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없지는 않지만, 기대만큼 좋지도 않은 '에이리언: 커버넌트'.
여섯 번째 ‘에이리언’ 시리즈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갓 깨어난 인공지능(AI) 데이비드(마이클 패스벤더)와 그의 창조자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의 대화 장면으로 시작한다. 태어나자마자 피아노로 바그너의 곡을 연주하고, 차도 만들 줄 아는 데이비드는 자신의 창조주에게 문득 묻는다. “누가 당신을 창조했습니까?”
42세에 전설적인 SF호러영화 <에이리언>(1979)을 만든 감독 리들리 스콧(80)은 30여년이 흐른 뒤 <에이리언>의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2012)로 돌아왔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 이후의 상황을 그린다. 우주 식민지 개척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머나먼 목적지로 향하던 커버넌트호는 비행 도중 사고를 당한다. 예상보다 일찍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승무원들은 목적지 대신 인간이 살기에 적합해 보이는 근처의 또 다른 행성으로 향한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공포를 경험한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설명을 시도했던 <프로메테우스>와 달리,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초기 시리즈로 돌아간 듯 에이리언과 인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과 살육전을 더 많이 보여준다. 그러나 스콧은 순수한 추격전과 폭력의 쾌감을 전시하는데서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1편 이후 3편의 후속작 <에이리언 2>(제임스 카메론·1986), <에이리언 3>(데이비드 핀처·1992), <에이리언 4>(장 피에르 주네·1997)가 더 제작됐지만, 그 어떤 영화도 내가 1편에서 던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가 인간의 기원에 대해 묻듯, 스콧 역시 자신이 창조한 에이리언 세계의 시발점을 궁금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악당이 기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양들의 침묵>은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의 성장 배경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지만, 철창 뒤의 한니발이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에게 몇 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무서웠다. 1편 제작 당시 <에이리언>을 소개하는 마케팅적 설명은 ‘우주의 죠스’였다. 밀폐된 우주선 안에서 에이리언과 인간은 숨막히는 생존게임을 벌였다. 그때 에이리언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있었을까. 죠스가 왜 사람을 공격하는지, 죠스의 어미는 누구인지, 혹시 죠스가 핵실험에 의해 생긴 돌연변이는 아닌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또 하나의 특징은 AI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인간적 감정까지 표현하는 AI 데이비드, 좀 더 이성적인 AI 월터로 1인 2역을 하는 마이클 패스벤더의 이름이 배우 중 제일 처음 등장한다. 인류 최고 과학기술의 결집인 AI와 인류의 힘을 능가하는 괴생명체인 에이리언이 만나는 셈이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과 미묘하게 다른 AI 패스벤더의 연기는 소름이 끼친다. 에이리언들이 인간의 육체를 갈가리 찢고, 피와 살과 뼈를 분리하는 풍경은 이 시리즈의 시각적 특징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끔찍한 풍경이지만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충분히 즐길 만한 수위를 유지하는 데서는 스콧의 노련함이 느껴진다. 9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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