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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핏> 드루 배리모어 드루 배리모어는 ‘돌아온 탕아’입니다. 이 탕아는 오늘의 행복을 만끽할 줄 알되, 어제의 고통도 잊지 않습니다. 한때 힘든 시절을 보냈던 ‘언니’는 이제 방황하는 ‘여동생’에게 연민과 연대의 시선을 보냅니다. 18일 개봉하는 (원제 Whip it)은 배리모어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할리우드의 정상급 여배우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만, 10년 전부터 영화 제작에 뛰어들어 크고 작은 성공을 거뒀던 그가 연출에 욕심을 내는 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후반의 소녀 블리스. 블리스는 극성스러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지역의 청소년 미인대회에 참여하곤 하지만, 마음은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은 듯 불편합니다. 어느날 블리스의 눈 앞에 신천지가 펼쳐집니다... 더보기
맨 온 와이어 당신은 얼마나 큰 꿈을 꾸고 있습니까. 프랑스 출신 곡예사 필리페 페티의 특기는 외줄타기였습니다. 페티는 20세 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두 첨탑 사이 외줄을 건넜고, 2년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 아치 다리인 호주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 횡단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목표는 17세의 페티가 치과 대기실에서 신문을 뒤적였을 때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건설 중이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소년은 이 거대한 쌍둥이 빌딩을 그려놓고는 두 건물의 꼭대기 사이에 줄을 하나 그었습니다. 페티와 그의 친구들이 이 전대미문의 도전에 성공하는 이야기가 2월4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에 담겨있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페티 일당이 ‘거사’에 성공한 것은 1.. 더보기
500일의 썸머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까? 한다고 했는데, 정말 사랑했는데, 지난번 여자친구가 왜 날 차버렸는지 몰라, 오랫동안 울었고 그보다 오랫동안 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요. 그런 남자분이라면 이번주 개봉작 를 보고 다시 한번 손수건을 꺼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톰 같은 이를 우연하게라도 만난다면, 절로 악수를 건네고 심지어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경향신문 자료사진) 톰은 같은 직장의 썸머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하지만 썸머는 사내 최고의 미녀라 톰에게는 언감생심입니다. 둘은 소수의 열광적 지지자를 거느린 영국 밴드 ‘더 스미스’를 좋아한다는 취향을 공통분모로 조심스레 접근합니다. 톰은 여전히 머뭇거리지만, 썸머는 먼저 과감히 입술을 포갭니다. 그렇게 둘은 연애를 시작합니다. 톰.. 더보기
절망의 끝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나요 아직도 2009년을 살고 계십니까. 코맥 매카시의 는 읽어나가기 힘든 소설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문장에 어려운 개념이나 비유도 없지만, 한 페이지 넘기는 것이 쇳덩이를 달고 발걸음을 떼는 기분이었습니다. 책장 사이엔 재가 뿌려져 있고, 표지 어딘가에서는 시신 썩는 냄새가 났습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도 원작의 분위기를 닮았습니다. 비고 모텐슨(반지의 제왕)이나 샤를리즈 테론(몬스터) 같은 스타가 나온다거나, 대중에게 친숙한 매체인 영화로 옮겨졌다고 해서 한줄기 빛을 기대하면 안됩니다. 2010년을 맞이하며 기분 좋게 볼 영화가 아니란 뜻이죠.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든 것이 불타버린 세계. 아버지와 아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슈퍼마켓용 카트에 물건을 싣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곳곳에는 물건을 빼앗으려.. 더보기
2009년, 이 영화 어땠습니까 당신에게 2009년은 무엇이었습니까. 해가 가기 전에 잠시 멈춰서서 무엇이든 ‘베스트 10’을 뽑아보시겠습니까. 12월31일과 1월1일은 같은 해가 뜨고 지는 날이겠지만,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심상은 전혀 다릅니다. 이 시점에서 나만의 ‘베스트 10’을 뽑는 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별의별 베스트 10을 다 뽑았더군요. 음반, 영화, 전시회, 소설 등에서부터 녹색 아이디어, 과학의 발견, 야한 농담, 반짝 스타, 어색한 순간 베스트 10 등을 선정했습니다. 이 영화지면에선 전통적·주관적으로 2009년의 영화 베스트 10을 뽑겠습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5편씩 나눴습니다. 1. 그랜 토리노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 단 한 편의 영화를 뽑자면 대답은.. 더보기
