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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월드타워를 보면서 <매드 맥스>를 생각한다 **스포일러 있음. 일요일 조조로 를 보았다. 마침 재개장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도 가장 크다는(세계에서도 가장 크다는) 슈퍼G관에서였다. 엉뚱하게도, 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롯데 월드타워에 대한 느낌을 조금 적고 싶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곳은 공사중인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수족관의 물이 세거나 극장에서 옆 상영관의 진동이 전달되는 등의 안전 문제가 지적돼 한동안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물론 그 전에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주변에 이유 없이 싱크홀이 생기는 등의 일로 좋지 않은 전조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과 아쿠아리움이 다시 문을 열었으나, 며칠 만에 작업중인 노동자 2명이 전기 작업을 하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속보'로 전해졌다. 난 궁금했다. 롯데 월드타워에만 이런 .. 더보기
삼겹살을 안 먹을 수 있을까, <동물을 위한 윤리학> 공장식 축산의 끔찍함 혹은 동물원의 열악함을 떠올리거나, 이 책과 같이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논변을 전개하거나, 결국 결론은 채식쪽으로 향한다. 그래서 우리는 삼겹살의 고소한 기름내를 멀리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내려야 하는 실존적 결단만이 남았다. 아마 그런 결단은 어떤 깨달음의 순간에 따라와야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임순례 감독이 전한 순간은 이렇다. 시장에서 사와 마루에 둔 검은 비닐 봉지 속의 바지락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동물을 위한 윤리학최훈 지음/사월의 책/368쪽/1만8000원 철학은 생각의 한계를 시험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확정된 생각의 경계는 그에 따르는 실천을 요구한다. 최훈 강원대 교수는 ‘채식주의 철학자’다. 이는 동물의 ‘도덕적 지위’(moral stat.. 더보기
블로그 방문자 100만 시대 2010년 9월 30일 개설한 이 블로그의 방문자가 어제(2015년 5월 8일) 100만명을 넘었다. 전에도 싸이월드, 이글루스 등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긴 했지만 둘 다 방문자를 의식하고 글을 쓰는 공간은 아니었고 그래서 방문자수도 적었다. 그러나 이 블로그는 다르다. 개인의 공간이라곤 하지만 애초 회사의 권유에 따라 만든 곳이다. 개인과 회사에 동시에 속한다는 이 블로그의 성격 떄문에 컨텐츠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생긴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누구도 그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글을 쓸 때 스스로 제약을 둔다.(기자 신분 밝히고 운영하는 SNS에서 '회사 입장과 상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건 면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가끔 링크를 걸거나, 나 스스로 S.. 더보기
요괴워치가 가르쳐준 것 몇 달 전 블로그에 썼던 글을 뻥튀기해 칼럼으로 재활용. 아이들이든 어른들이든 인기 있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다. 그걸 운이나 마케팅이나 알 수 없는 유행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나태하다. 매년 어린이날을 전후해 완구업계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 이날을 위해 대량 생산체제를 가동시켰다가 악성재고로 남는 장난감이 있는가 하면, 부모들이 마트 개장 시간에 맞춰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장난감도 있다. 어린이들은 또래 집단의 취향에 민감하고 싫증을 잘 내기에, 장난감도 유행이 빠르다. 몇 년 전에는 덴마크 블록회사 레고의 ‘닌자고’ 시리즈가 파천황의 인기를 누리더니, 국산 애니메이션인 자동차 변신 로봇 ‘또봇’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의 엘사와 의 공룡 로봇들이 여아와 남아의 시선을 각각 사로잡았다. .. 더보기
동양의 비스마르크인가? <이토 히로부미와 대한제국>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내 인식은 '점진론자' '온건주의자'였고, 안중근의 의거로 인해 일본의 조선 병탄이 오히려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 있게 여기는 정도였으나. 이 책은 그같은 나의 얄팍한 상식을 여지 없이 무너뜨린다. 군인이 아닌 외교관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겉으론 대의명분과 온건한 방법론을 내걸었지만, 그 역시 제국주의의 첨병일 뿐이었다. (물론 이토 히로부미가 가진 정치인, 외교관으로서의 수완, 경륜까지 폄훼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울러 책을 읽고 나니, 한반도의 근대 정치가들 중 이토 히로부미 정도로 폭넓은 국제적 시야를 가진 이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들 뜻은 클지언정, 그 뜻을 실행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 설사 그런 능력을 갖췄다해도, 시대와 지역.. 더보기
