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가 <스포트라이트>에 작품상을 준 것은 조금 심심하면서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연출 토마스 맥카시/출연 마크 러팔로·레이첼 맥아담스·마이클 키튼 /15세 관람가/128분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에 새 편집국장이 부임한다. 국장은 신문 내의 탐사보도 전문 ‘스포트라이트’팀에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 취재를 지시한다. 가톨릭은 지역 사회에서 신망이 높아 누구도 건드리기 쉽지 않은 집단이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팀은 온갖 비협조와 방해를 무릅쓰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2002년 보스턴 글로브가 폭로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영화다. 사실 이 사건은 ‘뉴스’가 아니었다. 성추행 사건은 수십 년전부터 있었지만 교단은 그때마다 문제를 덮기에 바빴고, 언론 역시 몇 줄의 애매한 기사로 소임을 다한 척 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파헤치길 바랐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다. 기자들의 심경은 단순했다. ‘나쁜 놈’의 ‘나쁜 짓’을 폭로하기. 그것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질타, 친구나 가족의 걱정, 가톨릭계 독자 이탈을 겁내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의 미덕은 언론의 순기능을 과장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제작진은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앞으로 달려가는 기자를 화려한 직업으로 그려내지도, 사건을 극적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처럼 언론의 숭고한 사명을 낯간지럽게 찬양하지도 않는다. <스포트라이트> 속 기자들은 그저 본분에 충실할 뿐이다. 영화 속 기자들은 대부분 면 바지에 다리지 않는 셔츠를 입고, 집에서도 취재원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 결과 가정에는 소홀하다. 때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타 언론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취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포트라이트>의 기자들은 공명심과 승부욕과 정의감을 적당 비율로 품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 100%의 정의감으로 뭉친 기자는 찾기 어렵고, 있다 해도 위험하다. 사장, 국장, 팀장, 기자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모습은 언론사 아닌 그 어떤 조직에서도 꿈꿔볼만하다.
영화는 스포트라이트팀의 폭로 이후 밝혀진 가톨릭 사제 성추행 사건의 목록을 한참 보여주면서 끝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와 함께 ‘제4부’로 꼽히는 언론의 역할을 <스포트라이트>는 치밀하면서도 이상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24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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