘시기’와 ‘운’을 이야기했다.

“관객이 제 얼굴을 알아보면서 아직 식상해 하지는 않는 시기 아닐까요. 얼굴이 친근하게 생겼다는 플러스 요인도 있겠고요.”

허나 아무리 때가 좋아도 능력, 특색 없는 배우가 인기 있을 리가 없다.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의 영화감독 역으로 관객에게 각인된 이후, 고창석은 출연작마다 뚜렷한 자취를 남기는 ‘명품 조연’이 됐다.

애초 고창석은 <고지전> 촬영 일정 때문에 <퀵>의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나 <퀵>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고지전>의 장훈 감독에게 연락해 “모든 일정을 맞춰줄테니 고창석을 빌려만 달라”고 부탁했다. 일면식도 없는 자신을 특별히 찾아준 윤 감독이나,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 등 자신이 연출한 세 작품을 모두 함께한 장훈 감독이나 고창석에겐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고창석이 북한 출신 국군으로 등장한 <고지전>



 
두 영화의 촬영장은 극과 극이었다. 전쟁영화 <고지전>은 지난해 9월 크랭크인해 혹독한 겨울을 거치며 6개월간 현장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은 모두 신병 교육을 방불케하는 군사훈련을 받았고 실탄 사격도 했다. 대사는 생소한 평안도 사투리였다. 반면 컴퓨터 그래픽이 많은 <퀵>은 대부분 세트장 안의 블루 스크린(특수효과를 덧입히기 위한 장치) 앞에서 연기했다. 대사는 고향인 부산 사투리로 할 수 있었다.

부산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그가 서울 영화계에 진입한 계기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였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이영애에게 총을 만들어주는 남자 역을 따냈다. 그러나 영화를 처음 찍는 많은 연극배우가 그렇듯, 사투리가 아니라 대사톤이 문제였다. 작게 낸다고 낸 목소리였는데 촬영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답답해하던 박 감독이 보다 못해 고창석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 “당신 연기 좀 보라”고 말했다. 영화와 연극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수재’ 소리를 듣던 형과 누나를 둔 막내 고창석이었다. 부모님의 속을 크게 썩인 적은 없지만, 집안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 89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 “아무 생각 없이” 탈춤 동아리에 가입해 마당극과 사물놀이를 했다. 연기가 재밌다기보다는 시대 상황과 맞물린 그 치열함에 끌려 들어갔고 93년엔 부총학생회장까지 했다. 이후 졸업장에 의미를 못느껴 학교를 떠난 뒤 민중가요 노래극단 ‘희망새’에 들어갔다. 고창석은 그곳에서 현재의 아내 이정은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둘은 98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늦깎이로 동반 입학했다.

이정은 역시 연극, 영화에서 두루 활약하는 배우다. 서로의 연기에 대해 평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 아내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솔직하게’ 평가했다가 대판 싸운 뒤 다시는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웃음기 많고 사람 좋은 인상의 아저씨 역할을 많이 맡는 고창석. 그러나 20대에는 “못되게 생겼다”는 얘기를 듣는 인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이 웃겠다”고 생각했고, 40대에 들어서자 급기야 “귀엽다”는 소리까지 듣는다고 했다. 

<퀵>과 <고지전>이 같은날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당황했다는 고창석이지만, 영화의 만듦새를 보고는 안심했다고 한다. 그는 “<퀵>은 어린 시절 본 성룡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고지전>은 15살난 여조카가 재미있게 볼 정도로 무게와 재미를 다 갖춘 전쟁영화”라고 자부했다. 두 영화의 승부가 어떻게 나든, 고창석은 이긴다.

<퀵>의 고창석과 김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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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개봉한 <풍산개>는 주말 동안 23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한다. 다만 이같은 저예산에는 배우, 특히 스태프들의 '희생'이 있었고, 가능하면 이러한 희생을 담보로 영화를 찍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풍산개>의 주연 윤계상/강윤중 기자

<풍산개>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배달부. 영화 내내 한 마디 대사도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만 표현한다. god 시절의 눈웃음치는 ‘장난꾸러기’, <최고의 사랑>의 ‘훈남’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속 윤계상의 모습 중 가장 남성미 강한 배역이다. 6㎏을 감량하며 만들어낸 근육질 몸매는 여성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다.

그는 “god 시절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 때문인지 남성적 역할을 맡을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등을 거치며 조금씩 남자다운 역할을 해나갔고, 이번에 그동안 응축된 에너지를 제대로 폭발시켰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40일 남짓한 기간동안 이뤄진 25회차의 게릴라같은 촬영. 거의 매일 밤을 새면서 찍었다. 새벽 3시 파주의 허허벌판에서 물에 들어가거나, 차가운 진흙을 온몸에 바르는 장면도 있었다. 윤계상은 “체력을 따지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안찍으면 안되는 상황이니까 어떻게든 찍어졌다”고 돌이켰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전재홍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기덕 사단’의 전통을 이어 2억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됐다. 윤계상을 비롯한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임금을 받지 않는 대신 작품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이익을 남겨서 돈을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윤계상은 “안 받아도 된다. 다만 스태프들에게는 반드시 돈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계상이 해석한 ‘배달부’는 “가장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남한말을 쓰면 남한사람처럼, 북한말을 쓰면 북한사람처럼 보일까봐 아예 대사가 없었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배달하고, 나중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데 힘쓴다. ‘남북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받았고, 군대에서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교육받았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보니 남과 북에는 정말 많은 문제가 겹쳐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윤계상은 연기하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무언가 창조하는 기분이 “예술가라도 된 것 같다”고 했다.


“‘슬픔’, ‘기쁨’이라고 시나리오에 적힌 감정을 현실화시키는게 상상도 못하게 재미있어요. 제 모습을 모니터에서 보면서 제가 아닌 것 같을 때는 닭살이 돋고 잠이 안 올 정도로 좋아요. 또다른 내 모습이 필름에 담겨 기록되고, 제 손자, 증손자까지 볼 수 있게 남겨진다는게 너무나 행복해요.”


다만 연기가 너무 좋아 연기를 못한 적도 있었다. <비스티 보이즈> 촬영 당시의 일이다. 배역에 ‘과몰입’한 나머지 기술적인 부분을 놓쳤다. 호스트 역할을 소화하느라 매일 밤 술을 마시고 낮에 잠을 잤다. 인물의 감정은 느낄 수 있었지만 실제 삶이 피폐해졌다. 눈빛이 퀭하고 사람을 봐도 모른 척하는 일이 잦아지자, 윤계상의 아버지는 매니저에게 정신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진지하게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요령이 생겼다. 전체 작품의 흐름, 몰입해야할 타이밍을 계산하면서 연기한다. <최고의 사랑>이나 <풍산개>가 그 예다.


윤계상은 김기덕 감독을 단 한 번 봤다고 한다. 올 초, 김기덕 감독이 은둔해 있는 강원도의 한 오두막에 온 세상 사람들 중 처음으로 초대받았다. 윤계상·김규리 두 배우, 감독과 프로듀서의 4명이었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아저씨 같고 농담도 잘했다. 삼겹살도 구워주셨다”며 웃었다. 


◇영화 <풍산개>는?=남과 북을 오가며 물건을 배달해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북한 담배 ‘풍산개’를 즐겨 피운다는 것밖에는 그의 정체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그는 남에 망명한 북한 고위 인사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남자는 인옥을 안전하게 데려오지만, 국가정보원은 그를 잡아 “남이냐 북이냐”고 캐묻는다. 망명 인사는 인옥과 남자의 관계를 의심하고, 인옥 역시 집착이 심해진 망명 인사를 벗어나려 한다. 남파된 북한 간첩단은 망명 인사와 인옥을 처단하기 위해 접근한다.

유령 혹은 초인적 존재인 배달부를 통해 통일에 대한 의지를 형상화한다. 남과 북의 끝없고 어리석은 다툼을 풍자한다. “자장면 소화되기 전에 죽고 싶어?”, “인공호흡이야 키스야?” 같은 예상못한 대사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전재홍은 <의형제>의 장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등과 함께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김흥수 화백의 외손자이기도 한 그는 고교시절 성악을, 대학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뒤 영화로 방향을 튼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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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인어떼 장면이 볼만하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조니 뎁은 꿈꾸는 떠돌이 소년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려고 합니다.


뎁이 주연한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가 19일 개봉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네번째 편인 이 영화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총 1천160만 관객을 모은 인기 시리즈입니다. 뎁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적선장 잭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습니다.


스패로우 선장은 할리우드가 낳은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군에 속할 겁니다. 명색이 해적인데 그리 사악해보이진 않고, 엄청난 위기를 몰고 다니지만 얼렁뚱땅 헤쳐나갑니다. 바람둥이 같은데 애인은 없고, 비겁하지만 때론 터무니없이 용감합니다.



