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바깥에는 ‘삶’이 있습니까.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은 반복됩니다. 그래서 이 지루한 생활의 굴레를 벗어나면 무언가 근사한 삶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1970년대 방콕을 배경으로 한 <사요나라 이츠카>(안녕 언젠가)의 주인공 유타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잘생긴 외모, 좋은 매너를 갖춰 ‘호청년’(好靑年)이라 불리는 유타카는 방콕의 항공사 지점에 발령받아 정숙한 약혼녀를 잠시 떠납니다. 일에서도 승승장구하던 유타카는 최고급인 오리엔탈 호텔의 서머싯 몸 스위트에 장기 투숙 중인 매력적인 여성 도우코의 유혹을 받습니다. 둘은 거리낌없이 몸을 섞습니다.
그러나 회사 동료와 약혼녀가 둘의 관계를 눈치챕니다. 유타카와 도우코는 한때의 열정을 잊고 이별합니다. 그리고 세월은 25년 뒤로 흐릅니다.


한국의 감독(이재한)과 투자사(CJ엔터테인먼트)가 일본의 원작(쓰지 히토나리)과 배우(나카야마 미호·니시지마 히데토시)를 기용해 만든 한국영화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일본 진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개봉한 일본에선 135억원을 벌어들이며 이익을 남겼고, 한국에선 15일 개봉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화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Now or never’가 주제곡처럼 흐릅니다. “안아주세요/ 키스해 주세요/ 오늘밤은 내게/ 내일은 늦어요/ 지금이 아니면 안돼요/ 사랑은 기다리지 않아요.” 방콕의 뜨거운 공기와 도우코의 미모에 홀린 유타카는 내일을 준비하는 대신 오늘을 즐기기로 합니다.


유타카를 기다리는 건 안정된 생활입니다. 유타카를 끌어당기는 건 열정의 삶입니다. 삶 대신 생활을 택한 유타카는 결국 회색 양복을 입은 항공사의 중역으로 늙어갑니다.


유타카는 은혼식을 앞둔 부인, 두 자식, 성공적인 직장 경력 등 현재의 생활 대신 25년 전의 삶을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그런데 오래 전의 그 삶은 정말 그렇게 아름다웠을까요. 사진의 빛이 바래는 것처럼, 안 좋은 기억은 휘발된 것이 아닐까요.


외계인은 있습니까. 있다고 믿으면 지루한 생활에 자극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외계인은 지구에 사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지구인은 지구의 삶에 충실해야 합니다.


생활 바깥에 삶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 아닌 어딘가’에 대단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안된다면 다른 데서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활은 지루합니다. 그러나 그 지루한 생활을 지루하지 않게 바꾸려는 노력이 삶입니다. ‘생활의 바깥’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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