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엔 문화부 언저리에 있으면 예쁜 달력들이 참 많았다. 아무래도 미술관, 갤러리 등 아름다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들이 많다보니, 이들이 만드는 달력들도 멋있던 것 같다.
2014년 말을 문화부에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회사로 들어오는 달력의 양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들 형편이 어려워 달력을 찍지 않는 것일수도 있고, 이제 사람들이 벽걸이 달력을 필요로하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다. 짐작으로는 겸사겸사인 것 같다.
그래도 주변에 있는 몇 가지 달력을 챙겨 펼쳐 보았다. 굳이 달력이 필요 없어도, 이 정도면 걸어도 될 것 같다.
그 유명한 리움의 달력이다. 풍속화를 주제로 삼았다. 인쇄의 질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 해외에서 인쇄해 들여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문제작이다. 디자인회사 '육공일비상'에서 낸 '십이지뿔날라: 12동물들의 노여움을 조심해' 달력이다. 12간지 동물들이 인간 세상을 꾸짖는 내용을 담았다. 1월의 쥐는 "쥐뿔~쥐구멍에도 볕들 날 오긴 온다니?"라고, 7월의 말은 "다그닥~ 다그닥~ 발 없는 말 막가네! 고삐 풀린 말~ 워워"라고 일갈한다. 한 달 동안 이 달력 보면서 금수로부터 혼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육공일비상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박금준씨가 디자인했다. 601부 한정해 찍었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달력이다. 정갈하면서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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