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지옥인가,'아수라'
개봉 첫 주 200만에 못미칠 듯. 손익분기점은 350만 가량. 조각 같은 외모의 정우성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극장문을 나설 수도 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연출 김성수) 상영시간 내내 정우성의 얼굴은 갖가지 방식으로 상해 있다. 눈빛은 때로 미친 것처럼 희번덕거린다. 그가 내뱉은 대사의 절반엔 욕설이 섞여 있다. 정우성뿐 아니다.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주요 배역은 물론, 김원해, 김종수, 김해곤, 윤제문 등 조연까지도, 이 영화엔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없다. 법도 없고 의리도 없고 윤리도 없다. 선한 사람은 없다. 악당과 더 나쁜 악당이 있을 뿐이다. 아니, 애초에 이 영화 속 사람들에게 선악 개념을 적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의 등장인물들은 문화와 양식을 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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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업적을 위한 사적 삶의 희생, '아우구스투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로마와 그에 이어지는 중세 시대에 관심이 많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니지만, 괜찮은 대중서가 있으면 손길이 뻗는다. 존 윌리엄스의 (구픽)란 장편 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동한 것도 그 때문이다. 로마의 첫번째 황제(본인은 '제일 시민'이라고 칭했지만)인 아우구스투스의 삶을 편지, 일기, 보고서 등의 형식으로 엮어낸 소설이다. 아우구스투스, 키케로, 아그리파, 클레오파트라,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등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건 문서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창작이다. 정작 아우구스투스의 목소리는 소설 마지막의 서한문을 통해서야 나온다. 이전까지 아우구스투스의 면모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아우구스투스, 즉 옥타비우스가 애송이였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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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의 압축, '가만한 당신'
최윤필의 을 읽다. 저자는 한국일보 기자고, 덜 알려진, 그러나 중요한 인물들의 부고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국일보에 연재됐다. 연재 당시에는 챙겨보지 못하다가, 책으로 묶인 뒤 접했다. 소수자의 가치를 옹호한 사람들, 좌충우돌하는 모험의 일생을 보낸 사람들, 주류가 강제한 폭력적 제도에 저항한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2012년 4월 대통령자유메달 수상자인 인권법률가 존 마이클 도어였다. 그는 같은 해 수상한 매들린 울브라이트, 밥 딜런, 토니 모리슨, 존 글렌에 비해 '무명'에 가까운 법률가였지만, 앞선 누구보다 용기있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도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 평등, 정의 같은 가치를 지켜낸 공무원이었다. 이를 위해 때론 목숨을 걸었다. 전통적인 남부 공화당 출신인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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