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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할아버지,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아웃레이지>는 올 칸영화제에서 봤다. 최근의 그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초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영화를 잇달아 만들어왔는데, 대중이 좋아할리가 없다. <아웃레이지>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야쿠자 영화다. 때문인지 칸 현지의 반응은 '폭탄'에 가까웠다. 그래도 난 이 영화를 즐겼다. 상업적인 장르 영화로만 본다면 악당끼리 싸우다가 다 죽는 얘기는 원래 재밌지 않은가. <아웃레이지>가 경쟁 부문이 아니라 비경쟁 부문이었다면 현지의 평가도 조금은 더 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이 영화의 홍보사가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제목은 '견딜 수 없이 잔혹한 명장면 베스트3'다. 잔혹한데 어떻게 보면 좀 웃기기도 하다. 이런 장면들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라이벌 조직을 함정에 빠뜨려 본의 아니게 자신들의 조직에 무례를 범하게 한 뒤 사죄의 의미로 손가락을 자르라고 한다. 라이벌 조직원은 제대로된 도구를 달라고 요구하지만, 다케시는 커터칼을 주면서 자르라고 한다. 잘 잘릴리가 없다. 그러자 다케시는 커터칼로 상대의 얼굴을 X자로 그어버린다.


 



기타노 다케시는 치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대 조직 보스를 찾아가 직접 치료해주겠다며 치료기를 뺴앗아 위와 같이 입 속을 휘젓는다. 그렇다. 치과는 그 어떤 병원보다 무섭다. 차마 보진 못했지만 예전에 <덴티스트>라는 공포영화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친 치과의사가 주인공이었다.  <마라톤맨>에서 숨어살던 나치 의사 로렌스 올리비에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내는 더스틴 호프만에게 치과 치료 고문을 가한다. <올드보이>에서도 최민식은 오달수의 이빨을 뽑았다. 치과는 무섭다.  




라이벌 조직을 제거하고 그후로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그럴리가 없다. 기타노 다케시의 조직원들도 이상하지만 잔혹한 방식으로 복수당한다. 이런 방법으로 죽이는 야쿠자가 정말 있을까. 감독이 고안한 것일까. 




마지막으로 충격적인 건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배우 가세 료의 모습이다. 그는 주로 유약하고 고독하고 생각있고 고독한 도시 남자 역으로 많이 나오는데, 빼어난 꽃미남은 아니지만 독특한 느낌을 줘서 인기가 있다. 최근엔 무려 구스 반 산트의 신작에 유령으로 캐스팅돼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아웃레이지>에도 나오는데, 처음 봤을 때 못 알아봤다.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세 료 팬들은 <아웃레이지>를 건너 뛰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