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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이것저것 섞여 더럽지만 아름다운 강물, '아사코' **스포일러 있음어제 오전에 극장에서 다섯명 쯤의 관객과 함께 '아사코'를 봤다. 영화가 너무너무 이상한데, 바로 그런 이유로 흥미진진했다. 서사는 종잡을 수 없었지만, 감정은 정확히 묘사됐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 주요 소재라는 점에서 멜로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본 멜로 영화는 아니다. 이상한 흐름이 자꾸 생각나고, 왜 그리 이상하게 찍었는지 궁금하고, 스스로 해명해보고 싶다. 훌륭한 영화라는 뜻이다. 줄거리만 요약해도 이상하다. 오사카의 아사코는 어느 사진전에서 만난 바쿠와 사랑에 빠진다. 말도 안되게 급작스럽게 시작한 사랑이이었다. 하지만 바쿠는 안정적이기보단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저녁에 빵 사러 간다고 나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는 사람이다. 빵 사러 갔다가 동네 목욕탕에 들렀.. 더보기
멋진 삶에 멋진 자서전, <자서전 비슷한 것> 구로사와 아키라의 자서전 제목을 듣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 영문판 제목도 이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판 추천사에 '추천사 비슷한 것'이란 제목을 달았다. 책은 구로사와가 만 69세쯤인 1978년에 썼다. 구로사와는 이 책을 쓰고서도 20년을 더 살았고, 다섯 편의 장편 영화를 더 만들었다. 구로사와는 그동안 자서전을 쓰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글로 써서 남길 정도로 내 이야기가 재미있다고는 생각하기 않았기 때문"에 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두 명의 존경하는 감독 때문이었다. 한 명은 장 르누아르. 그는 르누아르의 자서전을 읽고 자극을 받아 그와 비슷한 것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존 포드. 구로사와는 존 포드의 자서전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더보기
잔혹한 할아버지,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는 올 칸영화제에서 봤다. 최근의 그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초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영화를 잇달아 만들어왔는데, 대중이 좋아할리가 없다. 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야쿠자 영화다. 때문인지 칸 현지의 반응은 '폭탄'에 가까웠다. 그래도 난 이 영화를 즐겼다. 상업적인 장르 영화로만 본다면 악당끼리 싸우다가 다 죽는 얘기는 원래 재밌지 않은가. 가 경쟁 부문이 아니라 비경쟁 부문이었다면 현지의 평가도 조금은 더 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이 영화의 홍보사가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제목은 '견딜 수 없이 잔혹한 명장면 베스트3'다. 잔혹한데 어떻게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이런 장면들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라이벌 조직을 함정에 빠뜨려 본의 아니게 자신들의 조직에 무례를 범하게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