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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파는 무대, 뮤지컬 <원스>



뮤지컬 <원스> 리뷰.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무대 위에선 흥겨운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관객들은 무대에 올라 뮤지션들을 둘러싸고 박수 치며 흥을 돋웠다. 공연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은 하나 둘씩 자리로 돌아갔고, 기타, 바이얼린,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악사들은 어느새 배우가 됐다. 공연 시작 전과 후는 객석의 불이 조금 어두워졌다는 점만 달랐다. 


뮤지컬 <원스>는 그렇게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인터미션에는 무대에 올라 간단한 음료를 사마실 수도 있었다. 무대 자체가 아일랜드 더블린의 펍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원스>는 2006년작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과 영화는 더블린 거리의 가난한 악사와 동유럽 출신 이민자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라는 뼈대를 공유한다. ‘폴링 슬로우리’ ‘이프 유 원트 미’ 등 영화를 통해 인기를 끌었던 곡이 뮤지컬에서도 재연된다. 지난해 겨울 한국 출연진에 의해 라이선스 공연됐으며, 이번엔 오리지널 팀이 처음으로 내한했다. 




뮤지컬 <원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두 남녀의 사랑에는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둘은 가난하고 사랑의 상처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둘은 함께 음악을 만들며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인연은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 관객 주변에 흔한, 그래서 쉽게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뮤지컬은 무대에서만 통할 코미디 요소를 추가했다. 영화 분위기가 줄곧 어둑했던 반면, 뮤지컬은 때로 떠들석하다. 


화려한 의상이 등장하는 시대극, 배우 가창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어려우면서도 감상적인 노래, 보통 사람들은 평생 겪기 어려울법한 혁명·모험·범죄는 종래 한국에서 인기있는 대작 뮤지컬의 주요 요소였다. <원스>는 그런 뮤지컬이 아니다. 배우들은 10년쯤 된 듯한 조끼, 재킷을 입고 등장한다. <원스>에서 묘사된 것 같은 사랑을 하는 젊은이들은 지금도 한국 혹은 아일랜드 거리에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지만, 따로 지휘자가 있어야할 정도로 화려한 오케스트라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소박하다고 여길지, 심심하다고 여길지에 따라 반응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익살은 적중할 때도 있고, 문화적 간극을 못 넘을 때도 있다. 통하지 않는 유머는 울적함에 젖어들고픈 관객에게 원치 않는 각성 효과를 줄 수 있겠다. 11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