‘엘라의 계곡’ ‘일렉트릭 미스트’ 토미 리 존스 토미 리 존스(63)는 늙고 고지식한 경찰입니다. 논두렁처럼 깊게 팬 주름살은 이 늙은 경찰이 세상에 대해 짊어진 근심에 비례합니다. 공교롭게도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영화 2편이 한 주 간격으로 잇달아 개봉했습니다. 지난주 개봉한 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나온 수많은 이라크전 영화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감성과 세계를 파악하는 이성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진지함 때문에 2007년작인 이 영화가 한국에선 가까스로 지각 개봉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에서 존스는 조국의 이상에 대한 신념, 군인으로서의 명예에 가득찬 전직 군 수사관 행크 역을 맡았습니다. 행크는 아들 마이크가 군인이 되길 바랐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마이크는 입대해 이라크전에 파병됐다가 귀국합니.. 더보기
가족을 사랑하는 ‘21세기 마초’ 제라드 버틀러(40)는 지금 가장 뜨거운 ‘마초’입니다. 멜 깁슨과 러셀 크로가 늙거나 뚱뚱해진 사이, 버틀러는 비릿한 수컷 냄새를 물씬 풍기며 스크린 한가운데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버틀러가 선배 마초들과 가장 다른 점은,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다음달 10일 개봉예정인 은 ‘가족사랑형 마초’로서의 버틀러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던 클라이드(버틀러)는 난데없이 들이닥친 2명의 무장강도에게 아내와 딸을 잃습니다. 범인은 곧 붙잡히지만, 둘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받게 할 자신이 없던 검사 닉(제이미 폭스)은 유리한 증언을 받는 대가로 한 명의 죄를 경감해줍니다. 분노한 클라이드는 모습을 감춥니다. 10년 뒤 다시 나타난 클라이드는 범인은 물.. 더보기
솔로이스트, 열정이 넘쳐 미치도록 빠진다면… 미치도록 열광해 본 적이 있습니까. 19일 개봉한 외화 (원제 The Soloist)는 미치도록 연주하다 정말 미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와 교감하는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기삿거리를 찾아 헤매는 LA타임스의 기자 스티브(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혼잡한 도심에서 아름다운 현악기 소리를 듣습니다. 연주의 주인공은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노숙자 다니엘(제이미 폭스). 스티브는 다니엘이 한때 줄리아드 음대에 다닐 정도로 촉망 받는 연주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그의 사연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에게 좋은 악기를 선물하고, 노숙자를 위한 쉼터로도 안내해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올려주려 합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너무 오래, 멀리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의 조 라이트가 연출했습니다. 연주자로서의 밝.. 더보기
요즘 사랑 때문에 죽은 사람 있나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베르테르는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권총은 사랑하는 여인 샤로테의 남편에게서 빌렸죠. 샤로테는 베르테르가 자살을 결심한 것을 알면서도 남편의 권총을 손수 내주었습니다. 책의 인기와 함께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는 베르테르가 입었다는 노란 조끼가 유행했고, 베르테르처럼 자살을 결심한 젊은이도 늘었습니다. 하나 이 모든 건 낭만주의의 물결에 휩쓸렸던 200여년 전 유럽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연인이 사랑하고 이별하지만, 그 속도는 빠르고 상처는 가볍습니다. 이제 사랑의 상처는 하룻밤 눈물이나 소주 두어병, 혹은 미니홈피에서 상대방의 사진을 삭제하는 것으로 쉽게 치유됩니다. 그러므로 요즘 사랑 때문에 죽을 확률은 신종 플루 치사율 0.03%, 마른 하늘에 날.. 더보기
‘잭슨왕국’의 영원한 왕 마이클 잭슨은 ‘팝의 왕’(King of Pop)이었습니다. 왕권을 넘어 신성을 획득한 그는 현대의 대중문화계에 신정일치의 왕국을 건설했습니다. 이제 왕은 서거했고, 왕국은 무너졌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와 같이 전능한 왕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잭슨은 네번째 월드 투어 ‘디스 이즈 잇’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올해 6월25일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디스 이즈 잇’ 투어는 7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돌며 50일간 예정돼 있었습니다. 28일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해 2주간 한정 상영되는 은 올 3~6월 진행된 리허설 장면과 콘서트용 영상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입니다. 리허설 무대의 잭슨은 ‘제대로 공연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닐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몸.. 더보기
