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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개장수와 개판. <황해> 리뷰 를 본 뒤 몇 가지 논쟁이 있었다. 우선 김윤석과 그 일당이 맛있게 먹은 고기가 무엇인가. 돼지설, 개설이 오갔고. 심지어 사람설까지 나왔는데 설마. 아무튼 김윤석은 이 돼지뼈다구인지 개뼈다구를 들고 싸운다. 에서 돼지 뒷다리 들고 싸우는 장면이 나왔다고 하는데, 아무튼 의 무기는 독창적이다. 어떤 장면을 보면 그냥 "미쳤다"는 소리가 나온다.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재미있기는한데, 누군가에게 선뜻 보라고는 말 못하겠다.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봐.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인과 손잡고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영화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 나름 흥미진진하겠다. 김윤석은 옌벤의 개장수다. 다크 포스가 물씬 풍긴다. 하정우의 표정이 불쌍하다. 의 등장인물들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개가 적당할 것 같다. 이 개 같.. 더보기
시대의 불쏘시개, 짐 모리슨 보도자료에 따르면 는 원래 톰 디칠로 감독이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고 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내레이션"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디칠로의 내레이션이 단조롭고 지루했던 모양이다. 디칠로는 부랴부랴 내레이터를 섭외해 영화의 다픈 버전을 내놨다. 새로 구한 내레이터는 조니 뎁이다. 잘 구했다. 짐 모리슨은 가수라기보다는 샤먼이었다. 그의 노래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주술이었다. 한 세대의 억눌린 청년들을 위해 거나한 푸닥거리를 한 무당이 오래오래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원제 When you’re strange·사진)는 그룹 더 도어즈와 보컬 짐 모리슨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제목은 그들의 노래 ‘People are strange’의 가사에서 따왔다... 더보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어린이 관람불가? . 무서운 영화다. 이걸 애들 보라고 만들었다니. '세상은 이렇게 끔찍하단다'라고 미리 말해줄 필요가 있나. 조앤 롤링, 나빠요! 지금은 ‘어둠의 시기’입니까. 도입부의 마법부 장관은 그렇게 말합니다. 이 역을 맡은 빌 나이히는 속 한물간 로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웃음기를 잃어버린 건 이 영화 속 모든 인물이 마찬가지입니다. 관객은 이미 이나 시절의 귀엽고 똘망똘망한 해리 포터를 기대하진 않습니다. 4편 을 즈음해서 해리 포터의 세계는 차츰 어두워졌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이야 워낙 광폭하거나 우울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시리즈 마지막 편인 에서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세상입니다. 전편인 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지키.. 더보기
귀신 보는 남자. 차태현. 차태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할 말 다하는 남자였다.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아쉬움과 단점도 솔직히 말했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사색이 될 일이지만,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쌩큐~ 차태현은 언제나 웃었다. 30대 중반에 졸지에 할아버지라 불렸어도(과속 스캔들) 일단 웃었다. 에서 차태현은 운다. 영화가 시작하면 수면제 몇 움큼을 집어 삼킨다. 수면제 자살에 실패하자 이번엔 강으로 뛰어든다. 지금까지 차태현이 맡은 역할 중 가장 어둡다. 이후 4명의 귀신이 한꺼번에 차태현을 찾아와 소원을 들어달라고 생떼다. 이들을 보내지 못하면 죽지도 못한다. 차태현은 이들에게 빙의돼 차례로 소원을 들어준다. 는 포스터만 보면 요절복통 코미디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엔 의외로 웃음기가 적다. 오히려 종반부에 생각도 못한 줄거리.. 더보기
걸리버 여행기+잭 블랙 내년 1월 27일 개봉한다는 측에서 아래와 같은 사진과 함께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뉴욕의 한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관리를 하면서도 언젠가 여행 작가가 되고 싶은 루저 걸리버가 얼떨결에 버뮤다 삼각지대 여행기사를 맡으면서 표류해 소인국에 떨어진단다. 난 잭 블랙을 믿는다. 하지만 이 컨셉은 좀 무리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동용으로 편집되지 않은 는 반드시 읽고 싶다고 머리 속에 담아만 두었다. 아래는 포스터와 보도자료 내용. 영화 는 뉴욕 루저 남 걸리버(잭블랙)가 얼토당토안한 뻥(?)으로 인해 버뮤다 삼각지대 취재 여행길에서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소인국과 거인국을 오가며 벌이는 황당무개, 상상초월, 코미디 블록버스터. 이미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영화팬들 사이에서 2011년 최고의 관심작으로 떠오.. 더보기
