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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예술의 상상력과 정치의 각론 사이의 북한 결말 보고 당황한 '길소뜸', 영화화 생각하면서 읽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실제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영화제작중이라고. 통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정작 소원 빌 일이 있을 때 ‘통일’이라고 말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애니메이션 을 본 기억도 어렴풋이 나는데, 북한의 공산주의자가 사실 알고 봤더니 돼지나 늑대였다는 내용은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유치했다. 텔레비전에 북한 관련 소식과 북한 방송 내용을 전해주는 란 제목의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같다. 제작진께는 죄송하지만, 요즘도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야 알았다. ‘일요일 오전 6시10분’이라는, 평범한 의지의 인간이라면 시청을 장.. 더보기
죽어가는 뮤즈에게 보내는 레오나드 코헨의 마지막 편지 레오나드 코헨의 노래 중 'So Long, Marianne'이란 곡이 있다. 그 마리앤은 실존 인물이었으며 7월 2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코헨은 1960년대 그리스의 한 섬에서 마리앤 이랜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녀를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마리앤의 오랜 친구이자 코헨과의 사연을 알고 있는 친구가 코헨에게 연락해 마리앤이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코헨은 두 시간만에 아래와 같은 편지를 써서 친구에게 전했다. 친구는 다음날 그 편지를 병상의 마리앤에게 읽어주었다. 마리앤은 편지를 듣고 기뻐했으며, 이틀후 의식을 잃었다. 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리앤. 우리가 정말 늙고 우리의 몸이 허물어져내리는 시간이 왔네요. 나도 곧 당신을 따라갈 것 같아요. 내가.. 더보기
정동삼락 지난주 정동야행이라는 축제가 있었다. 흥미가 있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가보지 못했다. 뒤늦게 들으니 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미 대사관저 개방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동에 있는 회사를 다닌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이 정도면 주변의 환경을 거저 주어진 것, 혹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길 만한 시간이지만, 난 여전히 이 지역에서 일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감사히 여긴다. 특히 요즘 같이 좋은 날이 이어지는 계절이면 기쁨이 더욱 크다. 정동은 많지 않은 급여에 덧붙여진 보너스라고 정신승리를 하기도 한다. 갑자기 생각난 김에 정동삼락을 꼽아보노라니, 우선은 모두에게 익숙한 덕수궁 돌담길. 언젠가 야근 후 돌아가는 길에 찍은 듯. 이화여고 내의 공연장으로 가는 문의 가을 풍경. .. 더보기
소아응급센터에서의 하룻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밤중에 응급실에 갈 일이 몇 번은 생긴다는데, 우리는 다행히도 그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이 그날이었다. 아이가 샤워를 하던 도중 갑자기 답답하다면서 코를 감싸쥐더라는 아내의 전화가 왔다. 나는 마침 야근을 하고 있었다. 당장 크게 아픈 것은 아닌 듯해 다음날 아침 병원에 가보자는 의견과 당장 가보자는 의견이 우리 부부와 처가 사이에 갈렸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아내와 아이는 병원으로 향했다. 나 역시 야근을 끝낸 뒤 택시를 타고 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로 갔다. 그 시간에도 1호터널은 꽤 막혔다. 싱숭생숭했다. 먼저 도착한 아내와 아이는 진료와 대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응급실과 이비인후과 진료병동을 오갔다. 평소 잠드는 시간을 한참 넘긴 아이는 피로와 진료에.. 더보기
이름에 대하여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을 사용해야 하지만,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름이다. 성별, 국적, 가족 등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야 생득적이라고 하지만, 이름은 그렇지도 않은데 스스로 고르지는 못한다. 물론 필명, 예명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아예 개명을 하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주어진 이름을 평생 갖고 살아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이름은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하는데, 가운데 글자는 돌림자다. 그래서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 중 내 이름과 한 글자만 다른 사람들이 꽤 있다. (내 성씨의 본관은 하나 뿐이다) 근래 내 이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SNS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한 마디씩 하며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KBS에서 .. 더보기
