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라 불럭(45)은 자신의 사랑을 이루는 대신, 아들의 성공을 바라는 ‘헬리콥터 맘’이 됐습니다.
15일 개봉하는 <블라인드 사이드>는 불럭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될겁니다. 이 영화로 불럭은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자마자 상을 탔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블라인드 사이드>는 실화에 바탕합니다. 리앤(불럭)은 미국 남부의 상류층 주부입니다. 리앤은 자신의 두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덩치 큰 흑인학생 마이클이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리앤은 그를 자신의 집에 불러들여 숙식을 마련해 줍니다. 급기야 리앤은 마이클의 법적인 보호자가 되고, 그에게 미식축구를 권합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란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감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뜻합니다. 리앤은 경기의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이클에게 쿼터백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보호하라고 설명합니다.
이 영화에서 불럭은 행복한 주부입니다. 남편은 지역의 유력 외식업체 지점을 여러 개 가진 재력가이고, 자신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성공했습니다. 두 아이는 그 흔한 반항 한번 하지 않죠. 불럭은 불행한 흑인 청소년을 성공의 길로 안내함으로써 인생 경력에 정점을 찍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모자란 학업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가정교사를 따로 붙여주고, 교사를 찾아가 성적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무능한 코치를 대신해 미식축구의 규칙을 가르칩니다.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이 연상됩니다.
리앤이 성에 무관심하게 묘사되는 건 흥미롭습니다. 침대에서 남편이 키스를 하며 다가오는 순간에도 그녀는 마이클의 교육을 걱정합니다. 집을 나간 마이클을 찾기 위해 그가 거주하던 슬럼가를 방문한 장면에서도 그렇습니다.
건들거리는 흑인 청년들이 늘씬하고 고급스러운 차림의 백인여성 리앤을 희롱하려들자, 리앤은 “내 가족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사나운 표정으로 받아칩니다. 리앤은 군살 없는 몸매가 드러나는 정장을 입고 다니지만, 육체의 매력을 과시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
이런 불럭의 모습은 그의 예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출세작 <스피드>의 마지막 장면에서 불럭은 자신의 몸 위로 엎어진 키애누 리브스에게 “일단 섹스한 뒤에 생각하자”고 말했습니다. 미래 세계를 그린 <데몰리션 맨>도 비슷합니다. 직접 접촉 없이 정신으로만 교감하는 ‘가상 섹스’가 보편화된 이 사회에서 불럭은 과거에서 온 남자 실베스터 스탤론과 ‘구식 사랑’을 나눈 뒤 그 매력에 빠집니다.
불럭은 숱한 멜로 영화에 나왔지만, 엄마 혹은 주부가 돼 자식이나 남편을 생각하는 삶을 산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영화 속 불럭은 언제나 자신의 일과 사랑을 우선 생각하는 자존심 강한 독신 여성이었습니다 .
불럭의 연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경쟁자였던 메릴 스트리프보다 뛰어난지의 여부에 대해선 일단 잊읍시다. 어차피 연기엔 절대적인 기준이 없을 뿐더러 아카데미는 자주 실수를 합니다. 그러나 불럭의 수상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억제하고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전이시킨 주부에 대한 보상이라면, 전 이 상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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