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노아 바움벡의 '프란시스 하'(2012)를 보다. 감독 바움벡과 주연 그레타 거윅은 이 영화 이후 좋은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바움벡의 최근작 '마이로위츠 스토리'는 지난해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거윅의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는 지난해 각종 시상식에서 가장 각광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바움벡하고 거윅은 지금 사귀고 있대나 어쨌대나. 


'프란시스 하'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흑백영화다. 20대 후반의 프란시스는 현대무용가, 그의 절친인 소피는 출판 편집자다. 하지만 아직 입지가 확고하지는 않다. 프란시스는 일종의 연습단원으로 겨우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상태다. 생활비 비싼 뉴욕에서의 생활은 당연히도 쉽지 않다. '프란시스 하'는 그래서 현대 대도시 청년 1인 가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프란시스는 소피와 함께 살기 위해 남자친구의 동거제안을 거부한다. 이를 계기로 프란시스와 남자친구는 헤어진다. 하지만 소피는 임대 계약이 끝나자 평소 동경하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 한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프란시스는 꽤 부유한 두 남자 사람 친구의 집의 방 한 칸에 자리잡지만, 그마저도 일시적이다. 무용가로서의 프란시스의 커리어는 피어날 기색이 없고, 그에 따라 프란시스의 주거 환경도 점점 열악해진다. 결국 프란시스는 오래전 떠난 대학의 기숙사로 돌아가는 신세가 된다. 이곳에서 프란시스는 행사 알바로 연명한다. 


레오 카락스의 '나쁜 피'의 패러디.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가 배경음악으로 깔릴 때, 프란시스가 도심을 달려간다. '나쁜 피'에서 드니 라방은 오른쪽으로 달려가지만, 프란시스는 왼쪽으로 달려간다는 점이 다를뿐. 바움벡은 이 영화에서 '프랑스빠'임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영화 포스터로 쓰인 장면. 사실 영화에선 정말 짧게 스쳐간다. 


랜덤하우스 편집자는 왼쪽과 같이 생겼다고 합니다. 


제목인 '프란시스 하'란 프란시스가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 마침내 뉴욕에서 얻어낸 자기 집 우편함에 끼워 넣은 이름이다. 풀 네임은 '프란시스 할러데이'인데, 우편함의 이름 적는 곳이 부족해 종이를 접다보니 '프란시스 하'로 끝났다. 이 이름이 보여주듯 부족한 것 많은 집이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차지한 프란시스의 표정은 뿌듯하다. 다 적히지 않은 이름을 보여주며 엔딩 타이틀이 올라간다. 귀엽고 적절하고 재치있는 엔딩이다. 


그래서 이 엔딩은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청년이 집값 비싼 도심에서 자기만의 번듯한 공간을 얻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특히 청년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그 어느 곳보다 성공 가능성이 적은 예술 분야라면. 프란시스가 무용단의 행정직으로 일하며 틈틈이 만든 안무작을 작은 무대에 올리고, 그 공연으로 주변 사람에게 격려받는 엔딩은 소박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난 비슷하게 해피엔딩이지만, 그것이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모호하게 처리된 한국영화 '4등'의 결말부가 좀 더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프란시스 하'가 현실과 무관한, 억지스러운 가짜 엔딩이라고 말할 생각도 없다. 난 '프란시스 하'가 좋았고, 때로 자기 자리에서 분투하는, 집정리를 안하고 얼렁뚱땅하고 철부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어깨를 토닥이는 연출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런 태도가 정말 고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