연애대행업의 시대 <시라노 연애조작단>+<김종욱 찾기> 1990년대에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들 제라르 드파르듀가 나온 를 본 것 같다. 그 느낌을 되살려 영화를 만들었는데 여전히 흥행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은 오랜만에 흥행한 로맨틱 코미디다. 스릴러도 좋지만 로맨틱 코미디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나오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지겨워질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래 글의 결론은 아래 사진처럼 앉아있는 여자를 기다리게 하지 말라는 것! 시라노는 필요합니까.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열어야 했습니까. 과 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일종의 ‘연애 대행업’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가을 개봉해 흥행에도 성공한 은 19세기 프랑스 희곡에 느슨하게 기반을 두었습니다. 못생긴 외.. 더보기
좋은 의미의 문예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에 미학적인 전환점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의 문예 영화다. 보고 나면 미학적 충격보다는 교양이 쌓이는 종류의 영화. 숙련된 배우와 안정된 연출이 어울렸다. 원작 소설의 번역자가 의외의 분이라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나저나 톨스토이 읽는다고 말만하고 아직 실천 안하고 있다. 읽으면 일단 보다는 부터. 지난달 20일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세상을 뜬 지 100년째 된 날이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가 낳은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톨스토이지만, 러시아에선 이상하리만치 아무 일 없이 톨스토이 100주기가 넘어갔다고 한다. 방송사에선 특집방송을 방영하지 않았고, 국립박물관에는 기념전이 없었다. 1999년 알렉산데르 푸슈킨 탄생 200주년을 맞아 ‘푸슈킨의 날’을 지정할 만.. 더보기
사이트 앤 사운드의 2010 베스트 영화 결산의 계절이다. 영국의 영화평론지 가 2010 베스트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The Social Network (David Fincher) 2.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Apichatpong Weerasethakul) 3. Another Year (Mike Leigh) 4. Carlos (Olivier Assayas) 5. The Arbor (Clio Barnard) 6. Winter’s Bone (Debra Granik) 6. I Am Love (Luca Guadagnino) 8. The Autobiography of Nicolae Ceausescu (Andrei Ujica) 8. Film Socialisme (Jea.. 더보기
잔혹한 할아버지,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는 올 칸영화제에서 봤다. 최근의 그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초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영화를 잇달아 만들어왔는데, 대중이 좋아할리가 없다. 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야쿠자 영화다. 때문인지 칸 현지의 반응은 '폭탄'에 가까웠다. 그래도 난 이 영화를 즐겼다. 상업적인 장르 영화로만 본다면 악당끼리 싸우다가 다 죽는 얘기는 원래 재밌지 않은가. 가 경쟁 부문이 아니라 비경쟁 부문이었다면 현지의 평가도 조금은 더 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이 영화의 홍보사가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제목은 '견딜 수 없이 잔혹한 명장면 베스트3'다. 잔혹한데 어떻게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이런 장면들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라이벌 조직을 함정에 빠뜨려 본의 아니게 자신들의 조직에 무례를 범하게 한.. 더보기
<김종욱 찾기>, 공유 인터뷰 만나서 얘기해보니 공유는 괜찮았다. (요즘 만난 배우는 다 괜찮은 것 같다) 대화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정연하게 말했다. 는.....뮤지컬은 보지 않았지만 영화보다 나을 것 같다. 영화의 만듦새보다는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현재로선 언론 반응보다는 관객 반응이 좋다고 한다. 임수정과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공유(31)는 ‘남자’다.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과 184㎝의 훤칠한 키는 금세 눈에 띈다. 로맨스 연기를 할 때는 여전히 “오글거린다”는 배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할 생각이 없다. 동년배 남자 배우들이 하나같이 액션이나 스릴러로 달려가 치고 받고 싸울 때, 공유는 여성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를 택했다. 멀리 내다보고 조급해하지 않기. 그는 영리한.. 더보기
