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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보헤미안 랩소디? '더 더트'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영화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석 달만에 해낼 순 없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넷플릭스에서 본 음악영화 '더 더트'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유사한 궤적을 가진다. 물론 좀 더 과격하긴 하다. 그건 퀸과 머틀리 크루의 음악, 태도적 간극에 기인한 것이기도 할테고. 

프레디 머큐리가 성적, 인종적 소수자이긴 했지만, 퀸의 다른 멤버들은 비교적 '정상가족'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머큐리의 떠들석한 파티를 묘사했지만, 그런 행동이 당대 록커들의 태도에 비해 그다지 튄다고 볼 수도 없다. 영국의 록 신은 이미 섹스 피스톨즈 같은 '개쌍놈'의 음악이 휩쓸고간 뒤였으니까. 하지만 머틀리 크루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록커들의 삶에 견주어봐도 떠들석하고 요란하고 일탈적인 삶을 살았다.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머틀리 크루는 그러한 자신들의 태도를 밴드의 정체성으로 삼기도 했다. 1980년대 미국 헤비 메탈이 섹스, 마약, 폭력에 탐닉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머틀리 크루가 있다. 

'더 더트'는 시작부터 떠들석하다. 오랜 지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과묵한 기타리스트 믹 마스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보컬 빈스 닐, 베이시스트 니키 식스, 드러머 토미 리)는 말할 수 없이 난잡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곳곳에 마약과 섹스가 넘실댄다. 마약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섹스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빈스 닐은 거의 발정난 짐승처럼 묘사된다. 누구의 여자친구든, 약혼자든, 부인이든 아랑곳 않는다(물론 관계가 강제적이라는 흔적은 없다). 니키 식스는 헤어날 수 없는 마약중독자다. 맞고 깨면 또 맞는다. 팔뚝에 주사를 꽂은 채 피를 흘리며 잠들었다가 꺠어나곤 한다. 토미 리는 키만 큰 막되먹은 아이 같다. 니키 식스처럼 조용히 마약하거나, 빈스 닐처럼 문닫고 섹스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 전체를 뒤집어놓으며 난동을 부린다. 

그런데도 '더 더트'가 '보헤미안 랩소디'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고 말한 건, 이들의 떠들석한 소동이 내면의 상처에서 비롯됐으며, 모두가 결국 지독히 외로운 사람들이며, 급격한 성공이 그만큼 급격한 몰락을 가져올 뻔 했으며, 밴드 멤버들이 한때 다투다가도 결국은 가족처럼 재회해 화해한다는 내용 떄문이다. 베이시스트로선 특이하게 팀의 지주 역할을 한 니키 식스가 대표적 사례다. 영화는 아예 니키 식스의 내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의 어린 시절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생부를 보지 못한 채 자랐고, 엄마는 한 주가 멀다하고 다른 남자를 집으로 들였으며, 그렇게 집에 온 남자들은 하나 같이 니키 식스를 학대했다. 니키 식스는 칼로 자해하는 소동 끝에 엄마와 격리되는데 성공한다. (니키 식스라는 이름은 그가 과거와 절연하면서 스스로 새로 지은 이름이다) 성인기의 난동에 대한 그럴듯한 알리바이긴 하지만, 기원을 알 수 없는 괴물이 더 무섭다는 것은 오랜 진실이다. 

PC함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었던 80년대의 이야기고, 그래서 요즘 보기엔 구리지만 또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도 80년대 후반부터 록을 들었지만 머틀리 크루 음악은 많이 접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좀 심각한 가사 때문에 국내 발매가 어려웠던 것 같다. 난 오히려 본 조비, 스키드 로, 건즈 앤 로지즈로 이어서 듣다가, 그보다 조금 앞 세대인 머틀리 크루는 나중에야 알았다. 다만 음악영화, 특히 록밴드를 다룬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나 '더 더트'같은 유형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선 약한 불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