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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픔의 100가지 방식

(이 프로그램을 맘놓고 볼 수 있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 세월호 사고 전 <개그 콘서트>에서 '끝사랑'은 가장 뜨거운 코너였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이 코너는 다들 알다시피 인생의 풍상을 겪은 나이에 새 사랑을 시작하는 두 커플을 비교해 웃음을 선사한다. 점잖은 커플(권재관, 박소라)은 한국 사회가 중년에게 통상 기대하는 그러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둘은 데이트를 하면서도 함께 사진을 찍거나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조차 남들 볼까봐 부끄러워 한다. 반면 닭살스러운 커플(정태호, 김영희)은 온갖 시끌벅적한 연애 행각을 벌인다. 가장 뜨거운 연애를 나누고 있는 젊은이들조차 하지 않을법한 그런 행동들이다. 정태호는 점잖은 커플의 밋밋하기 짝이 없는 연애를 보며 늘 이렇게 말한다. "저거 사랑 아니야."


사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례 중 태반이 이런 이야기다. 기념일은 챙기는게 진정한 사랑 아닌가요, 남자친구의 일정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게 진정한 사랑 아닌가요, 나와 함께 있을때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 아닌가요 등등등. 사람의 관계는 디테일과 맥락이 중요하기에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00명의 사람이 그리는 사랑은 100개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저마다의 시간을 누리며 때로 만나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누구도 '내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거나, 정태호처럼 "저거 사랑 아니야"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세월호 사고는 이 공동체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참사다. 인터넷 공간도 각종 애도와 탄식으로 넘쳐나고, 관련 기사와 게시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간혹 마치 정태호처럼 "저거 슬픔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표현 방식으로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으면, 마치 세월호 사고를 가벼이 보거나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처럼 몰아대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데에는 수많은 방식이 있다. 누구는 마치 제 자식을 잃은 것처럼 통곡을 할 것이고, 누구는 진도에 자원봉사를 하러 갈 것이다. 누군가는 안산의 합동분향소 앞에서 3시간씩 줄을 설지도 모른다. 누구는 이런 사고를 낸 선장과 선원을, 누구는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할 것이다. 누구는 청소년을 지금 같은 교육 환경에 방치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여겨 그것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고, 누군가는 지금까지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다. 이걸 모두 슬픔을 나타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걸까. 


비가 와도, 안와도 나랏님 탓을 하는 왕정 시대식 사고는 극복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무능, 무책임, 공감능력부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그 비판의 정점에 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사고를 대하는 슬픔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머뭇대는 사람을 머저리 취급해서는 안된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엄밀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의견에 대해 '쿨쉭한 척 한다'며 비아냥대는 태도도 못마땅하다. 


지금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하도록 놔두었으면 좋겠다. 타인의 표현 방식에 대해 "그거 슬픔 아니야"라고 훈장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영논리가 극심한 한국 사회 지형상, 아무튼 싸움은 곧 벌어질테니까. 



27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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