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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가깝고 용서는 멀다 복수는 인간의 것입니까. 맞으면 때리고 싶고, 빼앗기면 다시 뺏고 싶은 것이 인간입니다. 이번주 개봉작인 은 매우 인간적인 감정인 복수에 대한 영화입니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은 호숫가 산장으로 주말 여행을 떠납니다. 딸 메리는 자동차를 가지고 시내의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탈주중인 범죄자 무리와 엮입니다. 친구는 살해당하고 메리는 성폭행을 당한 뒤 도망치다가 총탄에 맞아 쓰러집니다. 폭풍우에 자동차마저 고장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범죄자 무리는 메리의 가족이 머물고 있는 산장을 찾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메리의 부모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풉니다. 이들이 잠을 자러 별채로 간 사이, 부모는 문 바깥에서 총탄에 맞아 죽어가는 메리를 발견합니다. 부모는 별채에서 .. 더보기
‘걸어도 걸어도’ 죽은 이를 어떻게 기려야 합니까. 18일 개봉한 일본영화 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영화에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10년 전 여름 바다에서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장남 준페이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합니다.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에 모인 가족들의 1박2일을 영화는 차분히 그려냅니다. 은퇴한 의사인 아버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권위적이고 말수가 적습니다. 어머니는 온화해 보이지만 속으론 무서운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차남 료타는 처, 자식과 함께 고향집을 찾지만 여전히 형 준페이와 비교되는 상황이 못마땅합니다. 게다가 아내가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아 데려온 아들과는 여태 서먹합니다. 수면 위 가족 관계는 화목하고 예의 바릅니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는 팽팽한 긴장과 부글부글.. 더보기
'신상녀의 봄' 웃어 말아? 정초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일이 있으십니까. 언젠가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지 1주일이 지나서야 명절 선물이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어디를 그리 돌아다니다 온 것인지 상자 모서리 부분이 닳아 있었습니다. 우두커니 놓여있는 상자를 보자 두 가지 감정이 스쳤습니다. 명절 연휴를 앞두었던 당시의 들뜬 기분이 되살아났다가, 연휴는 이미 끝났다는 뼈저린 자각이 뒤를 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든, 명절 선물이든 우편물이 폭주하는 계절엔 서둘러 보내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이번주 개봉한 은 한발 늦게 도착한 카드, 혹은 명절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원작은 이라는 시리즈 소설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란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뉴욕의 별볼일없는 잡지사 기자 레베카는 중증의 쇼핑중독자입니다. 멋진 남자보.. 더보기
'엘레지' -연애가 어울린 '미중년' ... 한국에는 '미중년'이 있습니까. 미중년이란 말이 낯서십니까. 그렇다면 '미소년'은 잘 아시겠죠. 미중년이란 멋진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이번주 개봉작 의 벤 킹슬리(65)도 미중년이겠군요. 데이비드는 지적이고 우아하고 카리스마 있는 문학 교수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으며, 이혼 후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쿠바 출신의 대학원생 콘수엘라의 아름다움에 반합니다. 둘의 나이는 30년 차이. 가볍게 시작한 관계였지만, 둘은 서로에게 점점 깊이 빠져들죠. 데이비드가 자꾸만 콘수엘라를 소유하려 들면서 둘의 관계는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나 정작 콘수엘라가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주려 하자, 데이비드는 뒤로 물러섭니다. 결국 둘의 관계는 정리됩니다. 2년 후, 콘수엘.. 더보기
'말'로써 항복 받아낼 수 있을까요? 말싸움의 전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이번주 개봉한 영화 은 현란한 말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라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매체인데, 말싸움이 영화화하기에 적당한 소재일까요. 지루할 것이라 예단하진 맙시다. 이 영화가 다루는 말싸움은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전직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인터뷰입니다. 1977년 여름 방영된 이 인터뷰는 미국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책임을 진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평소 정치엔 관심이 없으며 투표조차 하지 않는 토크쇼 MC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백악관을 떠나는 닉슨의 모습에 기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는 거액의 인터뷰료를 제시하면서 닉슨의 퇴임 후 첫 인터뷰를 추진합니다. 닉슨 역시 풋내기.. 더보기
'실물보다 큰' 영화의 신(神)은 어디에 삽니까. 칼 같은 겨울 바람이 불던 10일 오후, 영화의 신전에 다녀왔습니다. 누린내 나는 돼지머리 고기집을 지나, 전기 기타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악기상을 넘어,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영화의 신은 이 누추한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한적하고 깔끔했던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건물에서 3년을 보낸 뒤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사당동 등지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영화 신도들은 그렇게 장소를 옮겨가며 앞서간 영화의 신들을 사모하고 경배해 왔습니다. 추운 평일 오후였지만, 극장에는 70여명의 관객이 모였습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혼자 온 듯 보인다는 점도 여느 극장과 다른 풍경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친교, 유희.. 더보기
'레볼루셔너리 로드' 당신은 특별한 존재입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낭만적 커플이 다시 뭉쳤다는 소식에 의 상영관을 찾았다면, 당신은 당황 혹은 배신감에 몸을 떨며 극장문을 나설지도 모르겠습니다. 로 미국 중산층의 벌거벗은 모습을 들춰냈던 샘 멘데스 감독이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을 리가 있나요. 아래의 다정한 커플 사진은 사실상 '낚시'입니다. 멘데스는 유명한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고 아내 윈슬렛에게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윈슬렛이 10여년 전 영화 속 환상의 연인 디카프리오를 떠올린 건 자연스러웠겠죠.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둘은 청춘 스타에서 기품 있는 배우로 성장했습니다. 두 배우는 이 기괴하면서 현실적이고, 장엄하면서 비극적인 드라마에서 물러서.. 더보기
