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의 대륙붕에 위치한 해저 광구인 7광구.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이 지역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10배 가까운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인들은 ‘산유국의 꿈’에 들떴다. 가수 정난이는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을 노래하는 ‘7광구’를 불렀다. 한국과 일본은 이 지역 개발권을 두고 외교분쟁까지 벌였다.

26일 언론시사회를 연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는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최근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사로 떠오른 윤제균 감독이 제작했고, 업계 1위 CJ E&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 게다가 <7광구>는 <아바타>로 점화된 3D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 한국영화이기도 하다. 총제작비 130억원대의 <7광구>는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7광구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 해준(하지원)을 비롯한 대원들은 연일 시추봉으로 바다 밑바닥을 뚫어대지만 어디서도 석유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본부는 철수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해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이 파견된다. 그러나 정만은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서 시추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폭풍우가 거세게 치고 본부와의 연결마저 끊긴 어느날,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사고가 발생한다. 대원들은 이클립스호에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7광구>의 관건은 3D와 괴물의 디자인에 달려 있었다. 3D는 심해 장면이나 액션 장면에서 주로 효과를 낸다. 멀찌감치서 이클립스호를 당겨 찍거나, 거대한 쇠파이프 넘어지고 괴물의 촉수가 관객의 눈 앞으로 뻗어오는 장면은 3D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몸 곳곳에 촉수가 달린 흉측한 괴물 디자인은 어색하지 않다. 여러 차례 불에 그을려 조금씩 변해가는 괴물의 피부도 그럴듯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가 기술적 성취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종반부 등장하는 대형 쓰나미 뿐 아니라 초중반부의 드라마와 코미디이기도 했다. 그러나 <7광구>의 초반부는 성공적이라 보기 어렵다. 괴물은 영화가 시작한 지 50분쯤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이전까지의 드라마나 코미디를 견디기 힘들 정도다. 몇몇 배우의 개인기와 어색한 상황 설정에 의존해 웃음의 순도가 낮다. “시추선에서 무슨 시추에이션?”, “아마추어 밑에선 안맞추어지네”같은 대사는 안일하다. 출연진의 연기가 들쭉날쑥해 극의 안정성을 해치는 정도이며, 어떤 배우는 명백히 미스캐스팅이다.
 
지금까지 괴물영화 속 괴물은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을 불러오곤 했다. 냉전이 본격화된 시기인 1950년대의 괴물은 공산주의자에 대한 은유로, 1970~80년대의 좀비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획일화된 현대인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속 괴물은 미군이 무단 방류한 폐수를 먹고 자랐다.

<7광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괴물을 인간의 과도한 꿈에 기인한 창조물로 설정하면서도, 결국 그 꿈이 성취된다는 아이러니한 결말을 낸다는 점이다. 해준은 석유에 대해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데, 그 기괴한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그도 아니면 징치할 계기가 있었다면 영화가 한층 풍요로웠을 듯하다. 그러나 영화 안팎의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상업영화 최전선에 있는 영화인들은 무슨 꿈을 꾸는가. 글로벌, 한류, 3D 등의 어휘가 몇 년째 한국영화계를 유령처럼 떠돈다. 정권의 선전과 대중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7광구에선 석유가 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석유가 될 수 있을까. 믿음이야 자유지만, 그 믿음이 괴물의 배양액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8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