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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폴 워커,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사실적인 장면을 찾아보자. 


1. 군용 수송기에 실려있던 묵직한 차들이 슬금슬금 후진을 하더니 공중으로 떨어진다. 공수부대가 몸을 가누듯 차도 차체를 움직인다. 그리고 정말 공수부대처럼 지상에 가까이오자 낙하산이 펴진다. 차들은 놀라울 정도의 정확성으로 도로 위에 착륙하자마자 질주를 시작한다. 잘못해서 나무 위나 강 같은 곳에 떨어지는 차는 없다. 


2. 아부다비의 나란히 있는 세 개의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 자동차가 냅다 유리창을 뚫고 공중으로 날아간다. 그대로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옆 건물의 창을 깨고 그리로 착륙한다. 기둥 같은 곳에 부딪혔으면 추락했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차는 다시 한번 창문을 깨고 옆 건물로 날아간다. 이쯤되면 이 영화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처럼, 자동차를 의인화한 실사 영화라고 봐도 될 것 같다. 





3. 도미닉(빈 디젤)의 자동차가 적들에게 포위됐다. 도미닉은 빙글빙글 차를 돌려 흙먼지를 내더니 절벽으로 떨어진다. 아, 물론 동승한 여성에게는 헬멧을 쓰라고 미리 권했지만, 터프 가이 도미닉은 헬멧 같은 건 쓰지 않는다. 절벽에서 떨어진 차체는 종이처럼 구겨졌는데 도미닉은 별다른 상처도 없이 차를 빠져나온다. 


4. 영화 종반부. 적에게 기습당해 죽다 살아난 수사관 홉스는 병실의 텔레비전 뉴스에서 도미닉과 그의 일당이 곤경에 처해있다는 속보를 본다. 홉스는 딸에게 "아빠 일하고 와야겠다"며 몸을 일으킨다. 왼쪽 팔에는 꽤나 두껍게 깁스가 돼있었다. 홉스가 팔근육에 힘을 주니 깁스 조각들은 부서진다. 


5. 어딜 가나 비키니 입은 미녀들이 있다. 이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자동차 주위를 서성댄다. 심지어 꽤나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중동에서조차 늘씬한 여인들이 비키니만 입고 활보한다. 



도미닉과 데카드의 치킨 게임. 둘 다 두발 상태가 무척 깔끔하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현실에서 이런 일을 하면 정말 치킨. 


시리즈가 일곱 편째에 이르자 제작진은 규모를 점점 크게 하는 방식으로 시리즈의 조로에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뒷골목의 무규칙 경주와 기발한 리페어샵을 흥미롭게 담아내는데 만족하던 영화는 도쿄, 아부다비,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시선을 자꾸 옮긴다. 물론 당연한 선택이긴 하겠지만, 이런 방식의 정점은 드웨인 존슨이 처음 출연했던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였던 것 같다. 브라질의 한 도시를 거의 때려부수는 이 영화는 꽤 신이 났다. 


자동차 영화로 유명해진 배우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마지막 10분은 죽은 폴 워커를 향한 헌사다. 워커가 연기한 전직 경찰 브라이언은 바닷가에서 어린 아들,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실제의 폴 워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다 건너의 영화팬들에게 영화 속의 멋진 남자를 그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하게 하는 일은 좋은 배려다. 도미닉은 그렇게 꿈같은 모습을 뒤로한 채 자리를 뜬다. 브라이언은 뒤늦게 도미닉을 쫓아와 "인사도 없이 그렇게 가느냐"며 웃는다. 둘은 한참을 나란히 달리다가 갈림길에서 각자의 길로 간다. 자동차 영화다운 트리뷰트다. 



안녕, 폴 워커((1973~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