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아이의 오줌 사진이었다. 아이의 배변 연습을 위해 몇 달 전 마련한 펭귄 소변기가 드디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시기 전후에 들여놓는 몇 가지 육아서적이 있다. 서양 저자의 책과 한국 저자의 책이 고루 있다 '대처법'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배변 연습 시기에 관해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서양 책에는 1살이 되기 전 배변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예 늦어버린다는 경고도 있다. 반면 한국 책은 3살 이전을 추천한다. 너무 일찍 배변 연습을 시키면 아이가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결국 한국 저자의 말을 따랐다.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를 고려했다기보다는, 이제 갓 걷기 시작한 아이에게 대소변 가리기를 가르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아이는 너무 어리고 약해 보였다. 언제 어디서든 옆에서 지켜보고 돌봐줘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랐다. 12월이면 만 3세다. 아이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큰 편이다. 가장 큰 사이즈의 기저귀를 찬 지도 오래 됐다. 게다가 배변 연습은 바지를 안입고 지내도 괜찮은 여름에 하기 좋다. 게다가 아내가 방학을 해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도 늘었다. 그러니 요즘이 기회다. 


우리는 몇 달 전부터 아이에게 넌지시 똥이 마렵거나 눴으면 이야기하라고 말해왔다. 한 달 전쯤, 아이는 아직 침대 위에서 아침 잠에 취해있는 내게 다가와 조용하게 이야기했다. "똥 눴어". 아이의 수줍은 듯한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얼마 후에는 밥을 먹으려다말고도 "똥 눴어"라고 말했다. 기저귀를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내가 "똥 없는데?" 하고 말하니 아이는 "방구하고 헷갈렸나봐"라고 답했다. 


아내는 얼마 전부터 목욕을 시킨 뒤 한동안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내버려두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줌이 마려우면 이야기하라고, 같이 가서 오줌을 누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좀처럼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냥 참거나, 아니면 방바닥 어디에 오줌 방울을 조금 흘리기도 했다. 오늘도 오전에 엉덩이를 내놓고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아내는 아이가 고추를 잡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몇 차례에 걸쳐 펭귄 소변기 앞에 데려가니 마침내 참지 못한 듯 오줌을 누었다고 전해주었다. 아내는 내게 사진을 보내면서 전화도 했고, 난 전화기 너머의 아이에게 "잘했어요!"하고 칭찬해주었다. (그러나 이후 두 차례쯤 그냥 마룻바닥에...)


아이는 그동안 펭귄 소변기를 목욕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 삼아왔다. 오늘 거기에 처음으로 오줌을 누면서 용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을 거다. 아이는 앞으로 대변기에 똥도 눌 것이다. 물론 실내에 똥냄새가 나면 대단하겠지. 우리는 아이가 다른 방에서 기저귀에 똥을 눴을 때도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후각(+알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이가 조금씩 하나의 어엿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돕고 지켜본다는 것을 잠시 똥냄새를 맡을 때의 괴로움과 비교하는 아빠가 있기나 할까. 


바로 그 오줌. (이런거 올릴줄 나도 몰랐지만, 그래도 이것은 역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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