무엇보다 스패로우, 나아가 해적을 규정하는 특징은 정착하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보물을 찾아 망망대해를 떠돌고, 어쩌다 뭍에 닿아도 싸구려 선술집에 머물뿐이죠. 스패로우를 정착시키려면 감옥에 가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성공과 함께 할리우드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시리즈 이전과 이후에도 그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아들, 아버지였던 적이 없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뎁은 그의 영화에서 주로 기괴한 외톨이 역할로 출연했습니다. <가위손>(1990)에선 고성의 기계인간, <에드 우드>(94)에선 괴상한 성적취향을 가진 재능없는 영화감독,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선 가족 한 명 없는 초콜릿 공장 사장이었습니다. 또 미국 서부를 떠도는 방랑자,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배리, 낭만적인 갱스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미친 모자장수가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낯선 조류>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에는 전편에서 함께한 올랜도 블룸, 키라 나이틀리가 빠져나간 대신, 페넬로페 크루즈가 합류했습니다. 크루즈는 스패로우 선장의 옛 애인으로 등장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 옛 사랑의 침전물, 그만큼의 미움을 가진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모험을 함께 합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배신을 밥먹듯했던 스패로우 선장도 이제는 옛 연인을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립니다. 


물론 해적은 해적입니다. 아이 낳고 알콩달콩 한 곳에 정착해 잘 산다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돈에 눈밝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 매력적인 모험가를 쉽게 은퇴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엔딩 타이틀이 다 올라간 이후, 또다른 모험을 암시하는 짤막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정작 현실의 뎁은 완전한 정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뎁은 10년간 동거했던 프랑스 가수 바네사 파라디와 다음달 정식으로 결혼합니다. 둘 사이엔 이미 1남 1녀가 있습니다. 진행중인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 <낯선 조류>를 들고 참석한 뎁은 “아이들이 내 영화 최고의 비평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년에서 아버지가 됨으로서 행복해진다면 뎁에게는 좋은 일이겠죠. 그러나 스크린 위에서든 아래서든, 아버지가 되지 않는 소년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머물지 않고 영원히 떠돌며, 우리가 하지 못하는 모험을 대신 해주는 그런 인물 말입니다. <피터팬>은 그런 소망들의 집적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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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스티븐 시걸을 별로 좋아한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쓰다보니 왠지 정이 들었다.

행복한 남자, 스티븐 시걸.


60 노인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스티븐 시걸은 불량식품입니다. 싸고 맛있지만 건강에 나쁩니다. 그러나 불량식품은 그 맛입니다.

액션 스타 스티븐 시걸에 대해 덜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시걸은 일본에서 합기도를 배워 일어를 유창하게 하고,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여러 장의 음반을 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에너지 드링크를 내는 사업가이며, 독실한 불교도입니다. 그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연출과 주연을 겸한 <죽음의 땅>에서는 ‘환경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다국적 기업에 맞서 싸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화팬들이 시걸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한때 유행했던 ‘스티븐 시걸 시리즈’에 농축돼 있습니다. 스티븐 시걸이 나온다면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보여주는 유머입니다. 예를 들어 <링>은 “스티븐 시걸이 사다코의 목을 꺾는다”, <아마겟돈>은 “지구로 날아드는 초거대 운석, 스티븐 시걸이 운석의 목을 꺾는다” 등입니다. 그렇게 숱한 영화 속에서 시걸을 만난 악당들은 목이 꺾여 죽어 나갔습니다. 시걸은 영화 속에서 주로 검은 옷을 입었고, 포니 테일(머리를 뒤로 한 갈래로 묶어 늘어뜨리는 스타일)을 하고 나왔으며, 무표정한 얼굴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악당을 처리했습니다. 이같은 시걸 영화의 일관된 흐름에 대해 팬들은 ‘시걸리즘’이란 말까지 붙였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이란 깎아놓은 사과처럼 쉽게 변하기에, 시걸의 2000년대 영화들은 극장 대신 비디오나 DVD로 직행하기 일쑤였습니다.

시걸과 마셰티의 최종대결.

21일 개봉하는 <마셰티>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이같이 독특한 시걸의 이미지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여느 영화에서 시걸은 선인이었지만, 이번엔 멕시코 갱단 두목입니다. 수영복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화상전화로 미국의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그는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직접 텍사스로 건너옵니다. 예의 검은 복장, 날카롭게 벼린 일본도, 그러나 꽤 비대해진 몸을 이끌고서 말입니다.


언제나처럼 이 영화에서도 시걸은 ‘연기’란 걸 하지 않습니다. 대사엔 고저장단이 없고, 표정은 돌하르방처럼 한결같으며, 몸동작은 조선시대 선비처럼 느릿합니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시걸이란 배우를 그냥 그 자리에 세워둠으로써, 과거의 B급 액션영화를 패러디하는 동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영화에 진지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시걸에게 가족을 잃은 남자 마셰티는 복수를 계획하지만, 비장하기보다는 어딘지 어설픕니다. 또 등장하는 미녀들마다 흉악하게 생긴 마셰티에게 왠일인지 반해 옷을 벗어젖힙니다. 사지가 잘리고 내장이 튀어나오는데, 잔인하기보다는 우스꽝스럽습니다. 

"Machette don't text" 란 대사에서 모두들 웃었다.

지금 스티븐 시걸은 그런 배우입니다. 시걸이 인상을 쓸수록 관객은 웃습니다. 1990년대의 시걸은 진지했고, 2000년대의 시걸은 촌스러웠지만, 2010년대의 시걸은 어린 시절 하교길에 먹었던 불량식품같은 향수의 대상입니다. 물론 시걸이 거대 블록버스터나 고고한 아트 필름의 주연으로 활약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작심하고 황당한 영화에 출연해 웃음과 향수를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시걸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됩니다. 제 생각엔 시걸도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오래 살아남고 볼일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때론 죽이는 간호사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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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석 기자

영화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스레를 잘 떨고 크게 웃고 때로 공격적일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만난 류승범은 목소리가 침착했고 뜻을 천천히 설명했으며 때로 예민해 보였다.

형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얼떨결에 출연한 것이 벌써 11년 전이다. “내가 영화배우될지 누가 알았겠나”라고 말하는 그는 어느 새 상업영화의 단독 주인공이 됐다. 신작 <수상한 고객들>에서 류승범은 ‘보험왕’을 꿈꾸는 배병우 역을 맡았다. 높은 실적을 인정받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되기 직전인 그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함부로 가입 받았던 2년전 고객들이 마음에 걸린다. 삶의 벼랑끝에 서있던 그들이 집단으로 자살이라도 한다면 병우의 경력에도 금이 간다. 병우는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삶에 의욕을 갖도록 감언이설을 푼다.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지만, 자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매스컴이나 주변에서 한창 그런 얘기를 듣고 있을 때 이 시나리오를 읽었습니다. 비극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저도 극단적이진 않지만 비관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으니까요.”


영화 속에서 병우는 버려진 버스에 사는 소녀가장, 남편이 죽은 뒤 홀로 네 아이를 키우는 억척 과부, 지하철 역사에서 노숙하는 청년 등을 차례로 만난다. 전작 <부당거래>에서 황정민과의 1:1 연기 대결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다수의 배우들을 상대로 각기 다른 색깔을 보여야 했다.


“오히려 제가 이끄는게 아니라 이끌림 당했어요. 절 내던졌어요.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처럼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시작했어요.”


애드리브가 분명하다고 느껴지는 연기가 있었지만, 류승범은 스스로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대본에 충실하고, 대사가 끝내 입에 맞지 않으면 감독과 상의해 고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암울하고 긴박했던 전작 <부당거래>에서조차 류승범은 수시로 관객을 웃겼는데, 그는 관객을 웃기는 기술을 잘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오히려 자신의 코미디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다고 것이다. <수상한 고객들>에서도 가난한 아이들이 떡볶이, 어묵 등을 마구 얻어먹자, “소주까지 한 잔 하지 그러냐”는 대사를 던지는 식이다.


‘보험왕’을 연기한 류승범이지만, 정작 그가 들어놓은 보험은 자동차 보험이 전부다. 그는 “아직 애다. 보험 같은 것에 대해 전혀 인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데 일 벌리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거의 매년 한 편씩의 영화를 내놓을 정도로 한국영화계에서 단단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가 무슨 고민일까. 그는 지금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했다. 한때 ‘패셔니스타’로 불린 적도 있지만, 요즘은 옷에 대한 관심도 시들하다. 무엇이 관심이냐고 물었더니 “생각, 의식”이라고 분명히 답했다.


“지금 엄청난 생각들이 오가고 있어요. 제가 10년 정도 배우 생활 했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죠. 그 시간을 되돌아보고, 지금을 생각하고, 앞을 내다보고 있어요. 또 일을 떠나서 30대에 대한민국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영화 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해, 사사로운 것부터 커다란 일까지 온갖 것을 생각해요.”


<수상한 고객들> 시사회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승범이 언론의 질문에 대부분 단답형으로 응한 것을 두고 말들이 있었다. 그는 “제가 진지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제게도 영화를 보고 되새길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물론 그곳이 제 생각을 정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라는 것을 안다. 가면무도회에 가면을 안쓰고 나간 셈”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란 원래 가면을 쓰는 직업이다. 대중 앞에서, 투자자 앞에서, 감독 앞에서 가면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가끔 가면을 쓰지 않고 맨얼굴을 보여 흥미진진한 배우가 있다. 류승범은 그런 배우다.

