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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가 아니라 팬입니다. 타란티노의 <장고>를 기다리며 다음달 개봉 영화 리스트를 들여다보다가 에 눈길이 머물렀다. 사실 이 영화가 다음달에 개봉한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난 평소 스포일러에 거의 신경쓰지 않지만, 그리고 는 스포일러랄 것이 없는 영화겠지만, 그래도 외국에 있는 지인들이나 인터넷의 이런저런 평으로부터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해듣는 걸 매우 열심히 피해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영화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모른 채 극장에 들어가 영화 속 세계에 온전히 빠져버리는 순수한 기쁨을 느끼고 싶단 말이다. 의 티저 포스터. 아 두근두근. 타란티노는 내게 각별한 감독이다. 그가 내 인생관, 세계관, 직업관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의 장편 데뷔작 을 지금 다시 보라면 별로 내키지 않겠지만, 또 는 참 지겨운 영화였다고 생각하지만.. 더보기
휴가 혹은 망명, <영원한 휴가>와 짐 자무쉬 겨울 휴가가 시작한 첫날 밤, 먼지가 쌓인 채 썩어가던 '짐 자무쉬 컬렉션'을 뜯었다. 그의 학생시절 16미리 작품 (1980)를 보기 위해서였다. 휴가 첫 날 를 보겠다는 건 좀 웃긴 거 같은데, 그래도 왠지 보고 싶었다. 러닝타임이 72분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와서 살게된 사연을 들려주겠다는 한 청년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청년은 찰리 파커를 매우 좋아한다. 청년은 뉴욕 어디쯤에 있는 걸로 추정되는 누추한 거처에서 애인인지 동거녀인지 친구인지 이웃인지 모를 여성과 20분 가량 실없는 대화를 한다. 그렇게 방 안에서 영화가 끝나려나 하는 참에 청년은 밖으로 나온다. 전쟁 중에 중국인들에 의해 폭파된 부모의 집에 가보겠다는 것이다. (대화하던 여성은 "무슨 전쟁?"이라고 묻는다.. 더보기
히피는 나쁜 놈, <더티 해리>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VOD로 (1971)를 봤다. 맞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쁜 형사로 나오는 그 시리즈 영화 말이다. 가는 휴일이 아쉬워 VOD 목록을 이리저리 살피던 중 골랐다. 일단 가격이 쌌다. 막 개봉관에서 내려온 영화가 4500원씩 하는데 비해 는 1000원이었다. 4500원짜리 영화는 재미없어도 끝까지 봐야할 것 같지만, 1000원이면 중간에 꺼도 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했고. (물론 는 다 봤다. 1000원이 아까워 그랬던 건 아니다.) 이스트우드의 근작들을 말하기 위해 를 스치듯 언급한 적은 있다. " 시리즈에서 '나쁜 경찰' 역을 한 이스트우드는 이후 자신의 앞선 작품 속 살인에 대해 속죄한다"는 식으로. 그렇게 어림짐작해 쓰긴 했지만, 막상 를 보니 또 틀린 .. 더보기
병과 죽음의 차가운 해부, <아무르> 한국의 많은 상업영화 창작자들이 그러하고, 관객들도 그것을 원하는 듯 보인다. 슬픈 영화는 슬픈 영화, 웃긴 영화는 웃긴 영화, 무서운 영화는 무서운 영화임을 영화 속에서 수차례 강조하기. 많은 관객이 이미 영화의 장르를 이해하고 표를 끊었을텐데도, 혹시라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친절을 베푸는 걸까. 강조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음악. 한국 상업영화와 미국이나 유럽 영화를 비교하면 가장 넘쳐나는 것이 음악이다. 슬픈 감정을 고조시켜야할 때가 되면 30초 전쯤부터 "지금 슬픈 장면임"이라고 알려주는 음악을 틀어준다. 웃긴 영화에선 말장난이 애용된다. 유머가 목표물을 벗어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감독들은 시트콤 연출자가 부러울지도 모른다. 시트콤에서는 관객의 웃음소리 음향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 배.. 더보기
대종상과 오늘의 민주주의 가 제4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15개 트로피를 가져간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간다. 해묵은 '공정성' 시비도 나온다. 그러나 대종상 영화제측이 밝힌 말을 믿는다면, 올해 대종상은 그 어느 때보다 '공정'했다! 심사위원들은 함께 영화를 본 뒤 각자 투표를 했고, 점수는 시상식 직전에야 합산돼 수상자가 정해졌다고 한다. 즉 심사위원들조차 가 그토록 많은 상을 가져갈지 몰랐다는 이야기다. 를 배급한 대기업이 심사위원 개개인에게 로비를 했다거나, 가 보다 못한 영화인데 상은 더 많이 받았다거나 하는 소리는 하지 말자. 그건 증명할 수도 없고 모두를 수긍시키기도 힘든 이야기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이번 대종상 시상식이 누구보다 '공정'하려 했음에도 왜 '불공정'하게 보였는지에 대해서다. 사실 .. 더보기
