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은 ‘팝의 왕’(King of Pop)이었습니다. 왕권을 넘어 신성을 획득한 그는 현대의 대중문화계에 신정일치의 왕국을 건설했습니다. 이제 왕은 서거했고, 왕국은 무너졌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와 같이 전능한 왕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잭슨은 네번째 월드 투어 ‘디스 이즈 잇’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올해 6월25일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디스 이즈 잇’ 투어는 7월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돌며 50일간 예정돼 있었습니다. 28일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해 2주간 한정 상영되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올 3~6월 진행된 리허설 장면과 콘서트용 영상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입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리허설 무대의 잭슨은 ‘제대로 공연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닐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몸놀림은 전성기에 다를 바 없고, 특유의 가창력도 여전합니다. 잭슨은 연주와 안무, 무대 장치와 배경 영상 등 세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통제력을 발휘합니다. 잭슨의 요구 사항은 구체적이고 표현력이 뛰어납니다. 키보드 주자에겐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듯이”, “달빛에 몸이 젖듯이” 연주해달라고 부탁하고, 때론 입으로 고음의 기타 소리를 흉내내며 “실력을 발휘하라”고 독려합니다. 고압적인 지시가 아닌, 애정어린 요청입니다. 동료이기 이전 ‘잭슨교’의 신도인 스태프들은 양처럼 따르고 여우처럼 일합니다. 누가 이 날렵하고 기민한 사내를 50대라고 믿겠습니까.

이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잭슨의 노래는 ‘스무드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스릴러(Theiller)’, ‘빌리 진(Billie Jean)’ 등 솔로 시절의 히트곡과 잭슨 파이브 시절의 인기곡을 망라합니다. 잭슨의 대단한 팬은 아니었던 저로서도 음악을 들으면서 발과 손을 가만히 두기 힘들었으니, 1980~90년대를 거쳐온 많은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잭슨교 신도였던 셈이지요.

잭슨은 노래와 춤만을 위해 자란 사람이었습니다.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의 채찍을 맞으며 공연했습니다. 곧바로 슈퍼스타가 됐으나, 한 번도 또래의 보통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전하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는 여섯 살 어린이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순수하다는 호응과 단순하다는 비판이 공존할 수 있을 겁니다.

잭슨이 죽지 않았다면 우리는 <디스 이즈 잇> 대신 공연 실황 DVD를 볼 수 있었겠죠. 잭슨은 의상을 채 갖추지 않았고, 본 공연에 대비해 목을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래하지 않습니다. 객석에는 수만명의 팬 대신 일부의 스태프만이 있습니다. 이런 <디스 이즈 잇>은 마치 못다 지은 왕궁의 청사진 혹은 몰락한 왕조의 성터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웅장하고 화려했을, 그러나 끝내 이뤄지지 못한 공연을 머리 속으로 상상할 뿐입니다. 언젠가 위대한 잭슨왕국이 폐허로 버려져도 그 자체로 아름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