<사랑하고 싶은 시간> 일상의 토양에서 일탈의 나무는 자랍니다. 그 나무의 열매는 무엇입니까. 이탈리아 영화 (영어 제목 What more do I want)은 흔한 소재인 ‘불륜’을 다룹니다. 각자 가정이 있는 남성과 여성이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사랑하기를 반복합니다. 이들이 맺은 육체와 감정의 끈은 매우 질깁니다. 여자의 삶은 안정적입니다. 직장은 번듯하고 남편은 자상합니다. 그러나 여자의 얼굴 한구석엔 그늘이 드리워 있습니다. 지나치게 평안한 삶 속에서 권태를 느끼는 걸까요. 누군가는 행복에 겨운 투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의 삶은 힘겨워 보입니다. 두 명의 아이는 온 집구석을 어지르고, 육아와 가사에 지친 아내는 늘 돈이 부족하다며 짜증을 냅니다.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남자가 일주일 가운데 유.. 더보기
영구가 돌아온다. <라스트 갓파더> "설마" 했는데, 진짜다. 심형래가 영구 캐릭터를 다시 꺼내들었다.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이다. 영화 속 마피아 대부는 그 유명한 하비 케이틀이다. 애초엔 말론 브란도의 속 장면을 따온다는 계획도 있었는데 잘 진행이 안된 모양이다. 심형래는 새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한다. 오늘 홍보사에서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아이유, 신동엽, 컬투 등이 영구 분장을 하고 심형래에게 오마주를 보낸다고 한다. 왠지 때도 비슷한 컨셉의 예능 프로그램을 본 것 같다. 아, 그떄 심형래는 에 나와 영화계와 평단에서 박대받았다며 울기도 했지. 이번엔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가 보다 괜찮기를 기대해 본다. 솔직히 예고편 보고 좀 웃었다. 사진제공 KBS 예고편. 더보기
<이층의 악당> 리뷰 영화가 흥행하든 안하든, 사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은 좀 잘 됐으면 좋겠다. 비록 인터뷰하고 싶었던 한석규를 만나진 못했지만(몇 건의 인터뷰 후, 바람같이 강원도로 갔다고 한다....), 아무튼 난 이 영화가 무척 재밌었기 떄문이다. 난 한석규야말로 과소평가된 배우라고 생각한다. 손재곤 감독이 빨리 다음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디 앨런은 현대 도시인들의 뒤틀린 심리를 빼어나게 포착하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창조하는데 일가견이 있으며, 지적인 대사를 잘 쓰고, 배우들의 연기 지도에 능숙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걸 웃음이라는 커다란 도가니에 넣어 녹여낸다. 그의 영화는 ‘코미디의 이상형’에 근접한다. 손재곤 감독은 두 번째 장편만으로 한국 영화계가 맛보기 힘들었던 코미디의 경지에 올랐다... 더보기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 장동건 장동건은, 좋은 사람 같았다. 아마도. 스타이면서 좋은 사람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비난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영화 고르는 취향이 좀 독특한 것 같기는 하지만. 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난 그 영화가 좋았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미국 관객이 좋아할 가능성이 조금은 더 클 것 같다. 한국의 영화배우들 중에서 장동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인 사람이 또 있을까.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적도 없고, 이렇다 할 시련을 겪은 것 같지도 않다. 최근엔 아름다운 배우자와 아이까지 얻었으니, 장동건은 왕조 없는 나라에서 왕자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화려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험담이 들릴 법도 한데, 장동건은 예외다. 에서 상대역을 맡은 케이트 보스워스.. 더보기
고다르 논란 고다르의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은 '치졸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태도에는 '니가 뭔데 영광스러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느냐'는 훈계가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어떤 민족, 인종의 사람을 구별없이 통째로 매도하는 인종주의는 지탄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일단 현재 나온 자료로만 봐서는 고다르가 반유대주의자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고다르는 현명하게도 혹은 무심하게도 최근의 논란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논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 게다가 반유대주의가 이토록 민감한 사안이라면, 9.11 이후 미국 내에서 거의 공식적으로 유포된 '반아랍주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 칸영화제에서 고다르의 을 본 .. 더보기
