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는 지난 베를린영화제에서 임수정과 만났고, 그 뒤 안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한다. 이와이는 김태희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이메일에 답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아오이 유우를 계속 쓰는 이유는 아오이 유우가 줄곧 이메일을 보내 자신을 써달라고 하는 통에 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이와이 슌지는 거의 웃지 않고 이 말들을 했는데, 정색한 표정으로 농담을 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뱀파이어>에서 아오이 유우는 유일한 일본인 배우다.
내가 아는한 이와이 슌지는 언제나 서 헤어스타일이었다.
이와이 슌지(岩井俊二·48)는 1990년대 한국의 젊은 영화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름이었다. 제작된 지 4년이 지난 1999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면서 뒤늦게 개봉한 <러브레터>는 전국 140만 관객을 동원한 일본영화 최초의 흥행작이 됐다. 그는 <피크닉>, <4월 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을 내놓으면서 ‘이와이 월드’라 불리는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한동안 뜸했다. 후배 감독들의 영화를 제작하거나 각본을 썼지만, <하나와 앨리스>(2004) 이후로 장편 극영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뱀파이어>(사진)는 이와이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장편 극영화이자 첫 영어 영화다. 부산을 찾은 이와이 감독을 만났다.
<뱀파이어>는 온라인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여성의 피를 뽑아내 자살을 도운 뒤 그 피를 마시는 남자 사이먼에 대한 이야기다. 고교 생물 교사인 사이먼은 치매에 걸린 노모와 단둘이 살아간다. 사이먼은 진짜 살인마를 만나는가 하면, 자살하려던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사이먼은 심지어 자살을 시도한 제자를 돕기 위해 헌혈까지 한다.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서정적이고 아름답고 음침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흡혈은 흡혈인데, 사실 거머리를 떼주고 치료해주는 장면.
“<4월 이야기>에서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끝나고, <러브 레터>의 연인은 애초 죽어있었습니다. 내 영화가 밝고 명랑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난 그런 영화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언제나 ‘섹슈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야기는 어두워도 성적으로 섹시한 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이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했다. 이와이 감독의 영화에는 교복 입은 소녀가 자주 등장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사복을 입다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교복을 입는다. 그런데 그때가 여성이 성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교복과 에로티시즘이 떨어질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뱀파이어>는 피를 마시는 ‘변태’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 자살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변태는 무작정 피를 탐하기보다는 고통 없이 자살하도록 도와주거나, 아니면 본의 아니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상담가 역할을 한다. 이와이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의 사망자가 2만명인데, 1년에 자살하는 사람이 3만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살을 금기시하는 일본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지는 사인을 교통 사고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이먼은 가족조차 도울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사랑과 관심을 보낸다. 그들이 처음부터 사이먼을 만났으면 자살을 결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자신을 포함한 일본 예술가들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제 끝인 것 같아요. 더 이상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 수가 없어요. 부산이 쓰나미로 없어지고, 서울에 방사능이 퍼지면 어떨 것 같은가요. 일본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앞으로 몇 십년간 일본은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일 것입니다.”
그는 공백기 동안 “영어 회화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해외의 친구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5년간 미국에 머물렀고, 이 과정에서 <뱀파이어> 작업도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그가 열중했던 작업은 한국어로도 운영되는 웹사이트 ‘이와이 슌지 영화제’(www.iwaiff.com)의 구축이었다. 영화 학교에서 공부를 한 적도, 기존의 일본 영화인들과 교류도 거의 하지 않는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뱀파이어>에서도 이와이 슌지는 각본, 연출, 제작, 편집, 음악, 촬영을 혼자 했다. 그는 영화를 찍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영화를 찍기 전후의 과정, 즉 자본을 모으고 프로듀싱을 하고 개봉을 하는 과정에 진이 빠진다고 했다. 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웹사이트에서 세계 각국의 팬을 모은 뒤, 이 팬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기작을 중국에서 촬영하려는 것도 웹사이트에 가입한 중국팬이 20만명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인 가입자는 단 3명. 그는 “한국팬이 없으니까 한국하고 접점이 사라지는 것 같다. 많은 가입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언제나 ‘섹슈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야기는 어두워도 성적으로 섹시한 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객이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했다. 이와이 감독의 영화에는 교복 입은 소녀가 자주 등장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사복을 입다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교복을 입는다. 그런데 그때가 여성이 성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교복과 에로티시즘이 떨어질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뱀파이어>는 피를 마시는 ‘변태’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 자살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변태는 무작정 피를 탐하기보다는 고통 없이 자살하도록 도와주거나, 아니면 본의 아니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상담가 역할을 한다. 이와이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의 사망자가 2만명인데, 1년에 자살하는 사람이 3만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살을 금기시하는 일본 사회 분위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지는 사인을 교통 사고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이먼은 가족조차 도울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사랑과 관심을 보낸다. 그들이 처음부터 사이먼을 만났으면 자살을 결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자신을 포함한 일본 예술가들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제 끝인 것 같아요. 더 이상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 수가 없어요. 부산이 쓰나미로 없어지고, 서울에 방사능이 퍼지면 어떨 것 같은가요. 일본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앞으로 몇 십년간 일본은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일 것입니다.”
그는 공백기 동안 “영어 회화 공부를 했다”고 전했다. 해외의 친구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5년간 미국에 머물렀고, 이 과정에서 <뱀파이어> 작업도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그가 열중했던 작업은 한국어로도 운영되는 웹사이트 ‘이와이 슌지 영화제’(www.iwaiff.com)의 구축이었다. 영화 학교에서 공부를 한 적도, 기존의 일본 영화인들과 교류도 거의 하지 않는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뱀파이어>에서도 이와이 슌지는 각본, 연출, 제작, 편집, 음악, 촬영을 혼자 했다. 그는 영화를 찍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영화를 찍기 전후의 과정, 즉 자본을 모으고 프로듀싱을 하고 개봉을 하는 과정에 진이 빠진다고 했다. 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웹사이트에서 세계 각국의 팬을 모은 뒤, 이 팬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기작을 중국에서 촬영하려는 것도 웹사이트에 가입한 중국팬이 20만명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인 가입자는 단 3명. 그는 “한국팬이 없으니까 한국하고 접점이 사라지는 것 같다. 많은 가입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자살을 원하는 여자에게 고통없는 죽음을 선사하는 자살도우미 뱀파이어. 밑의 하얀 테이블처럼 보이는 건 커다란 냉동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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