블로그 방문자 100만 시대 2010년 9월 30일 개설한 이 블로그의 방문자가 어제(2015년 5월 8일) 100만명을 넘었다. 전에도 싸이월드, 이글루스 등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긴 했지만 둘 다 방문자를 의식하고 글을 쓰는 공간은 아니었고 그래서 방문자수도 적었다. 그러나 이 블로그는 다르다. 개인의 공간이라곤 하지만 애초 회사의 권유에 따라 만든 곳이다. 개인과 회사에 동시에 속한다는 이 블로그의 성격 떄문에 컨텐츠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생긴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누구도 그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글을 쓸 때 스스로 제약을 둔다.(기자 신분 밝히고 운영하는 SNS에서 '회사 입장과 상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건 면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가끔 링크를 걸거나, 나 스스로 S.. 더보기
내 행동은 내 의지가 아니다, <요괴워치>를 보고 아이와 함께 몇 번 를 봤다. 이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서 접한 상태였다. 뭔가 싶어서 봤는데. '은근히 재밌다'고 말하는 건 솔직하지 않다. '상당히 재밌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작품 전후의 맥락을 모르고 봤는데도 오랜 시간 피식거리며 웃으며 봤다. 아이도 이 유머를 이해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본 설정은 '우리 생활 속 일어나는 기이한 일은 모두 요괴의 장난 때문'이라는 것. 보통 사람은 그러한 일이 요괴 때문인지 모르는 채 넘어가지만, 요괴 워치를 가진 소년이 이를 알아챈다. 그리고 자신의 시계 속에 봉인된 또다른 요괴를 소환해 말썽을 부린 요괴와 대결을 시키고, 이기면 그 요괴를 상징하는 코인을 얻는다. 그러면 다음번 필요할 때 그 요괴를 소환할 수 있.. 더보기
찬란한 날은 지났다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를 보며 요즘 내가 챙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EPL 첼시 경기, 아내는 tvN의 뿐이다. 아내가 볼 때 함께 를 보곤 하는데, 최근 두 차례의 방영분은 꽤 인상 깊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번 규칙이 복잡한 게임을 제시한 뒤 출연자들을 하나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탈락자를 정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2명이 데스 매치를 벌인다. 매번 나오는 게임의 규칙이 복잡해, 나같은 시청자는 설명을 듣고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참가자들도 게임의 핵심을 신속히 파악해 플레이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게임의 규칙을 잘 이해한다고 이기는 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기에 편을 먹거나 견제하거나 속이는 심리전이 벌어진다. 명석한 두뇌, 강한 정신력, 다른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친화력 혹은 카리스마를.. 더보기
신해철과 그의 시대 감수성도 체력과 같이 평생을 두고 갈고 닦아야 한다. 끝없이 새로운 감수성을 계발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구려'진다. 본인은 자신의 감수성이 여전히 쿨한 줄 알겠지만,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한 감수성은 그저 구닥다리다. 그러나 새 자극에도 좀처럼 바뀌지 않은 채 한때의 수준으로 고착화하는 감수성이 있다. 음악이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저런 새 음악을 찾아듣고 좋아하지만, 한창 음악을 들을 나이인 10대 때 듣던 음악은 그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한다. 난 근 몇 년 사이 주로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들었지만, 지금도 여드름 난 소년 시절의 음악들(건스 앤 로지즈, 메탈리카, 레드 제플린, 그리고 이건 부끄럽지만 스키드 로 등등등)을 들으면 가슴이 뛴다.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 음악을 들은 세대들은.. 더보기
