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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광, 독재자, 사업가, 슈퍼스타. 가디언의 스티브 잡스 오비추어리. 가끔 하는 취미인 가디언의 오비추어리 번역. 난 스티브 잡스에 대해 다소 시큰둥했는데, 다들 하도 이야기를 하기에 가디언의 오비추어리를 찾아봤다. 좀 늦긴 했지만, 스티브 잡스 전기 출간일에는 맞췄다고 억지로 생각해본다. "당신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컴퓨터 관련 용어는 얼렁뚱땅 넘어갔음. 비교하려면 원문으로) 솔직히 잘생겼다. 빌 게이츠는 너드 분위기가 풍기는데, 잡스는 유쾌한 사기꾼 분위기를 낸다. 56세의 나이에 췌장암으로 사망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성공적인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전세계 소비자 가전 시정에 전례없는 파장을 일으켰다. 10여년 전, 그는 파산 직전의 애플을 인수한 뒤 800억 달러의 자산 가치를 갖게.. 더보기
지금 누구와 음악을 듣습니까. <뮤직 네버 스탑> 주인공은 영원한 '오늘'을 산다. 아름다운 여인을 매일 새로 만나서 좋고, 거짓말쟁이 대통령이 결국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좋다. 그러나 친구가 베트남에서 죽었고, 옛 연인은 결혼해 애까지 낳았다는 소식을 매일 들어서 슬프다. 기쁜 소식을 들을 날을 매번 되돌려 다시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수명도 조금은 길어질까. 저런 셔츠를 입어도 되는 시절이 좋았다.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옆에 있습니까. 27일 개봉하는 영화 은 너무 극적이라 믿기 힘든 실화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조용한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20년 전 가출한 노부부의 아들 게이브릴이 병원에 누워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노숙생활을 한 게이브릴은 뇌종양이 있어 부모조차 알아보지 .. 더보기
<뱀파이어>, 이와이 슌지 인터뷰 이와이 슌지는 지난 베를린영화제에서 임수정과 만났고, 그 뒤 안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한다. 이와이는 김태희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이메일에 답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아오이 유우를 계속 쓰는 이유는 아오이 유우가 줄곧 이메일을 보내 자신을 써달라고 하는 통에 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이와이 슌지는 거의 웃지 않고 이 말들을 했는데, 정색한 표정으로 농담을 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에서 아오이 유우는 유일한 일본인 배우다. 내가 아는한 이와이 슌지는 언제나 서 헤어스타일이었다. 이와이 슌지(岩井俊二·48)는 1990년대 한국의 젊은 영화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름이었다. 제작된 지 4년이 지난 1999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면서 뒤늦게 개봉한 는 전국 14.. 더보기
로봇은 인간을 얼마나 닮아야 하는가, <리얼 스틸> 일본산 로봇 노이지 보이에게 전술을 지시하는 찰리. 로봇은 사람을 닮아야 할까요. 별 볼일 없던 복서가 낡은 체육관에서 연습을 시작합니다. 체육관은 수입이 없어 문을 닫을 처지입니다. 복서는 특유의 인간적인 스타일과 유머로 관중의 인기를 끕니다. 초보 복서는 겁도 없이 세계 챔피언에게 공개 도전장을 냅니다. 챔피언은 도전을 받아들이고, 언론과 관중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주목합니다. 왜 의 줄거리를 다시 이야기하는지 묻지 마세요. 위 줄거리의 ‘복서’ 자리에 로봇 ‘아톰’을 넣으면 12일 개봉한 의 줄거리가 됩니다. 물론 몇 가지 설정이 추가됐습니다. 2020년, 인간이 아닌 로봇이 링 위에 올라 복싱을 합니다. 인간들은 로봇에 돈을 걸고, 경기를 중계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복서 찰리(휴 잭맨)는 .. 더보기
바다 같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바르셀로나 뒷골목을 고독한 표정으로 걷는 바르뎀. 아디다스 추리닝 색깔 좋다. 하비에르 바르뎀(42)은 바다 같은 배우입니다. 세상의 온갖 강이 바다로 흘러들 듯, 사람들의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의 감정이 바르뎀에게로 흘러듭니다. 13일 개봉한 로 바르뎀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의 섬뜩한 악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합니다. 조울증을 앓은 아내와 헤어진 뒤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욱스발(바르뎀). 그는 중국, 세네갈 등지에서 온 불법 이주 노동자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경찰에게 뇌물을 줘 단속을 무마해주는 브로커입니다. 그는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능력도 있어 가끔 영매로 일하기도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 더보기