백인 여성에 대한 매혹, <미친 사랑> 내친 김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또다른 소설 (시공사)도 읽었다. 이 소설은 다니자키의 초기 문학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고 하며, 서구에 일본 문학이 알려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본문학 번역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가 "다니자키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아니라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지만, 솔직히 은 꽤 통속적이라서 의 정밀한 심리적 속임수나, , 의 파격적인 에로티시즘엔 미치지 못한다. 절반쯤 읽다가 "연구자도 아닌 내가 왜 1920년대 일본 풍속 소설을 읽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어 덮으려던 중 힘을 내 마저 읽었는데, 막상 읽고나니 재미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신문 연재 도중 "신문사의 형편에 따라"(아마도 검열 당국의 개입에 따라).. 더보기
구어가 책이 된다 이리 틀고 저리 틀다 만들어낸 기사. 그래도 만들면 된다. 지난 두 달 이상 각종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수위권을 다툰 (기시미 이치로 외·인플루엔셜)와 (채사장·한빛비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책 모두 구어를 기반으로 집필됐다는 사실이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반해 행복한 인간 관계의 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는 열등감 많은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서술됐다. 다섯 밤 동안 청년과 철학자는 서로를 논박하면서 배움을 주고 받는다.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은 논술 강사 출신이다. 2011년 역사,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의 지식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 전하는 의 초고를 썼고, 2014년 4월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책은 팟캐스트의 인기와 맞물려 금세 입소문을 탔다... 더보기
왜 싸우는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을 개봉 이틀째에 봤다. 1편은 꽤 좋아했고, 나 (즉 캡틴 아메리카)도 그럭저럭 봐줬지만, 는 별로였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가 함께 나왔는데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고 느꼈다. 개성 강한 영웅끼리 티격태격하다가 끝. 모두들 이야기하는, 헐크가 로키를 떡실신시키는 장면에서 피식 웃었을 뿐이었다. 일단 이 속편을 두고 "캐릭터에 깊이가 생겼다"는 식의 평가에 동의를 못하겠다. 물론 전편보다 각 캐릭터의 '고민'을 좀 더 다루긴 했다. 예를 들어 활을 빠르고 정확하게 쏜다는 것 빼고는 특출한 능력이 없는 호크아이의 고민 같은 것. 호크아이는 곧 태어날 아이를 포함하면 세 아이의 아버지다. 가족은 한적한 시골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신(토르), 천재 엔지니어이자 대부호(.. 더보기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평전과 자서전 사실 난 힐러리 클린턴을 싫어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다툴 때도 내심 클린턴을 응원했다. 난 연설을 지나치게 잘하는 사람을 별로 안믿는 편인데, 버락 오바마가 딱 그랬다. 반면 클린턴은 그 권력욕, 권모술수, 추진력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꽤 어울릴 것 같았다. 사랑받지 못하지만 일은 잘하는 대통령이 될 것 같았다. 물론 뭐라고 생각해봐야 내겐 미국 대통령 투표권이 없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은 해외에서 반응이 별로 안 좋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주의 이론, 사상적 지향점 같은 걸 알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린 그저 버락 오바마와 다른 힐러리 클린턴의 포지션, 케네디, 부시에 이어 클린턴 가문이 미국의 왕가로 등극할 수 있을지가 궁금.. 더보기
에로티시즘과 장애물, <열쇠> 성을 다룬 의학 다큐멘터리와 포르노그래피의 차이는 무얼까. 아마도 섹스를 하기 위해 포르노는 다큐보다 조금 더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섹스가 벌어지는 상황을 설정하고, 몇 겹의 옷을 하나씩 벗기고(혹은 섹스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만 남겨두고), 카메라나 조명은 관객의 목적은 충족시키되 너무 직설적이지는 않을 정도로 영상의 각도, 움직임, 명암에 변화를 줘야 한다. 처음부터 나체로 나온 파트너들이 아무런 설명 없이 섹스를 하고, 카메라는 그것을 미동도 없이 정면으로 비춘다면? 그건 의학 다큐다. 에로티시즘은 방해받을 때 자극받는다. 지난 세기의 정신분석가들은 에로티시즘을 금기와 연계시키기도 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창비식 표기로는 타니자끼 준이찌로오!)의 는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 더보기