<수상한 고객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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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교열을 거치면서 '드니로'가 '데니로'로 바뀌어 나왔다. 그러나 이 블로그에서는 '드니로'를 고집하겠다.

사실 난 벤 스틸러가 더 좋다.

로버트 드니로는 가부장이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있지 않을 때조차 그는 가부장의 권위를 보였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한국 남우들에게 좋아하는 배우를 물으면 절반 정도는 로버트 드니로를 꼽았습니다. <대부2>,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등의 대표작에서 드니로는 갱, 베트남 참전용사, 권투선수 같이 남성적이고 강인한 역을 능란하게 소화했습니다.  


한국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있다면 미국엔 장인과 사위의 갈등이 있습니다. <미트 페어런츠> 시리즈는 장인·사위 갈등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31일 개봉하는 3편은 그레그(벤 스틸러)가 잭(드니로)의 사위가 된 지 10년째 되는 해에 벌어집니다. 직업, 외모, 재산 등 모든 면에서 못마땅하던 사위에게도 어느덧 정이 든 것일까요. 자신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잭은 그레그에게 가문을 이끄는 ‘갓퍼커’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레그가 순조롭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영화가 재미없겠죠.


이 영화에서도 드니로는 여전히 아버지로서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려는 가부장입니다. 전직 CIA 요원인 그는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데 필요한 많은 수완을 가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허나 대다수 젊은 관객은 지금은 강력한 가부장이 존재하기 힘든 사회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가부장 없는 시대에 가부장 행세를 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죠. <대부>를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이 종종 흐르는 이 영화는 <대부>식의 가부장 대물림 의식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드니로는 CIA를 통해 사위의 뒷조사를 하려고 하는데, 담당자는 “구글에서 검색하라”고 답합니다.


드니로는 망가집니다. 모래밭에 파묻히고, 고무공 수영장에서 주먹다짐을 벌이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잘못 먹었다가 간호사 사위 앞에서 망신을 당합니다. 천하의 가부장조차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팽개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영화의 폴 웨이츠 감독은 ”가정 내에서 드니로가 가지고 있던 남성적인 리더십과 그 강박감에서 비롯된 유별난 집착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권위를 팽개쳐야하는 이가 가부장 뿐이겠습니까. 한 시대를 호령하던 정상급 가수들이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꼴찌’의 멍에를 쓰고 탈락합니다. 시청자는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가수들의 모습에 감동했다고 하지만, 이토록 혹독한 형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는 가수들의 현실은 씁쓸합니다.


<미트 페어런츠3>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드니로 뿐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 하비 케이틀 등 노년을 맞은 명우들이 한바탕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나 낄낄댄 웃음의 뒷맛은 깔깔합니다. 권위를 잃은 배우, 권위를 필요치 않은 시대가 영화에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왼쪽의 아름답게 나이든 여배우는 기네스 펠트로의 엄마인 블라이스 대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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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위노나 라이더의 팬이었던 건 아니지만, 대런 아르노프스키는 그녀에게 <블랙 스완>에서 잔인한 배역을 맡겼다. 또 모르지. 라이더가 오히려 지금 같은 위치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을지도.

<블랙 스완>의 위노나 라이더. 나탈리 포트먼을 앞에 두고 일장 훈계를 하고 있다.

위노나 라이더는 1990년대 할리우드의 ‘요정’이었습니다. 이제 불혹이 된 요정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번주 개봉작 <블랙 스완>에서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에는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블랙 스완>은 라이더가 아니라 그보다 10살 어린 나탈리 포트먼의 영화기 때문입니다.


니나(포트먼)는 뉴욕 발레단의 전도유망한 발레리나입니다. 예술감독(뱅상 카셀)은 새 시즌의 오프닝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를 올리면서, 발레단의 간판스타였던 베스(라이더)를 하차시키고 새 주역을 내세우기로 합니다. 감독의 눈에 든 니나는 <백조의 호수>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발탁됩니다. 하지만 연습벌레이자 완벽주의자인 니나는 순수한 백조 연기엔 능하지만 관능적인 흑조 연기는 미숙해 감독의 불만을 삽니다. 테크닉은 떨어지지만 천부적인 관능성을 가진 신입단원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의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라이더는 토슈즈를 신은 우아한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습니다. 짙은 눈화장을 한 그녀는 늘 술에 절어있고, 세상을 조롱하고,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파괴적인 캐릭터입니다.


포트먼은 <블랙 스완>에서 이전까지의 모습이 잊혀질만한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대가는 다음주 있을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입니다. 흥미로운 건 즉흥적·관능적 면모를 보이지 못해 고생하는 <블랙 스완> 속 모범생 발레리나 니나가 포트먼의 실제 이미지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명문 하버드대 출신, 채식주의자, 열정적인 사회활동가인데다가 마약이나 성 등에 있어 별다른 스캔들 한 번 없는 포트먼은 말 그대로 ‘모범생 배우’입니다.


반면 위노나 라이더는 어떻습니까. <유령수업>과 <가위손>으로 팀 버튼의 뮤즈가 됐고, <순수의 시대>를 통해 명장 마틴 스콜세지와 만났으며, <청춘 스케치>로는 1990년대 청춘의 표상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위노나의 경력은 차츰 시들어 갔습니다. 1999년 나온 <처음 만나는 자유>의 주연은 라이더였지만, 정작 주목받은 건 안젤리나 졸리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기억할만한 라이더의 연기는 더욱 드물어졌습니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포트먼과 라이더 모두에게 그들의 실제 처지와 비슷한 배역을 맡긴 셈입니다.

<가위손>과 <유령수업>의 위노나 라이더. 지금 조니 뎁과 위노라 라이더의 위치 차이는?

영화사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선셋 대로>(1950)은 늙은 여배우가 운든한 대저택이 배경입니다.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건만,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를 정상급의 스타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배역에는 실제로 당시 거의 잊혀졌던 무성영화 시대 스타 글로리아 스완슨이 캐스팅됐습니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인지 스완슨은 과대망상, 현실부적응의 배우 연기를 그로테스크하게 해냈습니다.

라이더는 짧은 시간 출연해 강렬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아마 별다른 감정이입도 필요 없었겠죠. 극중 베스가 바로 자기 자신의 처지이니까요. 하지만 한물간 배우 위노나 라이더가 한물간 발레리나 역을 제의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예술이란건 참 잔인합니다. 

<순수의 시대>와 <처음 만나는 자유> 시절의 위노나 라이더와 상대 배우들. 지금 다니엘 데이 루이스, 안젤리나 졸리와 위노나 라이더의 위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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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웨이. <만추>는 탕웨이의 얼굴에서 시작해 탕웨이의 얼굴로 끝난다. <, >의 매력은 우연도 아니고 리안의 마술도 아니었다. 인터뷰는 7~8개 언론이 공동으로 50분 가량 진행됐다. 이런저런 질문에 이런저런 답변이 나왔는데,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는 어떤 답변을 리드로 써도 좋을 듯한 좋은 말들이 나왔다. 인터뷰를 한 뒤로 탕웨이가 더 좋아졌다. 인터뷰 전문과 <만추> 리뷰.

    사진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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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전영화 리메이크에 중국 여배우가 나왔다.

"감정이란 것에는 국경이 없다. 언어라는 것도 감정에 비하면 힘이 없다. 한국 영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처음 출연했는데, 계기나 믿음이 있나.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 좋은 상대 배역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믿음이 확인됐다. 난 현장에서 유일한 중국인이었지만 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 다 가족같은 느낌이었다."

 

-당신의 영화는 중국에서 상영되지 못한다고 알고 있는데. <만추>도 상영되지 못할 것 같아 아쉬움은 없나. (<, >가 친일하는 내용이 있어 중국이 탕웨이가 출연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고 있다는 소식이 예전에 있었다)"

"아직 할지 안할지 모른다. 내 다른 출연작 <크로싱 헤네시>는 상영됐다."

 

-그렇다면 <만추>의 중국 상영에 대한 기대감이 있겠다.

"기대된다. 중국에서 개봉하면 현빈씨도 같이 가고 싶은데, 아쉽게도 갈 수 없어서 아쉽다. 지금 중국에서 현빈씨 인기가 폭발적이다. 주변에도 현빈씨에게 미친 팬들이 너무 많다.(웃음) 홍콩에서는 신문에 '현빈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한 면 전체에 걸쳐 기사가 난 적이 있다. "

 

-연기 상대로서의 현빈씨는 어땠나?

"굉장히 안정적인 배우였다. 그 나이로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 나이보다 많은 나이를 살고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어른스럽다. 매사에 진지했고, 농담을 받아들이는 자세조차 진지했다. 그런 면에서 현빈은 코미디 배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현빈씨의 어떤 면이 좋은가.

