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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리뷰+드니 빌뇌브 감독 인터뷰 의 어머니 나왈. 자기만 빼고 다 죽은 참사의 현장에서. 어머니 나왈의 유언은 기묘했다. “관에 넣지 말고 나체로 기도문 없이 묻어주세요. 세상을 등질 수 있도록 시신은 엎어놔 주세요. 비석은 놓지 말고 이름도 새기지 마세요.” 아연실색한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가 남긴 또 다른 당부를 듣고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잔느에겐 죽은 줄 알았던 생부를, 시몽에겐 존재조차 몰랐던 형을 찾아 밀봉된 편지를 전하라는 것이다. 유언은 이어진다. “침묵이 깨지고 약속이 지켜지면 비석을 세우고 햇빛 아래에 내 이름을 새겨도 됩니다.” 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가 그려냈을 법한 가족 드라마다. 또 양 극단의 원리주의자들이 끝없이 반목하는 현대 중동의 정세에 대한 정치 영화다. 아울러 과거와 현재를 능란하게 오가며 .. 더보기
당신이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고지전> 리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전쟁은 죽은 자에게만 끝난다”고 말했다. 20일 개봉한 (사진) 역시 그 많은 등장인물을 모조리 죽이고야 끝내겠다는 듯 참혹하고 처절한 전쟁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프로덕션을 진행했던 장훈 감독은 “지금 이 상황에서 전쟁영화를 찍는 게 맞느냐는 회의” 속에서 작업해야 했다. 회의와 번민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 결과물인 은 보여준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25일 일어나 53년 7월27일 휴전협정과 함께 끝났다. 그러나 역사에 굵은 글씨로 남는 사건은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 1·4 후퇴 정도다. 51년 6월 이후 전선이 교착되면서 전쟁 당사자 간의 휴전 협정이 진행됐다. 그 사이 교착된 전선에선 지도.. 더보기
안녕, 해리 포터 의외로 빨간색 불을 쏘는 해리 포터와 파란색 불을 쏘는 볼드모트. 한 해에도 수백 편의 영화가 개봉되고 어떤 영화는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로 제작되지만, 한 세대의 ‘문화적 기억’에 새겨지는 영화는 드물다. 2001년 이래 10년간 이어진 8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바로 그 드문 예에 해당한다. 마지막 ‘해리 포터 영화’인 가 1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금요일 개봉이 관행인 미국에서는 15일 개봉한다.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2편이 시작한다. 덤블도어, 도비 등 정든 인물들은 묘지에 묻혔고,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절대악 볼드모트의 수하인 스네이프에게 장악됐다. 해리, 헤르미온느, 론의 삼총사는 볼드모트를 이기기 위한 마지막 가능성을 찾지만 승산은 높지 않다. ‘해리 포터 영화’를 여태 ‘애들.. 더보기
히피 군인에 대해-초(민망한)능력자들 의 케빈 스페이시(좌)와 조지 클루니. 히피족이면서 동시에 군인일 수 있습니까. 이번주 개봉하는 영화 에는 그런 군인이 나옵니다. 원제는 (The men who stare at goats)로 영국의 저널리스트 존 론슨이 쓴 논픽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실존했다는 미 육군 산하 특수부대의 이야기입니다. 30여년전에 설립된 이 부대의 주특기는 원격투시, 주파수공격, 벽 통과하기, 노려봄으로서 죽이기 등입니다. 한마디로 초능력자 부대입니다. 특종을 찾아 헤매던 영화 속 기자 밥 월튼(이완 맥그리거)은 묘한 분위기의 남자 캐서디(조지 클루니)를 만나 신기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캐서디는 자신이 미 육군의 초능력자 부대 소속으로 비밀 임무를 수행중이라고 합니다. 밥은 호기심에 캐서디를 따라 이라크에 갔다가 온갖 온.. 더보기
천만이란 무엇인가 그 유명한 지난달 29일 개봉한 가 개봉 7일만에 386만 관객을 모았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각각 743만, 744만 관객을 동원한 1, 2편보다 더한 초반 기세다. 수입·배급사인 CJ E&M 측은 “적어도 800만, 많으면 그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그 이상’이 말하는 숫자는 분명하다. ‘1000만’. 지금까지 한국영화 , , , , 그리고 외화로선 유일하게 가 넘어선 ‘꿈의 숫자’다. 올여름엔 ‘작심한’ 블록버스터인 , , 가 개봉한다. 연말엔 한국에서의 손익분기점이 1000만인 도 있다. 누군가에겐 꿈, 누군가에겐 경계, 누군가에겐 비판의 숫자인 ‘1000만’. 영화인들에게 ‘1000만’에 대해 물었다. 윤제균( 감독. · 제작)=는 처음으로 도전한 블록버스터라서 제작과.. 더보기