베이컨과의 대화,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은 정규 미술 교육은커녕 정규 교육 자체에 거의 무심했다. 하지만 저명한 미술평론가 데이비드 실베스터와 25년에 걸쳐 행한 9편의 인터뷰는 예술가의 직관과 지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게 한다. 화가는 그림, 영화감독은 영상, 무용가는 몸짓으로 표현하므로, 그들에게 문자 혹은 구술 언어는 주된 표현수단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빼어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언어로 번역해 대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듯하다. (다만 그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흔히 이해되는 방식이 아니거나, 말하거나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태도를 가질 뿐.) (디자인하우스) 중 흥미로운 대목을 발췌했다. 프랜시스 베이컨. 성깔 있는 아이리쉬. 나는 오독에 화나지 않습니다. 그러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더보기
평화와 번영의 제국, <제국: 평천하의 논리>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저자의 지난번 저서인 을 2012년 읽고 기사로 쓴 적이 있다. 나도 지금 검색하다가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사를 읽으니 책 내용이 대략 생각 난다는 점. (기사 잘 썼네!). 이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인 반면, 는 많은 독자들이 읽기 불편할성 싶다. 옳든 그르든, 동의하든 안하든 요즘은 이런 책이 더 흥미롭다. '신자유주의는 나쁘다' '느리게 사는 삶이 좋다'는 이야기가 담긴 책에는 거의 아무런 자극을 느낄 수 없다. 제국: 평천하의 논리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공진성 옮김/책세상/448쪽/2만원 5000여년의 역사 동안 ‘제국’인 적이 없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제국의 역할을 긍정적인 뉘앙스로 조명하는 책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가 오랜 기간 아시아의 제국.. 더보기
아시아문화전당의 베네딕트 앤더슨 개관을 앞두고 학술대회를 연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 다녀왔다. 사실 만족스럽지 않은 출장이었다. 나 자신의 부족함과 통제불가능한 변수 때문에 취재를 원활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며칠전 개통된 KTX를 타고 재빨리 올라오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베네딕트 앤더슨의 기조강연은 괜찮았다. 우리는 그를 30여년전 나온 의 저자로만 기억하지만, 앤더슨은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자신의 이론을 수정, 보완해 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몇 가지 흥미로운, 그래서 앞으로 규명해야할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근사했다. 그 유명한 구 전남도청을 전면에 두고, 새로 지은 건물은 뒤로 숨어든 모양새였다. 넓직하면서도 아늑한데다 사방으로 뚫인 모양새(물론 개관 하기 전이라 한 군데를 제외하곤 모두 막혀있.. 더보기
<화장>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시사회를 다녀왔다. 지금 이 영화에 대해 총체적인 감상을 적기는 어렵다. 그저 짤막한 단상 정도. 스포일러 포함. 1. 오상무(안성기)가 똥을 싸는 아내(김호정)를 욕실에서 씻어주는 장면은 정확하다. 빼고 더할 것이 없다. 알려진 바로는 임권택 감독은 김호정에게 하반신을 노출하고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일에서야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배우와 미리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장면에는 노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다른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똥오줌을 가리면서 사람이 된다. 아이는 똥오줌을 가릴 때쯤 서서히 자아를 갖춘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어른이 똥오줌을 못가린다는 것은 그의 신체적 능력이 아이 수.. 더보기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여정 혹은 변명, <조지프 앤턴> 824쪽에 달하는 살만 루슈디 자서전 의 메시지를 간결히 요약하면 이렇다. 표현의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그것을 위해 싸우는 만큼만 주어진다. 쓸데없는 일인지 알면서도 살만 루슈디를 만나면 묻고 싶다. "1988년으로 돌아간다면 를 다시 쓰겠냐"고. 그에겐 도 있고 도 있기 때문이다. 없이도 그의 작가적 명성은 견고했을 것이다. 그는 출간과 함께 13년간의 부자유를 경험했다. 단지 '부자유'라고 말하는 건 약하다. 그 부자유는 이동과 거주의 제한은 물론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의 분노, 친구인줄 알았던 이들의 배신, 죽음에 대한 공포, 가족이나 조력자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아마 루슈디는 "그래도 를 쓰겠다"고 답하겠지. 그런 결기가 없이는 13년의 도피,.. 더보기
