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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일하는 여자, <굿모닝 에브리원> 이 영화에선 해리슨 포드가 꽤 근사하다. 그의 벌레씹은 듯한 표정과 말하기 싫다는 듯한 말투가 재미있다. 여자는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일해야 합니까. 성공하기 위해선 누구나 죽도록 일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가끔 삼신 할머니가 돈 많고 권세 있는 가문에 점지해줘서 노력 없이도 높은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속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는 남성에 비해서도 훨씬 힘듭니다. 2009년 중앙행정기관 41곳의 고위공무원 1428명중 여성은 40명이었고,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1%대입니다. 의 베키(레이챌 맥아담스)는 지역 방송사의 모닝쇼 프로듀서입니다. 인력 감축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 더보기
보수의 역할-<킹스 스피치> 리뷰 가끔 이런 영화를 볼 필요도 있다. 게다가 난 숙련된 영국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이나 같이 비주류 감성을 가진 영화에 상을 몰아준 적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 영화계의 최대 이벤트 아카데미 시상식은 대체로 보편적 가치관을 보수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는 영화를 선호해왔다. 지난달 말 열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가져간 는 애초 아카데미가 외면하기 힘든 종류의 영화였다. 영화 주인공은 조지 6세(콜린 퍼스)다. 그는 졸지에 왕이 됐다. 형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출신 유부녀 심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에 오른 지 1달만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비록 상징적인 권력만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영제국의 왕이 됐는데 조지 6세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 .. 더보기
최양일을 만나다 최양일은 체구가 당당했다. 싸우면 내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질 것 같았다. 이제 어디서나 60대는 노인도 아니다. 게다가 꽤 직설적이어서 대화가 재미있었다. "지금 관객은 멍청하다"는 말을 어느 감독이 이토록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이석우 기자 은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17세기 일본에서 천민으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닌자가 됐던 소년 카무이가 닌자 집단에서 탈출한 뒤 추격자들에게 쫓기는 과정을 그렸다.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최양일에겐 첫 사극이다. -이 영화는 왜 찍었나. “청소년기에 원작 만화를 보며 자랐다. 어렸을 때 참바라 영화(일본식 칼싸움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과 뒷산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갈아서 자기만의 칼을 만들기도 했다. 내 기존의 세계관에 이어진 작품 말.. 더보기
장률을 만나다 장률 감독을 처음 만난 건 그의 세번쨰 장편 가 개봉한 2007년이었다. 배우들이 거의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카메라는 배우가 움직인 한참 뒤에야 따라가는 '이상한' 영화였다. 신작 은 장률의 영화 중 가장 흥미진진하고 극적이다. 솔직히 그래봐야 대부분의 사람에겐 보기 힘든 영화겠지만. 조선족 소년 창호의 마지막 선택은 다르덴 형제의 이 제기한 도덕적 책무를 연상케했다. 권호욱 기자 은 장률의 여섯 번째 장편이다. 두만강을 넘어 북한 함경도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옌벤 조선족 마을이 배경이다. 조선족 소년 창호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넘나드는 북한 소년 정진과 우정을 나누지만, 이 우정은 어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왜 찍었나. “이런 사건을 보고 들으면 사람의 감정이 .. 더보기
사랑은 운명이 아니다. <컨트롤러>와 <타이머> 사랑은 운명이 아닙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물론 많은 멜로영화들은 사랑이 운명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말 오후의 데이트에 멜로영화를 본 젊은 남녀들은 영화의 주장을 믿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운명이 아니라는 증거는 도처에 널렸습니다. 치솟는 이혼율, 부부나 연인의 끝없는 다툼, 숱한 불륜은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사랑이 운명이라 하더라도 운명의 상대를 만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세계 인구가 60억명입니다. 운명의 상대를 어떻게 만나고, 만난다 해도 그가 맞는지 어떻게 확신합니까. 이번주 개봉작 는 말도 안되는 기계장치를 소개합니다. 제목 그대로 ‘타이머’란 이름의 이 장치는 손목에 이식돼 운명의 짝을 만날 날까지 남은 시간을 디지털 숫자로 표시합니다. 물론 상대방도 타이머를 이식.. 더보기