‘9:나인’ 홀로 깨어있는 한밤중에 냉장고가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기계엔 마음도 영혼도 없습니다. 인간의 편리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소용 없으면 그뿐입니다. 그러나 자꾸만 냉장고가 홀로 울고, 시계가 땀을 흘리며, 자동차가 하품을 하는 듯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애니메이션 은 2009년 9월9일 개봉했습니다. 영화 제목에 숫자 9가 들어가기 때문에 개봉 날짜를 이날로 맞춘 모양입니다. 신인 감독 쉐인 액커보다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공동 제작자인 팀 버튼(, )과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입니다. 일라이저 우드, 제니퍼 코넬리 등이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폐허뿐인 지구에 생명을 가진 무언가가 눈을 뜹니다. 외형은 기계 장치가 달린 봉제 인형처럼 보이고, 등에는 숫자 9가 적혀 있습니다. 그는 다른 숫.. 더보기
복수는 가깝고 용서는 멀다 복수는 인간의 것입니까. 맞으면 때리고 싶고, 빼앗기면 다시 뺏고 싶은 것이 인간입니다. 이번주 개봉작인 은 매우 인간적인 감정인 복수에 대한 영화입니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은 호숫가 산장으로 주말 여행을 떠납니다. 딸 메리는 자동차를 가지고 시내의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탈주중인 범죄자 무리와 엮입니다. 친구는 살해당하고 메리는 성폭행을 당한 뒤 도망치다가 총탄에 맞아 쓰러집니다. 폭풍우에 자동차마저 고장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범죄자 무리는 메리의 가족이 머물고 있는 산장을 찾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메리의 부모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풉니다. 이들이 잠을 자러 별채로 간 사이, 부모는 문 바깥에서 총탄에 맞아 죽어가는 메리를 발견합니다. 부모는 별채에서 .. 더보기
‘걸어도 걸어도’ 죽은 이를 어떻게 기려야 합니까. 18일 개봉한 일본영화 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영화에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10년 전 여름 바다에서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장남 준페이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합니다.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에 모인 가족들의 1박2일을 영화는 차분히 그려냅니다. 은퇴한 의사인 아버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권위적이고 말수가 적습니다. 어머니는 온화해 보이지만 속으론 무서운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차남 료타는 처, 자식과 함께 고향집을 찾지만 여전히 형 준페이와 비교되는 상황이 못마땅합니다. 게다가 아내가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아 데려온 아들과는 여태 서먹합니다. 수면 위 가족 관계는 화목하고 예의 바릅니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는 팽팽한 긴장과 부글부글.. 더보기
'신상녀의 봄' 웃어 말아? 정초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일이 있으십니까. 언젠가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지 1주일이 지나서야 명절 선물이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어디를 그리 돌아다니다 온 것인지 상자 모서리 부분이 닳아 있었습니다. 우두커니 놓여있는 상자를 보자 두 가지 감정이 스쳤습니다. 명절 연휴를 앞두었던 당시의 들뜬 기분이 되살아났다가, 연휴는 이미 끝났다는 뼈저린 자각이 뒤를 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든, 명절 선물이든 우편물이 폭주하는 계절엔 서둘러 보내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이번주 개봉한 은 한발 늦게 도착한 카드, 혹은 명절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원작은 이라는 시리즈 소설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란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뉴욕의 별볼일없는 잡지사 기자 레베카는 중증의 쇼핑중독자입니다. 멋진 남자보.. 더보기
'엘레지' -연애가 어울린 '미중년' ... 한국에는 '미중년'이 있습니까. 미중년이란 말이 낯서십니까. 그렇다면 '미소년'은 잘 아시겠죠. 미중년이란 멋진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이번주 개봉작 의 벤 킹슬리(65)도 미중년이겠군요. 데이비드는 지적이고 우아하고 카리스마 있는 문학 교수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으며, 이혼 후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쿠바 출신의 대학원생 콘수엘라의 아름다움에 반합니다. 둘의 나이는 30년 차이. 가볍게 시작한 관계였지만, 둘은 서로에게 점점 깊이 빠져들죠. 데이비드가 자꾸만 콘수엘라를 소유하려 들면서 둘의 관계는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나 정작 콘수엘라가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주려 하자, 데이비드는 뒤로 물러섭니다. 결국 둘의 관계는 정리됩니다. 2년 후, 콘수엘.. 더보기