<소셜 네트워크> 혹은 누가 찌질이가 되길 원하는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터넷 이용자들이 서로 알고 사귈 수 있게 도와주는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의 서비스로, 관계 맺기에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사람을 안다는 건 얼마나 아는 걸까. 18일 개봉하는 의 언론시사회가 5일 열렸다. 이 영화는 10월 1일 미국에서 개봉해 곧바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제작비(약 5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감독은 , 의 데이비드 핀처, 각본은 텔레비전 시리즈 과 영화 의 아론 소킨이다. 1990년대 인더스트리얼 뮤직의 총아 트렌트 레즈너(나인 인치 네일스)가 영화음악을 맡아 들어본 적 없는 OST를 들려준다. SNS 자체보다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 더보기
임순례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은 채식주의자다. 지난 부산영화제 때 어느 영화사가 회집에서 연 파티에서 만났는데, 그 많은 회를 두고 풀만 먹고 있었다. (물론 소주는 잘 마셨다.) 그가 채식주의자가 된 계기는 이렇다. 된장찌개인지 무엇인지를 끓여먹기 위해 검은 비닐봉지에 바지락을 한가득 사왔다. 그것을 마루에 두고 잠시 잊었는데, 한밤에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라는 것이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살아있는 바지락이 껍질을 열고닫으며 바스락대고 있었다. 차마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던 바지락이 살겠다고 꼬물락거리는 모양이라니. 그는 이후 바지락은 물론 고기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동물보호단체의 대표다. 해마다 복날이면 인사동에서 개를 먹지 말자는 시위를 벌이고, 절을 찾아가 죽어간 개들을 위한 위령제도 .. 더보기
평범하기에더 정이 가는 남자 더스틴 호프만은 무력한 남자입니다. 그는 젊어서 무력했고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무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무력하기에, 스크린 속 호프만의 모습에 연민을 느낍니다. 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의 더스틴 호프만. (경향신문 자료사진) 올해로 73세인 호프만이 주연을 맡은 가 28일 개봉합니다. 극중 호프만의 처지는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뉴욕에 사는 광고음악 작곡가인 그는 런던에서 열리는 외동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딸은 신부 에스코트를 새아버지에게 맡기고 싶어합니다. 뉴욕의 회사에서는 ‘이제 그만 쉬라’며 퇴사를 종용합니다. 돌아갈 곳도, 남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그는 역시 삶의 무게에 짓눌린 여자를 만납니다. 호프만의 상대역은 영국 배우 에마 톰슨.. 더보기
수애 ‘첫사랑 이미지’ 버리고 악역 해보세요 (난 수애가 한국에서 가장 멋있게 악한 여자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자는 손예진이다.) ---- 수애는 좀 더 못되게 굴어야 합니다. ‘추억 속 첫사랑의 그녀’ 노릇일랑은 잊어버려 주세요. 지난주 개봉한 이 주말 동안 전국 35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수애로서는 2004년 으로 데뷔한 이래 처음 차지해본 박스오피스 1위라고 합니다. 고전적이고 단아한 외모 때문에 잠시 잊곤 하지만 수애는 동년배 여배우와 비교해서도 연기력이 빼어난 편입니다. 그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삶의 목표에 근접하는 역할을 곧잘 해냈습니다. 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이드 노릇을 하는 탈북자, 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베트남전으로 향한 남편을 찾아나서는 아내, 에서는 외세·시아버지·남편 사이.. 더보기
추자현 추자현은 말을 잘 했다. 표현이 유려하다거나 말이 많다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을 넘어 그 속의 진심이 넘어다 보이는 경우가 있다. 에서도 추자현은 영리한 연기를 했다. 게다가 여배우로서의 중요한 능력, 즉 매력을 발산한다. 난 원래 그가 이전 작품(사생결단, 미인도, 실종)에서 보여준 것 같은 연기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한국에서 '열연'에 대한 칭찬은 과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난 그가 억지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껴서 열연했다고 믿게 됐다. 추자현이 앞으로 좋은 작품을 선택해 오랫동안 스크린에 섰으면 한다. 추자현은 자신의 5번째 영화 에서 “깔깔대고 웃.. 더보기