프리케리아트여, 단결하라. <다크 나이트 라이즈> 를 아이맥스로 2차례 보았다. 한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이나 본 경험은 별로 없는 듯 하지만(아, 도 두 번 봤구나), 오늘이 오프라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은데 달리 보고 싶고 시간이 맞는 작품이 없었다. 안내키는 영화 볼 바엔 를 다시 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첫번째 관람 후 영화에 대해 조금 투덜대긴 했지만, 아이맥스로 본 시각 경험은 괜찮았다. 앞으로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볼 기회는 사실상 없지 않은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첫번째 배트맨 영화, 즉 에선 거의 느끼지 못했고, 두번째 영화 에선 조금 느꼈던 그의 우파 성향이 에서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조금 놀랐다. 물론 우파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 베인과 그의 '군대'는 확신범들이다. 단지 생계가 아니라 신념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고, 이를 위해선 스.. 더보기
예술적 영웅들과 벌이는 연애 대결, <미드나잇 인 파리> 쉬는 날 운좋게도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개봉 하면 보러 가게될 확률이 90% 이상인 이 영화를 미리 볼 기회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 포스터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헐리우드 각본가 길이 약혼녀 이네즈, 그녀의 부모와 함께 파리 여행을 온다. 그런데 길과 이네즈 집안은 뭔가 좀 안맞다. 길은 비록 몸은 할리우드에 있지만 마음은 파리에 머물고 싶어한다. 조금씩 소설을 밀고 나가지만 자신의 재능에 확신은 없어 보인다. 비맞으면서 산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는 70% 정도 현실에 발목 잡혀 있으나 여전히 보헤미안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반면 이네즈 가족은 현실적이다. 조금 경멸적인 의미에서의 전형적 미국인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은 미국 바깥에서 살 생각이 전혀 없다. 파리는 그저 값비싼 골동품 가구.. 더보기
그래요. 멸망입니다. <멜랑콜리아> 이렇게 보니 호그와트를 닮은 클레어의 집 (스포 조금. 그런데 이런 영화에 스포가 중요한가) 안보고 못보다 보니 영화와 조금씩 멀어지려던 차, 지난 금요일 퇴근길 힘을 내 를 보았다. 영화와 너무 멀어져서는 안되겠고, 영화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춰서도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몇 줄 적는게 이 괜찮은 영화에 대한 도리. 영화는 1부 '저스틴'과 2부 '클레어'로 구성된다. 1부에서 동생 저스틴은 멋진 고성에서 격식있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대형 리무진이 산길을 잘 오르지 못하는 바람에 신랑, 신부가 2시간 정도 예식에 늦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저스틴이 아마 고질적인 것으로 추정되는 우울증에 다시 빠지면서 비롯된다. 번듯한데다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저스틴은 망설인다... 더보기
(영화를) 낳은 정, 기른 정. <휴고>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두 명이 3개월 사이에 나란히 첫 3D 영화를 내놓았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을, 마틴 스콜세지는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를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가족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3D는 애들용'이라는 인식 때문?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본격적인 영화(스필버그 같으면 나 , 스콜세지 같으면 나 )를 찍기 전의 워밍업? 아무튼 을 봤을 때는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를 보고 나니 스필버그 대 스콜세지의 3D영화 대결 1라운드는 스콜세지의 완승. -그런데 를 온전히 '가족영화'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 과 달리 는 스콜세지의 매우 개인적인 프로젝트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필버그는 와 의 유사성을 의식하고 있었으.. 더보기
