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스티븐슨의 '전쟁의 재발견'(교양인)을 읽다. 오랜만에 읽은 흥미진진한 논픽션. 원제는 'The Last Full Measure: How Soldiers Die in Battle'이다. 말 그대로 고대 전투 서사시 '일리아스'부터 현대 베트남전, 이라크전까지 전쟁에서 군인들이 어떻게 죽어나갔는지 그린다. (번역제목을 좀 점잖고 심심하게 달았다.) 이런 설명만 들으면 흔하고 말초적인 미시사 서술 같은데, 막상 읽으면 방대하게 수집돼 적절하게 배치된 자료에 감탄하고, 자료를 관통하는 저자의 안목에 또 감탄한다. 분량이 648쪽이라 들고 다니며 읽기는 좀 버거운데, 그래도 오래 걸리지 않아 완독했다. 

 

청동기부터 무기가 조금씩 발달하면서 죽음의 방식도 달라지는 양상을 서술한다. 1대1의 전투를 선호하던 중세 기사들은 멀리서 쏘아 죽일 수 있는 화살이나 머스킷총을 비겁하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테크놀로지는 윤리의 기준을 뒤바꾸기에, 기사들의 불평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면 돌격'의 이상 역시 조금씩 쇠퇴한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적과 아군, 군과 민간의 구분이 뚜렷했으나,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에 이르러 민간인 소년이 갑자기 전투원으로 돌변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미군은 군인과 구분되지 않는 민간인 여성, 미성년을 전투원처럼 대한다. 미군의 민간인 학살의 원인을 베트남, 이라크 등 피침략 국가의 게릴라전술 때문으로 돌리는 서술은 조금 거북하지만, 이 책이 정치서가 아니라 전쟁사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겠다. 

 

산업화, 대량생산의 시기로 접어든 20세기 전투의 양상이 고전적일리는 없다. 19세기까지 전쟁의 양상이 점진적으로 변화했다면, 20세기는 급진적으로 달라졌다. 무기의 성능이 갑작스럽게 발달하면서, 많은 전투인력이 짧은 기간에 '소모'되는 전면전이 전개된다. 패전하면 말할 것도 없고, 승전해도 엄청난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다. 2차 대전 때는 1600만명이 죽었다. 소련은 승전국이 됐지만, 그건 다른 연합국의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10배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뒤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군인은 사람이 아니라 '총 든 고깃덩어리'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 어떤 영광과 명예의 수식을 붙여도 달라지지 않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