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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청소년물, '아메리칸 반달리즘'



***스포일러 있음

넷플릭스에서 '아메리칸 반달리즘'(American Vandal) 시즌 1, 2를 봤다. 시즌 1은 고등학교 교직원 주차장에 있던 차량들에 누군가가 붉은 페인트로 남성 성기 낙서를 해놓은 사건을, 시즌 2는 고등학교 급식 레모네이드에 설사제를 넣거나 피냐타 안에 똥을 넣거나 하는 식의 '똥 테러'를 그린다. 두 명의 고등학생 프로듀서들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해나가는 페이크 다큐 형식이다. 두 사건 모두 유력한 용의자가 드러났고, 해당 학생은 퇴학당한 상태다. 일단 부딪히는 저널리즘 정신을 가진 두 프로듀서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꼼꼼히 살핀 끝에, 진범으로 몰린 이가 진범이 아님을 밝혀 나간다. 

범죄는 범죄인데 중범죄는 아니다. 게다가 고등학생이 피의자로 연루된 사건이다. 범행도 심각하다기보단 조금 웃긴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침 떼고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마치 '외로운 늑대'가 끔찍한 테러라도 벌인 듯한 시선으로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별 거 아닌 걸 별 거 처럼 다루니, 웃음기는 거의 없다. 가끔 분량을 채우려는 듯한 억측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각 편 30분 분량, 총 8편의 시리즈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게다가 제작진은 분명하고 효과적인 메시지를 심어두었다. 각 시즌의 마지막 회를 보고나면 무척이나 씁쓸해지는 이유다. 첫 시즌에서 범인으로 지목받은 소년은 무죄가 입증된 뒤에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다큐 제작 과정에서 인터뷰한 동급생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졌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결국 평소 자신을 미워하던 스페인어 선생의 집에 실제로 페인트 테러를 하고 만다. 무죄가 밝혀진 뒤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세상이 자신에게 가진 편견을 확인한 순간, 그는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주한다. 그 편견을 확신시켜주는 행동을 함으로써, 편견의 구심력에 끌려들어간다. 

시즌2는 인터넷 세상의 가면에 대해 다룬다. 자주 언급되는 주제긴 하지만, 7편의 에피소드를 거치다가 마지막 회에 갑자기 주제를 제시한다. 소셜미디어의 시대, 모두가 모두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는 친구인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의 내밀한 고민을 나눌 친구는 없는 사람들. 또 그러한 약점을 노리는 사람들. 은밀한 따돌림, 따돌림을 이겨내기 위해 벌이는 자기방어적 기괴함, 관료적인 학교, 시즌 1에서도 언급된 주제인 편견. 그런 점에서 극으로서의 구성은 시즌 1이 나았을지 모르지만, 주제적인 확장성 측면에선 시즌 2가 나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긴 하지만, 청소년이 보고 생각해보면 좋을 주제다. 시즌 3가 나올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