찰리 파커는 있는가, 위플래쉬 **스포일러 있음 는 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열연하고, 줄거리가 간결하며, 무엇보다 편집이 기막히다. 마지막 공연 장면에선 손에 땀이 난다. 음악의 힘이 크지만, 이 리듬을 그대로 살려낸 편집도 대단하다. 드러머 앤드류와 지휘자 플레처를 번갈아 패닝해서 보여주는 테크닉은 어찌 보면 아마추어적인데, 이 영화에선 굉장히 잘 어울린다. 정신 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영화는 그러나 매우 고전적인 주제를 다룬다. '음악 천재' 이야기는 20세기도 아니라 19세기의 아이템이다. '예술 천재' 개념 자체가 19세기 낭만주의의 산물이니까. 그런 고전적인 주제를 그렸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장대한 SF의 외피를 썼으나 부녀간의 사랑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다룬 가 한국.. 더보기
유체이탈 화법에 대해 한 영화배우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옛 출연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어.” 배우가 겸연쩍은 표정을 짓자, 동료 출연자들은 놀리듯 웃는다. 제작진은 그 영화의 자료 화면을 보여주며 ‘전설의 영화’라고 조롱한다. 혹자는 이런 말에서 ‘예능감’을 느낀다지만, 이런 행동은 차라리 ‘무례’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 웃음을 지었을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그 영화의 관계자들이 봤다면 인상을 펴지 못했을 듯하다. 영화는 대규모 공동작업의 결과다. 수십~수백 명의 주·조연, 단역 배우들이 출연하고 연출, 촬영, 조명, 편집, 음악 스태프도 그만큼 많다. 투자자, 기획자, 배급관계자, 극장주, 마케터들도 영화의 성공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다. 그런데 딴 사람도 아니라 영화의 간판.. 더보기
독립출판, 왜 하나 전시 첫날 가서 봤는데 끝나갈 무렵 블로그에 올림. 아무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독립출판물을 전시하고 소장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 서가에는 여느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십진분류표가 붙어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분류방법이 특이함을 알 수 있다. 철학(100), 종교(200), 사회과학(300), 순수과학(400)의 익숙한 순서 대신, 예술(10), 문학(20), 사진(30), 디자인(40)으로 이어진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이 마련한 특별전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31일까지)을 위해 제작된 독립출판용 분류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제작된 국내 독립출판물 400여종, 600여권이 선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독립출판서점, 독립출판 페스티.. 더보기
알쏭달쏭 표절논란 기사를 쓰면서 얄팍하게나마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법서지만, 꼼꼼하게 읽으면 어렵지 않다. 외국에서 유학, 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고려대 심리학과에 부임한 박선웅 교수는 한국의 표절 시비가 당황스럽다고 했다. 실험 설계, 데이터 해석에 관여한 지도교수를 논문 저자 중 하나로 올리는 일, 하나의 실험을 여러 개 논문으로 발표하는 일,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다시 발표하는 일 등은 해외 학계에서 허용되는데 한국에선 종종 ‘표절’로 몰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학문 윤리, 표절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 지명자가 표절 시비로 낙마한 뒤, 학위가 있는 공직자들은 혹독한 논문 검증을 거쳐야 했다. 문대성 의원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시비가 붙어 한때 새누리당을 떠.. 더보기
기업과 국가에 투항한 NGO, <저항주식회사> 한국에서 안좋다고 느낀 현상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안도감을 느껴야 할지 난감함을 느껴야 할지. 저항주식회사 피터 도베르뉴·제네비브 르바론 지음, 황성원 옮김/동녘/276쪽/1만4000원 도심의 번화가를 걷다가 유엔난민기구, 그린피스, 국경없는 의사회 등 세계적인 비정부기구(NGO)가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자원봉사자나 활동가가 붙임성도 좋게 말을 건넨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이들은 대부분 전문 마케팅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회원 모집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그게 잘못된 일일까.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마케팅 기업을 동원한 회원모집은 대의를 알리기보다는 성과를 올리는데 급급해 NGO의 도덕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더보기