아버지의 그림자, <코쿠리코 언덕에서> 내가 미아자키 하야오의 아들이라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었을까. 고로케를 나눠먹는 우미와 슌 아버지란 이름은 얼마나 무겁습니까. 솔직히 모든 아버지가 존경받아 마땅한 건 아닙니다. 자식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심지어 학대하는 아버지도 종종 있습니다. 유전자의 일부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아버지를 공경하긴 힘듭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0)라면 어떨까요. , 등을 내놓은 애니메이션 거장 말입니다. 그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宮崎吾朗·44) 역시 애니메이션 감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첫번째 작품 (2006)은 대실패였습니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일궈놓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성에 못미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비난은 아들을 넘어 그런 아들.. 더보기
영화에 나오는 전화번호는 누구것? 다들 핸드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고 거기에 발신자의 번호까지 뜨니, 영화나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볼 때마다 궁금했다. 저 번호는 누구 것이지? 걸어보면 누가 받을까? 알고보니 그동안 스태프의 것을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호기심에 걸면 연출부 중 한 명이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영진위가 그럴 때 사용하라고 '한국영화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제 영화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 밀착형 서비스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번호가 몇 개 안되면 이 영화에서 살인마의 전화번호가 다른 영화에서 멜로 여주인공 번호가 되고 뭐...) 사진은 글 내용과 별 상관없는 . 전화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골랐다. 납치범 강동원이 앵커 설경구를 협박하고 .. 더보기
영리한 전도연 의 완성도에 대해선 이견이 있겠지만, 전도연이 영리하고 좋은 배우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어깨에 저런 뽕을 넣은 옷을 3년 뒤 보면 어떤 느낌일까. 코디는 3년 뒤에도 전도연과 같이 일하고 있을까. 전도연(38)은 신작 에서 예쁘게 나오기로 작정을 했다. 그는 만나는 남자마다 유혹해 돈을 빌린 뒤 사라지는 '미모의 사기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의 피아노 선생이었던 , 부잣집 가사도우미였던 와는 완전히 다른 역이다. 전도연을 최근 만났다. -말라 보인다. "체중 변동이 없는 편인데, 최근에 1kg~1.5kg 빠졌다. 얼굴 살이 빠지니 더욱 말라 보인다." -은 전작들에 비해 대중적인 영화다.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300만 무조건 넘으면 좋겠다. 물론 작품을 선택하는데 흥행을 염두에 두진 않는.. 더보기
임권택, 오우삼, 호금전, 이소룡, 그리고 정창화 정창회 회고전 개막식에서 본 은 대단했다. 줄거리가 헐겁게 느껴지긴 했지만, 액션 장면의 역동성만은 엄청났다. 에서 따온 그 기괴한 음악하며, 주인공이 철장을 쓸 때 손바닥을 벌겋게 비춰주는 것 하며, 눈알을 뽑아 버리는 것 하며, 악당이 땅바닥에 내팽겨쳐질 때마다 먼지가 털썩 일어나는 걸 잡은 촬영하며... 사운드 트랙을 리핑한 뒤 스마트폰에 담아놓고 벨소리로 저장해두었다. 젊은 시절의 정창화 . 정창화(82). 한국의 젊은 영화팬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1950~70년대 그의 활약상을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는 60년대말부터 아시아의 영화 중심지 홍콩에서 활동한 ‘글로벌’ 감독이었다. 임권택과 오우삼의 스승이었고, 전설적인 무협 명장 호금전(胡金銓)의 친구였으며, 쿠엔틴 타란티노가 로 오.. 더보기
<프로이트의 환자들> 이 이미지를 구글에서 찾다가 느낀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인 루시안 프로이트도 상당히 성공했다. '프로이트'로만 검색하니 할아버지의 이미지만큼 손자의 그림도 많이 나왔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은, 만일 죽는 날까지 정식으로 배울 기회는 생기지 않더라도, 그저 오래도록 관련 서적을 보면서 홀로 살펴보고픈 마음이 있다. 프로이트의 방대한 저서들에 등장한 150가지 사례를 통해 정신분석의 개요와 방법을 쉽게 서술한 은 유익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이트의 성에 대한 해석 방식 때문에 그와 불화했다. 융이 대표적이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융은 리비도 이론에 대한 프로이트의 집착을 '제발 교회에 나가자고 성화를 부리는 엄마'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래서 융은 프로이트를 떠났다. 허나 꿈에서 길쭉한 무언.. 더보기