'말'로써 항복 받아낼 수 있을까요? 말싸움의 전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이번주 개봉한 영화 은 현란한 말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라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매체인데, 말싸움이 영화화하기에 적당한 소재일까요. 지루할 것이라 예단하진 맙시다. 이 영화가 다루는 말싸움은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전직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인터뷰입니다. 1977년 여름 방영된 이 인터뷰는 미국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책임을 진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평소 정치엔 관심이 없으며 투표조차 하지 않는 토크쇼 MC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백악관을 떠나는 닉슨의 모습에 기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는 거액의 인터뷰료를 제시하면서 닉슨의 퇴임 후 첫 인터뷰를 추진합니다. 닉슨 역시 풋내기.. 더보기
'실물보다 큰' 영화의 신(神)은 어디에 삽니까. 칼 같은 겨울 바람이 불던 10일 오후, 영화의 신전에 다녀왔습니다. 누린내 나는 돼지머리 고기집을 지나, 전기 기타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악기상을 넘어,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영화의 신은 이 누추한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한적하고 깔끔했던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건물에서 3년을 보낸 뒤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사당동 등지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영화 신도들은 그렇게 장소를 옮겨가며 앞서간 영화의 신들을 사모하고 경배해 왔습니다. 추운 평일 오후였지만, 극장에는 70여명의 관객이 모였습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혼자 온 듯 보인다는 점도 여느 극장과 다른 풍경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친교, 유희.. 더보기
'레볼루셔너리 로드' 당신은 특별한 존재입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낭만적 커플이 다시 뭉쳤다는 소식에 의 상영관을 찾았다면, 당신은 당황 혹은 배신감에 몸을 떨며 극장문을 나설지도 모르겠습니다. 로 미국 중산층의 벌거벗은 모습을 들춰냈던 샘 멘데스 감독이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을 리가 있나요. 아래의 다정한 커플 사진은 사실상 '낚시'입니다. 멘데스는 유명한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고 아내 윈슬렛에게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윈슬렛이 10여년 전 영화 속 환상의 연인 디카프리오를 떠올린 건 자연스러웠겠죠.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둘은 청춘 스타에서 기품 있는 배우로 성장했습니다. 두 배우는 이 기괴하면서 현실적이고, 장엄하면서 비극적인 드라마에서 물러서.. 더보기
당신의 사랑 얼마나 견고한가요? 40대 여자와 20대 남자가 사랑할 수 있습니까. 사랑을 하는데 나이는 얼마나 중요합니까. 12일 개봉하는 (원제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는 상영시간 166분에 달하는 낭만적인 멜로드라마입니다. 근래 고뇌하는 예술 영화, 유쾌한 오락 영화, 장대한 사극에 번갈아 출연해왔던 브래드 피트가 오랜만에 '뭇여성의 연인'으로 돌아왔습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단편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차츰 젊어지는 기이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은 세월의 무상함, 나이가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그린 판타지입니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도 포함되지만 플롯의 중심에 놓여 있진 않았죠. 1차 대전이 끝나가던 시기의 미국 뉴올리언스에 80세.. 더보기
당신도 낮술에 취해본 적 있나요? 설날 고향에서 맛난 음식과 술을 드셨겠죠. 혹시 다이어트나 절주의 결심을 깰 만큼 많이 드시진 않았습니까. 과식과 과음은 부모님과 친척의 권유 때문입니까. 당신 뱃속의 누군가가 술과 음식을 간절히 잡아 당긴 것 같지는 않습니까. 2월5일 개봉하는 은 '장한' 독립영화입니다.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시나리오 공모전에 번번이 떨어지던 노영석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각본, 연출, 촬영, 제작, 미술, 음악, 편집, 목소리 연기 등 1인 8역으로 을 찍습니다. 제작비 1000만원을 모아 알음알음 배우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돼 화제를 모은 뒤 로카르노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며 호평을 얻었습니다. 3월에는 미국에서도 개봉 예정입니다. 제목 그대.. 더보기