하이퍼텍 나다의 마지막 순간 6월 30일 오후 9시 45분. 이란 영화 의 상영이 끝났고, 한국 예술영화 관객들의 메카와도 같았던 하이퍼텍 나다가 문을 닫았다. 객석을 가득 채운 120여명의 관객들 앞에는 평론가·감독 정성일과 이 영화관을 운영해온 김난숙 대표가 서 있었다. 김 대표는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1995년 대학로에 동숭시네마텍이 개관했다. 같은 해 영화전문지 키노와 씨네21이 창간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프랑스문화원의 정기상영회, 수십 번 복사돼 배우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불법 비디오테이프에 의존하던 고전·예술영화팬들에게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 대표는 “나 아니면 누가 봐주겠냐는 생각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을 보러갔다. 그런데 극장 바깥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돌이.. 더보기
역시 '미국'영화, 트랜스포머3 의 맥스무비 예매점유율은 96.13%. 역대 최고치다. 개봉 첫날 관객은 54만명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수입하고 배급한 CJ는 겉으론 조용하지만 속으론 '1000만'을 외치고 있을 거다. 몸매를 아낌없이 과시하는, 전쟁터를 뒹굴어도 얼굴이 뽀얀 칼리. 2편보다 낫고 1편보다 못하다. 대단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전편들의 장점과 단점도 여전하다. 2007년, 2009년 개봉해 한국에서만 도합 1500만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은 시리즈. 2편이 나온 지 2년만인 올 여름 (29일 개봉)가 다시 찾아왔다. 멋진 자동차, 변신 로봇, 미녀 여자친구라는 남성 혹은 소년의 ‘로망’을 전시한 시리즈였다. 기계생명체인 오토봇과 디셉티콘 무리들은 선과 악으로 갈려 싸우고 있다. 오토봇은 무리의 수장 센티넬에게 마지막.. 더보기
윤계상은 풍산개 지난주 개봉한 는 주말 동안 23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한다. 다만 이같은 저예산에는 배우, 특히 스태프들의 '희생'이 있었고, 가능하면 이러한 희생을 담보로 영화를 찍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의 주연 윤계상/강윤중 기자 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배달부. 영화 내내 한 마디 대사도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만 표현한다. god 시절의 눈웃음치는 ‘장난꾸러기’, 의 ‘훈남’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속 윤계상의 모습 중 가장 남성미 강한 배역이다. 6㎏을 감량하며 만들어낸 근육질 몸매는 여성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다. 그는 “god 시절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 때문인지 남성적 .. 더보기
<소중한 날의 꿈> 안재훈 감독 인터뷰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에서 만난 안재훈 감독/강윤중 기자 11년. 98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 의 기획부터 개봉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림 첫 장을 그린 시기만 따져도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2002년 3월이다. 23일 개봉하는 의 제작기는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처럼 지난했다. 안재훈 감독을 그의 스튜디오인 서울 대학로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최근 만났다. 그는 작업 동료이자 아내인 한혜진 감독과 함께 을 만들었다.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흥행과 비평 양 측면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 전례 없는 일에, 그것도 18억원의 제작비가 드는 장편 애니메이션에 선뜻 투자를 하겠다는 곳은 드물었다. 돈이 생기면 그렸고, 돈이 떨어지면 외주 작업을 했다. 애니메이션판 나 가 그 사이 그린 외주작이다. 은 .. 더보기
잉마르 베리만과 1년간의 특별전 안락한 영화관 의자에 파묻혀 길고 길고 길고 느리고 느리고 느린 영화를 보고 싶은 변태같은 욕망이 들 때가 있다. 90년대의 영화팬들은 모두 '잉그마르 베르히만'이라고 불렀던 감독에 대한 이야기. 그 유명한 의 한 장면. 많은 영화에서 패러디됐다. 베리만은 데뷔작 (1946)부터 마지막 작품 (1982)에 이르기까지 40여편의 극장용 영화, 20여편의 텔레비전용 영화, 여러 편의 연극을 연출한 다산의 예술가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20세기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웨덴인’으로도 꼽힌다. 미국의 명감독 우디 앨런은 베리만의 열렬한 추종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07년 베리만의 타계를 즈음해 뉴욕타임스에 ‘The man who asked har.. 더보기
4D와 5D 관람기 이제 가만히 앉아 영화 볼 수도 없게 생겼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도록 의자를 흔드니. 피곤한 일이다. 4D 영화관 기술의 혁신은 곧 영화산업의 혁신이었다. 입만 벙긋거리던 배우들이 노래하기 시작했고(유성영화), 무채색 배경은 천연색으로 빛났다(컬러영화). 1950~60년대 텔레비전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영화는 텔레비전에서 맛볼 수 없는 2.85:1 와이드스크린의 스펙터클로 맞불을 놓았다. 2009년 말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의 는 기술 혁신이 영화산업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흥행 기록을 순식간에 갈아치운 이 영화는 정체 상태에 빠진 영화산업의 구원병 역할을 했다. 일반상영관보다 1.5~2배 비싼 3D영화도 장사가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 영화인들은 앞다퉈 3D.. 더보기
