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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

아무튼 난 세상 이런 저런 현상의 근원에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흥미롭지만, 사실의 분석이 아닌 상상력의 자극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진 리들로프는 192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올해 3월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소살리토의 선상가옥에서 세상을 떴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25세 때 유럽 여행에 나섰다가 완전히 다른 인생길로 접어들었다. 남미 밀림으로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간다는 두 남자를 만난 뒤 즉석에서 그들을 따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베네수엘라 카우라 강 상류에서 석기시대를 유지하며 사는 예콰나족은 리들로프의 삶과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975년 처음 출간된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원제 The Continuum concept)는 예콰나족의 육아법을 통해 본 현대인의 잘못된 육아법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기술한 책이다. 이후 이 책은 ‘서구 합리주의에 기초한 육아법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며 꾸준히 읽히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는 “16년 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오래된 미래>를 통해서 제기한 문제를 육아의 차원에서 먼저 제기한 책”이라고 소개한다.

책의 원제이기도 한 ‘연속성 개념’을 먼저 살펴보자. 이는 ‘종을 그 종으로 지속시키는 성질’이다. 진화의 산물인 인간은 환경 변화에 맞게 스스로를 바꿔왔으므로, 현재 인간을 이루는 성질은 ‘필연’이며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쓸모없이 강해진 이성은 “무엇이 우리에게 좋은지를 잘 아는 우리의 타고난 감각”을 크게 훼손했다. 예를 들어 아기를 어떻게 기를지 결정하는 것은 이성의 영역이 아님에도, 엄마들은 낯모르지만 권위있는 남성이 쓴 육아책을 보면서 잘못된 육아법을 익힌다.

예콰나족 엄마는 아기가 태어나서 기어다니기 전까지 하루 종일 안고 다닌다. 아기에게 특별한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고, 그 상태로 음식을 만들고 청소하고 수다를 떤다. 아기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젖을 빤다. 기어다니기 시작한 아기는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엄마는 “안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예콰나족 아기들은 그렇게 ‘자유방임’되지만, 다치거나 사고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리들로프는 전한다. 이는 어려서부터 품에서 떨어져 재우며, 정해진 시간에 젖을 먹는 습관을 들이고, 가지 말아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두는 서양 엄마들의 육아법과 크게 다르다.

그래서 서양 엄마와 아기들이 더 행복한가. 서양 엄마들은 하루 종일 아기에게 신경을 쓰느라 걱정과 짜증이 극에 달한다. ‘(엄마)품의 박탈’을 경험한 아기들은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리고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기에 오히려 독립심이 부족해진다.

‘인간 본성을 존중하는 육아법’을 이야기하던 리들로프는 책 종반부에 접어들면서 잘못된 육아법에서 서구 사회의 온갖 병리 현상이 유발됐다고까지 말한다. 엄마 품을 빼앗긴 경험에 사로잡힌 성인들은 새 옷, 새 자동차, 승진 등을 끝없이 갈망한다. 병적인 자아도취에 빠지는 배우, 여러 개의 학위를 수집하는 학자, 끝없이 모험을 떠나는 모험가에게서도 엄마품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찾는다.

리들로프는 ‘품의 박탈’ 경험은 아동기와 성인기에 들어와서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특별한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좁은 곳에 갇혀 있느라 기어다니려는 욕구를 실현하지 못한 어떤 성인들은 언어 능력을 완전히 개발하지 못했는데, 몇 개월에 걸쳐 하루 한 시간씩 아기처럼 기어다니게 했더니 말더듬을 치유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우리의 진정한 욕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지성’을 가진 어떤 독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강미경 옮김.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