임권택 감독의 말+<달빛 길어올리기> 리뷰 임권택 감독의 '말'은 정말 독특했다. 알다시피 그는 어눌하고 느리고 게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말을 구사한다. 말에는 마침표가 없어서 말을 끊지 않는 한 다 듣는데 오래 걸린다. 방송 인터뷰를 하기엔 부적당하고, 신문에서 쓰려면 문어로 각색해야 한다. 이번에 쓴 기자간담회 기사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길고 느리고 종횡하는 말들이 결국 끝까지 들으면 일이관지하는 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말들 사이에 정연한 논리가 서 있고, 전후맥락이 고려돼 있으며, 유머도 잠복해 있다. 동서양 지혜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공자를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제자들을 말로 가르쳤고, 이후의 제자들이 이 말을 불완전한 글로 옮겼다. 어쩌면 임권택 감독의 말은 그런 스승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불륜 비.. 더보기
주목할만한 독립영화. <파수꾼> vs <애니멀 타운> 2011년이 2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은 올해 본 한국영화 중 제일이다. 10개월이 더 지나도 이 영화는 여전히 기억날 것 같다. 은 논쟁적이다. 극 초반엔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실린다. 감독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몹시 불쾌해할 관객도 있겠다. 파수꾼 2011년 한국 독립영화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몇 년 간의 침체를 벗어나 상업영화가 감히 꿈꾸지 못한 방식의 수작들을 내놓고 있다. 3월 들어 잇달아 선보이는 과 에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국내외 각종 영화제를 돌며 상찬받은 뒤 한국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올해의 발견, =2011년이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은 이미 ‘올해의 발견’감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졸업생을 대상으로 장편 프로젝트 제작을.. 더보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이윤기 감독 이윤기 감독의 전작 는 내 2000년대 한국영화 페이버릿 중 하나다. 그 영화가 개봉했던 2008년에는 공교롭게 이 있어, 2008년의 개인적인 리스트에서 는 2위였다. 난 여전히 그 영화가 좋다. 이번에 이윤기 감독을 만나서도 이야기를 한참 했다. 그는 이후 하정우, 수애를 주연으로 찍다가 제작도중 촬영이 중단된 이 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는 잘못 알고 와서 보다가는 화를 내는 관객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반대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우 기자 현빈과 임수정의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성에 혹해 를 보러가려는 팬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춰야겠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함께 살던 부부가 이별을 앞.. 더보기
오늘의 서부영화. <더 브레이브> vs <랭고> 는 쓸쓸하면서도 단호한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코엔 형제가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능력이야 일찌감치 증명된 바고. 는 전체관람가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지는 의문인 애니메이션이다. . 소녀는 기어이 두사내를 따라 나선다. 멜로, 코미디, 공포 등의 장르에는 시간, 장소, 인물의 제약이 없는 반면, 서부영화는 19세기 중후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백인과 북미 원주민이 주로 등장한다. 미국인들에게만 익숙한 설정이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문화 컨텐츠가 됐으니, 서부영화는 할리우드가 획득한 보편성과 자신감의 증거인 셈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초창기인 1920~30년대 등장해 50~60년대 절정기를 맞았고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변종을 경험한 후 서서히 몰락한 서부영화. 그러나 1990년대 , 등의 성공과 함께.. 더보기
위노나 라이더의 잔인한 열연 <블랙 스완> 딱히 위노나 라이더의 팬이었던 건 아니지만, 대런 아르노프스키는 그녀에게 에서 잔인한 배역을 맡겼다. 또 모르지. 라이더가 오히려 지금 같은 위치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을지도. 의 위노나 라이더. 나탈리 포트먼을 앞에 두고 일장 훈계를 하고 있다. 위노나 라이더는 1990년대 할리우드의 ‘요정’이었습니다. 이제 불혹이 된 요정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번주 개봉작 에서 그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에는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은 라이더가 아니라 그보다 10살 어린 나탈리 포트먼의 영화기 때문입니다. 니나(포트먼)는 뉴욕 발레단의 전도유망한 발레리나입니다. 예술감독(뱅상 카셀)은 새 시즌의 오프닝 작품으로 를 올리면서, 발레단의 간판스타였던 베스(라이더)를 하차시키고 .. 더보기