배우가 하면 한다. <페이스메이커>의 김명민 /강윤중 기자 ‘메소드 연기’란 극중 인물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연기 방법을 말한다. 한국의 수많은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추종하지만, 김명민(39)만큼 이 방법론을 철저하게, 심지어 고지식하게 적용하는 배우도 드물 듯하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에서 김명민은 한물간 마라톤 선수 주만호로 등장한다.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배달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다시 한번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 주만호의 쓰임새는 젊은 금메달 유망주를 위한 ‘페이스메이커’.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젊은 선수를 위해 30㎞ 지점까지 안정적으로 속도감 있게 뛴 뒤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다. 평생 자신을 위해선 뛰어본 적이 없는 주만호는 다시 한번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가족, 대표팀 동료의 시선은 탐탁.. 더보기
법치는 아름답다. <부러진 화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수트발이 살아있는 배우 안성기. 법의 지배(법치)는 아름답다. 하지만 법률가의 지배는 아름답지 않다. 이것은 내달 19일 개봉하는 영화 의 주인공 김경호(안성기)의 입장이다. 그는 말한다. “안 지켜서 그렇지 법은 아름다운 거요.” 은 2007년 재판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발사해 부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한 전직 교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공판 기록에 근거한 동명의 르포 소설이 원작이다. 인물의 성격이나 드라마에는 허구가 개입됐고,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도 한 글자씩 바꿨다. 어느 대학의 수학과 교수 김경호는 대입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가 학교와 동료로부터 따돌림당한다. 김경호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하자 담당 판사를 따로 찾아가 공정한 재판을.. 더보기
어느 신성가족의 전말, <밍크코트> 참 힘들게 사는 모녀. 노모는 8개월째 의식을 잃은 채 입원중이다. 의사는 생존 확률이 1%도 안된다고 진단한다. 독실한 개신교도인 큰누나와 막내 남동생은 어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단’에 빠진 둘째 현순은 어머니의 산소호흡기를 지키내려 한다. 현순은 심지어 누나와 동생에게 폭언을 내뱉기도 한다. 큰누나와 남동생은 현순의 딸 수진을 불러 현순을 따돌린 뒤, 그 사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 한다. 는 ‘존엄사’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를 그리는 영화다. 아울러 주류 개신교도의 위선을 그리는 반종교적인 영화다. 그러나 간절한 기원의 끝자락에 피어오른 기적을 그린 종교영화다. 마지막으로 서로 상처주고 질투하고 저주하면서도 끝내 인연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가족을 그린 영화다. 영화 초반엔 큰.. 더보기
카사블랑카+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치코와 리타 머리가 벗어지고 피부가 늘어진 노인이 라디오를 튼다. 감미로운 노래 ‘치코와 리타’가 흘러나오고, 노인은 1948년 쿠바 하바나를 기억한다. 그때 젊고 재능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치코는 아름다운 가수 리타에게 반한다. 치코는 리타에게 뜨겁게 구애하고, 리타는 마지못한 척 그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치코는 당대의 많은 뮤지션처럼 이성관계에 있어서 자유로운 남자였다. 리타는 그런 치코를 견디지 못해 떠났고, 치코는 리타를 붙잡지 않았다. 리타는 미국 기획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재즈의 중심지 뉴욕에서 성공한다. 치코 역시 뉴욕에서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한다. 둘은 재회하고 다시 사랑한다. 그러나 이 사랑이 순탄할 리 없다. 스페인과 영국의 합작 애니메이션 는 뻔하디뻔한 사랑 이야기다. 바람둥이 남성.. 더보기