아이를 낳는 이유 이명박처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으스대는 건 딱 질색이지만, 어떤 글은 체험으로 인해 풍부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목적 의식을 갖고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경험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아래와 같은 글은 아이가 없었다면 쓰지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아이가 없거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그만의 체험에 따른 글이 나올테니. 아무튼 이 글은 최근의 내 것 중 가장 반응이 좋았다. 다 진심이니까. 이 험하고 슬픈 세상에 새 생명을 내놓아야 합니까. 임신과 출산은 낭만, 감격보다는 당황, 고통의 연속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신보다는 짐승에 가까워집니다. 고상한 음악을 들으며 깔끔한 거실에서 살아가던 부모는 아기의 울음과 똥과 .. 더보기
김곡+김선=방독피 김선은 확신이 있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오만하다거나 경박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는 중간까지는 미심쩍다. 솔직히 미리 잡아둔 인터뷰를 어떻게 능수능란하게 취소시킬 수 있을까 궁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힘이 가득하다. 종반부에는 서울 거리에 엄청난 묵시록적 풍경이 나온다. 김선이 인용한 오시마 나기사의 말은 매우 멋지다. 전위라고 다 전위가 아니다. 미학의 전위에서 정치적 보수성을 드러내거나 급진적인 정치사상을 고루한 형식에 담아내는 예술가가 부지기수다. 1978년생 일란성 쌍둥이 형제 김곡·김선은 현재 한국 영화의 최전위에 선 감독들이다. 미학과 정치 양 측면에서 모두 최전위라는 점에서 이들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도 독특한 존재다. (2001), (2003) 등을 내놓으며 주.. 더보기
비노슈+키아로스타미=<증명서> 줄리엣 비노쉬, 혹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말은 좀 특이하다. 몇 차례 기자회견을 본 적이 있는데 여느 배우와 어법이 다르다. 굉장한 철학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횡설수설, 동문서답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허우샤오시엔,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올리비에 아사야스, 미하엘 하네케, 샹탈 애커만, 크지쉬토프 키에스로스키, 그리고 장 뤽 고다르와 작업했던 배우다.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통역이 버버버버벅대는 광경이 목격됐다. 수신기를 끼지 않고 그냥 영어로 들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리고 가 좋다. '지그재그 3부작'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2010년이니까.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는 미묘하고 중요하다. 마치 연인처럼, 둘은 싸우고 사랑하고 화해하며 인생을 닮은.. 더보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들-1 개막식날 와서 지금까지 4일째. 모레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다. 예전처럼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한다.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영화를 하루에 4편씩 보기에는 힘이 부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래도 보려면 보지만 굳이 그렇게 보려고 들지 않는다. 는 '에 대한 반성문'과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폐와 향락과 질투와 모반과 불륜과 골육상쟁이 난무했던 에 대해선 중국 공산당마저 비판한 적이 있다. 아무리 '국책예술가'의 반열에 든 장이머우의 작품이었다고 해도, 그 '퇴폐'를 받아들이기엔 중국 사회주의의 도덕성이 지극히 올곧았나보다. 그래도 난 가 이나 보다는 차라리 좋았다. 솔직히 이라크 전 직후 개봉한 을 보고 난 장이머우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는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이며, 원숙한 감독의.. 더보기
<대부2>와 아들타령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과 침묵 사이에서, 경향신문과 민주노동당이 토닥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뭐라고 표현하든, 왕조 시대가 아닌바에야 외부인의 눈으로 볼 때 3대 세습이 좀 이상한 건 분명한 사실. 김정은의 핏줄에 어떤 대단한 DNA가 흐르기에, 별다른 검증도 없이 수천만 인민을 이끌 능력을 타고났음을 확신한단 말일까. 최근에 다시 본 에서도 역시 '아들 타령'을 읽었다. 이재용이 못하면 삼성이 망할 뿐이지만, 김정은이 못하면 북한이 망하고 북한 주변 나라도 불편해질 것 아닌가. 아, 삼성이 망하면 한국도 망하는 것 맞나? 핏줄이 무엇이기에 이 난리랍니까. 한국 사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미국 사람도 ‘아들 타령’이군요. 정확하게는 이탈리아계 미국 사람이지만요. 7일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더보기