예술가에겐 얼마나 많은 팬이 필요한가-일루셔니스트 예술가에겐 얼마나 많은 팬이 필요할까요. 참 이상합니다. 2년 전 아껴 입던 그 옷을 올해 꺼내 입으려니 참 민망합니다. 지난해 여름 질리도록 들었던 그 노래는 참 촌스럽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는 피곤합니다. 여름철의 생선회보다 변하기 쉬운 대중의 취향 때문입니다. 어제의 흥행 감독이 오늘은 흥행에 참패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다음 작품이 또 잘 팔릴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제비 새끼가 먹이 달라며 입 벌릴 때보다 더 열렬히 새것을 구하는 이들이 바로 대중입니다. 애니메이션 는 ‘시대착오적 예술가’를 다룹니다.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이라 불렸던 영화감독 자크 타티가 딸에게 쓴 편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입니다. 1950년대쯤으로 추정되는 시대, 일루셔니스트는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거나 빈 와인잔을 채우는.. 더보기
부지영+양익준=애정만세 부지영(왼쪽)과 양익준 감독. 김기남 기자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민낯의 중년 아줌마에게도 사랑은 있다. 여고생이라고 30대 남자를 좋아하지 말란 법 없다. 그러나 세상 온갖 사랑을 그린 영화들도 이런 사랑은 다루지 않았다. 2편의 중편을 묶은 는 조금 색달라 남다른 시선을 받는 사랑들을 그린다. 전주국제영화제, KT&G 상상마당, 인디스토리는 2007년부터 단편영화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숏숏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사랑’으로 잡고 부지영, 양익준 두 감독을 섭외했다. 그러나 사랑이란 주제의 범위는 너무 넓다. 부모와 자식, 연인, 신과 신도의 관계도 사랑으로 묶을 수 있다. 짜맞춘 것도 아닌데 두 감독이 써온 시나리오는 ‘나이 차에 힘든 사랑’이란 주제로 모였다. 부지영의 은 대형.. 더보기
게이들의 수다. 김조광수 vs 이혁상 사진 강윤중 기자 김조광수는 한 눈에 알아봤다. 그는 2001년쯤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로 일하던 이혁상을 어느 영화제 파티에서 만났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은 아닐 거라고 했지만, 김조광수가 맞았다. 김조광수는 자신의 게이더(게이+레이더)가 꽤 정확하다고 했다. 10년이 흘러 둘은 한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인·활동가가 됐다. 흥행작 의 제작자·장편 데뷔를 준비하는 감독·LGBT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조광수와 의 감독 이혁상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뜻하는 LGBT 영화제는 1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소수자 영화제로, 6월 2~8일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한 지난해 최고의 독립영화인 은 게이 4명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더보기
아빠가 되려는 소년, 조니 뎁 는 인어떼 장면이 볼만하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조니 뎁은 꿈꾸는 떠돌이 소년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려고 합니다. 뎁이 주연한 가 19일 개봉합니다. 의 네번째 편인 이 영화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만 총 1천160만 관객을 모은 인기 시리즈입니다. 뎁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적선장 잭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습니다. 스패로우 선장은 할리우드가 낳은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군에 속할 겁니다. 명색이 해적인데 그리 사악해보이진 않고, 엄청난 위기를 몰고 다니지만 얼렁뚱땅 헤쳐나갑니다. 바람둥이 같은데 애인은 없고, 비겁하지만 때론 터무니없이 용감합니다. 무엇보다 스패로우, 나아가 해적을 규정하는 특징은 정착하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보물을 찾아 망망대해를 떠돌고, 어쩌다 뭍에 닿아도 싸구려.. 더보기
70 평생 비실비실, 우울. 우디 앨런. 11일 개막한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우디 앨런의 신작 가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잘 안풀리는 작가가 파리로 여행왔다가 어떤 시간 여행 방법을 통해 파리를 주름잡았던 과거의 예술가, 즉 달리, 피카소,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브뉴엘 등을 만나고 누군가의 애인과 연애도 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내가 관심 많은 마리온 코티아르가 나오고, 별 관심 없는 카를라 브루니가 박물관 가이드로 카메오 출연한다. (남들) 재미 없어도 (나는) 재미 있겠다. 영화를 본 누군가가 앨런의 85년작 를 언급했다. 나도 그 영화가 갑자기 미치도록 보고 싶어졌다. 한동안 잠자던 디비디 플레이어를 돌렸다. 그리고 미아 패로의 그 표정을 봤다. 이 영화는 미아 패로의 표정이다. 대공황 시대, 실직한 남편은 또다른 실직자들과 동전 .. 더보기
