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베스트10까지 뽑았는데, 올해는 그렇게 뽑을 이유를 못찾겠다. <씨네21>은 2010년 12월 22일 개봉한 <황해>를 올해 넣었던데(아마 설문 취합과 마감 사정 때문에), 난 <황해>를 지난해 리스트에 이미 넣었다. 아래 베스트5는 무순.
-파수꾼
이런 스토리텔링은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없다. 세부 묘사와 큰 서사와 감정의 울림을 모두 성취한 수작. 윤성현의 다음 영화를 어서 보고 싶다.
-두만강
얼음보다 차가운 엔딩. 지금까지 나온 장률의 최고작. 장률의 스타일은 아직 유효하다.
-고지전
한국전쟁을 다루는 영화가 당분간 <고지전>을 앞설 수 있을까. 난 <마이 웨이>의 전투 장면을 보면서 <고지전>보다 독창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중공군 접근 장면은 압권.
-북촌방향
최근 한국영화에서 만난 가장 미스터리한 공간인 카페 '소설'. 전성기의 장효조는 방망이 거꾸로 들고도 3할을 친다고 했는데, 지금 홍상수는 졸면서 찍어도 베스트 5에 든다. 위의 스틸은 한동안 네 노트북 바탕화면이었다.
-써니
난 <써니>에 과도할 정도의 야심이 담겼다고 느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중은 그 야심을 여유 있게 소화해 주었다. 결말의 '돈지랄'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고 나도 어느 정도 그 비판에 동의하지만, 영화 전반의 찰기와 캐릭터를 다루는 솜씨, 세심한 프로덕션은 영화의 알쏭달쏭하고 미심쩍은 이데올로기를 상쇄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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