누가 함께 싸울 것인가. <언노운> 리엄 니슨 넘 멋져. 베를린도 멋져. 어떤 배우는 나이가 들면서 별 연기 안해도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데, 브루노 간츠가 프랭크 란젤라에게 쓰러지는 모습에선 어휴... 오늘 어느 분이 문자로 "뼈속까지 스며드는 싸~한 베를린의 겨울"을 얘기하시던데. 그나저나 현빈은 좋겠다. 이 겨울에 베를린에 가서 맥주도 먹고 슈납스도 먹고. 막강한 적이 눈앞에 있습니다. 힘을 합쳐 싸울 이들은 누구입니까. 은 신분을 빼앗긴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인 마틴 해리스 박사(리엄 니슨)는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학술회의 참석차 독일 베를린에 옵니다. 호텔에 도착한 순간 공항에 가방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해리스는 아내를 남겨둔 채 택시를 타고 돌아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72시간 만.. 더보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뷰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보니 의 이번주 예매율은 5위다. 1위는 , 2위는 이다. 하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순재 볼래 현빈 볼래, 혹은 김수미 볼래 탕웨이 볼래 하면 답은 뻔하긴 하겠다. 주말이 지나면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봉 첫 주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금세 밀려나는 것이 요즘 극장가의 생리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 명색이 상업영화라지만 솔직히 이 영화엔 관객을 끌 요소가 많지 않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것도 형편이 넉넉지 않은 노인 4명의 사랑이야기, 영화화돼서 성공한 적이 없는 강풀의 만화 원작, 제목은 심심하기 짝이 없는 . 심지어 강풀조차 만화를 처음 그릴 때 “이런 만화를 독자들이 좋아할까”라는 의구심을 안고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일단 영화를 보면 대체로 운.. 더보기
탕웨이 인터뷰+<만추> 리뷰 아, 탕웨이. 는 탕웨이의 얼굴에서 시작해 탕웨이의 얼굴로 끝난다. 의 매력은 우연도 아니고 리안의 마술도 아니었다. 인터뷰는 7~8개 언론이 공동으로 50분 가량 진행됐다. 이런저런 질문에 이런저런 답변이 나왔는데,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는 어떤 답변을 리드로 써도 좋을 듯한 좋은 말들이 나왔다. 인터뷰를 한 뒤로 탕웨이가 더 좋아졌다. 인터뷰 전문과 리뷰. 사진 이석우 기자 -한국의 고전영화 리메이크에 중국 여배우가 나왔다. "감정이란 것에는 국경이 없다. 언어라는 것도 감정에 비하면 힘이 없다. 한국 영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처음 출연했는데, 계기나 믿음이 있나.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 좋은 상대 배역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믿음이 확인됐다. 난 현장에서 유일한 중국.. 더보기
인생 포맷이냐, 환생이냐.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 이 영화는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개봉을 앞두고 다시 봤다. 자막을 읽으면서 보니 처음볼 때보다 훨씬 우울한 영화였다.... 아무튼 이 영화의 원제는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점쟁이가 별 의미없이 하는 말인 것 같다. 전작 'Vicky Cristina Barcelona'는 로 개봉했다. 원제를 그대로 쓰기 힘든 마케터들의 고민은 이해하면서도, 가능한 많은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 고민은 이해하면서도, 좀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헬레나(오른쪽)는 오컬트 서점의 주인장(가운데)과 사랑에 빠진다. 얼마전 상처한 주인장은 죽은 아내에게 새 사랑을 받아들여도 되는지 물어본다. 환생을 믿으십니까. 명장 우디 앨런의 신작 (원제 You will .. 더보기
<조선명탕점: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지민 인터뷰 한지민은 얼굴이 작고 어깨폭이 좁고 키도 작은 여자 사람이었다. 난 아래 사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보단 조금 새침하게 있는 위의 사진이 좋다. 환한 사진은 화장품 포스터 같아서. 그리고 이 영화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한다. 사진 이석우 기자 한지민은 생각과 다르게 장난스러웠다. 준비한 질문지를 홱 채간 뒤 한참을 읽어보고 웃으며 돌려줬다. 단아한 쪽진머리를 한 조선시대 여자는 분명 아니었다. 설을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 에서 한지민은 정조 시대 거대 상단을 이끄는 한 객주 역을 맡았다. 한 객주는 왕의 명을 받아 관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탐정(김명민)과 그의 조수 서필(오달수) 앞에 사건의 비밀을 간직한 채 나타난다. 한지민은 등장부터 기존의 조신하고 똑.. 더보기