<인사이드 잡> 리뷰 역사는 반복되는가. 한 번은 미국에서, 한 번은 한국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모델로 사회를 뜯어고치고 있는 한국에서라면 낯선 일도 아니지만, 을 보고 나면 ‘반면교사’란 사자성어를 되새겨볼 때도 된 것 같다. 감세 정책을 둘러싼 논쟁,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의 ‘상부상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은 2008년 전 세계 경제를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미국발 금융위기의 막전막후를 파헤친 다큐멘터리다. MIT 정치학 박사 출신 감독 찰스 퍼거슨의 두번째 작품이다. 미국의 문제점을 미국 내에서 정면으로 다룬 이 작품은 미국 영화계 최대 축제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은 이 영화를 두고 “미국은 이제 학계가 아니라 할리우드가 지킨다는 세간의 .. 더보기
옥보단+천녀유혼 리뷰 의 류이페이(유역비) 대부분의 리메이크 영화는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졌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 원작의 광휘, 팬들의 기대를 모두 넘어서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화권에서 만들어진 2편의 리메이크 영화가 12일 나란히 개봉한다. 음지에서 사랑받은 과 양지에서 사랑받은 이다. 특히 전자는 새 기술의 도움을 받아 로 태어났다. 는 ‘전 세계 최초 3D 에로티시즘’을 표방하는데, 한국만 따져도 가 3D로 개봉했으니 ‘최초’란 표현은 틀렸다. 아무튼 옛 콘텐츠와 새 영상 기술을 결합시킨 는 먼저 개봉한 홍콩과 대만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상영이 금지된 중국 관객들까지 단체로 원정을 와 관람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 출연한 일본 AV스타 하라 사오리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미앙생은 지고지순한.. 더보기
니체, 허무의 품격. <토리노의 말> 토리노의 말 허무의 밑바닥엔 무엇이 있습니까. 6일 끝나는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국제 영화제에서 유명하지만 국내 관객에겐 매우 낯선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의 을 먼저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56세의 타르는 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조만간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5년에 한 번 꼴로 기나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를 내놓곤 했던 그가 이 은퇴작에서 전한 메시지는 ‘허무’였습니다. 영화는 ‘허무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일화를 들려주면서 시작합니다. 188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 머물던 니체는 마부가 고집센 말에게 마구 채찍질하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니체는 사건 한복판에 뛰어들어 말의 목덜미를 감싸안고 흐느낍니다. 숙소로 .. 더보기
전주에서 만난 이명세 감독 감독 이명세의 데뷔작 이 제작된 건 1988년이었다. 사회가 88올림픽의 여흥과 형식적 민주주의에 취한 사이, 영화는 박광수의 , 장선우의 등 뉴웨이브 작품으로 자본주의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었았다. 이같은 상황 속의 은 어느모로 봐도 뜬금없는 영화였다. 스스로 천재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 믿는 삼류 캬바레 개그맨, 영화배우가 꿈인 변두리 이발소 주인, 백수 아가씨가 총을 들고 강도짓을 벌이다 파멸한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여름날 오후 이발소에 누워있던 개그맨의 꿈이다. 개그맨 역을 맡은 안성기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한낱 꿈속의 꿈인가. 꿈속의 꿈처럼 보이는 것인가.” 개그맨 23년이 흐르는 동안 영화감독 이명세는 8편의 장편 극영화를 내놓았다. (1990)나 (1999) 같은 .. 더보기
왜 이 여자를 사랑하는가-<제인 에어> 제인 에어 역의 미아 와시코브스카. 발음하기에 익숙해져야 할 이름. 제인 에어를 사랑하시겠습니까. 가진 돈이 없습니다. 고아입니다. 양육을 맡은 외숙모는 그녀의 성격이 “엉큼하고 반항적”이라고 평합니다. 학교 이사장은 “불길과 유황이 타고 있는 구렁 속”에 떨어질 거짓말쟁이라고 말합니다. 외모도 평범합니다. 심지어 그녀의 연인과 친구들조차 그녀의 외모에서 아무런 매력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관객은 제인 에어가 계속 보고 싶은가봅니다. 20일 개봉한 는 샬럿 브론테 원작의 22번째 영화입니다. 팀 버튼의 에서 앨리스 역을 맡았던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제인 에어, 마이클 파스밴더가 로체스터 역을 맡았습니다. 신예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영화는 에어가 문을 힘껏 열고 뛰쳐나가는 장면에.. 더보기