"애나의 훈이 좋다. 왜 훈을 좋아하냐면 훈은 밝은 햇빛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애나는 7년동안 마음이 죽어있던, 잠들어있던 얼음같은 사람이다. 그녀의 인생은 7년전 끝났다. 훈의 햇빛으로 얼었던 마음이 녹았다. 그리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희망을 얻었다. 그런 훈을 어느 누가 싫어하겠나. 어제(시사회날) 난 그런 생각을 했다. 난 애나로서 훈을 사랑한다. 이 천사를 데려다니면 좋겠다고. 어제 현빈씨 보면서 많은 여자팬이 소리 지르는데, 많은 이들에게 현빈씨는 훈 같을 것이다. 많은 이에게 기쁨을 준다. 특히 그 보조개에서 나오는 미소가 햇빛같다. 그래서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애나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이 있었나.

"촬영 2달전 시애틀에 들어갔다. 애나라는 사람의 배경, 환경을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애틀에서 성장한 사람과 다니면서 시애틀 사람처럼 생활했다. 화교들이 사는 곳에 생활했고 이야기 나누고 친구 사귀었다. 애나에겐 이런 추억들이 있었겠구나 하고 저장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려 하자 김태용 감독님은 다 비우라고 했다."

 

-영어 발음이 좋은 것 같다.

"<만추> 촬영전 런던에 있다가 시애틀로 갔다. 런던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공부했는데, 시애틀 도착하자마자 다이얼로그 코치를 배정받아. 시애틀식 영어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영어 수업을 했는데 이후엔 선생님과 수업한게 아니라 시애틀에 사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시애틀은 어떤 곳이었나?

"시애틀은 내 고향인 항저우와 닮았다. 축축하고 음산한 느낌이 그렇다. 시애틀은 항상 흐리기 때문에 자살율이 높다. 도시 느낌이 우울한데. 더 깊이 들어가면 오래된 도시이고 역사, 문화 등 아름다운 배경이 있다.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애나의 이민생활이 그래서 더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훈이라는 불꽃을 만났을 때 얼음처럼 녹았을 것 같다."

 

-애나가 결국 훈을 만났을 것 같나.

"만났으면 정말 아름다웠겠지만,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을 가지고 예쁘게 꾸미고 도착해서 기다리는 순간이 있었다는 거다. 그게 가장 행복한 순간일 듯하다. 삶과 사랑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애나는 오랜 시간동안 기다림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살았던 인물이다. 전혀 희망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을 거다."

 

-키스신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긴 키스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키스신이 없었다. 어머니 장례식 장면을 찍고 있는데. 감독님이 오시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신이 필요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장면과 감정을 설명하는데 심장이 뛰었다. 그 얘기에 몰입됐다. 그래서 ', 필요하겠군요.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키스신을 찍는 순간을 기다렸다. .아울러 참 오래 찍었다.(웃음)"

 

-극중 이미지가 자신과 잘 어울린 것 같나.

"시사회에서 영화를 볼 때는 아직도 애나였다. 애나의 마음으로 영화를 봤기 때문에 내 모습이 어땠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다. 그저 저 안개가 빨리 걷히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보는 분이 더 객관적일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훈과 손잡고 밤새도록 달리는 장면이다. 애나가 모든 마음 속의 무거움 버리고, 코트 조차 벗고, 내 안의 모든 것을 떨쳐나가는 장면이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애나에게 그런 순간은 그때밖에 없을 것이다. 촬영할 때 참 좋았다."

 

-<, >도 그렇고 주로 진지하고 우울한 역을 맡았는데, 본인의 실제 성격대로 쾌활하고 발랄한 여성 역을 맡고 싶은 생각은 없나.

"<급속천사>에 여자 레이서로 나온다. 그때야 내 모습같다고 생각했다. 구멍난 청바지에 남자처럼 걷는 평상시 내 모습이 나온다. 엄마가 그 영화 촬영할 때 의상 보더니 '이제야 너 같다'고 말해줬다."

-리안 감독, 김태용 감독의 같은점과 다른점은.

"닮은 점이 더 많다. 김태용 감독의 연출을 얘기하면 답이 되겠다. 굉장히 세심하고 예민하다. 말이 많지 않은데, 만나보면 눈이 반짝거린다. 겉모습은 어른인데 어린아이같은 눈빛을 갖고 있다.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으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긴 말도 아니고 짧게 얘기하고 학생처럼 단정한 태도인데, 깊이 얘기하다보면 자기 주장에 대해 강하게 요구하고 열렬히 추구한다. 그걸 굉장히 착하고 귀여운 방식으로 전달하지만, 전달력은 정확하다.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사란 대하는 태도, 영화 만드는 진정성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들었다.

"정말 그런가. 다시 한국영화를 찍는다면 크나큰 영광이다."

 

-왜 본인이 외국의 영화에 캐스팅된다고 생각하나.

"모든 나라 분들이 각자 자기 이미지만을 가지고 유형화된 것 같다. 다른 나라, 문화를 가진 사람하고 일하는데 호기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서 외국 배우에게 제의하는 것 같다. 그 호기심들이 같이 만나면 어떻게 작용될까 궁금하고 즐겁다. <급속천사>에도 중국, 홍콩, 일본, 대만 배우가 다 나온다. 지금은 모든 분들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한국영화만의 특징이 있나.

"감히 어떤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100편은 더 봐야 답을 하겠다. 다만 영화보다는 최근에 같이 일한 김태용 감독, 현빈씨, 김우형 촬영감독 등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 한국영화인들은 집중력이 강하고 마음을 다해서 만든다. 관객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초점을 맞춰야 하는 대상이 생기면 몰입하는 깊이가 깊다.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내내 행복했다."

 

 

-공리, 장쯔이 등은 할리우드 진출했다. 당신의 계획은.

"난 원래 계획이 없이 산다."

 

-어떻게 배우가 됐다.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연기를 접하고 나서야 이렇게 편한 일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할 때 제일 편하다. 생활 속에서는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할 수 없는걸 연기에서 진실로 표현할 수 있다. 관객은 내가 표현하는 걸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더라. 그래서 연기에 재미를 찾게 됐다. 평상시 하지 못하는 역. 예를 들어 미치광이같은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

 

-<만추>처럼 힘든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

"7년동안 갇혀있다가 3일 나와 하는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웃음) 사랑 경험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사랑의 기쁨과 고통은 누구나 겪는다."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오면 어디를 가고 싶은가.

"와서 오래 머물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어쩌면 한국인들과 일하면서 이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어가 좋고 아름답게 들린다. 문법, 어법 물어보면 중국어랑 어순도 다르고 해서 호기심이 생긴다. 지금 이렇게 얘기를 나누지만 그 뜻은 모르지 않나. 난 여러분의 눈을 보면서 얘기하고 싶다. <만추> 현장에서 영어로 외국 스태프와 얘기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통역을 부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그러고 싶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내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 다들 도망간 건가?(웃음) 김태용 감독님하고도 그렇게 해서 정말 완벽한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통역을 부르지 않았다. 나중엔. 통역사가 감독님과 나 사이의 언어를 못알아들을 정도로 둘만의 언어가 생겼다."

 

 

멍든 얼굴, 멍한 표정의 여자가 한적한 주택가를 어기적대며 걷는다. 여자는 문득 발길을 돌려 집으로 뛰어간다. 한 남자가 고개를 바닥에 쳐박은 채 쓰러져있다. 여자는 자신과 남자가 찍힌 사진을 찢어 먹어치운다.

7년 후, 수감중인 여자 애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는다. 모범수인 그녀는 72시간의 휴가를 얻는다. 버스를 타고 시애틀의 집으로 돌아오던 애나는 한 남자를 만난다. 머리와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모양, 여자에게 접근하는 매너 등이 예사롭지 않다. 남자 훈은 여자가 원하는 남자 노릇을 한 뒤 돈을 받는 것이 직업이다.


3일 후의 예정된 이별, 그 사이 벌어지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만추>의 전부다. 애나는 중국인, 훈은 한국인이다. 둘은 영어로 대화하고, 가끔 모국어로 혼잣말한다. 사연 많은 애나와 그 만큼의 사연이 있는 훈이 서로를 온전히 알기에 72시간은 너무 짧다. 그러나 평생 간직할 사랑의 추억을 만들기엔 충분히 길다.


또다른 ‘고객’을 찾던 프로페셔널 훈은 애나를 요리조리 찔러본다. 그러나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인 뒤 영어의 몸이 된 애나가 낯선 이에게 마음을 쉽게 열리가 없다. 교도소에선 수시로 애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를 걸어온다. 훈 역시 쾌활한 척 하지만 실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늘 자욱한 안개가 끼어있고 자주 비가 오는 시애틀의 풍광은 두 남녀의 관계처럼 질척댄다. 러닝타임이 절반은 지나서야 둘은 독백, 방백이 아니라 대화하기 시작한다.