우리에겐 왜 '예외적 지도자' 없나요 버락 오바마는 '예외적 인물'입니까. 한국에는 그런 '예외'가 있습니까. 백악관은 44번 만에 흑인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였지만, 스크린에선 일찍이 흑인 대통령이 배출됐습니다.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영화 (1998)와 텔레비전 시리즈 가 있습니다. 속 대통령 모건 프리먼은 거대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최초로 알립니다. , 등 수많은 영화에서 프리먼을 주인공의 충실한 조력자, 혹은 멘토로 등장시킨 원동력은 그의 단호하면서 믿음직한 목소리였습니다. 의 데니스 헤이스버트는 암살 위협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는 도덕적이고 명석한 인물입니다. 대통령을 바보 취급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미국 대중문화계에서도 '흑인 대통령'은 대체로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그려졌습니다. 한 번도 실제로 '바.. 더보기
'작전명 발키리'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사랑하십니까. 사랑하지만 싸우는 데는 이유가 있죠. 사랑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난 사랑을 줬는데 상대방은 그걸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사랑은 골치가 아픕니다. 22일 개봉하는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발키리'란 용감한 전사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북유럽 신화 속 여신 집단의 이름입니다. 아울러 아돌프 히틀러의 유고시에도 나치가 권력을 유지하게끔 수립해둔 작전명이기도 합니다. 2차 대전의 패색이 짙어가는 독일, 충직한 군인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의 앞날을 걱정합니다. 아프리카 전장에서 오른 손과 왼쪽 눈을 잃은 슈타펜버그는 베를린으로 돌아옵니다. 슈타펜버그와 일군의 정치인, 군인들.. 더보기
'비카인드 리와인드' 영화는 버릇없는 아이입니까. 문자는 고집쟁이 노인입니까. 1895년 12월28일 '영화'는 태어났습니다. 프랑스의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이란 짤막한 영상이 파리의 한 카페에서 상영된 순간입니다. 기차가 스크린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놀란 관객들이 혼비백산해 도망쳤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영화란 예술 형식도 이제 만 113세가 되는 셈입니다. 문학, 음악, 연극, 무용 등 다른 예술 형식에 비해 영화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지만 힘만은 장사입니다. 현대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이번주 개봉작인 잭 블랙 주연의 (Be kind rewind)는 '되감아 돌려주세요'라는 뜻입니다. DVD 대신 구식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주는 대여점이 배경입니다. 감전사고를 당해 몸에 자력이 흐르는 사고뭉치.. 더보기
'과속 스캔들' 같은 영화를 수많은 사람이 함께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의 흥행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500만 관객 돌파를 노리는 이 영화는 지난해 말 최고의 '슬리퍼 히트'(깜짝 흥행)라 할 만합니다.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던 차태현과 신인 배우 박보영의 조합, 무명의 신인 강형철 감독의 연출, 특별할 것 없는 소재 등 엔 흥행 요소가 전무했습니다. 게다가 투자·배급사 롯데쇼핑(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한국영화 3강'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지금까지 의 200만 관객이 최고 흥행 성적이었습니다. 영화계에선 500만 관객을 하나의 기점으로 봅니다. 이 수치까지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끌어갈 수 있지만, 이 이상을 동원하려면 영화를 넘어 '사회 현상'이 돼야 한다는 .. 더보기
나만의 '영화 베스트 10' 고르셨나요? '전문가'의 '연말 베스트 10'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느덧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입니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올해의 사건' '올해의 인물' 등 한 해를 결산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담당인 저로서는 아무래도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에 눈길이 갑니다. 저 개인의 '2008 한국영화 베스트'를 뽑아보겠습니다. 1위는 홍상수 감독의 여덟번째 작품 입니다. 파리와 서울, 밤과 낮이 엇갈리는 순간, 홍상수의 인물들은 언제나 사랑하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회개합니다. 과 에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홍상수 월드'는 다시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2위는 입니다. 보고 나면 절로 미소가 나오는 영화를 만난 지 얼마나 오래됐던가요. 는 그 원초적인 행복감을 돌려준 영화입니다. "인생, 끝까지 살아볼 만하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