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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타니고진

학술서적 북디자이너는 수도사와 같다. 콜롬비아대학출판사 북디자이너 이창재씨 이창재씨는 미국에서 e메일을 보내 자신의 전시회 소식을 미리 알려왔다. 아마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보도자료는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사실 재미교포에 대한 선입견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이창재씨는 재미교포 하면 떠오르곤 하는 과장된 쿨함, 느끼함이 없었다. 중학교 때 이민 갔다고 하는데 한국어 어휘, 발음이 모두 정확했다. 물론 북디자인도 한국의 많은 학술서들과는 달리 아름다웠다. 1996년 미국 뉴욕의 예술대학인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한 이창재씨(49)는 두 군데 직장에서 면접을 봤다. 모두가 웹 디자인에 눈을 돌리고 있어 프린트 디자인을 지향하는 이는 많지 않은 시절이었다. 콩데나스트는 한때 100종 이상의 잡지를 발행한 거대 출판 기업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에 들어가니.. 더보기
김우창, 가라타니 고진의 '동아시아 문명의 보편성' 대담 전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75)와 철학자 가라타니 고진(71)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의 거인이다. 30여년전 미국에서 처음 만나 오랜 친분을 맺어온 두 사상가가 ‘2013 도쿄국제도서전’이 열리는 도쿄 빅사이트에서 3일 다시 만났다. 가라타니는 이날 대담을 앞두고 김우창 교수에게 미리 서한을 보냈다. 한국은 통일신라, 일본은 헤이안 시대를 거치면서 각자 중국화를 진행했지만 그 양상은 달랐다. 한국이 ‘민심은 천명’이라는 맹자의 왕도사상을 받아들인 반면 일본에서는 민심을 챙긴다든가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관습이 없었다. 이런 전통은 한국에서 시위가 자주 일어나지만, 일본에서는 시위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현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가라타니의 논의였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답으로 대담을 시작했다. 가.. 더보기
문학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의 을 읽다. 일본의 사상가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이라고 하는데,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서로 보인다. 책의 제목은 파울 첼란의 에 실린 한 시구를 인용했다고 사사키 스스로가 밝히고 있다. 부제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인데, 인류 역사의 혁명은 폭력이 아니라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고쳐 쓰는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사사키는 "우리는 혁명으로부터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서구의 여섯 가지 혁명을 언급하는데, 이는 중세 해석자 혁명, 대혁명, 영국혁명, 프랑스혁명, 미국혁명, 러시아혁명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논하는 것은 통상 '혁명'이라고 언급되지 않는 중세 해석자 혁명과 대혁명이다. 먼저 대혁명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루터의 '개혁'은 "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