여자에게 직장이 무슨 소용? <하우스 와이프2.0> 시카고 트리뷴에 근무하다 퇴사한 한 여기자의 사례를 골라 써서 그런지, 사내 여기자 몇몇이 급관심 보임. 하우스 와이프2.0에밀리 맷차 지음·허원 옮김/미메시스/432쪽/1만6800원 ‘도메스틱 포르노’(domestic pornography)란 말이 있다고 한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이는 ‘완벽한 살림에 대한 사진을 보여주는 책, 잡지, TV쇼, 블로그’를 뜻한다. 미국에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블로그 세계에서는 ‘완벽한 살림’을 전시하는 이들이 있다. 음식, 육아, 인테리어 등에서 타의 모범이 돼 파워블로거로 등극하기도 한다. 물론 운영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 블로거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은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룬 여성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현.. 더보기
우석훈, "2017 대선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전쟁" 난 2017 대선을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전쟁"으로 보지 않지만, 우석훈의 신작은 역시 술술 읽힌다. 는 전반부엔 개인적 감상, 타령이 많아 보여 읽기가 좀 힘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제1야당의 자중지란 대목이 그랬다.(싸움구경, 불구경은 원래 재밌는 법) "정당이 튼튼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경제학자 우석훈(47)은 지난해 10월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치연구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3년 이후 10여년만의 출근이다. 두 아들을 돌보던 ‘전업 아빠’는 출근하면서 10~20대 자신의 무의식을 지배했던 ‘형가의 노래’를 떠올렸다. 형가는 진시황 암살을 시도하다 실패해 그 자리에서 죽은 자객이다. “바람은 스산한데 역수물은 차구나 /장부가 길을 떠나면 돌아오지.. 더보기
내 행동은 내 의지가 아니다, <요괴워치>를 보고 아이와 함께 몇 번 를 봤다. 이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서 접한 상태였다. 뭔가 싶어서 봤는데. '은근히 재밌다'고 말하는 건 솔직하지 않다. '상당히 재밌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작품 전후의 맥락을 모르고 봤는데도 오랜 시간 피식거리며 웃으며 봤다. 아이도 이 유머를 이해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본 설정은 '우리 생활 속 일어나는 기이한 일은 모두 요괴의 장난 때문'이라는 것. 보통 사람은 그러한 일이 요괴 때문인지 모르는 채 넘어가지만, 요괴 워치를 가진 소년이 이를 알아챈다. 그리고 자신의 시계 속에 봉인된 또다른 요괴를 소환해 말썽을 부린 요괴와 대결을 시키고, 이기면 그 요괴를 상징하는 코인을 얻는다. 그러면 다음번 필요할 때 그 요괴를 소환할 수 있.. 더보기
가장 귀족적이면서 천한 집단의 탄생 <킹스맨> (스포일러 재중)요즘엔 머리가 터지고 팔 다리가 잘리는 영화는 잘 보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는 예외로 해야겠다. 초반부부터 대여섯 명을 순식간에 죽이거나 사람을 세로로 해 반으로 써는 장면이 나오더니, 종반부엔 소수 종파의 대량 학살극이 나오고 급기야 세계 권력자들의 머리가 집단으로 터져나가는 장면까지 나온다. 머리 터지는 장면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그려진다. 심지어 화이트 하우스의 주인의 머리도 터진다. (한 인터뷰에서 매튜 본 감독은 그것이 버락 오바마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 일반에 대한 조롱이라고 강변했다.) 은 전통적 스파이 영화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나이든 재단사가 맞춰준 멋진 수트를 입고, 전통적이면서 아름다운 구두를 신고, 위스키나 칵테일들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줄 알고, .. 더보기
어느 판사의 품격 다른 주제를 생각하다가 마감하는 날 오전 급히 바꿨다. 원래 쓰려고 했던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더 정리해 꼭 쓰고 싶다. 아이돌도 사람이다. 팬들도 아이돌이 연애하고, 방귀 뀌고, 잘 때 이 간다는 사실을 짐작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예전의 팬들은 아이돌의 연애 사실이 밝혀지면 ‘팬질’을 그만두기도 했다. 아이돌이 “사랑해”라고 노래할 때, 그건 노래를 듣는 모든 팬을 위한 메시지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위한 연인이 된 순간, 아이돌에 대한 환상은 부서진다. 어떤 직업군에는 그에 기대되는 환상이 있다.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에 헌신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사진 밑에 성적 암시가 담긴 글을 남긴 예비 교사에 대해 대중은 분노했다. 대중의 사랑에 기대어 사는 연예인은 모든 사.. 더보기