사회 속 예술가.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지난해 가 있었다면, 올해는 이 영화가 있다. 사회 속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거리를 준다. 영화가 시작하면 무용가로 보기엔 다소 뚱뚱한 사람들이 무대에 나와 몸을 움직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아마추어에 청소년들이다. 어떤 청소년은 “한 번도 춤춘 적이 없다. 배운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을 지도하는 이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1940~2009)다. 바우쉬는 2008년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1978년 초연된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콘탁트호프’를 14세 이상 청소년들을 기용해 공연한다는 것이었다. 는 이 청소년들이 ‘콘탁트호프’를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대단한 끼나 독특한 성격을 가진 이가 아닌 다음에야 남들 앞에서 말로 표.. 더보기
영화감독+미디어아티스트+비평가+사진작가=박찬경 인터뷰 박찬경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박찬욱의 동생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유명한 형 때문에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박찬욱을 소개해달라, 시나리오 한번만 건네달라 이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위라세타쿤 아피차퐁은 감독인 동시 미디어아티스트고, 2009년 이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스티브 맥퀸도 두 직업을 겸한다. 박찬경은 언젠가 상업적인 공포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은 재미있다. 잊혀졌던 이정현이 오랜만에 제 역을 맡았다. 중. 초반에 어어부밴드가 등장해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박찬경은 유망한 미디어아티스트, 사진작가, 평론가였다. 2007년부터는 영화로 손을 뻗쳐 3편의 중·단편과 1편의 장편을 만.. 더보기
겨울보다 차가운. <윈터스 본> 리뷰 어린 동생에게 총질 가르치는 소녀. 난 영화에서 주인공이 운전할 때와 총을 만질 때 항상 조마조마하다. 미국 영화는 어떤 미국을 담아왔나. 대체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 아니면 뉴욕의 번화가, 아니면 워싱턴 D.C의 백악관 주변, 시골이라 하더라도 목가적인 남부의 평원이었다. 미국 영화에도 가끔 가난한 사람들이 나왔으나, 이들은 대체로 도시의 갱들이었다. (원제 Winter’s Bone)의 풍경은 지금까지 미국 영화가 보여주던 미국과 너무나 다르다. 배경은 미국 남부 미주리주의 외진 마을 오자크. 대부분의 한국인이 들어본 적도 없는 동네다. 그도 그럴것이 이 동네는 미국인들이 타국인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만한 곳이 아니다. 남자들은 낡은 카우보이 모자를 썼고, 여자들은 누더기보다 조금 나은.. 더보기
영화 <글러브>리뷰+유선 인터뷰 아래 사진 설명 중, 엘티 트윈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근거해 작성한 대목이 있었음을 사과드립니다. 해당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정재영은 에서 엘지 트윈스 소속 선수다. 설날 극장가 성수기를 앞두고 개봉하는 는 많은 부분에서 예상가능한 영화다. 강우석과 오랜 시간 함께한 배우, 스태프가 모여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짐작하는 만큼의 눈물과 웃음이 있고, 화면은 평균적인 한국 관객이 소화하기 좋을 정도로 구성됐다. 에서 예상을 벗어난 것은 다소 긴 상영시간(144분)뿐이다. 그러나 강우석의 예상가능한 영화들은 언제나 시장에서 통했다. 는 서너 번 크게 울리고, 여러 번 작게 웃긴다. 뻔한 대사, 뻔한 이야기, 뻔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아무튼 눈물이 난다. 충주 성심학교의 .. 더보기
앤 해서웨이의 해피 엔딩, <러브 앤 드럭스> 는 1990년대 후반 미국 경제 활황기 혹은 거품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신입 영업사원 연수회는 거대한 쇼같다. 이들이 의사에게 접근하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결말이 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제이크 질렌홀도 매력 있고. . 얘네들, 줄곧 이러고 논다. 앤 해서웨이는 차세대 미국의 연인입니다. 1990년대 미국의 연인이었던 줄리아 로버츠에게는 입 크기에서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의 주연작 가 13일 개봉합니다. 상대역은 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 제이크 질렌홀입니다. 90년대 말 미국이 배경이며 질렌홀은 대형 제약회사 영업사원, 해서웨이는 파킨슨병 초기.. 더보기