이민정이라 쓰고 대세라고 읽는다. <원더풀 라디오> 이민정은 하고 싶은 의도를 명확히 말하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방법을 아는 인터뷰이였다. /사진 이석우 기자 이민정(29)은 요즘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보며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버스 옆구리에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힌 포스터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만날 첫 한국영화인 (1월5일 개봉)는 이민정의 첫 타이틀롤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이민정은 왕년의 아이돌 그룹 출신 라디오 DJ 신진아로 등장한다. 이제는 알아보는 이 많지 않은 연예인이지만, 자존심만은 전성기 못지않다. 청취율이 저조해 폐지 위기에 몰린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에 새 PD 이재혁(이정진)이 투입된다. 신진아와 이재혁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 와중에 청취자의 애절한 사연과 노.. 더보기
김정은, 심바, 부자세습. <라이온킹> 세상 누구도 예상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겠다. 하지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고 권력자 자리를 승계한 시점에 (사진)가 개봉한다는 소식은 매우 공교롭다. 그 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니 현대의 영화를 통틀어도 만큼 부자(父子) 세습을 노골적으로 정당화하는 작품도 없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스튜디오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채 침체에 빠져 있었다. 회생의 계기는 1989년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 노린 였다. 이후 (1991), (1992)으로 승승장구하던 90년대 디즈니의 행운과 실력은 1994년작 에서 절정에 달했다. 은 디즈니 스튜디오 최초의 창작 애니메이션이자 스.. 더보기
팬클럽의 선물들 오늘 회사에 비스트의 팬클럽에서 마련해 소속사를 통해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비스트의 노래 '픽션'이 2011 KBS 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한 간단한 먹을거리였다. 바로 아래의 떡과 캔커피. 떡이 상당히 몰랑몰랑해서 먹을만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던 또다른 팬클럽의 먹을거리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아래는 한때 월드스타였지만, 현재 60만 군인 중 한 명인 비(정지훈)가 미 시사 주간지 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그의 팬클럽에서 보내온 것이다. 역시 떡이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한 떡이었다. 이번엔 시사회에서 받은 음식이다. 시사회장에서 장근석 팬클럽이 나눠준 패키지였다. '펫'이라는 영화의 컨셉 때문인지, 펫에게 줄법한 모..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 니콜 키드먼과 <래빗홀> 니콜 키드먼(44)은 아름답지만 따분한 금발 미녀처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지금 그는 우리를 대신해 영혼의 심연으로 모험을 떠나는 예술가입니다. 최근 개봉한 은 키드먼이 주연을 맡고 제작까지 겸한 작품입니다. 키드먼은 원작 연극을 본 뒤 영화화를 결심했고, 상대 남우 아론 에크하트, 감독 존 카메론 미첼을 끌어들여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영화는 6세 아이를 잃은 지 8개월이 된 부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터에 나가고 가끔 웃지만, 부부는 여전히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 베카는 집안에 남아있는 아이의 흔적을 하나 둘씩 지우지만, 남편 하위는 그런 흔적으로라도 아이를 간직하고 싶어합니다. 베카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소년과 우연히 재회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하위는 아이 잃.. 더보기
