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수와 진은숙. 김기남 기자

서울시향의 ‘아르스 노바’는 올해로 6년째를 맞은 현대음악 기획공연이다. 상임작곡가 진은숙은 이 공연을 통해 한정된 레파토리에 의지했던 한국의 클래식 음악 시장에 동시대의 새 음악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올해 아르스 노바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다. 아르스 노바 초기부터의 팬이었으며, 진은숙 마스터클래스를 수강한 학생 김택수가 쓴 곡 ‘게레레(독주 하프시코드와 앙상블을 위한 운동학)’가 초연된 것이다. 아르스 노바가 한국의 젊은 작곡가에게 자극을 주고, 작곡가는 자신의 곡을 아르스 노바에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김택수는 과학고를 나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였으나, 졸업후 작곡으로 진로를 튼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최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스승과 제자’를 만나 현대음악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6년째 아르스 노바를 진행했다. 청중의 반응은.

진은숙 “고정 청중이 생겼다. 여느 음악회와 똑같이 받아들여진다. 이제 현대음악회를 하는 건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로의 음악에 대해 언급해달라.

진은숙 “몇 차례 곡을 위촉하긴 했지만, 순수 국내파 젊은 작곡가에게 준 건 처음이다. 아직 고칠 부분이 많긴 하다.(웃음)”
김택수 “현역 유명 작곡가의 곡과 같은 무대에서 연주되는데 대해 부담이 컸다. 음악만 듣고는 이 분(진은숙)이 어떤 분일까 굉장히 궁금했다. 음악과 일치하는 부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음악 준비하는 과정이 철저하다는 점은 일치하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여유와 배려가 있다는 점은 일치하지 않는다. 사진에서 보는 이미지와 굉장히 다르다.”

-화학과를 졸업했다. 어떻게 음악을 한건가.

김택수 “간단히 말하면 ‘좋아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했는데, 가정 사정 때문에 중간에 접었다. 대학 다니면서 작곡과 청강을 했다. ‘이게 맞구나’ 싶었다. 공부는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음악은 아이디어가 계속 나왔다.”
진은숙 “(음악이 아닌) 다른 배경을 가진 작곡가 중에 특이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현대음악에선 왜 듣기 좋은 멜로디를 찾기 힘든가.

진은숙 “예술작품이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수준을 넘어선다. 현대음악에는 멜로디가 있다해도 곡이 방대하기 때문에 한 번 듣고 따라할 수도 없다. 멜로디의 존재 여부가 곡의 질을 판가름하지는 않는다.”

-연주자들이 난해한 현대음악을 연주하면서 즐거움을 느낄까.

진은숙 “아무 생각 없이 연주하기 바쁠 것 같다. 솔직히 곡을 쓸 때 연주자 입장은 전혀 고려안한다. 극단적으로 어렵게 만들어서 연주자들이 고생하는 걸 보기를 좋아한다.(웃음)”
김택수 “하고 싶은게 있는데 억지로 쉽게 만든다고 곡이 좋아지진 않는다.”

-새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거나, 잘 쓰이지 않는 하프시코드 같은 옛날 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진은숙 “음악 경험이 많아야 한다. 어떤 소리가 날지 상상한다. 실험 과정에서 상상대로의 소리가 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아니라도 새 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김택수 “하프시코드는 옛날 악기지만 연주에 따라서 현대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독주악기로 존재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그 악기에 대한 연민도 있다.”

-한정된 클래식 시장에서도 여전히 고전, 낭만 시대 음악만 인기다.

진은숙 “내가 중학교 때 음악회 가서 브람스 교향곡 1번, 4번을 들었다. 지금도 똑같다. 30년 뒤에도 똑같은 걸 할 건가. 클래식은 사양 산업이다. 한국 작곡가들이 좋은 작품을 써서 연주해야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 이제 곡을 가져와서 연주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김택수 “우리는 역사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돼야 한다.”

김택수는 작곡할 때 ‘꼭 그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린다고 한다. 곡의 구조와 논리의 내적 필연성을 따진다는 의미일터다. 진은숙은 “음악은 인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인생의 태도엔 변화를 미칠 수 있다”며 “‘듣기 싫다’고 한 마디 한 뒤 넘어가지 말고,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