시베리아, 시베리아 좋은 기회로 시베리아에 7박8일간 다녀왔다. 여정에는 13시간, 17시간의 버스 여정이 각각 한 차례씩 있었으니, 이틀은 그냥 버스 안에서 보낸 셈이다. 자다 깨니 나무, 자다 깨니 벌판, 자다 깨니 아까 그 나무... 정말 넓긴 넓었다. 카메라에 담아본 풍경을 올린다. 이르쿠츠크에서 우스트일림스크까지 가는 17시간의 버스 여정 중 잠시 내려 찍음. 노르스름하게 물든 것이 자작나무다. 하얀 줄기에 손을 대면 하얀 가루가 묻어나온다. 버스 창밖으로 찍은 풍경. 기계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땅이다. 우스트일림스크의 숙소에서 바라본 앙가라강과 시가지. 300여개의 강이 바이칼호로 흘러들고, 그 중 하나만이 빠져나와 북으로 흐르는데 그 강이 앙가라 강이다. 앙가라 강에 있는 세 개의 수력발전소중 가장 북쪽에.. 더보기
또봇 vs 파워레인저 혹은 매뉴얼의 중요성에 대해 아이는 뽀로로, 타요, 폴리를 거쳐 또봇의 세계에 입문했다. 또봇은 남자 아이들의 로망인 변신 자동차 로봇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부동의 1위였던 레고를 제치고 대형할인점 완구 판매 1위에 올랐다는 소식도 있었다. 또봇은 꽤 인기가 있어 어느덧 14시즌까지 방영됐으며, 얼마전에는 여름방학 특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는 요즘 파워레인저를 본다. 또봇은 "시시하다"고 했다. IPTV에 무료로 나와있는 시리즈를 차례대로 보는데, 캡틴포스를 독파했고, 요즘은 미라클포스를 보고 있다. 케이블 어린이 채널에서는 다이노포스 시리즈를 방영중이다. 그러나 오늘 하고픈 말은 컨텐츠가 아니라 그 부가 상품에 관한 것이다. 아이는 또봇 장난감을 꽤 가지고 있다. 또봇X, 또봇Y, 또봇Z, 또봇W, 또봇D, 또봇R, 쿼트란, .. 더보기
잊어도 좋은 기억, 몰라도 좋은 사실 며칠전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다가 들은 대화다. 둘은 부부로 추정됐다. 남녀는 연예인 이야기를 꺼냈는데, 대화는 그들이 출연한 영화로 이어졌다. 남: 엄태웅이 이민정하고 에 나왔네. 여: 봤어?남: 음...기억이 안나. 여: 누구랑 봤어?남: 안본 것 같아. 여자는 3초 정도 침묵하다가 다른 화제를 꺼냈다. 이렇게 가정의 평화는 유지됐다. 기억력은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좋다고들 여기지만, 때론 잊어도 좋은 기억들이 있다. '트라우마'라 할만한 끔찍한 사건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50년전, 100년전, 200년전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자극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그러한 자극들은 우리의 기억에 자꾸만 쌓인다. 그 많은 기억을 고스란히 쌓아두는 인간은 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쓸데없는 프로그램과 파.. 더보기
유아기의 끝 아이가 아기였을 때부터 쓰던 물건들이 하나 둘씩 정리되고 있다. 따져보면 모빌, 기저귀, 젖병 등은 진작 처분됐지만, 사용한 기간이 적거나 크기가 작아 별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처분한 물건들은 아이가 꽤 오랜 기간 사용한데다가 크기가 커서 물건이 사라진 공간이나 느낌이 각별하다. 먼저 부스터. (아마 아기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모를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부스터는 일종의 보조 의자다. 몸집이 작은 아이가 성인 의자에도 앉을 수 있도록 돕는 기구다. 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아이를 앉힐 수도 있다. 우리도 그랬다. 아이가 홀로 앉을만큼 허리 힘이 받쳐주지 않았을 때, 부스터를 들고가 거기에 앉혀두곤 했다. 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 같은 곳에 갈 때 .. 더보기
어떤 하루 3주에 한 번 일요일 근무를 하고, 그 주는 금요일 휴무를 한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이렇게 3주에 한 번 있는 금요일은 아침에 아이가 유치원에 갔다가 올 때까지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가끔 영화를 보고, 남는 시간엔 분리수거, 빨래,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한다. 밀린 외고를 쓸 때도 있었고. 그런데 오늘은 마침 아이 유치원에서 1년에 한 번인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참관이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이럴 때 의무를 느낀다. 난 2시까지 유치원에 가야했다. 오전엔 왕십리 아이맥스관에서 를 봤다. 무려 1만8000원. 여느 영화 두 편 값이다. 그나마 왕십리 아이맥스관은 인기가 좋아서 어제 예매했음해도 자리가 좋지 않았다. 영화는 내 예상만큼 감정을 움직이진 않았다. 그러나 감정은 움직이.. 더보기
음악인 주찬권(1955~2013) 그룹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이 20일 갑작스레 세상을 떴다. 향년 58세. 'Too young to die, too old to rock'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튼, 폴 매카트니가 60~70이 되도록 월드 투어를 도는 세상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롤링 스톤스의 다큐멘터리 를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짝 마른 할배들이 2시간동안 무대 위에서 뛰고 구르고 소리지른다. 젊었을 때 건강에 좋지 않은 '짓' 많이 했을 것 같은데. 타고난 사람들은 그런 것 상관없나보다) 난 들국화의 전성기를 동시대에 경험한 청중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그들의 명성을 듣고 몇 장의 엘피를 사모았다. 그리고서야 '행진'이나 '그것만이 내세상' 등 익숙했던 노래들이 들국화.. 더보기