사건을 기술하는 여러 가지 방법, <도가니> 가 '웰메이드' 영화라는데는 이의가 없지만, 난 이토록 민감한 소재를 영상으로 옮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고 싶었다. 에서 인권 센터 간사 역을 맡은 정유미. 미술 교사 인호(공유)가 안개 자욱한 무진시의 청각장애학교인 자애학원에 부임한다. 아내와 사별한 뒤 어린 딸을 노모에게 맡긴 채 자애학원에서 일하게 된 그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을 금언처럼 받들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인호의 삶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학생 세 명이 교장, 행정실장, 교사 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인호는 잠시 주저하지만 곧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중반 이후 (사진)는 법정 영화의 모양새를 띤다. 그러나 치열한 법정 공방을 그리기보다는 가난하고, 어리고, 장애까지 가진 삼.. 더보기
나고 자라고 낳고 죽는다는 것. 오즈 야스지로와 <도쿄 이야기> 통상 일본영화 고전 황금기의 3대 거장을 꼽으면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를 드는데, 난 단지 때문에 여기 들지 않는 나루세 미키오가 제일 좋고, 그 다음이 미조구치 겐지, 그 다음은 오즈 야스지로와 구로사와 아키라가 동률이었다. 오즈나 구로사와의 영화가 나쁘다기 보다는, 그저 마음에 온전히 와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이 변하면 감상과 논리가 달라지는지, 연휴 기간 중 짬을 내 다시 본 는 무척 좋았다. 시간을 두고 다시 봤을 때 새롭지 않다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영화 교과서에 나오는 그 유명한 다다미 샷. 세월은 얼마나 힘이 셉니까. 일본을 넘어서 세계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는 1903년 12월 12일 도쿄에서 태어나 자신의 .. 더보기
슈미트, 마키아벨리, 지젝 칼 슈미트에서 시작해 마키아벨리를 경유해 슬라보예 지젝에 이르렀다,기 보다는 이들의 책이 마침 책꽂이에 있어서 차례로 읽어봤다. 마키아벨리는 이 아니라 에 대한 해설서였다. 이들의 글에 대해 평가할 위치는 안되니, 시간과 노력을 들인 독서의 결과물을 남기기 위해 밑줄 그은 몇 문장을 정리해보겠다. 1888년 태어나 1985년 사망한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는 한때 나치스의 어용학자였으나 3년만에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나고 종전후 1년간 수용소 생활을 하고 석방된다. 47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그는 기존 학계나 정계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이따금 글을 발표했다. 샹탈 무페,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등이 슈미트의 사상에 주목하면서 다시금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1922년 출간된 은 그의 대표작이다. -.. 더보기
직업적 예의,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의 산문집 를 읽다. 이 젊은 평론가의 미문과 안목은 일찌감치 감탄스러웠으며, 역시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그로부터 해설을 받기 위해 대기중이라는 소문까지 들은 적 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신형철의 평론, 특히 시에 대한 것은 매우 매혹적이어서, 그 평론을 읽고 당장이라도 원 텍스트를 손에 넣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곤 했다. 그 시인이 내가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또 하나의 장점은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다. 손에 쥐어진 연필이 없을 때, 난 이런저런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이런 문장들은 밤식빵 속의 밤과 같아서, 글 전체의 식감을 높여준다. 어디 가서 인용하거나 특히 트위터에 올리면 여러 차례 리트윗될 문장들. 글쟁이들에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능.. 더보기
영화의 길, 소설의 길, <7년의 밤> 원론적인 질문. '영화같은 소설'이라는 말은 소설에 대한 호평일까. 올해 나온 가장 뜨거운 한국 소설 을 읽고 떠오른 의문이다. 내 손에 든 책만 해도 20쇄다. 15개 영화사들이 경쟁한 끝에 1억원의 계약금과 5%의 러닝 개런티로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휴가를 맞아 읽어보니 그럴만하다. 어떻게든 다음 페이지, 다음 페이지로, 결국 결말로 손가락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고, 취재가 꼼꼼하다. 무엇보다 별다른 각색이 필요할까 의문이 들 정도로 영화화하기 좋은 영상이 그려진다. 어떤 성급한 독자들은 등장인물 최현수와 오영제 역에 이런저런 배우들을 가상 캐스팅해보면서 즐기고 있다고도 하고. 그러나 그게 좋은 걸까. 영화로 쉽게 번역되는 소설은 좋은 소설일까. 이미 '영화의 시대'를 거쳐온 독자들이 영화적.. 더보기