2011 외화 베스트10 외화 역시 순위는 없음. 10편을 고르면서 , 등을 끝내 넣지 않은 걸 보면, 난 너무 잘 만들어 꽉 짜여진 영화엔 완전히 빠져들지 못하는 것도 같음. 영화제에서 본 영화는 제외. 후보는 모두 개봉작. -드라이브 순수한 무드, 제스처의 영화. 내용물이 없는데 포장만으로 아름다운 선물 같.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혁신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재목, 니콜라스 윈딩 레픈. -더 브레이브 올해의 소녀 해리 스타인펠드. 별이 가득한 밤, 지친 흑마를 타고 달리는 엔딩은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했다. -인사이드 잡 신문을 그리 보고도 몰랐는데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하게 됐다. 금융자본주의가 왜 이 모양인지. 사진 속의 인터뷰이는 스트로스 칸의 불명예스러운 퇴진 이후 IMF 총재가 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사랑을 카피하다 이 .. 더보기
2011 한국영화 베스트5 작년엔 베스트10까지 뽑았는데, 올해는 그렇게 뽑을 이유를 못찾겠다. 은 2010년 12월 22일 개봉한 를 올해 넣었던데(아마 설문 취합과 마감 사정 때문에), 난 를 지난해 리스트에 이미 넣었다. 아래 베스트5는 무순. -파수꾼 이런 스토리텔링은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없다. 세부 묘사와 큰 서사와 감정의 울림을 모두 성취한 수작. 윤성현의 다음 영화를 어서 보고 싶다. -두만강 얼음보다 차가운 엔딩. 지금까지 나온 장률의 최고작. 장률의 스타일은 아직 유효하다. -고지전 한국전쟁을 다루는 영화가 당분간 을 앞설 수 있을까. 난 의 전투 장면을 보면서 보다 독창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중공군 접근 장면은 압권. -북촌방향 최근 한국영화에서 만난 가장 미스터리한 공간인 카페 '소설'. 전성기의 장효.. 더보기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기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리뷰+고레에다 히로카쓰 감독 인터뷰 나도 나중에 중요한 인터뷰이가 돼서, 누가 한참 물어보면 "그렇군요" 한 마디 한 뒤 가만히 인터뷰어를 바라보고 싶다. 영화는 이렇게 행복한 가족을 보여주지 않는다. 형 고이치는 엄마와 함께 일본 남단 가고시마의 외가에 살고 있다. 동생 류는 인디 음악가인 아빠와 함께 북쪽 후쿠오카에 산다.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나빠 별거한 상태. 고이치는 인근의 화산이 폭발하면 가고시마에 살 수가 없으므로, 아빠가 있는 곳에서 온가족이 뭉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규슈 지방에 신칸센 고속열차가 개통된다. 아이들 사이에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두 열차가 마주치는 순간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돈다. 고이치와 류 형제, 그들의 친구들은 각자의 소원을 품은 채 기차가 마주치는 장소를 찾아나선다. 고레에다 히로카쓰.. 더보기
야구만으로 야구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가. <퍼펙트 게임> 솔직히 난 이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이 조금 어리둥절하다. 영화 종반부, 여러 가수가 나워 부른 '그것만이 내세상'을 삽입한 것은 정말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올해 6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최동원과 선동렬은 한국 야구 역사상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최고의 투수들이었다. 은 둘의 대결을 그린 야구영화다. 둘은 현실에서 3번 대결을 펼쳤고, 승, 무, 패를 한 차례씩 거뒀다. 올해만 해도 , 등 2편의 한국 야구 영화가 나왔다. 전자는 청각장애학생들이 장애를 극복해가는 감동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고, 후자는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모두 방탕한 삶을 살던 남자의 후회와 각성을 그렸다. 두 편 모두에서 야구는 주인공의 목적이 아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은 다르다. 실.. 더보기
국제영화제 17관왕. <무산일기> 박정범의 2011년. 영화도 만들고, 외국 여행도 하고, 돈도 벌고. 박정범의 괜찮았던 2011년. 사진 잘 나왔다. 본인은 사진 찍을 줄 알았으면 수염 깎고 왔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냥 안 깎는게 나았다. /김문석 기자 박정범(35)의 2011년은 특별했다. 그는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장편 데뷔작 로 각종 국제영화제를 돌며 17개의 트로피를 가져왔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필름엑스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는데, 1주일의 일본 체류기간 동안 한국에서 열린 청룡영화제에 참석하느라 1박2일로 한국에 잠깐 나오기도 했다. 여름에는 “체력적으로 달린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비행기를 타고 또 내렸지만, 아무튼 전 세계를 돌며 상찬받은 셈이니 동료 독립영화인들에게는 올해 가장 부러움을 산 대상이다. 처음 나간 해외영화제는.. 더보기