왜 지금 우주인가, 이영준과 김형주의 대담 직설적이고 재치있는 두 분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지만, 왜 하는지 모를 일들이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우주 탐험이 그런 종류의 일이다. 실생활에 도움을 주지 않고, 뚜렷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결과가 나온다 해도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 탐험은 현대 예술과 비슷하다. 우주 탐험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나란히 선보이고 있다. 5일 개봉한 은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아티스트 송호준씨를 주인공으로 삼은 다큐멘터리다. 송씨는 인공위성 발사 비용 1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티셔츠 1만장을 파는 동시, 까다로운 로켓 제작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는 ‘우주생활-NAS.. 더보기
유혹하는 세상,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동화 (파랑새)를 읽었다. 피노키오는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인형' 이야기 정도로 기억되지만, 사실 의 전체적인 정서는 매우 비정하다. 축약되지 않은 판본을 아이에게 읽어준다면 어른이 먼저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긴 많은 옛 동화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저주를 받아 춤을 멈출 수 없자, 발목을 잘라낸다. 옛 동화에는 이런 고어 신이 비일비재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는 를 비튼 영화인데, 덕분에 스필버그의 영화 중 가장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갖게 됐다. 의 교훈을 요약하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자'다. 이는 고래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알려주길 원하는 교훈이지만, 좀 비판적으로 생각해볼만하다. 부모라고 다 좋은 부모인가. 오만과 독선과 아집과 편견에.. 더보기
심미주의자를 위한 삶의 원칙, 문광훈의 <심미주의 선언> 시간이 없어서 전화로 인터뷰했지만, 직접 만났다면 더 재미있을 법했다. 요즘 만나는 분마다 거창하게 말해서 수행, 가볍게 말해 처세의 방법에 대해 묻곤 한다. 많이 공부하고 생각한 분들은 대부분 나름의 방법이 있는 것 같다. 문광훈 충북대 독문과 교수(51)는 신간 (김영사)에서 아내와의 대화 한 토막을 전한다. 책의 일부를 미리 읽은 아내는 “답답하다”고 촌평했다. 남편이 주장하는 ‘심미주의’는 부동산 투기, 명품 구입에 관심 없이 건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조차 “고차원적이거나 허황되거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문광훈 같은 이는 “희귀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더 희귀한 사람”이다. 문광훈 역시 아내의 말에 수긍했다. 그래도 문광훈은 이 ‘무모한 사투’를 멈출 생각이 없다. 선언적이기는 커녕, 세.. 더보기
좌파도 자기계발합시다. 조정환의 <예술인간의 탄생> 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는 말을 받아치면 그대로 문장이 되는 사람이었다. 이런 분과 인터뷰를 하고 나면, 그 오랜 공부를 짧은 시간에 압축 전달받은 느낌이 들어 기자 생활의 유익함을 새삼 깨닫는다. 아래 글에는 지면 분량상 넣지 않은 건강론에 대한 부분을 덧붙였다. 예술가는 누구일까. 미술관에 작품이 걸려 있고, 커다란 무대 위에 오르며, 도서관이 그의 책을 구입하는 사람일까. 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59)는 4년만에 낸 단독 저서 (갈무리)에서 ‘예술가’와 ‘예술인간’을 구분한다. ‘예술가’는 예술대학 졸업장, 수상 실적에 의해 자격을 얻지만, ‘예술인간’은 저마다의 삶에 내재한 에너지를 끄집어낸 즉시 태어난다. 그는 우파의 전유물처럼 들리는 ‘자기계발’이란 말을 쓰기도 꺼리지 않았다. 다만 .. 더보기
7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우정, 라종일과 김현진의 이야기 살아온 배경, 성향, 생각, 세대가 다른 두 남녀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둘 모두에게 행운이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 정치인, 지식인 중에서 라 교수를 부러워하고 이런 파트너를 구해 책을 쓰고 싶어하는 이가 많을 것 같다. 70대의 남자와 30대의 여자가 우정을 나눈다. 남자는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이자 현실 정치권의 실세였으며, 여자는 백수다. 남자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내가 창피하다”는 사람이고, 여자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알코올의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남자는 차가운 현실주의자지만, 여자는 뜨거운 이상주의자다. 어느날 여자는 남자에게 ‘연애편지’를 주고받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네 계절 동안 32통의 이메일이 오갔다. 온갖 흉사로 피 흘리던 여자는 “왜 살아야 하느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