한국에서 술먹고 노는 장면을 제일 잘찍는 감독, <북촌방향>의 홍상수 15년전엔 모더니스트 영화청년 같았는데, 지금은 도사같은 풍모의 홍상수 감독 인터뷰. 이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어느덧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선 느낌이다. 의 카페 소설이 그런 공간. 실제로 문화계 한량들의 놀이터라지. 요즘 내 노트북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깔려 있는 스틸.  한국의 영화감독중 의뭉스럽기로 따지면 홍상수(51)만한 인물이 또 있을까. 술에 취한 채 쉽게 찍힌 듯한 어느 장면이 사실 50번의 테이크 끝에 얻어낸 것임을,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만 사실 그들이 받는 출연료는 거의 없음을, 굵고 뭉툭한 목소리로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 속에 사실 인생에 대한 반짝이는 성찰이 숨어있음을, 아는 사람만 안다. 9월 8일 개봉하는 은 그의 열두번째 .. 더보기
500만원으로 영화찍기-오멸과 키노 망고스틴의 경우 500만원으로 장편영화 한 편을 찍은 사람들이 있다. 나 찍을 돈이면 2000편을 만들 사람들이다. 대학 영화과의 졸업작품을 찍는데도 1000만원쯤 들어가는 세상이다. 누구일까. 어떻게 찍었을까. 왜 찍었을까. 궁금해졌다. 오멸 감독/김정근 기자 제주 출신 오멸(40)은 영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미대를 나와 연극을 하던 그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카메라를 샀는데 제작비가 없어서 다시 카메라를 팔았다. 이번엔 한 영상업체에서 카메라를 빌렸는데 촬영할 사람이 없었다. 업체에서 촬영할 사람까지 물색했는데 막상 촬영날이 되자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하니 “너무 추워서 못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 대해 잘 알았다. 20대에는 하루 다섯 편씩 영화를 봤.. 더보기
간디의 두 얼굴,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한때 '간디 XXX' 이런 유행어가 돈 적이 있는데,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간디가 힘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와 를 해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 시리즈가 '도끼 자루 썩는' 게임이라는걸 알고 있다. 만일 이 나라에 아주 조금만 더 독재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내가 벼락을 맞아 훌륭한 민주투사가 되고, 그래서 내가 가택연금이라도 당한다면, 나는 당연히 시리즈의 최신판을 밀반입해 놀겠다. 간디에 대한 책 리뷰의 서문에 흰소리 했음.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E. M. S. 남부디리파드 | 한스컨텐츠 모든 인간에겐 흠이 있다. 인간적인 약점, 판단 착오 없는 삶은 없다. 그러나 간혹 ‘성인(聖人)’이라는 후광이 덧씌워진 사람에게서 대중은 어떠한 흠결도 보려 하.. 더보기
코코와 이고르,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리뷰 샤넬 옷을 입은 샤넬. 이 배우는 실제 샤넬 모델이라고. 영화 의 초반 20분은 20세기 전반 예술계 최대의 스캔들 혹은 혁명이 벌어진 장소로 관객을 안내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이 초연된 1913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 지휘자는 “멜로디는 잊고 리듬을 타.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스트라우스는 잊어. 전에 들은 음악은 다 지워버려”라고 악단을 독려하지만, 광폭한 불협화음과 기괴한 춤사위에 놀란 ‘점잖은’ 관객들은 공연 시작 3분도 안돼 야유를 보내며 퇴장한다. 기대에 차있던 러시아 출신 망명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그의 아내는 절망한다. 그러나 난장판이 된 객석에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보던 한 여성이 있다.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코코 샤넬. 음악 천재를 알아본 패션 .. 더보기
낙천적인 톰 아저씨, <로맨틱 크라운> 톰 행크스도 늙었다. 벌써 50대 중반이다. 하긴 우린 뭐 아닌가. 해군 시절 취사병 경력을 살려 동네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는 톰 행크스. 톰 행크스(55)는 미국식 낙천주의의 화신입니다. 파산하거나 사람이 죽거나 나라가 망해도 톰 행크스가 있는 한 영화는 해피엔딩입니다. 그가 (1996)에 이어 두번째로 연출한 영화 (원제 래리 크라운)이 18일 개봉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주연도 겸했습니다. 대형 마트의 직원 래리 크라운은 근무시간중 상사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습니다. 성실하고 유쾌한 태도로 ‘이달의 직원’으로만 여덟번 선정된 크라운이었기에, 단지 고졸이라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상태인 그는 세간살이를 내다파는 동시, 학력.. 더보기
뱅크시, 도주의 기술, 예술의 의미,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한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기소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야간에 비밀 작전을 수행하듯이 G20 행사에 쥐와 같이 불길한 존재를 그려넣다가 경찰에 발각됐다”며 “이것은 통상적인 예술행위가 아니라 조직적 범죄행위에 해당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한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뱅크시로부터 창의성, 테크닉과 함께 도주의 기술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문제적 남자, 뱅크시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본명, 이름, 나이 등 어느 것도 밝혀지지 않은 작가다. 대영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등에 자신의 패러디 작품을 몰래 전시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장벽에 평화에 대한 소망을 담은 그래피티를 그렸다. 제도권 미술계, 국가.. 더보기