메릴 스트립의 마거릿 대처, <철의 여인> 배우들이 유명한 실존 인물을 코스프레하는데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 가끔 예외가 있다. 메릴 스트립의 마거릿 대처 연기도 그렇다. 앤서니 홉킨스의 닉슨 연기에 비견될 수 있을까. 에 자극받은 미국인들이 로널드 레이건에 대한 영화를 만들 것인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은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 궁금하다. 아래는 관련 보도자료. The Iron Lady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여성, ‘마가렛 대처’로 돌아온 메릴 스트립! 타임지 선정 ‘2011 올해의 영화배우’! 제76회 뉴욕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에 이어, 제68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에 올라 강인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11년간 최장기 재임기록을 남긴 ‘마가렛 대처.. 더보기
에드워드 사이드, 아키 카우리스마키, 나이든 예술가, <르 아브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는 올해 개봉한 외화 중 베스트 10에 넣을만하다. 카우리스마키, 잘 나이 들고 있는 감독. 구두닦이 할아버지와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 소년. 프랑스 서북부의 작은 항구도시 르 아브르. 구두닦이 마르셸은 아내 아를레티, 애견 라이카와 함께 풍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어느날 그에게 예기치 않은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부둣가에서 점심을 먹던 마르셸 앞에 아프리카에서 갓 건너온 불법 난민 소년 이드리사가 나타난다. 아울러 아내 아를레티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쓰러진다. 마르셸은 이드리사를 숨겨주고, 그의 선량한 이웃들도 이드리사를 돕는다. 여론은 불법 이주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요구한다. 경감 모네는 이드리사의 자취를 추적한다. 부자의 기부는 어렵다. 빈자의 기부는 .. 더보기
12월 영화들. 틴틴, 미션 임파서블, 마이 웨이 과 은 아직 기사를 쓰지 않았고 언제 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말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생각을 정리한 , , 그리고 에 대해서만 여기 옮겨 놓는다. 의 오프닝은 기가 막힌다. 근래에 본 오프닝 중 최고다. 한국영화도 오프닝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시리즈의 스티븐 스필버그(64)와 시리즈의 피터 잭슨(50)이 만나면 어떤 영화를 만들까. 영화팬들에게는 ‘꿈의 조합’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내놓은 영화가 8일 개봉하는 이다. 은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은 스필버그 연출, 잭슨 제작이다. 2편에선 둘이 역할을 바꾸고, 3편에선 공동 연출을 맡는다. 원작은 1930년 처음 출간돼 50여년간 24편의 시리즈가 이어진 벨기에 출신 작가 에르제의 만화 이다. 한국에서는 이란 제목으로 1980.. 더보기
어장관리녀의 부활, <브레이킹 던 파트1> 이런 글 쓰고 좋다고 있는 걸 보면, 난 조금 삐뚤어진 아이 같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태어날 아기 이름에 지금 남편과 자길 짝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을 같이 넣겠다는 건 내 살아생전 이해 불가. 종반부 제이콥의 '각인'은 정말 기절초풍할 반전. 신부의 웨딩드레스보다 하얀 컬렌가 남자들의 피부. 인간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커플이 드디어 결혼해 허니문을 떠난다. 이 내용이 의 절반 가까이 된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2008), (2009), (2010) 등 앞선 3편의 시리즈를 통해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을 했다. 벨라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데다 에드워드에게는 종족적인 원한을 품고 있는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은 이 사랑의 긴장감을 높이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더보기