세헤라자데, 아빠. 어쩌다 아이를 재울 때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아이는 두 가지 종류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지웅이와 윤우 이야기, 지웅이 이야기. (윤우는 옆 동에 사는 사촌동생인데 언젠가부터 무슨 이유에선지 이야기의 조연으로 끼어들었다. 대부분 극 초반부에 등장한 뒤에 빠진다) 전자는 일종의 판타지다. 그날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하되, 판타지 요소를 살짝 섞는다. 마치 런던 킹스크로스 역의 9와 3/4 플랫폼으로 가면 호그와트행 열차를 탈 수 있는 것처럼. 이 판타지 세계는 시간적으로 현실 세계와 겹쳐있고, 공간적으로 현실 세계와 독립돼 있다. 예를 들어 오늘밤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웅이와 윤우가 살고 있었어요. 윤우는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고, 지웅이는 밤마실을 나가고 싶었어요. 엄마가 집을 청소하는 사이, 지.. 더보기
엘지팬 여러분께 재차 사과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백승찬입니다. 지난 저녁 제가 한 경솔한 말로 많은 엘지팬분들이 상처 입으신데 대해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미진하다고 여기신 분이 많으신 듯 합니다. 아마 사과문에 조롱이 섞였다고 생각하신 듯 한데요,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진심입니다.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말 한 마디를 해도 더욱 신중히 하겠습니다. 더보기
엘지팬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잘못된 농담으로 엘지팬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음을 이렇게 사과문을 쓰면서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있습니다. 너무 놀라 트위터는 계폭했지만, 혹시 여기를 찾아 주시는 분들께라도 사과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요즘 엘지 경기를 보면 문선재, 김용의, 봉중근 선수가 참 잘 하더군요. 일요일 넥센 경기를 보았는데, 위기를 극복하고 1점차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엘지가 지금처럼 멋진 경기 해서 팬 여러분도 유광점퍼 입고 가을에 응원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더보기
빵가게 습격 제목은 물론 아주 오래 전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에서 따왔다. 그러고 보면 무라카미는 제목을 참 잘 짓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제목만 봐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인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나는 빵가게에 자주 간다. 이틀에 한 번은 간다. 아침에 빵을 먹기 때문이다. 물론 습격 같은 걸 한 적은 없고, 조용히 들러서 빵을 고른 뒤 값을 치르고 나온다. 아무튼 그렇게 자주 빵가게에 다니다보니,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빵을 사야할지 결정하는 것은 나의 하루에서 중요한 일이 되었다. 카페 베네보다 많을지도 모르는 ㅍ사 빵을 매일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난 ㅍ사의 빵은 식빵을 빼고는 거의 사지 않는다. 다만 이태원 블루스퀘어에 뮤지컬을 보러갔다가 근처에 있는 ㅍ빵.. 더보기
의견과 현상 먼저 좀 뜬금없어 보이는 비유. 스릴러 영화에 등장하곤 하는 연쇄살인마들은 종종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부른다. 테크닉의 독창성, 행동의 과감함 혹은 무모함, 그리고 삶에서의 무용함 등 어찌 보면 살인과 예술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그 기괴한 살인은 예술이 아님을 알고 있다. 대단한 미학 이론을 배우지 않았다해도, 그저 직관적으로 '안다'. 요즘 인기있는 예술가, 아니 살인자 한니발 난 요즘 언론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언론에서 헷갈리는 건 '예술과 살인'이 아니라 '의견과 현상'이다. 특정한 정파 혹은 이익집단의 목적을 위해 복무하는 기관지가 아니라면, 언론은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의견을 고루 청취할 필요가 있다. 그 아무리 보수적인 언론이라도 진보적.. 더보기
