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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법 대신 가족 로맨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포일러 있음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대체적 평가대로 해리 포터 시리즈와 그 스핀오프 작품 중에서도 못 만든 편에 속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133분은 그리 긴 상영시간이 아니지만, 이 영화는 유독 길게 느껴진다. 영화가 이렇게 제작된데에는 짐작가는 이유는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신비한 동물' 시리즈를 격년에 한 편 꼴로, 모두 5편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5편의 시리즈를 동력을 잃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선 서사가 유장하고 굴곡지게 이어지고, 캐릭터는 충분한 깊이를 갖출 준비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신비한 동물' 2편인 이번 영화에서 그 일을 해내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2편은 1편처럼 신비한 동물들을 등장시키고 그 특성을 현시해 관객의 시선을 모으지 않고, 이렇다할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저 1편에서 간략히 소개된 그린델왈드, 크레덴스 등 인물들의 개인사를 조금 더 보여주고, 내기니, 덤블도어 같은 새 캐릭터를 소개하며, 1편에서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 퀴니 같은 인물에게는 전혀 새로운 진로를 제시한다. 그래서 신비한 동물들과 마법을 보러왔던 관객들은 난데없는 '가족 로맨스'를 지켜보게 됐다. 말이 가족 로맨스긴 한데, "알고 보니 형제" "알고 보니 남매"로 이어지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가계도는 한국식 '막장 드라마'에서도 익숙하다. 

그래도 몇몇 배우의 퍼포먼스는 언급할만하다. 에디 레드메인이 '덕후 연기의 일인자'임은 다시 증명됐다. 이번 영화에선 뉴트 스캐맨더의 학창 시절도 플래시백으로 등장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방학 때도 집에 안가고 학교에 남아 동물을 돌보는 학생이었다. 사람보다, 마법사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듯한 그는 대화를 할 때도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45도 각도 아래로 시선을 깐 채 대화하는가 하면, 좀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조심스럽게 활보하고, 마법과 동물 돌보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제도에 속해 공식적인 일을 하기는 거부한다. 이 때문에 가족과도 다툴 정도로 고집이 센 인물이다. 이런 '양덕'을 연기하는데 레드매인 말고 다른 배우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조니 뎁은 악당 그린델왈드로 본격 등장한다. 가위손, 에드 우드, 윌리 웡카 같은 팀 버튼과의 협업작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당장 잭 스패로우 연기만 봐도 조니 뎁이 기괴하게 과장된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린델왈드도 그렇다. 이번 영화에서도 출연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진 않아 보이는데, 감옥에 갇힌 첫 장면부터 시선을 빼앗는다. 묘지에서의 연설 장면에선 좀 뻔한 논리(우리는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을 더 큰 악에서 구하려 할 뿐이다) 에도 살짝 설득된다. 악 그 자체였던 볼드모트와 달리, 그린델왈드의 행동엔 그럴싸한 논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특색 같기도 하다. 반면, 그린델왈드의 카운터파트라 할 수 있는 주드 로의 덤블도어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 만일 둘의 역할을 바꿨다면 주드 로가 조니 뎁만큼 할 수 있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덕중의 덕,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설득력있는 악당 그린델왈드(조니 뎁)

허허실실 덤블도어(주드 로)

문제의 내기니(수현)와 크레덴스(에즈라 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