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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세계가족'의 탄생. <장거리 사랑> 장거리 사랑울리히 벡·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지음, 이재원·홍찬숙 옮김/새물결/359쪽/1만8000원 둘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출산해 가정을 꾸려나간다. 이것이 현대 서구 사회의 전형적 핵가족의 발달 단계다. 전통적 가치관이 강한 아시아, 남미 지역이라면 ‘둘’의 결정에 부모, 친척 등 가족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부모의 반대에 결혼을 망설이는 연인은 아직도 한국 드라마의 흔한 소재다. 그것 뿐일까. 조금만 더 생각하면 그럴리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지역 사회, 국가, 민족을 넘어 전지구적으로 엮여 있다. 내 통장의 잔액은 중동 지역의 정세에 연동되고, 내 점심 식사의 메뉴는 남미를 흔든 기상 이변에 영향 받는다. 경제, 정치, 문화가 세계와 함께 움직이는데, 가정이라고 다.. 더보기
평생 독신남의 연애 소설, 헨리 제임스와 <데이지 밀러>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몇 편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다지 재미없었다는 인상만 남았다. 이든, 이든 마찬가지였다. 은 '유령 나오는 이야기'였다는 기억은 나는데, 은 심지어 읽었음에도 어떤 내용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임스는 '영문과 학생들이 보면 되는 작가'로 인식하고 있었던 터. 보르헤스가 선별한 제임스의 단편집 를 읽고선 마음이 바뀌었다. 제임스는 절정의 리얼리스트이자 이른 모더니스트로 평가받지만, 보르헤스는 제임스의 이야기 중에서도 환상 소설의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을 골라냈다. 더욱 내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제임스가 자신의 소설을 결말 직전까지 리얼한 방식으로 끌고 가다가, 뜬금없이 환상적인 요소를 삽입해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뒤통수를 맞으면 독자는 황당해하면서 화를 내거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