축구 끊을까, 수아레즈의 '이빨 사건'을 보고. 어제밤의 첼시-리버풀 경기의 심리적, 신체적 후유증으로 시즌 끝까지 축구를 끊는 걸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어제의 (안티)히어로는 리버풀의 수아레즈. 전반에 별 활약이 없던 그는 동점 상황에서 어이 없는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하더니, 첼시 진영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수비수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뜯고(!!!), 후반전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이 흐르던 마지막 순간 기가 막힌 버저 비터 헤딩골을 넣어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안필드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가운데 중계가 마무리 됐다. 2:2 동점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너무나 극적이고 또 어이가 없기도 해서 대체 경기가 언제 끝났는지, 시작은 한 것인지, 아니 이 경기가 열리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멍한 상태로 늦은 잠자리에 들었다. 리버풀의 수아.. 더보기
레고 듀플로와 레고. 아이는 자란다. 오늘 아이가 아침을 먹고 난 식탁을 보고 조금 놀랐다. 닦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식탁이 깨끗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침 등원을 내가 책임지기 시작한 것은 약 1년전 쯤이었다. 난 꽤나 긴장했다. 나 하나 씻고 옷입고 먹고 뛰쳐나가기 바쁜 것이 보통 직장인의 아침 아닌가. 거기에 아이까지 챙겨서 어린이집(지금은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니. 밥 먹는 것은 그중에서도 큰 일이었다. 아이는 비교적 밥을 잘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먹는 속도가 느리고 때론 투정도 한다. 처음엔 거의 떠먹여주었고, 아이가 혼자 먹는데 익숙해진 뒤에도 식탁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식탁만이 아니라 자칫하면 옷까지 엉망이 됐다. 가재 수건을 목에 하나 걸고 가슴팍에 하나 받치는 것이 필수였다. 음식은 식탁엔 물론, 부엌 바닥.. 더보기
철학자와 테러리스트의 만남: 사르트르와 바더의 경우 트위터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계신 JS가 한 젊은 논객에게 "영어 공부를 하라"고 권한 코멘트를 읽었다. 그렇다. 나도 한때 짧게나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영어 강의를 한 학기에 4개씩이나 듣던 몸이다. 번역본이 실하지 않단 이유로 이나 같은 소설을 원문으로 읽던 몸이란 말이다. 영어 텍스트를 능란하게 읽을 수 있으면(그리고 쓸 수도 있으면), 인식의 지평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돌아보니 고만고만한 한글 텍스트만 너무 많이 읽어왔다. 어디선가 가라타니 고진이 일본어로 번역된 텍스트만 줄창 각주로 다는 것을 보고 일본학계의 성취라든가 자신감에 대해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한국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은 누가 좋은 텍스트를 번역해주는 사람도.. 더보기
프리챌의 질문 오 세상에. 다음달 18일 자정부터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프리챌에 들어가 보았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본 지가 어언 7~8년은 된 것 같다. 내가 가입한 클럽 몇 개와 마스터로 있는 클럽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한 때 활동하는 영화 관련 웹진 모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의 2인 클럽이었다. 여자친구가 교환학생을 떠나기 직후 시작해 글은 약 1년 8개월 가량, 사진은 2년 10개월 가량 올라온 터였다. 정말 세상에. 이 클럽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이국으로 간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심정, 진로에 대한 고민, 생활의 감상들이 이래저래 적혀 있었다.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생각도 있었고, 언제 이런 생각을 했었나 하는 것도 있었다. 하나마나한 소리도 있었고, 신선한 아이디어도 있.. 더보기
아빠, 물리학의 법칙을 어겨주세요. '미운 네 살'이란 말이 있었나? 미운 다섯 살이었나? 아무튼 요즘 아이는 '미운' 행동을 종종 한다. 그 대부분은 바로 터무니 없는 떼다. 엄마, 아빠가 인도하는대로 고스란히 따르며 행복해하던 아이는 영원히 사라졌다. 아이의 '미운' 행동이란, 대체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데서 나오는 것일게다. 그러나 아이의 생각, 판단, 행동은 아직 깊거나 넓지 않으니, 그 바깥을 볼 수 있는 어른들과 부딪히는 건 당연하다. 아이가 떼를 쓰는 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라고 육아 교과서에 나올 법한 생각을 하면 좋겠지만, 그건 유아교육 전문가나 의사 정도나 돼야 할 수 있는 것.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 부모로서는 순식간에 억장이 무너지고 자아가 붕괴되고 세상이 끝나는 듯한 기분에 빠져드는 거다. 텔.. 더보기
