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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성가족의 전말, <밍크코트>

참 힘들게 사는 모녀.  
 
노모는 8개월째 의식을 잃은 채 입원중이다. 의사는 생존 확률이 1%도 안된다고 진단한다. 독실한 개신교도인 큰누나와 막내 남동생은 어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단’에 빠진 둘째 현순은 어머니의 산소호흡기를 지키내려 한다. 현순은 심지어 누나와 동생에게 폭언을 내뱉기도 한다. 큰누나와 남동생은 현순의 딸 수진을 불러 현순을 따돌린 뒤, 그 사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 한다.

<밍크코트>는 ‘존엄사’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를 그리는 영화다. 아울러 주류 개신교도의 위선을 그리는 반종교적인 영화다. 그러나 간절한 기원의 끝자락에 피어오른 기적을 그린 종교영화다. 마지막으로 서로 상처주고 질투하고 저주하면서도 끝내 인연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가족을 그린 영화다.

영화 초반엔 큰누나와 남동생의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삶을 이어가느니, 인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편이 나아 보이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순에게는 마음을 주기 힘들다. 같은 종교인이 봐도, 세속인이 봐도 그는 이단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방언)로 기도를 해 주변 환자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아버지’의 ‘말씀’을 받았다면서 가족들에게 저주를 내리기도 한다. 고집불통으로 보이는 외모에 넘치는 식탐도 이같은 ‘비호감’을 거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큰누나, 남동생이 내세우는 ‘합리성’의 이면이 드러난다. 그들의 합리성이란 곧 돈이다. 이들은 사업자금이나 아이들 학원비에 들어가야할 돈을 말 한 마디 못하는 노모의 목숨을 잇는 대가로 장시간 지불하고 있다는데 불합리성을 느낀다. 세속적 이성을 가진 관객은 현순의 신앙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현순이 돈보다 목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밍크코트>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오밀조밀하고 속도감 있다. 노모의 병상, 현순의 집, 산중의 기도원 정도가 배경의 전부지만 지루하지 않다. 특히 배우들의 호연은 극을 더욱 긴장감있게 한다. <지구를 지켜라>, <하녀> 등에서 인상적인 조연 연기를 펼친 황정민(<부당거래>의 배우와 동명이인)이 현순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그는 <밍크코트>의 연기로 지난해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준 ‘올해의 독립영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결말부가 다소 작위적이긴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적으로 해치지는 않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공동연출작. 12일 개봉


그럭저럭 괜찮게 사는 가족. 즉 조금씩 나쁜 짓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