서울에 사랑을 허하라 의 광화문 지난해 하반기엔 서울의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나왔다. 검찰, 경찰, 스폰서, 언론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그린 에는 광화문의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광화문 어디쯤에서 공사 중인 건물 옥상에 올라 추악한 거래를 성사시킨다. 몇몇 보수 언론사의 간판이 멀리 배경으로 잡힌다. 강동원·고수 주연의 는 세운상가가 주요 배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린 초능력자는 눈빛만으로 사람을 조종해 작고 외진 전당포를 턴다. 조종당한 사람들은 마치 영혼이 없는 좀비처럼 비틀거린다. 의 세운상가. 강동원은 극중 이름이 없이 그저 '초인'으로만 불린다. 에는 청계천이 나온다. 사랑을 잃고 자살을 기도한 주인공은 기나긴 청계천을 유령처럼 떠돈다. 컬러였던 스크린은 흑백으로 바.. 더보기
적대적 공존에 대해, '메가마인드'를 보고. 솔직히 는 드림웍스의 범작이다. 이다 보다는 재밌는거 같지만, 나 에는 못미친다. 물론 드림웍스의 범작은 다른 스튜디오의 수작이 될 때가 많다. 악당 메가마인드. 원래는 악당이 아닌 것 같다. 적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까. ‘적대적 공존’이란 표현처럼 모순적이면서도 우리의 현 상황을 잘 나타내는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 10년 정도 친구 혹은 같은 민족으로 알고 지낸 사람들이 순식간에 적으로 규정됐습니다. 외부의 적이 존재할 때 내부 결속력은 강화되기 쉽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안보 위기 앞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3일 개봉하는 는 적대적 공존의 양상을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물론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전체관람가 영화지만.. 더보기
쿠바 남자의 사랑 그날 난 분명히 들었다. 시사회. 정호현 감독의 자전적인 쿠바 혹은 쿠바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 침대 위에서 함께 보낸 다음날 아침 상황인 듯,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남자는 맞은편으로 팔꿈치를 괴고 누웠다. (한국에 살 수 있겠어?) "너와 함께라면." (내가 없으면?) 남자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리고선 하얀 시트 바깥으로 삐져나온 여자의 엄지 발가락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이게 뭐지?" 그리고 거기 키스한다. (아니 빨았나?) 순간 난 분명히 들었다. 어느 여자 관객의 탄성. "어우~~~"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청객들이 자주 내는 탄성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들릴락말락한 탄성. 그러므로 이 탄성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인 것이라 봐야 한다. 그 쿠바 남자의 귀여움과 에.. 더보기
만세 부르는 하정우 는 쓰레기같은 영화인데, 내가 영화 리뷰를 쓰고 감독 인터뷰까지 하면서 이 영화의 폭력성을 모호하게 에둘러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애기를 트위터에서 접했다. 일단 난 이 영화가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언론에서 다룰만큼의 화제성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를 재밌게 본 사람은 상종조차 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는 좀 이해하기 힘들다. 를 지지하는 건 히틀러에 투표하는 것과 다른 의미 아닌가. 아무튼 개봉 첫 주 흥행 1위를 한 후, 차츰 흥행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홍보사에서 또다른 자료를 보내왔다. 이번엔 좀 웃긴 자료다. 하정우가 곳곳의 촬영현장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데, 배우는 현장에서 .. 더보기
2010 외국영화 베스트10 -이하 2010 한국영화 베스트10에서 서문 잘라붙임 올해도 내 맘대로 이런 걸 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2011년이 되기까지 아직 10시간 남았으니, 늦지 않았다! (올해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만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므로 해외나 국내의 국제 영화제에서 본 미개봉 영화는 제외) 1. 시리어스 맨(코엔 형제) -마지막의 토네이도 장면. 삶의 불가측성에 대한 소스라칠만한 전언. 모골이 송연해져서 극장문을 나섰다. 이들의 신작 는 예고편만 보고도 쿵쾅쿵쾅. 2. 인 디 에어(제이슨 라이트먼) -내가 조지 클루니 팬임을 숨기고 싶은 마음은 없음. 다음 세상에선 조지 클루니가 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음. 3. 토이 스토리3(리 언크리치) -하여간 픽사 이 얄미운 놈들! 4. 영클 분미(위라세타쿤 아피차퐁) .. 더보기