누가 당신의 몸을 가졌는가. <보라>+<하얀 정글> 천재적인 예술가 찰리 채플린은 현대 산업사회가 인간의 몸에서 고혈을 짜내 이득을 취하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노동자들은 돼지떼처럼 공장에 출근한다. 기계의 속도에 맞춰 일을 하다보니 몸이 이상 반응을 한다. 심지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거대한 기계 안으로 빨려들기도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은 의미심장하게도 (1936), 즉 ‘현대’다. 우리의 현대는 채플린의 현대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을까.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하는 한국의 독립 다큐멘터리 두 편은 그 간극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 고발과 사유,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 의 이강현 감독은 “이 영화는 개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발, 파격에 관대한 각종 영화제에서는 입소문을 탔지만, 136분의 실험적 다큐멘터리는 무방비의 일반 관객이 관람하기엔 힘들 .. 더보기
크리스마스가 다 무슨 소용인겨. <아더 크리스마스> 구상과 재료가 맞지 않아 쓰기 힘들 때가 있다. 이 글이 그랬다. 처음엔 그나마 윤곽이 있었는데 생각을 할수록 그 윤곽이 희미해졌다. 그러던차에 시와의 새 음반을 먼저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크리스마스엔 거기 말고'란 노래가 글의 방향을 결정해주었다. 그때 그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이 글은 어떻게 끝났을까. 세상의 많은 일들은 우연이 결정해주는 것 같다. 그 우연이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1만5000 엘프와 어수룩한 아더. 나도 저런 스웨터를 입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데, 12월 25일 이후에는 입기 힘들까봐 차마 못사겠다. 어떤 이에게 크리스마스는 고통일 수도 있습니다. 25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는 산타클로스를 믿겠다는 아이의 동심에 병주고 약줍니다. “산타클로스는 있다”고 말해.. 더보기
유아인, 장근석, 송중기, 충무로 남우의 세대 교체. 우연일수도 있겠지만, 최근 젊은 남자 배우 3명을 잇달아 인터뷰했다. 이런 일은 여기자가 했으면 더욱 좋아했을 것 같긴 하지만. 시간순대로 유아인, 장근석, 송중기였는데, 앞의 두 명은 영어로 치면 offbeat했고(한국어로 적합한 표현이 있긴 하지만, 여기 쓰긴 힘들다), 송중기는 normal했다. 이들이 한국영화 남우의 인력풀을 넓히면 좋겠다. 펫처럼 웃고 있는 장근석/권호욱 선임기자 한국영화에 새로운 얼굴과 감성의 남자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이들은 자신의 본격적인 첫 주연작을 내놓거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한국영화 남우의 풀을 넓히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남우는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 등 40대 연기파였다. 이들은 연극 무대에서 연마된 연.. 더보기
미쳐주세요. 니콜라스 케이지 난 '니콜라스'라고 썼지만, 회사의 표기 원칙상 '니컬러스'로 바뀌어 나옴. 미친 감독과 배우도 있어야지, 다들 제정신이면 무슨 재민겨. 다만 내 옆에만 없으면 됨. '허리 아픈 남자' 연기에 일획을 그은 니컬러스 케이지의 구부정한 자세. 니컬러스 케이지(47)는 추락할 때 멋있고 정상에 있을 때 못났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더욱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하도록 부추겨야 합니다. 지난주 개봉한 에서 케이지는 오랜만에 제대로 추락했습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형사 맥도나(케이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와중에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사람을 구하다가 큰 부상을 입습니다. 이후 맥도나는 가까스로 경찰직에 복귀하지만, 허리 통증이 심해 마약에 의지하는 신세가 됩니다. 맥도나는 압류하는 마약마다 자기 주머니에 넣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