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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눈 먼 현인의 말들, '보르헤스의 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여든 즈음에 한 인터뷰들을 엮은 '보르헤스의 말'(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마음산책)을 읽다. 책 속에 주요 인터뷰어로 등장하며 책을 편집하기도 한 인디애나대 비교문학 교수 윌리스 반스톤은 부처, 예수, 디오게네스, 소크라테스 등 "오로지 말로만 가르침을 전하는 현자의 오래된 전통"을 언급하며 그 끝자락에 보르헤스를 위치시킨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보르헤스는 중년을 즈음해 시력을 잃었고 이후 구술로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다수의 청중 앞에서 행해진 이 인터뷰들은 그래서인지 매우 훌륭하다. 심오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알쏭달쏭하면서도 명쾌하고, 무엇보다 우아하고 박식하다. 인상적인 대목을 옮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난 의무적인 독서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의.. 더보기
왜 책을 읽는가, <책읽는 사람들> 책읽는 사람들알베르토 망구엘 지음·강주헌 옮김/교보문고/464쪽/1만7800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는 처지긴 하지만, 대체 왜 책을 읽는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오히려 확실한 답이 있었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니까! 알베르토 망구엘은 이 분야의 확실한 ‘어른’이다. 그래서 책읽기의 즐거움과 위안에 대한 39편의 에세이를 모은 (원제 A Reader on Reading)을 통해 그 답을 구해봐도 좋겠다. 1948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20살에 독재 정권 치하의 조국을 떠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살아왔다. 편집자이자 작가로 활동해온 망구엘이지만, 그를 부르는 가장 좋은 호칭은 ‘독서가’가 .. 더보기
페드로 안토니오 데 알라르콘, <죽음의 친구> 페드로 안토니오 데 알라르콘의 를 읽다. '1833년 안달루시아에서 몰락 귀족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 문명을 떨치다가, 결혼을 계기로 자유주의에서 보수주의로 돌변해 순식간에 영향력을 잃었다' 정도로 책 날개는 저자의 약력을 소개하는데, 난 아무튼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럼에도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보르헤스가 기획하고 해제까지 쓴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중편 와 단편 가 실려 있다. 특히 에서 매우매우 놀랐다. 기구한 운명을 비관해 스스로 거의 목숨을 끊을 뻔 했으나 '죽음'의 방문을 받고 그의 친구가 된 주인공 힐 힐. 힐은 죽음의 도움을 받아 이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해(사람이 죽는 때를 미리 알려주는 것) 권력을 누리지만. 종반부에 경천동지할 반전이 있다. 필립 K.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