싸이, 그리고 시란 무엇인가. 다들 하는 싸이 애기에 한 마디 보태는 것 같아 민망하긴 하지만, 요즘 싸이의 인기를 보니 대학 시절 한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문학 동아리 소속이었다. 그곳에서는 가을에 시화전도 열고 문집도 냈다. 난 그와 절친한 편은 아니었기에 오다가다 그의 시를 읽는 정도였는데, 솔직히 가관이었다. 내가 시를 읽어내는데 별 재능은 없다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의 시가 매우 나쁘다는 것 정도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단어들이 이리저리 연결된 정도였는데, 때로는 숫제 단어가 아니라 컴퓨터 자판의 특수기호까지 그 '시' 안에 들어 있었다. 음, 이 한글 음절과 특수문자의 조합을 어떤 사람들은 시라고 부르는 것인가. 그럼 이거 한번 네가 읽어봐. 아주 명문.. 더보기
무서운 아저씨 온다! 아이는 가끔 떼를 쓴다. 이유가 없어 보이고 들어주기도 힘든 떼다. 그럴 때 부모들이 자주 쓰는 방법이 있다. "무서운 아저씨 온다!" 요즘 우리 아이도 이 말을 가끔 듣기 시작하는데, 난 솔직히 이 방식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며칠전 날씨가 좋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성백제문화제에 갔다. 백제 군인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음식 장터가 열리고,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쇼가 벌어졌다. 딱 지자체가 주최하는 지역 주민용 행사였으나, 아이는 그것마저도 신난 모양이었다. 하긴 집에 가봐야 매일 보는 장난감과 책 뿐이었으니까. "집에 가자"고 하자 아이는 "집에 안가"하고 찡그렸다. 주차장에 갈 때까지 내 그 소리였다. 참다 못한 아내가 차 안에서 그 말을 꺼냈다. "무서운 아저씨 온다!" 아이는 금.. 더보기
아이의 첫 쉬 아내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아이의 오줌 사진이었다. 아이의 배변 연습을 위해 몇 달 전 마련한 펭귄 소변기가 드디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시기 전후에 들여놓는 몇 가지 육아서적이 있다. 서양 저자의 책과 한국 저자의 책이 고루 있다 '대처법'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배변 연습 시기에 관해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서양 책에는 1살이 되기 전 배변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예 늦어버린다는 경고도 있다. 반면 한국 책은 3살 이전을 추천한다. 너무 일찍 배변 연습을 시키면 아이가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결국 한국 저자의 말을 따랐다.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를 고려했다기보다는, 이제 갓 걷기 시작한 아이에게 대소변 가리기를 가르칠.. 더보기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아기보기 아침 시간에 아이를 챙겨 어린이집에 보낸 지도 두 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전날밤부터 부담이 되고 아침이면 긴장을 해 초조해지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7시가 조금 지나면 아이가 주섬주섬 일어나 침대 옆에 서서 아빠를 깨우거나 내가 먼저 일어나 조용히 방을 나간다. 내가 나가도 아이는 금세 알고 일어나니 굳이 조용히 나갈 필요가 없긴 하다. 아이는 사랑하는 인형 친구 '크크'를 데리고 거실로 나와 가장 먼저 관심을 끄는 책이나 장난감을 집어든다. 책을 읽어달라고 하거나 장난감 이름을 발음하며 자신의 어휘력을 뽐낸다. 아이와 잠시 놀아준 나는 아침을 챙기러 간다. 이때가 조금 고비다. 아이가 혼자 놀면 좋은데 그렇게 하지 않고 같이 놀아달라고 올 때가 있다. 커피를 내리거나 수프를 끓일 때 아이가 다.. 더보기
노른자에 대하여-부활절 스페셜 오전에 날씨가 좋기에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놀러갔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는 사이, 얼굴에 웃음을 띤 젊은 여성 몇 명이 다가왔다. 오늘은 부활절. 인근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예쁘게 포장된 달걀을 나눠주러 온 것이다. 아이는 넙죽 받았다. 아이와 집에 돌아와 밥을 먹었다. 점심 메뉴는 짜장밥. 별 생각 없이 식탁 위에 놓아둔 달걀을 아이는 계속 가지고 놀려 했다. 그러고보니 짜장면에도 삶은 달걀 반 쪽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난 달걀을 까서 아이에게 주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노른자를 먹지 않았다. 처음엔 밀쳐내더니, 다음엔 무심코 먹었다가 뱉어냈다. 대신 흰자는 다 먹었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나도 노른자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계란 과자, 스크램블드 에그, 오믈렛 같은 것은 먹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