당신의 사랑 얼마나 견고한가요? 40대 여자와 20대 남자가 사랑할 수 있습니까. 사랑을 하는데 나이는 얼마나 중요합니까. 12일 개봉하는 (원제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는 상영시간 166분에 달하는 낭만적인 멜로드라마입니다. 근래 고뇌하는 예술 영화, 유쾌한 오락 영화, 장대한 사극에 번갈아 출연해왔던 브래드 피트가 오랜만에 '뭇여성의 연인'으로 돌아왔습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단편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차츰 젊어지는 기이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은 세월의 무상함, 나이가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그린 판타지입니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도 포함되지만 플롯의 중심에 놓여 있진 않았죠. 1차 대전이 끝나가던 시기의 미국 뉴올리언스에 80세.. 더보기
당신도 낮술에 취해본 적 있나요? 설날 고향에서 맛난 음식과 술을 드셨겠죠. 혹시 다이어트나 절주의 결심을 깰 만큼 많이 드시진 않았습니까. 과식과 과음은 부모님과 친척의 권유 때문입니까. 당신 뱃속의 누군가가 술과 음식을 간절히 잡아 당긴 것 같지는 않습니까. 2월5일 개봉하는 은 '장한' 독립영화입니다.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시나리오 공모전에 번번이 떨어지던 노영석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각본, 연출, 촬영, 제작, 미술, 음악, 편집, 목소리 연기 등 1인 8역으로 을 찍습니다. 제작비 1000만원을 모아 알음알음 배우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돼 화제를 모은 뒤 로카르노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며 호평을 얻었습니다. 3월에는 미국에서도 개봉 예정입니다. 제목 그대.. 더보기
우리에겐 왜 '예외적 지도자' 없나요 버락 오바마는 '예외적 인물'입니까. 한국에는 그런 '예외'가 있습니까. 백악관은 44번 만에 흑인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였지만, 스크린에선 일찍이 흑인 대통령이 배출됐습니다.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영화 (1998)와 텔레비전 시리즈 가 있습니다. 속 대통령 모건 프리먼은 거대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최초로 알립니다. , 등 수많은 영화에서 프리먼을 주인공의 충실한 조력자, 혹은 멘토로 등장시킨 원동력은 그의 단호하면서 믿음직한 목소리였습니다. 의 데니스 헤이스버트는 암살 위협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는 도덕적이고 명석한 인물입니다. 대통령을 바보 취급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미국 대중문화계에서도 '흑인 대통령'은 대체로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그려졌습니다. 한 번도 실제로 '바.. 더보기
'작전명 발키리'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사랑하십니까. 사랑하지만 싸우는 데는 이유가 있죠. 사랑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난 사랑을 줬는데 상대방은 그걸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사랑은 골치가 아픕니다. 22일 개봉하는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발키리'란 용감한 전사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북유럽 신화 속 여신 집단의 이름입니다. 아울러 아돌프 히틀러의 유고시에도 나치가 권력을 유지하게끔 수립해둔 작전명이기도 합니다. 2차 대전의 패색이 짙어가는 독일, 충직한 군인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의 앞날을 걱정합니다. 아프리카 전장에서 오른 손과 왼쪽 눈을 잃은 슈타펜버그는 베를린으로 돌아옵니다. 슈타펜버그와 일군의 정치인, 군인들.. 더보기
'비카인드 리와인드' 영화는 버릇없는 아이입니까. 문자는 고집쟁이 노인입니까. 1895년 12월28일 '영화'는 태어났습니다. 프랑스의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이란 짤막한 영상이 파리의 한 카페에서 상영된 순간입니다. 기차가 스크린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놀란 관객들이 혼비백산해 도망쳤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영화란 예술 형식도 이제 만 113세가 되는 셈입니다. 문학, 음악, 연극, 무용 등 다른 예술 형식에 비해 영화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지만 힘만은 장사입니다. 현대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이번주 개봉작인 잭 블랙 주연의 (Be kind rewind)는 '되감아 돌려주세요'라는 뜻입니다. DVD 대신 구식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주는 대여점이 배경입니다. 감전사고를 당해 몸에 자력이 흐르는 사고뭉치.. 더보기
'과속 스캔들' 같은 영화를 수많은 사람이 함께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의 흥행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500만 관객 돌파를 노리는 이 영화는 지난해 말 최고의 '슬리퍼 히트'(깜짝 흥행)라 할 만합니다.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던 차태현과 신인 배우 박보영의 조합, 무명의 신인 강형철 감독의 연출, 특별할 것 없는 소재 등 엔 흥행 요소가 전무했습니다. 게다가 투자·배급사 롯데쇼핑(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한국영화 3강'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지금까지 의 200만 관객이 최고 흥행 성적이었습니다. 영화계에선 500만 관객을 하나의 기점으로 봅니다. 이 수치까지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끌어갈 수 있지만, 이 이상을 동원하려면 영화를 넘어 '사회 현상'이 돼야 한다는 .. 더보기
나만의 '영화 베스트 10' 고르셨나요? '전문가'의 '연말 베스트 10'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느덧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입니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올해의 사건' '올해의 인물' 등 한 해를 결산하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담당인 저로서는 아무래도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에 눈길이 갑니다. 저 개인의 '2008 한국영화 베스트'를 뽑아보겠습니다. 1위는 홍상수 감독의 여덟번째 작품 입니다. 파리와 서울, 밤과 낮이 엇갈리는 순간, 홍상수의 인물들은 언제나 사랑하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회개합니다. 과 에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홍상수 월드'는 다시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2위는 입니다. 보고 나면 절로 미소가 나오는 영화를 만난 지 얼마나 오래됐던가요. 는 그 원초적인 행복감을 돌려준 영화입니다. "인생, 끝까지 살아볼 만하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