인생은 짧다-켄 정 인터뷰 외국 배우를 인터뷰해보면, 어쩔 수 없는 '클래스의 차이'를 느낄 때가 있다. 켄 정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의 감초 조연 정도지만, 그의 말은 조리있고 풍부했다. 영어로 이루어지 인터뷰였지만, 한국어 인터뷰보다도 알아듣기 쉬웠다.  시리즈는 ‘미친’ 코미디다. 결혼식을 앞두고 연 ‘총각 파티’에서 인사불성이 된 세 남자들이 정신을 차린 뒤 간밤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미국의 술취한 남자들이 벌일 수 있는 황당한 행동들이 상상을 뛰어 넘어 재현된다. 2009년 1편이 개봉해 제작비의 10배 가까운 3억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2편 역시 인기를 끌었다. 켄 정(한국명 정강조·42)은 로 유명세를 얻은 한국계 배우다. 이 영화에 그는 트렁크 안에 갇혀 있다가 갑.. 더보기
발리우드의 역습, <세 얼간이> 인도영화 는 ‘불다(불법다운로드)계의 ’로 불린다.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도 되기 전이지만, 포털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에 오른 리뷰가 홍보사 집계로 2만건이고, 평점은 9점대다. 실제 는 2009년말 인도 개봉 당시 를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인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임페리얼 공대(ICE). 총장은 “인생은 레이스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짓밟힌다”며 학점, 취업률만 강조한다. 엉뚱한 신입생 란초는 굴욕적인 신고식을 강요하는 선배, 주입식 교육을 하는 교수를 골탕먹인다. 가족의 강요와 기대에 힘겹게 학교생활을 하던 파르한과 라주는 란초의 영향 아래 흥미진진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나 총장의 강압적 교육에 짓눌린 학생들은 지쳐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까지 나온다. 문맹률이 높은 인도에선 영화가.. 더보기
과학보다 큰 것이 있다-존재하는 신 50여년간 무신론을 옹호했던 철학자가 세상을 뜨기 3년전 유신론자가 됐다. 그는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 신을 믿게 됐다”고 밝혔다. 2007년 출간된 에서 영국의 철학자 앤터니 플루는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옮겨간 자신의 지적 궤적을 서술했다. ‘신의 존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사를 관통하고 근래에는 과학자까지 끌어들여 판을 키운 복잡한 주제지만, 플루는 이 책에서 논쟁의 역사를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한다. 원제 역시 간단히 이다. 플루는 우선 감리교 목사의 아들이었으나 무신론으로 끌린 지적 배경을 설명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전능하고 완전하고 선한 신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불완전과 악에 모순된다’는 이유로 동급생들과 논쟁을 벌였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이후에는 논의가 더 섬세해졌.. 더보기
오늘 벌어진 일은 옛날에도 벌어졌다-사라의 열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케케묵은 지난 일을 왜 기억해야 합니까. 1942년 7월 프랑스는 나치에게 점령된 상태였습니다. 나치의 하수인이 된 프랑스 정부는 아돌프 히틀러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프랑스 경찰은 1만명 이상의 유대계 프랑스인을 체포해 벨디브 경륜장에 수용했다가 차례로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습니다. 나치 점령기였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프랑스인의 손으로 직접 저질러진 이 끔찍한 사건은 프랑스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훗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 사건에 프랑스 경찰과 공무원이 개입된 것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11일 개봉하는 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경찰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10살 소녀 사라는 남동생을 벽장에 숨기고 문을 잠근 뒤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벨디브로 .. 더보기
