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에서 만난 안재훈 감독/강윤중 기자
11년. 98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기획부터 개봉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림 첫 장을 그린 시기만 따져도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2002년 3월이다. 23일 개봉하는 <소중한 날의 꿈>의 제작기는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처럼 지난했다.
안재훈 감독을 그의 스튜디오인 서울 대학로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최근 만났다. 그는 작업 동료이자 아내인 한혜진 감독과 함께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들었다.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흥행과 비평 양 측면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 전례 없는 일에, 그것도 18억원의 제작비가 드는 장편 애니메이션에 선뜻 투자를 하겠다는 곳은 드물었다. 돈이 생기면 그렸고, 돈이 떨어지면 외주 작업을 했다. 애니메이션판 <가을연가>나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그 사이 그린 외주작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며 호평받았지만 배급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아따맘마>, <명탐정 코난> 등을 수입한 에이원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안 감독은 “일본 애니 수입하는 곳에서 한국 애니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1970년대 말~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다. 달리기에 재능이 있으나 2등을 한 뒤 육상을 포기한 소녀 이랑(목소리 연기 박신혜), 서울에서 온 세련되고 조숙한 전학생 수민(오연서), 엉뚱한 과학실험을 즐기는 철수(송창의) 등이 주요 인물이다.
소중한 날의 꿈
“어릴 때의 나, 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나를 스스로 응원하자는 생각에서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지루해하거나 혼란을 느끼는 이들도 어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기운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중문화계에서 11년이면 모든 것이 변한다. 안 감독은 “제작 기간이 최소 7~8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후에도 소통될만한 이야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1년의 관객들이 작품 속 이랑, 수민, 철수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을까.
“내놓은 고민과 안에 있는 고민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무언지 모를 두려움, 명명되지 않는 걱정 등은 영화를 보는 청소년과 관객 모두 자신의 처지에 대입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 종반부에는 공룡에 대한 환상이 등장한다. 안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송혜진 작가는 해남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본 뒤 아이디어를 얻었다. 안 감독은 “공룡이 지구의 한 시절을 다 덮었지만 남은 것은 서운할 정도로 작은 발자국”이라며 “우리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멈춰서지 않고 걸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이 예상치 못했고 때문에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곳이 있다. 문학소녀 수민이 “33살에 자살할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안 감독의 학창시절 일기장에 있는 대목이자 수민의 감수성과 조숙함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었지만, 2011년의 상처받은 젊은이들이 그렇게도 많이 극단의 선택을 할지는 미처 몰랐다. 그는 이 대목을 다시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안 감독은 “‘그때 철없어서 그랬다’고 말하면 어린 시절의 내가 서운하다. 하지만 33살이 되보니까 할 일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돈이 떨어진 때가 아닌, “우리 직업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스스로 의문이 생길 때”였다. 그래도 결과물은 “우리의 노고와 헌신이 부끄럽지는 않은 선”이라고 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에는 그림 그리느라 짤막해진 연필 수 백 자루를 모아 만든 액자가 있었다. 노력이 결과를 곧바로 산출하지는 않지만,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대중문화계에서 11년이면 모든 것이 변한다. 안 감독은 “제작 기간이 최소 7~8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후에도 소통될만한 이야기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1년의 관객들이 작품 속 이랑, 수민, 철수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을까.
“내놓은 고민과 안에 있는 고민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무언지 모를 두려움, 명명되지 않는 걱정 등은 영화를 보는 청소년과 관객 모두 자신의 처지에 대입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 종반부에는 공룡에 대한 환상이 등장한다. 안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송혜진 작가는 해남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본 뒤 아이디어를 얻었다. 안 감독은 “공룡이 지구의 한 시절을 다 덮었지만 남은 것은 서운할 정도로 작은 발자국”이라며 “우리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멈춰서지 않고 걸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이 예상치 못했고 때문에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곳이 있다. 문학소녀 수민이 “33살에 자살할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안 감독의 학창시절 일기장에 있는 대목이자 수민의 감수성과 조숙함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었지만, 2011년의 상처받은 젊은이들이 그렇게도 많이 극단의 선택을 할지는 미처 몰랐다. 그는 이 대목을 다시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안 감독은 “‘그때 철없어서 그랬다’고 말하면 어린 시절의 내가 서운하다. 하지만 33살이 되보니까 할 일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돈이 떨어진 때가 아닌, “우리 직업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스스로 의문이 생길 때”였다. 그래도 결과물은 “우리의 노고와 헌신이 부끄럽지는 않은 선”이라고 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에는 그림 그리느라 짤막해진 연필 수 백 자루를 모아 만든 액자가 있었다. 노력이 결과를 곧바로 산출하지는 않지만,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소중한 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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