인권위의 히트 상품-시선 너머 '시선' 시리즈는 인권위의 '히트 상품'이다. 계속 만들어졌으면 한다. 윤성현의 , 강이관의 (위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하는 ‘시선’ 시리즈는 ‘인권’과 ‘영화’의 훌륭한 협업 사례로 꼽힌다. 2003년 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를 통해 인권에 대한 장·단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선보였다. 지금까지 박찬욱, 박광수, 임순례, 류승완, 장진, 김태용 등 유명 감독들이 빠듯한 제작비를 감수하고 참여했다. ‘교육’과 ‘예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온 ‘시선’ 시리즈는 영화가 돈만 좇는 매체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했다. 는 그 여덟번째 시리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뒤, 28일 극장 개봉을 준비중이다. 강이관, 부지영, 김대승, 윤성현, 신동일 등 다섯 .. 더보기
불량식품 같은 남자, 스티븐 시걸 난 스티븐 시걸을 별로 좋아한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쓰다보니 왠지 정이 들었다. 행복한 남자, 스티븐 시걸. 60 노인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스티븐 시걸은 불량식품입니다. 싸고 맛있지만 건강에 나쁩니다. 그러나 불량식품은 그 맛입니다. 액션 스타 스티븐 시걸에 대해 덜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시걸은 일본에서 합기도를 배워 일어를 유창하게 하고,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여러 장의 음반을 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에너지 드링크를 내는 사업가이며, 독실한 불교도입니다. 그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연출과 주연을 겸한 에서는 ‘환경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다국적 기업에 맞서 싸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화팬들이 시걸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한때.. 더보기
<수상한 고객들>, 류승범 김문석 기자 영화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스레를 잘 떨고 크게 웃고 때로 공격적일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만난 류승범은 목소리가 침착했고 뜻을 천천히 설명했으며 때로 예민해 보였다. 형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 에 얼떨결에 출연한 것이 벌써 11년 전이다. “내가 영화배우될지 누가 알았겠나”라고 말하는 그는 어느 새 상업영화의 단독 주인공이 됐다. 신작 에서 류승범은 ‘보험왕’을 꿈꾸는 배병우 역을 맡았다. 높은 실적을 인정받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되기 직전인 그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함부로 가입 받았던 2년전 고객들이 마음에 걸린다. 삶의 벼랑끝에 서있던 그들이 집단으로 자살이라도 한다면 병우의 경력에도 금이 간다. 병우는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삶에 의욕을 갖도록 감언이설을 푼다. “지금도 사라지.. 더보기
너무 늦게 도착한 <상실의 시대> 왜 그런지 홍보사는 기쿠치 린코가 제대로 나온 스틸 사진을 릴리즈하지 않았다. 죄다 옆모습 뿐이다. 물론 기쿠치 린코는 21살처럼 안보이면서 21살이라고 우겼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나오코, '노르웨이의 숲'을 부르는 레이코 여사, 누워있는 와타나베. 영화 중.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출세작 은 1987년 일본에서 처음 발간됐고, 전세계 36개국에서 번역해 1100만부가 팔렸다. 이 책이 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1989년. 역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맥락은 여느 나라와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형식적인 민주화가 이뤄졌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먹기 시작했던 1990년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책은 196.. 더보기
영화감독 추상미 그가 30대 이상의 멋진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아 찎은 장편영화를 보고 싶다. 그는 언젠가 나 체홈의 연극에 출연하고 싶으며, 연극 연출에도 손을 대고 싶다고 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추상미는 ‘준비된 감독’이었다.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경선’에 선보인 은 이를 증명한다. 출품된 301편 중 17편의 본선진출작 중 하나인 은 소재에 대한 탐구, 연기 지도, 기술에 대한 장악력 등에서 빼어난 성취를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추상미의 첫 연출작이다. 여성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신촌에서 추상미를 최근 만났다. -연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있나요. “연기든 연출이든 깊이 들어가면 같아요. 중요한 건 원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느냐겠죠. 배.. 더보기