석유란 무엇인가- 두 편의 석유영화 를 본 뒤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화석 연료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대안적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한 오늘날, 대체 하지원은 왜 석유를 찾고, 제작진은 왜 석유 찾는 영화를 만들었나. 박정희 정권 시절 온국민을 들뜨게한 산유국의 꿈? 석유를 파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혹은 원망? 이도 저도 아니면 의 배경은 그저 괴물과 만나면 도망칠 곳 없는 외딴 곳에 사람들을 몰아넣기 위한 장치일 뿐인가. 아직 한국영화에서 처럼 우주를 배경으로 하거나, 처럼 심해를 배경으로 할 기술이나 자본이 없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 의문을 찾기 위한 것은 아니고, 그저 석유 찾는 영화 2편이 생각나 지난 한 주간 밤에 그 영화들을 봤다. 한 편은 내가 (긍정적 측면, 부정.. 더보기
하지원 찬가 이건 뭐 '하지원 찬가' 수준이다. 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대단히 좋아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하지원은 좋은 배우이자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의 하지원. 고생이 많았음. 하지원(33)은 액션 배우입니다. 이렇게 부를 여배우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데 대해 한국 감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합니다. 그가 주연한 가 이번주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망망대해 위 석유시추선에서 벌어지는 대원들과 정체불명 괴수의 싸움을 그립니다.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하지원은 총을 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살아남습니다. 종반부 20여분은 하지원과 괴물 단 둘을 위한 무대와 다름 없습니다. 총제작비만 130억원대가 투입된 3D 블록버스터의 종반부를 홀로 책임질 한국 여배우로는 하지원 이외에는 떠오르는 이가 .. 더보기
연남동에 사는 백현진씨 인터뷰 그는 "음악 하고 그림 그린다고 하면 '레퍼런스가 되는 인물'이 있어서 구리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외국에 나갈 때는 직업란에 'Artist'라고 쓰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또 '예술가'라고 자칭하면 구리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연남동 사는 백현진입니다, 라고 소개하면 지들이 어쩔건데"라는 심산이라고 했다. 그는 홍상수의 12번째 작품 에 잠시 나온다고 하는데, 홍상수는 그의 연기를 보고 연신 "아우 얄미워, 아우 얄미워"라고 했다고 한다. 김창길 기자 백현진(39)을 뭐라고 부를까. 그는 와 이라는 두 편의 영화(본인의 표현으로는 동영상)를 연출했고,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이며, 11월에 열 개인전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고, 가끔 영화에 출연해 연기도 한다. 그는 ‘작가’ ‘감독’ ‘선생’ .. 더보기
<퀵>과 <고지전> 사이-고창석 삼청동 어느 카페에서 만난 고창석/김정근 기자 여름 성수기를 노린 대작 과 이 동시에 개봉한 20일, 얄궃은 운명을 탓한 한 남자가 있었다.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 고창석(40)이다. 고창석은 의도치 않았다고 하지만, 올해 그의 출연작 목록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난해 말 개봉해 올초까지 상영한 에서 시작해 , 를 거쳐 과 을 지나 촬영을 마친 과 촬영중인 와 까지, 잘 나가도 이렇게 잘 나갈까 싶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고창석은 ‘시기’와 ‘운’을 이야기했다. “관객이 제 얼굴을 알아보면서 아직 식상해 하지는 않는 시기 아닐까요. 얼굴이 친근하게 생겼다는 플러스 요인도 있겠고요.” 허나 아무리 때가 좋아도 능력, 특색 없는 배우가 인기 있을 리가 없다. 장.. 더보기
더 깊고 새로운 자유-마당을 나온 암탉 아기 오리 초록이(위쪽)와 엄마 닭 잎싹(아래쪽) 말이 쉽지, 성인과 어린이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키나 한가. 여러 세대의 관객층을 두루 행복하게 하면서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거머쥔 애니메이션은 미국의 픽사,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의 몇 작품 정도다. 28일 개봉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이 그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한다. 잊을만하면 한 편씩 한국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지만 이 임무를 완수한 작품은 없었다. 원작은 2000년 초판이 나와 지금까지 100만부 이상 팔린 황선미 원작의 동명 아동문학이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상업영화 명가 명필름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가 6년간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해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여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