두 배우는 정확한 영어로 많은 대사를 하지만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다. <만추>는 말이 아닌 감정의 영화다. 그 감정은 대양의 파도가 아니라 호수의 물결 같다. 어쩌다 비친 햇빛, 찡긋하는 눈빛, 흩날리는 머리결같이 미세한 표현법으로 그들의 감정이 전달된다. 훈은 말한다. “어떤 얘기는 꼭 말로 해야만 하는건 아니죠”

그러므로 영화에 대한 반응은 갈릴 것 같다. 굵직한 이야기와 빠른 전개를 즐기는 관객들은 될듯 말듯 아무 것도 안되는 둘의 관계에 복장을 터뜨릴지 모른다. 섬세한 감정표현과 느릿한 템포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올해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만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10일 오전 언론시사회를 통해 다시 공개됐다. 지난해에는 ‘탕웨이의 <만추>’였는데 그 사이 ‘현빈의 <만추>’가 됐다. 이날 시사회가 열린 왕십리CGV는 수 많은 취재진, 관계자들 때문에 최근의 그 어느 한국영화 시사회장보다 혼잡했다.


그러나 영화가 누구의 것이든, 두 배우는 충분히 매력있다. 탕웨이는 데뷔작 <색, 계>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런 여배우를 한국영화에 캐스팅했으므로, 한국영화의 자장과 역량은 충분히 성장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여자를 즐겁게 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남자를 현빈처럼 느끼하지 않게 표현하기도 힘들다.


한국영화사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지금은 프린트가 유실된 이만희 감독의 동명 원작(1966)에 근거했다. <만추>는 김기영, 김수용 감독에 의해서도 리메이크된 적이 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 작품이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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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은 얼굴이 작고 어깨폭이 좁고 키도 작은 여자 사람이었다.  난 아래 사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보단 조금 새침하게 있는 위의 사진이 좋다. 환한 사진은 화장품 포스터 같아서. 그리고 이 영화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한다.

사진 이석우 기자




한지민은 생각과 다르게 장난스러웠다. 준비한 질문지를 홱 채간 뒤 한참을 읽어보고 웃으며 돌려줬다. 단아한 쪽진머리를 한 조선시대 여자는 분명 아니었다.

설을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한지민은 정조 시대 거대 상단을 이끄는 한 객주 역을 맡았다. 한 객주는 왕의 명을 받아 관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탐정(김명민)과 그의 조수 서필(오달수) 앞에 사건의 비밀을 간직한 채 나타난다.

한지민은 등장부터 기존의 조신하고 똑부러진 이미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복이라고 보기도 힘든 기묘한 퓨전 의상을 입었는데, 가슴을 절반쯤 드러냈다.

“두렵거나 부담됐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역할이죠. 김명민 선배는 역을 고르는 기준으로 ‘설렌다. 그러면 끌린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전의 (비슷한) 역할을 맡음으로 제게 선택지가 생긴 것이고,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선명탐정> 속 한지민의 의상과 메이크업은 화려하다. 그는 “여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에서는 단정한 의상을 주로 입었던 반면, 이번엔 극중 상대 배역이 첫눈에 반하도록 돋보이는 것이 목표였다. 개성이 강렬한 얼굴이 아니었기에 의상, 메이크업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었다. 머리를 당겨 묶어 눈매를 날카롭게 만들기도 했다. 

다수의 드라마, 영화에 출연해왔지만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은 역시 사극이었다. 그중에서도 77부까지 찍었던 <이산>은 한지민의 인상을 시청자의 뇌리에 단단히 각인시켰다. ‘스스로 한복이 어울리는 것 같냐’고 물었더니 “한복 저고리는 어깨가 좁아야 어울린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고보니 한지민의 체형이 그랬다.

사진 이석우 기자


한지민은 자신이 씩씩하다고 말했다. “일하다가 내가 힘들어하고 찌푸리면 주변 사람들도 다 찌푸리고 있더라. 웬만하면 재미있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계에선 잘 알려진 얘기지만 오달수야말로 보기와 다르게 새침하고 수줍은 여배우 성격이다. 활달한 한지민과 조용한 오달수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대학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한 그는 실제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특히 어린이를 좋아하는 그는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 구호단체 JTS에서 열심히 활동중이다. 봉사 활동 얘기를 하자 영화 얘기 할 때보다 눈을 더 빛낸다.

“아이들이 굶는 것도 해결해야 하지만, 배우지 못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학교를 지어줘야 해요. 그러면서도 그들의 문화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활동인지를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봉사가 우리의 행복,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닌지 끝없이 반성해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행복의 기준도 많이 달라졌어요.”

워낙 동안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한지민도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는 영화 안팎으로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경력을 욕심 없이 조금씩 쌓아가고 있었다. 

'탐정' 김명민이 한 객주를 처음 만나는 장면. 김명민의 눈은 만화식 표현으로 하면 딱 "띠용~"이다. 모두들 그걸 의도했다고 한다. 영화는 관객이 알아듣기 좋게 설명해준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정조는 공납물을 빼돌리는 관료들의 비리를 캐기 위해 탐정에게 밀명을 내린다. 수사 시작과 함께 자객의 습격을 받은 탐정은 지나가던 개장수 서필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붙잡힌 관료들은 문초를 받기도 전에 하나같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탐정과 서필은 사건의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작고 가난한 고을인 적성으로 향한다. 탐정은 적성에서 거대 상단의 수령 한 객주를 만난다.

김탁환 작가의 <열녀문의 비밀>을 영화화했다. 김명민은 자신감에 우쭐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덜렁대는 탐정을 연기함으로써, 눈에 힘을 잔뜩 준 기존 이미지를 가볍게 털어냈다. KBS에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쇼프로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을 연출했고,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선보인 적도 있는 김석윤이 메가폰을 잡았다.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오달수는 <방자전>에서 김주혁과 콤비를 이루더니, 여기선 김명민과 짝이다. 둘 다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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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 설명 중, 엘티 트윈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근거해 작성한 대목이 있었음을 사과드립니다. 해당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정재영은 <글러브>에서 엘지 트윈스 소속 선수다. 


설날 극장가 성수기를 앞두고 개봉하는 <글러브>는 많은 부분에서 예상가능한 영화다. 강우석과 오랜 시간 함께한 배우, 스태프가 모여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짐작하는 만큼의 눈물과 웃음이 있고, 화면은 평균적인 한국 관객이 소화하기 좋을 정도로 구성됐다. <글러브>에서 예상을 벗어난 것은 다소 긴 상영시간(144분)뿐이다.


그러나 강우석의 예상가능한 영화들은 언제나 시장에서 통했다. <글러브>는 서너 번 크게 울리고, 여러 번 작게 웃긴다. 뻔한 대사, 뻔한 이야기, 뻔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아무튼 눈물이 난다. 충주 성심학교의 청각장애 야구부 이야기를 극화했다. 프로야구 에이스 투수 김상남(정재영)은 잇달아 사고를 쳐 징계 받을 위기에 놓이자,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 야구부의 임시 코치로 부임한다. 음악교사 겸 야구부 매니저 주원(유선)과 교감(강신일)은 꿈도 크게 “전국 대회 출전!”을 외치지만, 김상남이 보기엔 어림도 없다. 대충 시간을 때우던 김상남은 아이들에게서 자신이 잃었던 야구에 대한 꿈과 열정을 발견한다. 김상남과 아이들이 하나가 돼 야구에 몰두할 무렵, 야구위원회에선 김상남에 대한 징계절차가, 학교에선 야구부 해체 논의가 시작된다.

난 이 장면에서 조금 울 뻔 했다.



몇 가지 교훈적인 주제가 전달된다. 야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때로는 자기 뒤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는 것. 야구도 때론 싸움이라는 것. 대단한 접전이 때로는 허망하게 끝나기도 한다는 것. 이 문장들에서 ‘야구’를 ‘삶’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겠다.

강우석 영화에는 종종 안되는 걸 되게 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공공의 적> 속 형사 강철중은 자기보다 훨씬 힘센 인물들을 잡아넣으려 했고, <실미도>의 북파공작원들은 무작정 북으로 가려 했고, <이끼>의 주인공은 고립된 마을에서 주민 전체와 싸웠다. 이 비합리적인 의지의 인물들은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현대의 관객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왔다.

<글러브>의 '실미도스러운' 장면들.

<글러브> 역시 이토록 강한 의지를 칭송하는 영화지만, 성심학교가 군산상고를 이기기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는 현실적이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가 예견되는 사람들을 그린다는 측면에서, <글러브>는 강우석의 2000년대 작품들 중 <실미도>를 가장 닮았다. 성심학교 야구부의 훈련 장면이 <실미도> 공작원의 훈련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 같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이후 강우석 감독의 영화로서는 처음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20일 개봉.


사진 이석우 기자

배우 유선은 동료 여배우들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을 받을 것 같다. 2000년대 들어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지만 줄곧 ‘남자 영화’만 찍어온 강우석 감독이 두 번 연속 기용한 유일한 여배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흥행작 <이끼>, 곧바로 출연한 <글러브>에서 유선은 충주 성심학교의 음악교사 겸 야구부 매니저인 나주원 역을 맡았다. 나주원은 야구부 임시 코치로 부임한 스타 김상남(정재영)과 청각장애 야구부 학생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한다.