한국영화계의 앙팡 테리블. 윤성현 vs 조성희 윤성현(왼쪽)과 조성희. 권호욱 기자 1990년대 한국영화의 산업적, 미학적 중흥기가 박찬욱·봉준호을 배출했다면, 2000년대 한국영화는 누가 책임을 질까. 젊은 감독들이 백가쟁명하고 있지만 뚜렷한 이름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앞으로 윤성현(29)과 조성희(32)란 이름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이들은 3월 개봉한 과 의 연출자이며, 2009년 졸업한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 연출전공 동기다. 은 개봉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독립영화 흥행의 기준점인 1만명 관객을 넘어섰고,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세밀하고 날카로운 연출력”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은 최근 독일에 수출됐고,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이보다 더 잘 만든 영화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극찬을 받았다. 조 감독의 전작인 단편 은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 더보기
가부장의 권위, 로버트 드니로 회사 교열을 거치면서 '드니로'가 '데니로'로 바뀌어 나왔다. 그러나 이 블로그에서는 '드니로'를 고집하겠다. 사실 난 벤 스틸러가 더 좋다. 로버트 드니로는 가부장이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있지 않을 때조차 그는 가부장의 권위를 보였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한국 남우들에게 좋아하는 배우를 물으면 절반 정도는 로버트 드니로를 꼽았습니다. , , , 등의 대표작에서 드니로는 갱, 베트남 참전용사, 권투선수 같이 남성적이고 강인한 역을 능란하게 소화했습니다. 한국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있다면 미국엔 장인과 사위의 갈등이 있습니다. 시리즈는 장인·사위 갈등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31일 개봉하는 3편은 그레그(벤 스틸러)가 잭(드니로)의 사위가 된 지 10년째 되는 해에 벌어집니.. 더보기
영화의 길, 법의 길. <고백> 영화 은 형식이 대담하고 소재가 충격적이다. 상업적인 재미와 생각해볼 만한 주제도 있다. 드라마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확장판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에 근심하던 일본 영화계는 의 출현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봄방학을 앞둔 한 중학교의 종업식날. 천방지축 떠들고 있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담임교사 유코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어린 딸이 학교에 왔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었고, 이는 경찰에 의해 사고사로 처리됐으나 사실은 타살이었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범인은 이 학급에 있다고 말한다. 유코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해도 범인은 14세 미만이라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하겠다고 선언한다. 은 동명의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놀랍게도 영화는 초반부 30여분 동안 이어지는 .. 더보기
대재난 이후의 예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경우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사진) 첫 장면은 무시무시했다. 연쇄 살인마, 귀신, 외계인이 나와서가 아니다. 공포의 대상은 쓰나미였다. 이 영화는 2004년 인도네시아를 덮친 쓰나미 와중에 임사(臨死) 체험을 한 프랑스 여성, 교통사고로 쌍둥이 형을 잃은 영국 소년,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는 미국 영매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 삶에 대한 무력감, 혈육을 잃은 상실감,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고통에 괴로워한다. 정치부 기자이자 방송 앵커로 거리 광고판에까지 등장할 정도의 명성을 누리던 프랑스 여성은 등 뒤에서 다가온 죽음의 냄새를 맡은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여성은 거대한 물결을 피해 한 소녀의 손을 잡고 뛰었는데, 여성은 살고 소녀는 죽었다. 사후세계를 엿봤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