2010 한국영화 베스트10 올해도 내 맘대로 이런 걸 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2011년이 되기까지 아직 10시간 남았으니, 늦지 않았다! (올해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만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므로 해외나 국내의 국제 영화제에서 본 미개봉 영화는 제외) 1. 시(이창동) -이 영화에 대한 상찬은 언론과 평단에서 충분했다. 그래서 여기 1위로 뽑아놓는게 지겹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다른 어떤 영화를 여기에 놓을 것인가. 노래방에서 열창하는 윤정희 할머니. 그는 노래방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2. 이층의 악당(손재곤) -내가 영화인도 아니니만큼 영화의 흥행 스코어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좋아하면 그만이니까. 그래도 의 흥행 스코어는 아쉽다. 난 올해의 남자 배우로 한석규를 꼽겠다. 동료들과 만나 농담처럼.. 더보기
<황해>, 나홍진 감독 인터뷰 기사에 쓰지는 않았지만,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영화 줄거리나 디테일에 대한 지엽적인 질문으로 소비했다. 그리고 많은 영화가 그렇겠지만, 이 영화도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계산 아래 만들어졌음을 알았다. 따지자면 난 보다는 를 선호한다. 하정우는 올해의 고생상을 받아 마땅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선 젊은 연인들이 를 보면서 느낀 건 끝 모를 광기와 절망이었을 터다. 영화판에서는 한없이 늘어난 촬영기간과 그에 따라 치솟은 제작비, 감독의 열정 혹은 집착을 둘러싼 온갖 루머도 나돌았다. 아무튼 는 세간의 소문, 논란, 호평, 악평을 뒤로 하고 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하고 있다. 역시 숱한 화제를 만든 로 데뷔해 두 번째 작품 를 갓 선보인 나홍진 감독을 28일.. 더보기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 리뷰 정색하고 만든 영화가 아닌데 정색을 하면 지는 걸까.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심형래나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과 관련한, 그 알 수 없는 '글로벌'에 대한 욕망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게다가 난 심형래의 슬랩스틱을 보고 유쾌하게 웃기 힘들었다. 그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너무나 많아, 그가 넘어지고 맞을 때마다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영구가 이런 아가씨와 로미오와 줄리엣 놀이를 한다. 심형래도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심형래와 원더걸스의 공통점. 둘 다 세계 대중문화의 본산인 미국 시장 진출을 끝없이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만큼의 성과는 못 올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심형래가 연출하고 주연까지 겸한 신작 가 29일 개봉했다.. 더보기
밀레니엄 이후 10년-영화 1999년 12월 31일, 난 종로에 있었다. 그 인파 속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숫자인 2000년을 맞으며, 난 밀레니엄 버그니 뭐니 하는 재난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심 이상한 자기 파괴 욕구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11년후, 난 기자가 돼 이런 기사를 쓰고 있다. '밀레니엄 이후 10년'이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 연말 결산을 좀 특색있게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1990년대에는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봉준호(는 딱 2000년)가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누가 있는가"라는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말이 계속 남는다. 봉준호 감독의 . 늠름한 전두환 대통령의 초상을 보라. 지난 10년간 한국영화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영화산업 재편과 제.. 더보기
<카페 느와르>로 장편 데뷔한 정성일 인터뷰 대본을 읽고 정성일 감독을 만난 신하균은 그의 말을 한참 듣더니 "정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군요"하면서 웃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감독의 애정은 정유미에게 가있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보인다. 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들어왔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3년전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을 누가 기억하느냐. 하지만 홍상수의 데뷔작 은 여전히 올해 데뷔한 것처럼 기억한다"며 "많은 관객보다는 좋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의 프롤로그인 문제의 햄버거 장면. 누구나 예상할 것이다. 이 소녀가 햄버거를 다 먹을 때까지 카메라는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는 걸. 한국에서 누구보다 많이 영화를 사랑하고 보고 글을 쓴 평론가 정성일. 그가 지천명에 접어들어 내놓은 장편 데뷔작 는 놀랍게도 책을 위한 헌사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