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신작 '아웃사이더'(황금가지)를 읽다. 72세의 킹은 여전히 다산이다. 꽤 두꺼운 장편을 별다른 공백기 없이 매년 펴낸다. '아웃사이더'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됐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올해도 또다른 장편이 예정된 모양이다. 내년엔 '아웃사이더' 중반부에 등장하는 홀리 기브니를 내세운 또다른 소설이 나온다. 예전에 미국의 장르 소설 작가는 이름을 내세운 기업처럼 작동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혹시 스티븐 킹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다. '작가의 말'을 보니 자료를 조사해주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소도시의 리틀 야구단 코치이자 교사가 끔찍한 소년 성폭행 살해범으로 백주에 체포된다. 경찰들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해 야구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는 구장에서 눈에 띄게 망신을 주며 체포한다. 코치가 당일 살해된 소년과 관련이 있음을 증언하는 수많은 목격자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의 성실한 아버지인 코치는 이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 소년이 살해되던 날 코치는 인근 소도시에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한 작가의 강연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함께한 교사들과 지역 방송사 카메라에 잡힌 모습이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한다. 용의자가 같은 시각 두 군데서 목격된 사건. 검찰과 경찰은 당황하면서도 형사 사법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려 한다. 하지만 검사가 의도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게 연출한 피의자 이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형이 코치를 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은 애매하게 묻힐 뻔하지만, 킹은 소설 중간쯤 이야기의 급커브를 튼다.
여느 추리 작가였다면 한 사람이 두 장소에 있는 트릭을 만들고 깨기 위해 온갖 언어적, 물리적 장치를 설치해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45년의 작가 경력 동안 독자를 소름끼치게 하는 이야기를 써나가며 즐거워했던 킹은 자신의 장기로 이 트릭을 훌쩍 뛰어넘는다. 자연적 이야기에 초자연적 설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아마 기존의 추리 작가였다면 '반칙'이라고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밀실 살인 사건을 그린 추리 소설에서 유령이 벽을 뚫고 들어와 살인을 저질렀다고 결말을 내버린다면, 그건 반칙 아닌가. 킹은 개의치 않는다. '스티븐 킹의 첫 탐정 추리소설'이라고 했던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도 은근 슬쩍 킹의 호러 장기가 드러난 적이 있지만, '아웃사이더'처럼 노골적으로 초자연적 존재를 도입한 적은 없다.
'아웃사이더' 중반부에 나타나는 홀리 기브니는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시작하는 빌 호지스 3부작의 조연 캐릭터였다. 호지스 3부작의 끝에 호지스가 죽었기에 기브니도 그대로 사라질 뻔 했지만, 킹은 신경 과민, 대인 기피 탐정이라 할 수 있는 기브니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에 다시 기브니를 연결고리로 추리 소설을 썼다. 물론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추리 70에 호러 30이라면, '아웃사이더'는 그 반대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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