역을 소화하기 위해 유선은 3개월간 수화를 배웠다. 대사만 익히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했다. 간단하게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유선은 “수화도 외국어 같아서 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면서도 몇 가지 손동작을 해보였다.

역할 특성상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여름 뙤약볕에 그늘 한 점 없는 운동장에서 연기를 했다. 하도 야외에 서 있었더니 나중엔 양말 신은 발과 발목의 경계선이 ‘박세리 발목’처럼 두 가지 톤으로 나뉘었다. <이끼>에 이어서 여배우로선 예쁘게 보이기 힘든 역이다.

“외모에 집착하지 않아도 돼서 오히려 편하던 걸요. 배우로서 달리 신경써야 할 부분이 적어지니까 몰입도도 커지고…. 무엇보다 <이끼>의 영지나 <글러브>의 주원이나 충분히 예쁘게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그 내면이 보이니까요.”

<이끼>와 <글러브>에서 모두 주요 배역으로선 촬영장의 홍일점이었다. ‘불편하지 않았나’라고 물으니 “솔직히 다른 여배우가 없어서 더 편했다”고 답했다.

“드라마에서 여배우는 대부분 대립 구도로 캐스팅돼요. 극적 긴장감이 실생활까지 연결될 때가 있어요. 두 여배우가 같이 나오면 연출자와 스태프까지 긴장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묘한 긴장감이 흘러요. 정말 잘 맞는 배우라면 오히려 작품 끝나고 더 친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 성격이 밝고 명랑한 편인 유선은 영화 속에선 우울하고 기괴한 역을 주로 맡았다. 지금까지의 영화 연기보다 두 톤 정도 밝은 <글러브>의 주원은 “정말 기다린 역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힘들었다”고 전했다. 한 번도 안 해봤으니 당연했다. 영화 촬영 3분의 1 지점까지는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취미를 묻자 유선은 “없다”고 단언했다. 할 일이 없으니 쉬는 것도 안 좋아한다고 했다. “연기는 일이 아니라 꿈, 촬영 자체가 매일 꿈”이다. 이 때문에 여러 사정으로 현장에 서지 못했을 때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가발>이 끝나고 1년 가까이 공백기가 있었는데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유선에겐 행복하게도 당분간 일복이 터졌다. <이끼> 개봉도 하기 전에 <글러브> 촬영에 들어가더니, <글러브> 홍보 일정이 끝나면 바로 구한말 배경의 사극 <가비> 촬영에 들어간다. 이후엔 다시 억울하게 죽은 딸에 대한 복수를 하는 어머니 역을 맡은 <돈 크라이 마미>의 주연이 된다.
일 욕심 많은 유선에게 2011년은 욕심을 채워주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사진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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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드럭스>는 1990년대 후반 미국 경제 활황기 혹은 거품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신입 영업사원 연수회는 거대한 쇼같다. 이들이 의사에게 접근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결말이 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제이크 질렌홀도 매력 있고.

<러브 앤 드럭스>. 얘네들, 줄곧 이러고 논다.



앤 해서웨이는 차세대 미국의 연인입니다. 1990년대 미국의 연인이었던 줄리아 로버츠에게는 입 크기에서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의 주연작 <러브 앤 드럭스>가 13일 개봉합니다. 상대역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 제이크 질렌홀입니다. 90년대 말 미국이 배경이며 질렌홀은 대형 제약회사 영업사원, 해서웨이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로 등장합니다. 가벼운 섹스로 시작한 둘의 관계는 깊은 감정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발전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병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지레 겁먹은 해서웨이는 차츰 가까워지는 질렌홀을 멀리하려 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해서웨이. 오늘날과 비교하면 영 이상하다.

해서웨이의 출세작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를 기억하는 팬은 <러브 앤 드럭스> 속 그녀의 모습에 아연실색할지도 모릅니다. 평범한 미국 고교생이 작은 왕국의 공주가 된다는 내용의 10대 취향 판타지 주인공이 하룻밤 사랑을 위해 옷을 벗어던졌으니 말입니다.

한국 영화팬이 해서웨이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기 시작한 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를 즈음해서였을 겁니다. 목불인견의 허세와 엄살로 점철됐던 원작 소설이 볼 만한 영화로 거듭난 공은 우선 ‘악마 편집장’ 메릴 스트립에게 돌려야 합니다.

하지만 스트립의 혹독한 테스트를 견뎌낸 해서웨이의 꿋꿋함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욕과 시련을 참아내기, 의지와 낙관으로 현실을 돌파하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갓 사회에 들어선 직장여성을 위한 성장영화인 동시에, 10대 스타로 출발해 진지한 배우로 거듭나기 시작한 해서웨이의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사진 위). 이 영화 속의 '변신 전' 해서웨이의 모습(아래). 난 원작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봤을때, 영화가 소설보다 나은 경우를 딱 두 번 봤다. 하나는 이 영화, 다른 하나는 <파이트 클럽>이다.   

크고 뚜렷한 낙천성이야말로 해서웨이의 무기였습니다. <레이첼, 결혼하다>에서는 약물중독으로 재활하던 중 가족의 결혼식에 참석한 문제아로 나왔는데, 이 진지한 가족극에서조차 해서웨이는 결국 모두 함께 춤추는 결말을 이끌어냈습니다. 할리우드가 종종 보여주는 이 같은 궁극의 낙천성을 ‘가짜’라고 여기는 관객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해서웨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에겐 타고난 선의와 의지가 있어, 어떤 상황에서든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차츰 근육이 마비돼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지만, 원인을 알 수 없고 이렇다할 치료법도 없는 파킨슨병은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 일컬어집니다. <러브 앤 드럭스>에서 해서웨이의 상대역 질렌홀은 거품이 가득 낀 90년대 후반 미국의 호황을 만끽합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발명과 함께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질렌홀의 출세길은 훤히 뚫립니다. 그러나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닫혀가는 해서웨이에게로 자꾸만 다가갑니다. 온갖 역경을 겪는 현실 속 여성, 그러면서도 함께하는 사람에게 넘치는 낙천성을 나눠줄 수 있을 것 같은 여성.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억대 연봉을 받는 것보다 힘듭니다.

해서웨이는 <스파이더맨>의 제임스 프랭코와 함께 2월 말 열리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공동사회자로 낙점받았습니다. 이는 23년 만의 공동진행이자,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젊은 진행자로 기록됐다고 합니다. 미국식 엔터테인먼트의 한 진수를 보여주는 이 쇼에서 해서웨이의 눈과 입처럼 커다란 기쁨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러브 앤 드럭스>의 해서웨이. 미국식 중국음식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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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할 말 다하는 남자였다.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아쉬움과 단점도 솔직히 말했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사색이 될 일이지만,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쌩큐~



차태현은 언제나 웃었다. 30대 중반에 졸지에 할아버지라 불렸어도(과속 스캔들) 일단 웃었다.

<헬로우 고스트>에서 차태현은 운다. 영화가 시작하면 수면제 몇 움큼을 집어 삼킨다. 수면제 자살에 실패하자 이번엔 강으로 뛰어든다. 지금까지 차태현이 맡은 역할 중 가장 어둡다.

이후 4명의 귀신이 한꺼번에 차태현을 찾아와 소원을 들어달라고 생떼다. 이들을 보내지 못하면 죽지도 못한다. 차태현은 이들에게 빙의돼 차례로 소원을 들어준다. <헬로우 고스트>는 포스터만 보면 요절복통 코미디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엔 의외로 웃음기가 적다. 오히려 종반부에 생각도 못한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초강력 눈물 폭탄을 터뜨린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걸 왜 읽으라는 거지?’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결말에 이르러 ‘오잉?’ 했죠. 제가 우는 연기를 잘하는 애가 아닌데,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이렇게 운 것도 처음이에요.”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는 차태현의 1인 5역에 맞춰져 있다. 차태현은 변태 영감, 골초 아저씨, 울보 아줌마, 식탐 많은 아이의 귀신에 빙의돼 차례로 그들을 흉내낸다. 차태현은 글로 볼 때는 재밌던 빙의 연기를 막상 현장에서 하려니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네 귀신의 모습을 흉내내야 하니, 상대방이 없이는 사전에 연습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차태현은 스스로 “순발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의 행동을 보고 특징을 잡아내 따라하는데 재주가 있다는 뜻이다.

차태현과 함께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만든 오종록 PD는 차태현을 두고 “못된 역을 해도 밉지가 않다. 다른 배우가 하면 욕먹는데 차태현이 하면 욕 안 먹는다”고 했다고 한다. <헬로우 고스트>의 상만도 너무나 외로워 틈만 나면 죽으려고 하는 남자다. 그러나 영화는 우울하거나 무섭지 않다. 차태현이 자체 발산하는 ‘긍정 에너지’ 덕분인 것 같다.

