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까?


한다고 했는데, 정말 사랑했는데, 지난번 여자친구가 왜 날 차버렸는지 몰라, 오랫동안 울었고 그보다 오랫동안 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요. 그런 남자분이라면 이번주 개봉작 <500일의 썸머>를 보고 다시 한번 손수건을 꺼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톰 같은 이를 우연하게라도 만난다면, 절로 악수를 건네고 심지어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경향신문 자료사진)


톰은 같은 직장의 썸머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하지만 썸머는 사내 최고의 미녀라 톰에게는 언감생심입니다. 둘은 소수의 열광적 지지자를 거느린 영국 밴드 ‘더 스미스’를 좋아한다는 취향을 공통분모로 조심스레 접근합니다.
톰은 여전히 머뭇거리지만, 썸머는 먼저 과감히 입술을 포갭니다. 그렇게 둘은 연애를 시작합니다. 톰은 곧 ‘영원한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져들지만, 썸머는 ‘친구 이상’을 원치 않습니다. 이렇게 뜨겁게 사귀는데 아직도 ‘친구’라니요. 한국판 영화 포스터에는 의미심장하게도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영화는 톰과 썸머가 맺은 500일간의 인연을 다루지만, 이 중 절반은 실연당한 톰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할애됩니다. 톰은 왜 썸머가 자신을 떠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건 관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작은 단서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연애박사’가 아니고서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썸머가 톰을 떠난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그저 썸머는 톰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 없는 이별이 있다면 이유 없는 사랑도 있습니다. 지난주 개봉한 한국영화 <페어 러브>에선 20대 여대생이 아버지의 친구인 50대 노총각을 사랑합니다. 세속적 기준으로 봐선 이상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각주가 필요하겠습니까.


백치같아 보이는 사람이라도 제 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일은 드뭅니다. 하물며 화성에서 온 남자가 금성에서 온 여자를 온전히 이해하긴 힘듭니다. 난제를 앞에 둔 수학자처럼, 남자들은 제 분에 못이겨 울거나 자해하거나 완력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방법도 소용없습니다.


한계를 인정하면 다음 단계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연애에 있어서는 특히 ‘하면 된다’보다는 ‘되면 한다’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런 뒤 영화 속의 톰처럼 ‘여름’을 견디고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