장이머우와 <산사나무 아래> 2000년대 이후 장이머우 감독의 행보는 ‘물량’과 ‘중화’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2002), (2004), (2007) 등 중국의 화려했던 옛 시절을 뽐내는 대작 사극과 초창기의 소박한 리얼리즘 드라마 사이에는 심연이 놓여 있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연출과 함께 장이머우의 경력은 절정에 오른 듯했다. 그러나 장이머우의 행보에 대한 반발도 없지 않았다. 특히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다는 당 황실을 배경으로 황제와 황후, 그 자식 간의 암투, 음모, 불륜을 그린 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는 와 대척점에 놓인 작품이다. 마치 에 대한 반성문이라도 쓰는 느낌이다. 영화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출신 성분이 다른 두 젊은 남.. 더보기
‘대부2’ 세상에 ‘믿을 놈’이 핏줄뿐입니까 핏줄이 무엇이기에 이 난리랍니까. 한국 사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미국 사람도 ‘아들 타령’이군요. 정확하게는 이탈리아계 미국 사람이지만요. 7일 디지털 리마스터링판으로 재개봉하는 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영화 는 너무나 유명해 새삼 언급하기조차 쑥스러운 작품입니다. ‘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속편’으로도 유명하죠. 로버트 드니로가 젊은 시절의 비토 콜레오네 역을, 알 파치노는 그의 아들인 마이클 콜레오네 역을 맡았습니다. 온가족이 시실리 지역 마피아에게 살해당한 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온 9살 소년 비토의 모습에서 영화가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디에나 약한 자를 등쳐먹고 사는 악당이 있게 마련이죠. 이국땅에 살아가는 이탈리아 이민자 사이에도 마피아가 있었습니다. 비토는 마피아를 제거한 뒤 스스로 지역을 .. 더보기
오늘의 영화 연상 아침 출근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극중 톰 크루즈는 특수장갑을 낀 채 허공에 3차원으로 뜬 디스플레이를 이리저리 조작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낸다. 8 년 전 영화를 봤을 때는 무슨 황당한 이미지인가 싶었는데, 그 사이 스마트폰이 나오니 스필버그의 비전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필립 K. 딕의 오랜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스필버그는 영화의 이미지를 자신의 상상력이나 책 속에서만 추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스필버그라는 이름값으로 접근 가능한 미국 기업 혹은 국가의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최대한 끌어모아,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을 듯하다.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지모프 같은 대가가 그랬듯, 훌륭한 SF작가는 냉정한 과학자와 통찰력있는 예언자의 자질을 두루 갖춰야 한다... 더보기
야구의 계절 내게 가을은 독서, 수확, 단풍의 계절이 아닌 야구의 계절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프로야구팀은 몇 년 째 계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야구보는 즐거움을 더했고, 운이 나쁘게도 그 팀은 몇 년 째 계속 같은 팀에게 져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07년 야구 시즌이 끝나고 쓴 '영화는 묻는다' 칼럼을 옮겨놓는다. 닉 혼비의 원작 도 읽었고, 패럴리 형제의 영화도 봤다. 둘 다 미덕이 있지만, 아무래도 내겐 축구보다 야구다. (패럴리 형제는 요즘 뭐하나.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좀 뜸하다. Imdb 찾아보니 후반작업중인 영화가 있긴 하던데....) 야구가 좋습니까, 애인이 좋습니까. 한국과 미국에서 야구 시즌이 같은 날 끝났습니다. 한국에선 제가 응원하는 팀이 졌고, 미국에선 이겼습니다. 전 야성적이.. 더보기
조금 특이한 최다니엘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 최다니엘 직접 만나본 최다니엘(24)은 좀 특이했다. 시트콤 의 이지적인 의사, 영화 의 숙맥 펀드매니저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싱글싱글 잘 웃다가도 양보하지 않을 기세로 주장을 내세우는가 하면, 남들은 사용하지 않을 어휘를 거침없이 대화 사이에 넣었다. 대답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통에, 준비한 질문은 거의 소용이 없었다. 안경은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실제로 눈이 나쁜지 묻자 알 없는 안경테에 손을 넣어 빙글빙글 돌렸다. “연기할 때는 안경이 오히려 방해가 돼요. 하지만 대중의 입맛이 그걸(안경) 좋아한다면…”하며 웃었다. 드라마 으로 얼굴을 알린 뒤 시트콤 으로 여성팬의 시선을 일시에 끌어모았다. 유명세를 느끼는지 물었다. “대중이 절 알아주면서 좋은 건 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