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진으로 먼저 올린 제주도 여행기. 사라오름을 중점으로 썼다. 처음엔 '사라오름 등정기'라고 제목을 붙여 올렸다가 민망해서 얼른 '사라오름 다녀오다'로 바꾸어 올렸다.
날씨가 조울증이었다. 서귀포의 숙소를 나설 때는 화창하더니 성판악 휴게소 근방에 도달하자 먹구름이 끼었다. 게다가 몹시 추웠다. 결국 사라오름으로 가는 길은 겨울등반이 됐다. 뒷동산을 닮은 포근한 오름을 생각했다가 큰코다칠 뻔했다.
사라오름으로 가는 길은 지난달 1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제주도에는 360여개의 오름이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곳이 많다. 오름은 사토(沙土)라 밟으면 유실되기 쉽기 때문이다. 외지인들은 올레길을 많이 찾지만, 제주도민들은 오름을 오른다. 각 학교와 직장에 오름 동호회가 생겨나 경쟁적으로 오름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있는 40개 오름 중 정상을 개방하는 건 사라오름이 처음이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물었더니 등산로를 따라 5.8㎞를 걸으면 사라오름으로 가는 분기점이 나온다고 했다. 분기점에서 3.8㎞만 더 가면 백록담이었다.
겨울의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전 10시30분, 정상까지 가기는 이미 늦은 시각이다. 겨울철엔 정상에서 2.3㎞ 떨어진 진달래밭 대피소에 정오까지 도착해야 백록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2시간을 걸었다. 등산객들의 복장은 혼란스러웠다. 작심하고 백록담까지의 겨울산행을 준비한 이도 있고, 단체로 연수라도 온 듯 목에 이름표를 차고 정장 구두를 신은 이도 있었다.
겨울산에 오른 사람들의 말도 어지러웠다. 누군가는 “네가 그렇게 산을 오르면서 할렐루야 한 번 외쳐본 일 있느냐”고 동행에게 물었다. 누군가는 하산하면서 염불을 큰 소리로 외웠다. 누군가는 “세상은 그대로다. 바뀐 건 네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더 못 올라가겠다고 울고불고했고, 동행은 그런 그를 끌고 가다시피 안내했다. 산에 가면 사람들은 과장되리만큼 솔직해지는 것 같았다.
분기점에 도착했다. 눈이 내렸다가 녹았는지 바닥이 질척였다. 산정화구호엔 물이 찼을까. 10분을 올랐더니 어느덧 사라오름이었다. 물은 없었다. 지름 100m 산정호 밑바닥의 검붉은 화산탄층이 그대로 드러났다.
물이 가득찬 호수 대신 등반객들을 맞은 건 눈꽃이었다. 멀리서 보면 만개한 벚꽃이었다. 이토록 하얗게 반짝이는 눈꽃은 뭍에서 만난 적이 없다. 만지면 부서질까봐 차마 건드릴 수 없었다. 산정호수 옆으로 설치된 목책을 따라 사라오름 정상의 전망대까지 걸었다. 화창했다. 물장오름, 성널오름 등 이웃한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귀포시 동쪽 일대와 한라산 동능 정상까지 볼 수 있었다. 등반객들은 미리 준비한 김밥 등을 먹으며 사라오름 정상의 눈꽃과 경관을 즐겼다.
하산길은 한결 여유 있었다. 그 추운 날씨에 산악마라톤이라도 하는 듯 뛰어내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산에 오를 때는 숨이 차 차마 보지 못한 삼나무군락의 운치도 즐길 수 있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파는 3000원짜리 잔치국수는 간이 잘 맞고 뜨끈뜨끈했다. 오후 2시인데 이미 해장국은 다 팔렸다고 했다. 아주머니들은 1회용 커피잔에 커피 분말을 넣어 산처럼 쌓고 있었다.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아침부터 수천잔이 팔려나간다고 했다. 금요일 오전에도 주차장은 이미 넘쳤다. ‘한라산 정상’이 주는 어감을 탐내지 않는다면 ‘사라오름’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즐겁다.
사라오름으로 가는 길은 지난달 1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제주도에는 360여개의 오름이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곳이 많다. 오름은 사토(沙土)라 밟으면 유실되기 쉽기 때문이다. 외지인들은 올레길을 많이 찾지만, 제주도민들은 오름을 오른다. 각 학교와 직장에 오름 동호회가 생겨나 경쟁적으로 오름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에 있는 40개 오름 중 정상을 개방하는 건 사라오름이 처음이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물었더니 등산로를 따라 5.8㎞를 걸으면 사라오름으로 가는 분기점이 나온다고 했다. 분기점에서 3.8㎞만 더 가면 백록담이었다.
겨울의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전 10시30분, 정상까지 가기는 이미 늦은 시각이다. 겨울철엔 정상에서 2.3㎞ 떨어진 진달래밭 대피소에 정오까지 도착해야 백록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2시간을 걸었다. 등산객들의 복장은 혼란스러웠다. 작심하고 백록담까지의 겨울산행을 준비한 이도 있고, 단체로 연수라도 온 듯 목에 이름표를 차고 정장 구두를 신은 이도 있었다.
겨울산에 오른 사람들의 말도 어지러웠다. 누군가는 “네가 그렇게 산을 오르면서 할렐루야 한 번 외쳐본 일 있느냐”고 동행에게 물었다. 누군가는 하산하면서 염불을 큰 소리로 외웠다. 누군가는 “세상은 그대로다. 바뀐 건 네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더 못 올라가겠다고 울고불고했고, 동행은 그런 그를 끌고 가다시피 안내했다. 산에 가면 사람들은 과장되리만큼 솔직해지는 것 같았다.
분기점에 도착했다. 눈이 내렸다가 녹았는지 바닥이 질척였다. 산정화구호엔 물이 찼을까. 10분을 올랐더니 어느덧 사라오름이었다. 물은 없었다. 지름 100m 산정호 밑바닥의 검붉은 화산탄층이 그대로 드러났다.
물이 가득찬 호수 대신 등반객들을 맞은 건 눈꽃이었다. 멀리서 보면 만개한 벚꽃이었다. 이토록 하얗게 반짝이는 눈꽃은 뭍에서 만난 적이 없다. 만지면 부서질까봐 차마 건드릴 수 없었다. 산정호수 옆으로 설치된 목책을 따라 사라오름 정상의 전망대까지 걸었다. 화창했다. 물장오름, 성널오름 등 이웃한 오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귀포시 동쪽 일대와 한라산 동능 정상까지 볼 수 있었다. 등반객들은 미리 준비한 김밥 등을 먹으며 사라오름 정상의 눈꽃과 경관을 즐겼다.
하산길은 한결 여유 있었다. 그 추운 날씨에 산악마라톤이라도 하는 듯 뛰어내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산에 오를 때는 숨이 차 차마 보지 못한 삼나무군락의 운치도 즐길 수 있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파는 3000원짜리 잔치국수는 간이 잘 맞고 뜨끈뜨끈했다. 오후 2시인데 이미 해장국은 다 팔렸다고 했다. 아주머니들은 1회용 커피잔에 커피 분말을 넣어 산처럼 쌓고 있었다.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아침부터 수천잔이 팔려나간다고 했다. 금요일 오전에도 주차장은 이미 넘쳤다. ‘한라산 정상’이 주는 어감을 탐내지 않는다면 ‘사라오름’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