“드라마든 영화에서든 욕하는 게 싫어요. 대사에 있어도 입에 안 붙어 뺄 때가 많아요. 꼭 해야할 때는 얼버무려요. 결혼하고 애가 생겨서 그런지…. 뉴스에서 끔찍한 범죄가 나올 때 어떤 영화를 보고 따라 했다고 하잖아요. 물론 따라한 사람이 가장 나쁘지만, 만일 제가 그 영화 주인공이었으면 기분이 어떨까 싶어요.”

그는 “악연은 마지막 숙제”라고 했다. 언젠가 하고 싶지만 “나 이런 것 할 수 있어”라고 과시하기 위한 악역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살인의 추억> 속 박해일의 연기는 부럽다고 했다.

차태현은 20살에 방송사에서 주최한 ‘슈퍼 탤런트’ 선발 대회에 입상하면서 데뷔했다. 그는 “뭐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4년간 단역만 전전했다. 그때 생각했다. “10년 연기해도 30살이다. 길게 보자.” 이후 ‘귀여운 악동’ 같은 이미지로 전성기를 맞았지만, 조금씩 나이 들면서 실패작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영화 <복면달호>의 작은 성공과 <과속 스캔들>의 큰 성공이 찾아왔다. 요즘은 제주도에서 경마 기수로 등장하는 영화 <챔프>를 찍고 있다. 촬영하느라, <헬로우 고스트> 홍보하느라 쉴 틈이 없다. 그는 “스케줄만 보면 제2의 전성기”라며 웃었다.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챔프> 등 ‘12세 관람가’ 언저리의 가족 영화만 3편째다. 그러고 보니 <엽기적인 그녀> 이후론 내세울 만한 로맨스 영화가 없다. 그는 “결혼 즈음해서 일부러 멜로 영화를 하지 않았다. 어제 결혼한 애가 오늘 멜로 영화 나오면 이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결혼한 지도 4년쯤 됐으니, 이쯤에서 로맨틱한 영화를 해도 색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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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얘기해보니 공유는 괜찮았다. (요즘 만난 배우는 다 괜찮은 것 같다) 대화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정연하게 말했다. <김종욱 찾기>는.....뮤지컬은 보지 않았지만 영화보다 나을 것 같다. 영화의 만듦새보다는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현재로선 언론 반응보다는 관객 반응이 좋다고 한다. 임수정과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공유(31)는 ‘남자’다.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과 184㎝의 훤칠한 키는 금세 눈에 띈다. 로맨스 연기를 할 때는 여전히 “오글거린다”는 배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할 생각이 없다. 동년배 남자 배우들이 하나같이 액션이나 스릴러로 달려가 치고 받고 싸울 때, 공유는 여성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를 택했다. 멀리 내다보고 조급해하지 않기. 그는 영리한 배우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직후 입대한 뒤, 전역해 처음 택한 작품이 영화 <김종욱 찾기>다.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삼았으며, 원작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이 영화 감독에도 도전했다.

공유는 이 영화에서 얼떨결에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낸 어리보기한 남자 한기준 역을 맡았다. 그는 사무소의 첫 손님 서지우(임수정)의 아련한 첫사랑인 ‘김종욱’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빈다. 그 사이 한기준과 서지우 사이에는 감정의 전류가 흐른다.

“장르를 정해놓은 뒤 선택하고 싶지는 않아요. 1~2년 배우하고 말 것도 아닌데…. 어릴 때는 마초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은 적도 있어요. 이젠 그런 역이 진부하게 느껴져요. 중요한 건 영화지 캐릭터가 아니니까. 그런 연기를 하면 ‘끝’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연기에 끝이 어딨어요. 로맨틱 코미디같이 평이해 보이는 역할이 더 어려워요.”

한기준과 서지우는 서지우의 첫 사랑인 김종욱들을 찾아나서는데, 이런 사람도 만난다.

공유는 이 영화에서 1인 2역을 한다. 현실의 한기준과 서지우의 회상 속 첫사랑 김종욱이다. 2:8 가르마를 탄 한기준이 좀생원에 가깝다면, 인도 여행 중 만난 김종욱은 머리 뒤에 항상 후광이 비치는 연인이다. 공유는 “제 팬이시라면 이 영화에서 제 두 가지 모습을 다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정과 공유는 오랜 친구다. 항간에선 열애설까지 나돈 적이 있다. 장 감독은 “두 사람이 친구다 보니 로맨틱한 장면을 찍을 때 설렘이 생기지 않아 좀 고생을 했다”며 농담처럼 말했다. “제가 낯간지러운 장면을 찍는데 힘들어하고 머뭇거려요. 마치 어린애들이 멋쩍으면 장난치는 것처럼요. 제가 리드를 잘했어야 하는데….”

두 배우는 드라마 <학교4>(2001)로 함께 데뷔한 뒤 이번에 처음 다시 만났다. 두 배우는 그 사이 충무로와 여의도의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공유는 “(아무리 친해도) 공사는 다르다. 촬영 초반에는 서로 관찰하기도 하고, 선의의 경쟁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가 설렁거리다가 ‘아싸 걸렸다’ 하는 식인데, 임수정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배우였다. 너무 치열해서 무서운 부분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가 정분 나는건 예상된 일.

공유로서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이어 연속해서 여성 연출자와 작업했다. 그는 “여배우는 남자 감독의 뮤즈 아닌가. 감독은 배우를 사랑해야 한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감독의 시선이 느껴졌다는 얘기다. 아울러 여성 연출자 특유의 섬세함도 설명했다.

별다른 의식 없이 찍었는데, 관객 대상 시사회에서 여성 관객의 탄성이 나온 장면이 있었다. 남성은 무심하지만 여성은 각별히 반응하는 코드를 연출자가 정확히 짚어냈다는 설명이었다.

영화만 치면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 이은 두번째 주연작이다. 그는 첫 주연작에 대해서는 “좀 아쉽다. 개인의 주관보다는 함께 일하는 분들의 조언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 피와 살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김종욱 찾기>는 그의 진정한 첫 주연작이 되는 셈이다.

그는 “예전에는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상업예술하는 입장에서 책임감을 느낀다. 믿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손해는 안 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간 무산소 운동에 목을 맸다. 덕분에 군살 하나 없는 몸을 갖게 됐지만, 운동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2~3일만 운동을 쉬어도 “근육이 다 빠지는 것 같아 미칠” 정도였다. 얼마전부터 그는 무산소 운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간간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운동에 대한 생각처럼, 공유는 지금보다 더 유연한 배우가 될 것 같다.

왕년에 기타를 잠깐 친 실력으로 보건데, 임수정은 평소에도 기타를 칠줄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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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은, 좋은 사람 같았다. 아마도. 
스타이면서 좋은 사람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비난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영화 고르는 취향이 좀 독특한 것 같기는 하지만. <워리어스 웨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난 그 영화가 좋았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미국 관객이 좋아할 가능성이 조금은 더 클 것 같다. 




한국의 영화배우들 중에서 장동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인 사람이 또 있을까.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도 없고, 이렇다 할 시련을 겪은 것 같지도 않다. 최근엔 아름다운 배우자와 아이까지 얻었으니, 장동건은 왕조 없는 나라에서 왕자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화려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험담이 들릴 법도 한데, 장동건은 예외다. <워리어스 웨이>에서 상대역을 맡은 케이트 보스워스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슈퍼스타도 있다. 하지만 장동건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배우, 스태프, 지역 주민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워리어스 웨이>의 언론시사회 다음날인 23일 주연 장동건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보스워스의 칭찬은 빈말이 아니었다.

“한창 풋풋하고 보기 좋았던 20대에는 그걸 이용하는 게 싫었어요. ‘얼굴 믿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중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걸 보여주고 싶은 치기도 있었던 것 같고….”

<워리어스 웨이>에서 그는 최고 실력을 가진 과묵한 무사다. 한창 찍고 있는 강제규 감독의 신작 <마이 웨이>에선 2차 대전 당시의 군인이다. 각자 사막과 진흙탕에서 구르는 역할이다. 그는 “다음번엔 도시의 집에서 출퇴근하며 양복 입고 찍는 영화 좀 하고 싶다”며 웃었다.

장동건에게 <워리어스 웨이>는 첸카이거 감독의 <무극>에 이어 두번째 해외 합작 영화다. 그는 “경험을 믿는다. <무극> 때보다 훨씬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훨씬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영화인들이라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임무는 똑같더라”고 전했다. 어디서나 배우는 “카메라 돌아가는 순간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란 설명이다.

<워리어스 웨이>엔 장동건과 보스워스의 키스신이 나온다. 청룽, 리롄제, 정지훈, 이병헌 등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온 적이 있지만, 이들은 한 번도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미국 영화 속 동아시아 남자란 무술을 잘하거나 돈이 많거나 웃겼다.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낄 상대는 아니었다.

“(키스신을) 찍을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어요. 앞으로 동양 남자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겠죠. 이번엔 키스신이었으니까 다음번엔 베드신도 찍고…(웃음).”

