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미지

서울 사람들이 모르는 서울 <플레이스/서울>



프로파간다는 재미있는 책을 많이 낸다. 




플레이스/서울

피터 W. 페레토 지음, 신병곤 사진, 정은주·조순익 옮김/프로파간다/340쪽/1만5000원



“서울의 건물은 얼굴이 없다. 그 대신 가림막이, 즉 간판이 군림하는 표면이 있다. 상업용, 기관용, 개인용, 혹은 다른 어떤 형태이든 간에 간판은 잡초처럼 퍼져 공격적으로 그 숙주를 식민화하고 결국 본래의 종을 변이시킨다. 사람의 문신처럼 도시의 문신은 건물의 피부를 관통하지만, 그 메시지가 미적이거나 상징적이거나 묘사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다르다. 도시의 문신은 건물의 내부 프로그램을 찍어 보여주는 엑스레이와 같이 기능한다. 바꾸어 말해 소비자를 위한 이 합법적 낙서는 고객들이 맘 속에서 건물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한다.”



토착민의 눈에 자연스러운 것이 이방인의 눈에는 기묘해 보일 때가 있다. 고딕풍의 통유리 교회, 벌집 같은 고층 아파트, 건물 외벽에 조개처럼 다닥다닥 붙은 간판, 유럽의 고성을 흉내낸 예식장은 서울 사람은 몰랐던 서울만의 특성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서울에 5년간 머물면서 인공과 자연, 역사와 몰역사가 불연속적으로 들어찬 도시의 모습을 포착했다. 저자는 “서울은 처음 맞닥뜨리면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운 도시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론 도무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다운 풍경. 간판과 교회들 /프로파간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