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두 가지 방향, '눈'과 '흰' 지난해 김민정 시인은 인터뷰하는 자리에 넓직한 교정지를 들고 왔다. 무슨 책이냐 물어보니 곧 나올 막상스 페르민의 '눈'(난다)이라고 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시적인 책이라고 자랑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작가 한강에게 이 책을 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페르민은 처음 듣는 작가라 이름만 기억했다. 인터뷰 다음 달 '눈'이 출간됐으나, 곧바로 집어들만큼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여름 막바지가 돼서야 챙겨두었던 '눈'을 펼쳤다. 1999년 출간된 책이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24쪽에 불과하고, 게다가 행간이나 여백이 넓어 텍스트는 더욱 적다. 마음 먹으면 1시간 이내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책을 '마음 먹고' 읽을 이유는 없다. 책에 여백이 많다는 건 그만큼 독서에도 여백..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6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