이 영화에는 컴퓨터 그래픽(CG)이 많다. 많은 장면에서 배우들은 특수효과를 입히기 위해 텅 빈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했다. 장동건은 <워리어스 웨이>의 프로듀서인 배리 오스본이 들려준 이야기를 전했다. 역시 CG가 많았던 <킹콩> 촬영 당시, 주연 여우 나오미 와츠는 허공을 향해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어 울음까지 터뜨렸다고 한다. 그러자 감독 피터 잭슨은 “이게 앞으로 배우들이 나아갈 길이다.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장동건은 “현장 상황에 따라 연기 톤이 달라지는데, CG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연기를 잘못한 셈이 된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털어놨다.

장동건은 지난달 초 고소영과의 사이에 아들을 얻었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의 홍보일정과 <마이 웨이> 촬영이 겹치는 바람에 “중요한 시기에 같이 못 있어줘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신생아 복지를 위한 부부의 기부도 화제가 됐다. 그는 “본의 아니게 영향력을 부여받았다면 그 영향력을 좋은 쪽으로 활용하고 싶다”며 “색안경 낀 시선도 있고 칭찬도 받지만,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리어스 웨이> 리뷰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잔인하던 전사(장동건)는 적을 모두 베어 죽이지만, 적의 살아남은 유일한 혈육인 아기를 본 뒤 마음이 흔들려 칼을 내려놓는다. 
전사는 아기와 함께 미국 서부풍의 외딴 마을에 은둔한다. 이 마을엔 가족 모두를 악당인 대령(대니 휴스턴) 일당에게 잃고 복수를 꿈꾸는 아가씨 린(케이트 보스워스), 과거를 감춘 주정뱅이 론(제프리 러쉬) 등이 살고 있다. 
전사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평화롭게 지내지만, 대령 일당은 다시 마을을 위협한다. 아울러 전사 역시 자신이 속해있던 암살단의 추격을 받는다.

서부극의 무대를 배경으로 동양 암살자와 서부 총잡이들이 뒤엉킨다. 사물놀이와 웨스턴 음악이 함께 들린다. 마을 사람들은 서커스 광대 의상을 입고 최후의 결투에 나선다.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동아시아 남성과 백인 여성의 키스신도 있다. 이렇듯 <워리어스 웨이>는 의도적인 잡탕 영화다. 영화팬이라면 이 영화에서 <쉐인> <7인의 사무라이> <와호장룡> <스바키 산주로> 등의 영향을 읽어내기 어렵지 않을 듯하다. 
미국 자본 중심으로 5000만달러(약 56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한국에서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겠지만, 미국에서는 중소 규모 영화다. 따라서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을 노리기 위해선 아예 B급 영화 정서로 가는 편이 낫다. <워리어스 웨이>는 영리한 길을 택했다. 

이 영화는 타고난 악동이 아니라 악동인 척하는 모범생의 작품이다. 대신 B급 영화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을 당황시킬 각오도 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점철된 영상이다. 서부극 배경이긴 하지만, 그곳이 미국의 19세기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감독의 의도겠지만, 이 의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교수인 이승무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12월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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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호프만은 무력한 남자입니다. 그는 젊어서 무력했고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무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무력하기에, 스크린 속 호프만의 모습에 연민을 느낍니다.



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의 더스틴 호프만.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로 73세인 호프만이 주연을 맡은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가 28일 개봉합니다. 극중 호프만의 처지는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뉴욕에 사는 광고음악 작곡가인 그는 런던에서 열리는 외동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딸은 신부 에스코트를 새아버지에게 맡기고 싶어합니다.
뉴욕의 회사에서는 ‘이제 그만 쉬라’며 퇴사를 종용합니다. 돌아갈 곳도, 남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그는 역시 삶의 무게에 짓눌린 여자를 만납니다. 호프만의 상대역은 영국 배우 에마 톰슨입니다.


호프만은 영화 내내 무기력합니다. 가족관계, 직장, 연애 무엇 하나 원만치 않지만, 꼬인 매듭을 스스로 풀 능력은 없어 보입니다. 분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호프만의 노쇠한 얼굴이 영화 속 남자의 처지를 더욱 애처롭게 합니다.


비슷한 시기 배우 활동을 시작해 ‘미국 영화의 얼굴’ 노릇을 했던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와 비교해도 호프만은 특출한 카리스마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파치노와 드니로는 특유의 열연과 위압적인 분위기로 스크린을 통째로 장악하는 배우였습니다. 두 배우는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마피아나 형사 같은 남성적 역할을 즐겨 맡았습니다.
그러나 호프만은 폐병에 걸린 포주(미드나잇 카우보이), 홀로 어린 아들을 키워야 하는 남자(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배역을 맡지 못하는 배우(투씨), 자폐증 환자(레인맨)였습니다. 심지어 악당 후크 선장으로 분했을 때조차 그는 풍성한 가발로 백발을 간신히 감추는 늙은이였습니다.
관객은 파치노, 드니로의 카리스마를 바라보며 찬탄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까이 갈 엄두는 내지 못합니다. 소시민인 우리로서는 비범한 이들과 엮였다가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두렵기 때문이죠. 호프만은 다릅니다. 그는 평범하다 못해 나약해 오히려 먼저 다가가 위로해줘야 할 사람 같습니다.


영화 속 호프만은 소소한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을지언정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합니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템스강 주변의 낙엽길을 함께 걷는 중년 남녀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되지만, 늦가을보다 늦게 시작한 둘의 연애가 어떤 결실을 거둘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들도 대개 성공하지 못합니다. 134만명의 지원자를 물리치고 ‘슈퍼스타’가 된 한 가수 지망생의 성공기는 우리 대부분에게 성공이란 134만분의 1의 확률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는 장치입니다.


그냥 살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체념’이라고, 누군가는 ‘달관’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때 우리 곁에 호프만과 키를 맞추기 위해 힐을 벗은 채 맨발로 걷는 톰슨 같은 동반자가 있으면 큰 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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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애가 한국에서 가장 멋있게 악한 여자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자는 손예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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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는 좀 더 못되게 굴어야 합니다. ‘추억 속 첫사랑의 그녀’ 노릇일랑은 잊어버려 주세요.
 



지난주 개봉한 <심야의 FM>이 주말 동안 전국 35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수애로서는 2004년 <가족>으로 데뷔한 이래 처음 차지해본 박스오피스 1위라고 합니다.
 



고전적이고 단아한 외모 때문에 잠시 잊곤 하지만 수애는 동년배 여배우와 비교해서도 연기력이 빼어난 편입니다. 그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삶의 목표에 근접하는 역할을 곧잘 해냈습니다.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이드 노릇을 하는 탈북자, <님은 먼 곳에>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베트남전으로 향한 남편을 찾아나서는 아내,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는 외세·시아버지·남편 사이에서 고난의 삶을 살아내는 명성황후 역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배우로선 탐나지만 여자로선 하기 힘든 역이었습니다. 겁 많은 듯 커다란 눈, 부러질 듯 가냘픈 몸매 덕분인지, 힘든 역을 하면 할수록 수애의 강단은 더욱 돋보였습니다.
 






여성스러운 외모를 중화시킨 건 그의 목소리입니다. 수애의 외모에 들떴던 마음은 낮고 중성적인 목소리에 가라앉습니다. <심야의 FM>에서 수애의 직업은 새벽 2시에 시작하는 영화음악 방송 DJ입니다. 여느 작품에서보다 훨씬 정갈하게 가다듬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실제 DJ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듯 했습니다 .



그러나 <심야의 FM>에서 수애의 목소리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의 이미지였습니다. 전작들에서 수애는 억척스러웠을지언정 못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심야의 FM>에서 수애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이기적이고 모질게 보입니다. 
애청자가 보내준 선물을 미련없이 쓰레기통에 처박고, 길거리에서 도움을 청하는 여성을 싸늘하게 외면합니다. “난 착한 여자가 아니야. 당신의 아련한 첫사랑도 아니야”라고 선언하는 듯한 동작이었다고 할까요. 


세상의 때가 묻었을지언정 마음속 한구석엔 변치 않는 선의를 간직한 수애의 모습은 벽에 부딪혔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심야의 FM>에서 수애는 그 벽을 넘어섰습니다. 


비슷한 궤적을 따라 ‘연기파’의 꼬리표를 얻은 배우로 우리는 이병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병헌이 진짜 배우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고 맑게 웃을 때가 아니라 <달콤한 인생>에서 혼란에 빠진 조폭 역을 맡았을 때였습니다. 최근 메릴 스트립의 역할 중 오래 회자되는 것은 <맘마미아>의 건강미 넘치는 여성이 아니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악마 같은 편집장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착하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아남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은 물론 영화에서조차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영화제작자는 지루한 천국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지옥을 선호하는 사람들입니다. 착한 척 하고 살기에는 인생이 짧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배우가 악역을 소화한다는 건 입을 만한 코트를 한 벌 더 갖추는 일입니다. 가을 햇살이 빛나는 날엔 아이보리 코트를, 우중충한 날엔 회색 코트를 입으면 됩니다. 수애는 <심야의 FM>으로 회색 코트를 장만했습니다. 전 수애가 좀 더 낮은 목소리로 좀 더 악독한 대사를 내뱉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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